법륜스님의 하루

2019.9.18 워싱턴 DC 외국인 즉문즉설(1), American University
“가족과 친구를 잃었습니다. 상실에 대한 두려움을 극복하고 싶어요.”

안녕하세요. 오늘은 워싱턴 DC에서 유엔 세계식량계획(WFP) 존 브라우스(Jon Brause) 소장님을 만난 후 외국인을 대상으로 두 번의 영어 통역 즉문즉설 강연이 열렸습니다. 그중 첫 번째로 아메리칸 대학교(American University)의 종교철학과와 아시아 연구 프로그램(Asia Studies Program)의 초청을 받아 열린 영어 통역 즉문즉설 강연 소식을 전해드리겠습니다.

워싱턴 미주 정토회관에 머물고 있는 스님은 오늘도 새벽 4시 30분에 108배와 명상으로 하루를 시작했습니다. 아침 식사를 한 후 북미지역 정토행자대회와 즉문즉설 강연을 모두 마치고 집으로 돌아가는 활동가들이 스님에게 삼배로 인사를 했습니다.

“수고 많으셨어요.”

오늘은 출입 수속을 하지 않아도 되는 유엔 세계식량계획(WFP)을 방문하기 때문에 아침 시간이 조금 여유로웠습니다. 길가에 핀 국화와 여러 가지 꽃들이 피어 있어 가을 정취가 흠뻑 났습니다. 약간 쌀쌀한 온도에 정신마저 맑아지는 느낌입니다.

WFP에 도착하니 존 브라우스 소장님이 스님을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존 브라우스 소장님은 USAID(미국 국제개발처)의 아시아 개발 책임자로서 오랫동안 북한 인도적 지원 문제에 관여를 해오고 있는 분입니다. 스님과는 오랜 기간 만남을 가져온 친구입니다.

반갑게 인사를 나눈 후 최근에 대북 인도적 지원을 위해 방북한 대화를 시작했습니다. 스님은 JTS가 지난 7월 말까지 북한의 고아원과 탄광촌 지역에 옥수수 1만 톤 지원한 것에 대해 얘기하면서 북한 인도적 지원을 하기 위해 얼마나 많은 어려움이 있는지 얘기했습니다. 존 브라우스 소장님도 최근 여러 가지 문제로 WFP와 유엔 기구들 조차 대북 인도적 지원이 쉽지 않음을 얘기했습니다. 특히 한국 정부가 WFP를 통해 쌀 5만 톤 지원을 하려고 했지만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는 것에 대해서는 안타까운 마음을 내비쳤습니다.

다음 주에 한미 정상회담도 있을 예정이고, 김정은 위원장이 트럼프 대통령을 평양에 초대했다는 뉴스가 나오는 것을 보니 북미 정상회담도 곧 이루어질 수 있겠습니다. 그 사이 남북관계도 진전이 되어 북한 인도적 지원이 하루빨리 이뤄지기를 희망해 봅니다.

북미 관계의 전망에 대해 충분히 대화를 나눈 후 마지막으로 스님은 지난 1월에 방글라데시 로힝야 난민촌을 방문하여 WFP의 요청으로 가스버너 10만 개를 배분하고 온 소식을 공유했습니다. 소장님은 “JTS가 정말 큰 일을 했다”라고 하며 감사한 마음을 표현했습니다. 스님은 영문으로 번역된 ‘야단법석’ 책을 선물하고 미팅을 마쳤습니다.

다음은 주미 한국대사관 관저로 자리를 옮겨 조윤제 대사님 부부와 오찬 미팅을 하였습니다. 세 번의 남북 정상회담과 싱가포르에서 열린 북미 정상회담을 통해 북미 관계가 급진전되었지만, 하노이 회담이 결렬되면서 다시 교착상태에 빠졌다가 이제 다시 대화가 시작되려고 하는 시점에서 스님과 대사님은 앞으로의 전망에 대해 많은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다음 주에 한미 정상회담이 뉴욕 유엔 총회에서 있을 예정이고, 북미 간의 실무접촉 회담도 논의되고 있으니 희망의 끈을 놓지 않고 최선을 다해봅시다.

