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님의하루

2019.01.24 인도JTS 수자타아카데미 1일째
“어떻게 하면 상대의 마음을 이해할 수 있을까요?”

안녕하세요. 오늘부터 스님은 인도 비하르주 보드가야 근교 둥게스와리 마을에 위치한 수자타 아카데미에 사흘 동안 머물며 학교, 병원, 마을개발 상황을 둘러보고 인도인 활동가 수련을 함께할 예정입니다.

어제 저녁 8시에 캘커타를 출발하여 밤새 차를 달려 새벽 5시에 수자타 아카데미에 도착한 스님은 곧바로 법당에 들어가 인도 JTS 활동가들과 함께 새벽 예불과 발우공양을 함께 하는 것으로 하루를 시작했습니다.

발우공양 시간에는 인도 JTS 활동가들에게 지난 사흘 동안 방글라데시 로힝야족 난민촌에 다녀온 내용을 간략히 공유해 주었습니다.

발우공양을 마치자 갑자기 하늘에서 천둥번개가 치고 비가 세차게 쏟아졌습니다. 지금 인도는 건기여서 밭에 작물이 바짝 타들어 가고 있었는데, 정말 가뭄에 단비였습니다. 스님은 논밭을 가리키며 반가운 마음을 표현했습니다.

“오늘 비는 진짜 비싼 비다. 이 많은 작물들을 기계로 물을 뿌려야 한다고 생각해 봐라. 비용이 엄청나지.”

오전 내내 내리던 비가 그치고 수자타 아카데미 학생들이 점심 급식을 다 먹고 하교할 시간이 되었습니다. 스님은 하교하는 학생들과 반갑게 인사를 나누었습니다. 학생들도 웃으며 인사를 합니다.

“나마스떼! 스님지!”

오후 1시 30분에는 수자타 아카데미 교장선생님인 닥터 쁘리앙카지의 집을 방문했습니다. 이틀 전 쁘리앙카지의 아버님이 돌아가셨는데, 스님이 오신 김에 인도 JTS 활동가들도 모두 다 같이 가서 영가 천도 기도를 함께 해주기로 했습니다.

닥터 쁘리앙카 지는 불가촉천민 마을인 둥게스와리에서 조금 떨어져 있는 양민 마을인 빠레와 에 살고 있습니다. 가족들의 카스트가 브라만인데, 1997년 26살일 때 스님을 만나 20년이 넘는 세월 동안 수자타 아카데미에서 아이들을 가르치는 봉사활동을 해오고 있습니다.

쁘리앙카지의 집에 도착하니 90세가 넘으신 어머니가 방에 누워 계셨습니다. 스님이 와서 돌아가신 아버님을 위해 기도를 해준다고 하니 누워 있던 어머니도 며느리의 부촉을 받아 마당으로 걸어 나오셨습니다.

스님과 인도 JTS 활동가들은 자리를 펴고 앉아 정성을 다해 영가 천도 기도를 올렸습니다. 스님은 쁘리앙카지 아버님을 위해 축원도 해주었습니다.

한국에서는 정토회 실무자들이 쁘리앙카지 아버님의 왕생극락을 발원하며 영상 편지를 만들어서 보내주었습니다. 쁘리앙카 지는 눈물을 글썽이며 감사의 마음을 표현했습니다. 오늘 오전에 비가 세차게 내렸는데, 마을 사람들은 쁘리앙카지 아버님이 마을에 준 선물이라며 무척 기뻐했다고 합니다.

쁘리앙카지의 가족들에게 인사를 하고 나오는 길, 흙먼지 가득한 인도의 시골길이 오늘은 비가 내려서인지 유난히 맑고 개운했습니다.

오후 4시부터는 인도인 스텝 활동가들과 함께 수련을 했습니다. 인도인 스텝 활동가들은 지난 21일부터 23일까지 3일 간 선주 법사님과 함께 나눔의 장 수련을 했는데요. 수련 3일째 되는 날 통역을 하는 쁘리앙카지가 부친상을 당해 5일짜리 수련이 3일로 단축되었습니다. 상을 당한 아픔도 있었지만, 수련을 다하지 못한 아쉬움이 컸는데요. 대신 오늘 스님과 함께 나눔의 장 수련을 마무리하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둥글게 앉아 차례대로 수련을 마친 소감문을 읽고, 미진한 부분에 대해 스님에게 질문도 했습니다.

스님은 소감문 발표와 질문 내용들을 다 듣고 나서 정리 법문을 해주었습니다. 특히 나눔의 장을 마쳤기 때문에 일상생활 속에서 어떻게 서로 마음을 표현하며 괴롭지 않고 행복하게 일할 수 있는지에 대해 자세히 법문해 주었습니다. 법문은 쁘리앙카지의 통역으로 진행됐습니다.

“우리는 자기 마음에 깨어있기도 쉽지가 않고, 남의 마음을 이해하기는 더욱 어렵습니다. 그래서 우리는 잘하려고 하는 일까지도 잘못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 사람이 얘기할 때 그 사람의 눈을 보고 입을 보면서 집중하려고 노력을 해도 그 사람의 말의 뜻을 제대로 이해하기가 어렵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하물며 관심을 다른 데 두고 얘기를 듣게 되면 소리는 들리지만 말의 의미가 잘 다가오지 않습니다. 우리가 여기서 얘기를 하고 있을 때 바깥에서 다른 사람들이 얘기를 한다고 생각해 봅시다. 소리는 우리 귀에 들리지만 그 사람들이 무슨 얘기를 하는지는 잘 모르는 것과 같습니다. 우리가 여기서 하던 얘기를 멈추고 유심히 귀를 기울여서 들으면 그 사람들 얘기가 조금 들립니다. 그것처럼, 우리가 다른 사람이 얘기할 때 그 사람의 얘기에 집중을 해도 겨우 조금 이해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첫째, 다른 사람의 마음을 우리가 이해하기 어렵습니다. 이해하기 어려운 것이 현실이라는 점을 먼저 인정해야 합니다. ‘네 마음 내가 다 안다’ 이렇게 함부로 말해서는 안 됩니다. 우리는 남의 마음을 이해하기가 어렵습니다. 부부지간에도 서로의 마음을 잘 모릅니다. 부모 자식이나 친구 사이도 마찬가지입니다. 그런데 우리는 부인이나 자녀들의 얘기를 잘 귀담아듣지 않습니다. ‘나는 다 안다’ 이렇게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갈등이 자꾸 생깁니다. 우리는 상대의 마음을 알 수 없습니다.

이해하는 것은 어렵지만 그 방향으로 나아갈 수는 있습니다. 그러려면 첫째, 상대가 충분히 얘기할 수 있도록 기회를 줘야 합니다. 어떤 내 생각을 갖고 듣지 말고 그냥 ‘저 사람은 왜 저럴까? 왜 저런 마음일까?’ 하고 그 사람의 입장에서 들어야 합니다. 그래서 첫째, 관심을 기울여야 하고, 다음으로는 ‘옳다, 그르다’, ‘내 마음에 든다, 안 든다’ 이런 내 입장에 서지 말고 그냥 그 사람의 마음을 받아들여야 합니다. 그리고 상대가 속 얘기를 편안하게 할 수 있도록 기회를 줘야 합니다. 그래야 우리는 상대의 마음을 조금이나마 이해할 수가 있습니다.

우리들의 마음은 대부분 억압이 되어 있기 때문에 편안하게 내놓기가 어렵습니다. 그래서 편안한 가운데 자기 내부에 있는 마음을 그것이 무엇이든 가볍게 내놓는 연습을 해야 합니다. 또 상대가 얘기할 때는 ‘아, 저랬구나’, ‘아, 저런 마음이었구나’ 이렇게 그냥 그대로 듣는 연습을 해야 합니다. 편안하게 무엇이든지 내놓고 편안하게 무엇이든지 듣는 연습을 하는 게 ‘나눔의 장’의 가장 중요한 자세입니다.