제가 알기로는 2005년 9.19 합의 때와 2018년 6월 싱가포르 정상회담 때 북한은 북미 관계를 개선하고자 진지하게 노력을 했었습니다. 그러나 회담 결렬로 도리어 미국에 대한 신뢰를 잃게 되면서 북한에게는 트라우마가 생긴 것 같아요. 트라우마가 있는 쪽이 그렇지 않은 쪽을 포용하는 것은 상대적으로 어렵습니다. 힘이 강한 쪽과 약한 쪽이 대화를 할 때, 약한 쪽이 양보하게 되면 ‘굴욕’이 되지만, 강한 쪽이 양보하게 되면 ‘포용’이 됩니다. 그렇기 때문에 한일 관계에서는 일본이 한국을 좀 더 포용해줘야 하고, 북미 관계에서는 미국이 북한을 좀 더 포용해주어야 갈등이 평화적으로 해결될 것입니다.”

그리고 최근 한일 간의 정치 갈등이 경제 보복으로 번져 이것이 다시 정치 갈등으로 확산되는 양상이 워싱턴에서는 어떻게 받아들여지고 있는지에 대해서 이야기를 나누기도 했습니다.

대사님은 문재인 정부 들어서서 제1대 주미 대사로서의 역할을 무사히 마치고 다음 달에 한국으로 복귀할 예정입니다. 스님은 대사님에게 _“어려운 시기에 이곳에 와서 그동안 고생이 많았다”_며 그동안의 노고에 대해 감사함을 표하면서 스님의 책 ‘금강경 이야기’를 선물한 뒤 다음 강연이 있는 아메리칸 대학교로 서둘러 이동하였습니다.

아메리칸 대학교에 도착하니 가을 정취가 더 진하게 느껴집니다. 스님의 아메리칸 대학교 강의는 이번이 세 번째입니다. 이 대학의 종교철학과 교수이며 아시아 스터디 프로그램도 운영하고 있는 박진영 교수님이 스님을 반갑게 맞이해 주었습니다. 박진영 교수님이 직접 스님을 소개하자 앉아 있던 학생들이 큰 박수로 스님을 환영했습니다. 낮 시간임에도 불구하고 약 80여 명이 참가하여 스님과 진지하게 대화를 나누었습니다.

무대에 오른 스님은 먼저 미안한 마음을 전하며 대화를 시작했습니다.

“만나서 반갑습니다. 제가 영어를 할 줄 몰라서 통역의 도움을 얻어서 대화를 나누겠습니다.”

질문하고자 하는 학생들이 많고, 다음 일정까지 여유가 있어 11명의 질문을 받았습니다. 그중에서 다음의 질문과 대화를 소개하고자 합니다.

“I guess this is more like a personal question for sure. I would say my passion and my goal let me travel many parts of the world. And as well in that time, I’ve lost a lot of people. Family and friends have died. With that in mind, when I go to the places I find that I can be pessimistic about the people that I meet. I think that this is also rooted in fear of thoughts. So I guess my question is how to be less pessimistic and less fearful.”
(가족과 친구들을 많이 잃었습니다. 새로운 곳에 가서 사람들을 새로 만날 때마다 상실에 대한 두려움 때문에 비관적으로 되는 것 같습니다. 어떻게 하면 덜 비관적이고 덜 두려워할 수 있을까요?)

“경험은 내가 어떻게 받아들이느냐에 따라 상처로 간직할 수도 있고, 교훈으로 간직할 수도 있어요. 질문자는 지금 경험을 상처로 간직한 것 같습니다. 헤어짐은 좋은 것도 아니고, 나쁜 것도 아니에요. 한 번의 헤어짐의 경험이 질문자에게 상처로 남아서 지금 괴로움이 된 거예요. 헤어졌기 때문에 괴로운 것이 아니고, 그 경험을 질문자가 상처로 받아들였기 때문에 괴로운 것입니다.

비유를 들어서 설명할게요. 제가 평소에 뱀에 대해서 조금 두려움이 있다고 합시다. 그런데 어느 날 숲에 갔다가 뱀에게 물렸어요. 그래서 병원에 가서 치료를 받고 다 나았습니다. 이것은 하나의 경험입니다. 그런데 이럴 때 어떤 사람은 다음에 숲에 갈 때 두렵습니다. 또 뱀한테 물릴지도 모른다는 불안감 때문입니다. 밧줄 같은 것만 봐도 뱀인 줄 알고 놀랍니다. 이것은 뱀에게 물린 경험이 트라우마가 된 경우입니다. 이렇게 되면 과거의 경험이 현재와 미래에 장애가 됩니다.

그러면 과거의 경험이 교훈이 되게 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평소에 뱀을 두려워했지만, 뱀에게 물리고 보니 죽는 것도 아니에요. 그냥 피가 조금 나고 피부가 부었을 뿐이에요. 병원에 가서 주사 한 대 맞으니까 다 나았습니다. 그러면 ‘어, 별로 두려울 거 없네’ 이렇게 받아들이게 됩니다. 그러면 다음부터는 숲에 갈 때 별로 겁이 없어요. 뱀을 보고 놀라지도 않아요.

‘뱀에 물려도 죽지 않는다. 병원에 가서 주사 한 대 맞으면 된다.’

이렇게 한 번의 경험을 통해 거꾸로 두려움이 없어져버려요. 이것은 그 경험이 나한테 주는 교훈이 된 경우입니다. 우리는 매일매일 이런 경험들을 하며 살고 있습니다. 그런데 어떤 사람은 이것이 교훈으로 쌓이고, 어떤 사람은 이것이 상처로 쌓입니다. 지금 질문자는 헤어짐의 경험이 상처로 남아서 현재와 미래에 사람을 만날 때 두려움으로 작용하고 있는 겁니다. 그러나 두려움의 원인은 헤어짐에 있지 않습니다. 헤어짐의 경험을 질문자가 상처로 간직하고 있다는 것이 문제입니다. 이것을 치유해야 합니다.”

“어떻게 치유할 수 있을까요?”

“헤어짐이 꼭 나쁜 것만은 아니라는 사실을 알아차리면 됩니다. 자, 이 분과 제가 연애를 하기로 했다고 합시다. 만일 우리 둘이 사이가 계속 좋다면 저는 죽을 때까지 이 여자 한 분밖에 못 만납니다. 그런데 이 여자분이 다른 남자에게 가버렸어요. 물론 그때는 조금 섭섭해요. 그러나 조금 시간이 지나면 저는 또 다른 분을 만날 수 있게 되잖아요. 그런데 그분도 저를 떠나가 버렸어요. 그러면 저는 또 다른 사람을 만날 수 있게 되는 거예요. 그러니 상대가 나를 떠나 주는 것은 내가 여러 사람을 만날 수 있는 기회를 주는 겁니다. 그런데 헤어짐이 왜 괴로움이 되는 겁니까? (모두 웃음)

한 사람을 오랫동안 만나도 괜찮지만, 그가 나를 떠나간다고 해서 특별히 손해날 것은 없습니다. 만났을 때는 사이좋게 지내고, 떠나가게 되면 ‘그동안 만나서 기뻤다. 잘 가!’ 이렇게 받아들이면 상처가 안 됩니다. 그런데 질문자에게는 지금 헤어짐이 상처가 되어 있습니다. 왜 상처가 되었는지 이렇게 잘 살펴보면, 질문자도 그 상처로부터 자유로워질 수 있어요. 더 묻고 싶은 것이 있나요?”

“No, that’s all. Thank you.” (없습니다. 감사합니다.)