이렇게 진행이 되는 과정에서 우리는 저절로 자기 마음의 상태를 스스로 알아차릴 수 있고, 상대방 마음도 조금 알아차릴 수가 있습니다. ‘어떻게 해야 한다’ 이런 규칙을 갖고 하면 마음이 편안하게 나오지도 않고, 잘 들어지지도 않습니다. 그래서 지금 스님이 ‘이건 이래야 한다, 저래야 한다’ 하지 않고 설명하는 거예요. 마음은 어떤 정답을 따라서 움직이는 것이 아닙니다.

이번에는 수련을 하다가 도중에 중단했는데 여러분들이 ‘아쉽다’ 하는 마음은 이해가 됩니다. 그러나 ‘안 한 것보다는 낫다’ 이렇게 긍정적으로 봐야 합니다. 물론 다 했으면 좋았겠다는 점은 누구나 다 인정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세상이 꼭 그렇게만 되지는 않습니다. 때로는 이렇게 도중에 중단해야 할 사정이 생길 수도 있습니다. 그럴 때 ‘다 했으면 좋겠다’ 이쪽으로만 너무 생각하게 되면 아쉬움이 생기거나 불만이 생기게 됩니다. 그러나 이것은 이미 지나가버린 일입니다. 그러니 지금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요? ‘그래도 3일 간 할 수 있어서 참 좋았다’ 이렇게 받아들여야 합니다.

우리는 인생을 살아가면서 변화와 적응이라는 두 가지를 늘 경험합니다. 어떤 것은 주위를 변화시키고, 어떤 것은 주위에 적응하는, 이 두 가지를 늘 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적응하기에는 너무 힘들어요. 그렇다고 내 마음대로 하거나 내 마음에 들도록 바꾸기도 너무 힘들어요. 아버지가 술을 많이 마신다면, 술을 안 마시도록 만드는 게 변화시키는 것에 해당합니다. 이건 힘들어요. 그렇다고 아버지가 술 마실 때 그냥 ‘드세요, 드세요’ 하고 적응하기에도 너무 힘듭니다. 그래서 인생이 괴로운 겁니다.

이럴 때 어떻게 괴롭지 않게 살 수 있을까요? 변화시킬 수 있으면 변화시키면 됩니다. 변화시키는 데 힘이 드는 건 내 능력보다 더 많은 것을 요구하기 때문입니다. 변화가 어려운 게 아니라, 욕심을 내기 때문에 어려운 거예요. 변화가 안 되면 적응하면 되잖아요.

그런데 또 적응이 힘들어요. 그럼 적응은 왜 힘들까요? 나를 고집하고 있기 때문에 힘들어요. 그래서 부처님이 ‘고집하는 것도 버려라. 욕심도 버려라’ 이렇게 말씀하셨던 거예요. 아버지가 술을 마시기 때문에 내가 괴로운 게 아니라, 나를 고집하거나 욕심을 내기 때문에 괴로운 거예요.

무슨 말인지 이해는 돼요? 이해도 어렵고, 이해가 돼도 실천이 잘 안 될 거예요.(모두 웃음) 그래서 제가 이렇게 설명하는 건 중요하지 않아요. 그걸 계속 연습하는 게 중요합니다. 그것이 수행이에요. 여러분들이 이렇게 ‘나눔의 장’ 수련을 하면서 마음을 서로 내놓는 연습을 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예를 들어 누군가가 자꾸 늦게 온다고 합시다. 그러면 마음이 불편해져요. 그런데 상대가 기분 나빠할까 봐 ‘당신이 늦게 와서 제가 불편합니다’라는 말을 또 못 내놓는 거예요. 그래서 가슴이 답답해지는 겁니다. 계속 참고 참느라 스트레스를 받는 거죠. 그러다가 어느 날 못 참고 말을 하죠. ‘당신은 왜 맨날 늦습니까?’ 이제 여기에는 감정이 실리는 거예요. 그러면 상대가 기분 나빠하게 되고, 그래서 갈등이 생깁니다. 문제 해결도 안 되고 싸움만 나는 거예요. 그래서 늘 문제가 끊이지 않습니다.