“이제 새로운 사람을 만날 때 두려움 없이 만날 수 있겠습니까?”

“I can try.” (그렇게 해볼 수 있겠습니다.)

“네. 상대를 계속 만나도 되고, 헤어져도 되고, 죽어도 되고, 다 괜찮아요. 상대가 자기 때문에 죽은 것이 아니잖아요. 자꾸 징크스로 받아들이면 두려움이 생깁니다. 그냥 헤어진 것일 뿐이고, 그냥 죽은 것일 뿐입니다.”

“Make sense.” (그런 것 같습니다.)

의문이 해소되자 질문자의 표정도 밝아집니다. 청중석에서는 박수가 쏟아집니다.

다음 질문자는 인내심을 높이고 감정을 조절할 수 있는 방법을 질문했습니다. 외국인 학생들은 스님이 들려주는 지혜로운 해법에 더욱더 집중하기 시작했습니다.

“I am very impatient. I rush through things all the time. I’d like to have my attention span long. I’d like to get some advice on how to increase patience and how to swallow my emotions.”
(저는 성격이 아주 급합니다. 늘 서두르고, 생각도 많습니다. 집중하는 시간을 늘리고 싶습니다. 어떻게 하면 인내심을 높이고, 감정을 조절할 수 있는지 조언을 듣고 싶습니다.)

“어떻게 하면 인내심을 키울 수 있느냐, 어떻게 하면 감정을 조절할 수 있느냐, 어떻게 하면 공부를 잘할 수 있느냐, 이런 것은 다 애쓰고 노력하는 것에 속해요. 애쓰고 노력하면 스트레스를 받습니다. 인생에는 그렇게 애쓸 것이 없어요. 그냥 살면 돼요. 예를 들어, 소가 풀을 뜯고 있습니다. 질문자가 볼 때 소가 열심히 풀을 뜯습니까? 게으르게 풀을 뜯습니까?”

“...”

“열심히도 안 하고, 게으르게도 하지 않습니다. 그냥 꾸준히 풀을 뜯습니다. 그러니 질문자도 꾸준히 그냥 살아가면 됩니다. 약간 응급 상황을 제외하고는 그렇습니다.

성격이 좀 급한 것은 하나의 성격일 뿐이지 좋고 나쁜 것은 아닙니다. 성격이 급하면 일을 빨리 하기 때문에 좋은 점도 있습니다. 성격이 급한 것과 짜증을 내는 것은 별개의 문제입니다. 성격이 급한 것은 아무런 문제가 안 돼요. 짜증을 내는 것이 문제죠. 짜증은 왜 낼까요? 뭐든지 자기 뜻대로 하려고 하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세상은 내 뜻대로 다 될 수가 없습니다. 될 수 없는 것을 될 수 있다고 착각하는데서 일어나는 부작용입니다.

내가 어떤 목표를 세워서 노력하는 것은 좋습니다. 어떤 상황에서는 목표가 이루어질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어떤 상황에서는 목표가 이뤄지지 않을 수도 있어요. 그러면 다시 하면 됩니다. 불가능하다 싶으면 포기해도 괜찮아요. 어떤 경우에도 선택에 따른 결과만 있지, 목표를 달성하지 못했다고 해서 잘못된 것은 아닙니다. 잘못됐다고 생각하는 이유는 목표를 달성해야 한다는 데 집착하기 때문입니다. 붓다는 목표를 세우지 말라고 말하지 않았어요. 그 목표에 집착하지 말라고 했습니다. 집착을 하게 되면 그것이 안 됐을 때 괴로움이 생기 때문입니다.

질문자가 성격이 급한 것이 문제가 아니라, 짜증을 내는 것이 문제입니다. 질문자가 짜증을 내거나 물건을 집어던지면, 질문자에게 손실이 따릅니다. 아무도 없는 데서는 물건을 집어던져도 괜찮아요. 산에 가서 돌을 집어던진다거나 바닷가에 가서 돌을 집어던진다거나 하는 것은 아무 문제가 없어요. 그런데 사람이 같이 있는데서 물건을 집어던지면 상대가 자기를 싫어하게 돼요. 그 결과는 자기에게 손실로 돌아오는 거예요. 손실을 막기 위해서는 짜증이 올라오더라도 말과 행동으로 옮기지 않아야 합니다. 이것은 남을 위해서 뿐만 아니라 자기 자신을 위해서도 그렇게 하는 것이 좋습니다.

짜증이 탁 올라올 때는 약간 템포를 늦추는 것이 좋아요. 성격대로 바로 즉각적으로 반응하지 말고 호흡을 한 번 조절한 후 잠깐 체크를 해보세요.

‘이렇게 하면 나에게 손해가 날까, 이익이 될까?’

이렇게 스스로에게 물어보면서 조금 템포를 늦추는 연습을 하면, 어느 정도 감정을 조절해 나갈 수 있습니다. 무조건 참는다든지, 열심히 한다든지, 이렇게 자꾸 의무감으로 받아들이면 스트레스를 받게 되어서 결국에는 개선이 안 됩니다.

인생을 의무감으로 살지 마세요. 너무 애쓰려고도 하지 말고요. 노력하겠다는 말도 자주 하면 안 좋습니다. 약간 즐기는 마음으로, 약간 놀이삼아, 소가 풀을 뜯듯이 그냥 꾸준히 하는 게 좋습니다. 그러면 스트레스가 거의 없어져요.

그런데 그게 잘 안 되죠. 욕심을 부리기 때문입니다. 자기 능력 이상의 성과를 내려고 하기 때문에 그것이 안 되면 자기가 마치 문제가 있는 사람처럼 여겨져서 자학 증상이 생깁니다. 여러분들 모두 아무 문제가 없습니다. 다 훌륭한 사람들입니다. 이것이 진실입니다. 그런데 여러분들은 ‘나는 문제가 있다’, ‘나는 뭐가 부족하다’ 이렇게 오해를 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사는 것이 힘든 거예요.”

“Thank you.” (감사합니다.)

이외에도 다음의 질문들이 있었습니다.

  • What are the common misconceptions about Buddhism? (사람들이 불교에 대해 흔히 하는 오해가 어떤 게 있을까요?)
  • I want to focus on me in the now but I always worry about uncertainty in the future. How do I focus on the present? (지금의 나 자신에 집중하고 싶지만 불확실한 미래에 대해 항상 걱정하게 됩니다. 어떻게 하면 현재에 집중할 수 있을까요?)
  • I am doing well in the university. My family is far away from me and they are struggling. I want to help them using my excess energy. How can I balance my energy? (대학생활을 잘하고 있습니다. 가족들이 멀리 떨어져 사는데 힘들어하고 있습니다. 제게 남는 에너지로 그들을 돕고 싶습니다. 제 개인적인 생활에 쓰는 에너지와 가족들을 돕는데 쓰는 에너지 사이에 어떻게 균형을 잡을 수 있을까요?)
  • I am worried humans are going to burn the world down. (인류가 지구를 멸망시킬 것 같아 우려가 됩니다)
  • What were the biggest obstacles when you became a monk? (스님이 되면서 가장 큰 장애물이 무엇이었나요?)
  • What would you say to 20-year-old you and to us? (스님이 20살 때의 스님에게 조언을 할 수 있다면, 또 현재 스무 살인 저희들에게 어떤 조언을 하시겠습니까?)
  • What does Buddhism say about everyday violence caused by White Supremacy or patriarchy?) (백인우월주의나 가부장제 등과 같은 이유로 일상에서 일어나는 폭력에 대해 불교는 어떻게 생각하나요?)
  • Would you still become a monk even if you knew your mother would not be happy about it? (스님이 출가하는 것을 어머니가 싫어할 거라는 걸 미리 알았더라도 스님이 되셨을까요?)
  • How do you help someone who have negative thoughts about themselves? (자신에 대해 부정적인 생각을 갖는 사람을 어떻게 도와줄 수 있을까요?)