그래서 제가 늘 ‘가볍게 내놔야 한다. 그렇게 하되 감정이 실리지 않아야 한다’라고 말씀드리는 거예요. 상대가 늦게 온다고 하면 먼저 상대를 이해하는 겁니다. ‘집에 무슨 일이 있었나?’ 이렇게 먼저 이해를 하고, ‘늦게 오니까 회의가 잘 안 돼서 일하기가 조금 어렵네요. 그래서 제가 이것 때문에 늘 마음이 좀 불편해요’라고 얘기하는 거예요. 그러면 내 마음을 내놔서 나도 스트레스를 안 받고, 그 사람도 기분이 안 나쁘니까 좀 생각해볼 수 있는 기회가 되죠. 그런데 실제로 이게 잘 안 돼요. 우리 전부가 그래요.

그래서 부처님은 뭘 변화시키지 말라는 게 아니라 감정을 가지고 하지 말라고 하셨어요. ‘변화를 시키지 말라’가 아니라 ‘감정적으로 하지 말라’예요. 내 마음을 알아차리라는 것은 내가 감정적인지 아닌지를 살피는 거예요. 감정적이 되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 내 마음을 알아차리라는 겁니다. 상대의 마음을 알아차리라는 것은 그러는 편이 변화시키는 데 유리하다는 뜻이에요. 그렇게 하면 우리가 적응과 변화를 모두 불편함이 없이 해나갈 수 있습니다. 그런 관점에서 계속 연습을 해야 해요. 불편한 마음을 감정 없이 편안하게 내놓는 연습도 해야 합니다. 또 상대의 얘기도 어떤 얘기든 편안하게 들을 수 있는 연습을 해야 해요. 그래야 대화가 됩니다. 말만 한다고 대화가 되는 게 아니에요.”

많은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어느덧 해가 지고 저녁 7시 30분이 넘었습니다. 스님은 _“오늘은 너무 늦었으니까 여기까지만 이야기하고 내일 또 얘기 나눕시다”_라고 하면서 자리를 마무리했습니다.

간단히 저녁 식사를 하고 8시부터는 한국인 스텝 활동가들과 인도 JTS 사업 전반에 대해 회의를 했습니다. 1년에 한 번 스님이 방문하시기 때문에 활동가들은 그동안 밀려 둔 중요 현안들에 대해 스님께 질문하고 자신의 생각을 나누었습니다.

내일은 하루 종일 지이바카 병원, 수자타 아카데미 초등, 중등, 고등 교실, 중등 학생들 미팅, 인도인 스텝 활동가 수련, 한국인 활동가와 회의를 연달아 가질 예정입니다. 내일도 정말 바쁜 하루가 될 것 같습니다.

전체댓글 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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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명데오

"관심을 기울여야 하고, 다음으로는 ‘옳다, 그르다’, ‘내 마음에 든다, 안 든다’ 이런 내 입장에 서지 말고 그냥 그 사람의 마음을 받아들여야 합니다. " 감사합니다.~~^^

2019-12-27 09:23:46

일선정

적응과 변화
백일기도에서의 법문
다시금 이해하고 새김질하구 다짐니다
감사하고 고맙습니다

2019-02-05 03:30:32

지혜승

네, 스님. 고맙습니다. 잘 안 됩니다. 될 때까지 그냥 합니다._()_

2019-01-28 11:40: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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