11명과 대화를 하고 나니 예정된 시간을 넘겨 약 1시간 50분이 지났습니다. 스님은 다음과 같이 얘기하면서 대화를 마쳤습니다.

“우리는 주로 이런저런 생각을 많이 하기 때문에 괴로움이 많은 겁니다. 지금, 여기, 나에게는 아무런 문제가 없습니다. 여러분들이 지금 괴로워하는 것은 옛날에 경험했던 것을 머릿속에 비디오로 틀어 보는 것과 같습니다. 아직 일어나지 않은 미래의 가상현실을 비디오로 틀어보면서 근심하고 걱정하는 것과 같습니다.

지금, 여기, 나에게는 아무런 문제가 없습니다. 어디든지 조용히 앉아서 눈을 감으면 내가 어느 장소에 있다는 인식이 없어져 버립니다. 그곳이 히말라야 산꼭대기든, 인도이든, 미국이든, 중국이든, 내가 어디에 있다는 인식이 사라져 버려요. 눈을 감으면, 아침인지, 낮인지, 밤인지에 대한 인식도 없어져 버립니다. 즉, 시간과 공간이 사라져 버립니다. 지금, 여기, 나에게는 오직 숨이 들어가고 나가는 것만 실재합니다. 숨이 들어가고 나간다는 것은 현재 내가 살아있다는 증거예요.

명상은 숨이 들어갈 때 들어가는 줄 알아차리고, 숨이 나갈 때 나가는 줄 알아차리는 겁니다. 숨이 들어갔는데 못 나오면 우리는 죽어요. 나갔던 숨이 못 들어와도 우리는 죽어요. 숨이 들어오고 나온다는 것은 내가 살아있다는 것을 뜻해요. 코끝에 마음을 모아서 숨이 들어갈 때 들어가는 줄 알아차리고, 숨이 나올 때 나오는 줄 알아차리고 있다면, 그것이 지금, 여기, 나에게 깨어있는 상태입니다.

명상은 매우 쉽습니다. 바깥에서 어떤 소리가 들려도 마음을 빼앗기지 말고, 몸에서 통증이나 가려움이나 어떤 감각이 일어나도 마음을 빼앗기지 말고, 설령 졸음이 온다 하더라도 거기에 마음을 빼앗기지 말고, 과거의 생각이나 미래의 생각이 떠오른다고 하더라도 거기에 마음을 빼앗기지 말고, 다만 숨이 들어가고 나오는 그것만 알아차리면 됩니다. 지금, 여기, 나의 호흡에 깨어있는 것이 명상입니다. 그렇게 하면 아무런 문제가 없음을 깨달을 수 있어요.

여러분은 머릿속에 돌아가는 비디오를 너무 많이 보고 있는 거예요. 옛날의 비디오와 미래의 비디오를 보면서 괴로워하거나 근심 걱정을 하고 있습니다. 지금이 제일 좋은 줄 알아야 해요. 여러분들은 아직 젊으니까 공부하고 싶으면 공부할 수 있죠. 공부하기 싫으면 학교를 그만두면 되죠. 결혼하고 싶으면 결혼하면 되죠. 혼자 살고 싶으면 혼자 살아도 되잖아요. 뭐가 문제예요?

그런데 저는 나이가 60이 넘었어요. 결혼하고 싶다고 해도 결혼하기가 쉽지 않아요. 공부를 하고 싶어도 다시 시작하기가 쉽지 않아요. 물론 불가능한 건 아니지만, 쉽지가 않습니다. 그런 저도 이렇게 잘 살고 있는데, 여러분들이 괴로워할 게 뭐가 있어요?

나를 좋아하는 것은 그 남자 그 여자의 인생이에요. 누가 나를 좋아하는 것은 그 사람의 문제예요. 나도 그가 좋으면 오케이 하면 되고, 나는 그를 좋아하지 않으면 ‘No, Thank you’라고 하면 돼요. 나를 사랑해주는 것은 고맙지만 나는 네가 싫다고 말하면 되잖아요. (모두 웃음)

내가 그 사람을 좋아하는 것은 나의 자유예요. 그러나 그 사람은 나를 싫어할 수 있어요. 그건 그 사람의 자유예요. 내 자유가 소중하듯이 상대의 자유도 인정해야 합니다. 그 사람이 나를 싫다고 하면 ‘오케이’ 하면 되는 거예요. 그래도 그 사람이 좋으면 또 ‘나는 네가 좋다’라고 말하면 돼요. 그래도 그 사람은 내가 싫다고 하면 ‘오케이’ 하고 물러나면 돼요. 나를 두 번이나 싫다고 하는 사람을 굳이 좋아할 이유가 뭐가 있어요? 그 사람을 포기하면 되는 거예요. 다른 사람을 또 기다리면 돼요. 그래도 그 사람이 좋다고 하면 또 좋아한다고 말하면 돼요. 얼마든지 선택의 자유가 있어요. 그게 무슨 괴로워할 일이에요? 우리가 괴로워하는 이유는 자기 원하는 대로 다 하려고 하기 때문입니다.

‘내가 너를 좋아하는데, 네가 나를 어떻게 안 좋아할 수가 있냐?’

이렇게 독재를 하려고 하기 때문에 괴로운 겁니다. 그것은 민주주의가 아니에요. 남의 자유를 뺏으려는 거예요. 여러분들이 이렇게 마음이 작용하는 이치를 조금만 알면, 살아가면서 여러 가지 장애에 부딪힐 수는 있지만 괴롭지는 않을 수 있습니다. 늘 서 있고 싶지만, 때로는 넘어질 수 있습니다. 넘어지면 일어나면 됩니다. 넘어질까 봐 두려워할 필요는 없어요. 왜 괴로운지 본질을 꿰뚫어 보면 ‘괴로울 일이 없네’라고 알아차릴 수 있어요.”

강연이 끝나자 스님과 함께 사진을 찍고 싶어 하는 학생들이 스님에게 달려왔습니다. 강연이 어땠는지 소감도 물어보며 사진도 찍고 반갑게 인사도 나누었습니다. “조금 당황스럽고, 놀라운 경험이기도 했지만, 매우 유익한 시간이었습니다.” 대부분 이런 식의 강연 방식을 처음 접하는 것이라 당황하기도 했지만 매우 유익했다고 이야기했습니다.

초청해준 박진영 교수님에게 다시 한번 감사하다고 인사한 후 아메리칸 대학교 캠퍼스를 나왔습니다. 따사로운 햇살을 받으며 15분 거리에 위치한 베데스타-체비 체이스 지역 서비스 센터(Bethesda-Chevy Chase Regional Service Center)로 이동했습니다.

저녁 7시부터는 베데스타-체비 체이스 지역 서비스 센터(Bethesda-Chevy Chase Regional Service Center)에서 정토회 국제국 주최로 영어 통역 즉문즉설 강연이 열렸습니다.

이 소식은 다음 글에 계속 이어집니다.

전체댓글 16

0/200

정지나

그저 내가 선택하고 그 결과만이 있을 뿐입니다
가볍게 선택하고 그 결과도 그저 가볍게 수용합니다
감사합니다 꾸벅!!!

2019-11-11 21:55:36

임규태

스님께 감사드리며 여러 봉사자님들과 참가자분들께도 감사드립니다!!!^_^

2019-10-19 13:47:58

박용삼

60명 학생을 위해 왕림을 해주셨는데 사진보니 런닝 같은 옷 입고 슬리퍼에 심지어 뭘 먹으면서 듣는 학생까지... 스님 말씀 듣다 자세 바로 잡고 경청해야 겠다 하고 정신 번쩍했겠군요

2019-09-22 19:5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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