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륜스님의 하루

2018.12.12 필리핀 민다나오 방문 3일째
“여기 보세요. 파인애플이 열렸어요!”

필리핀 민다나오 JTS 센터에서 맞이하는 마지막 날 아침입니다. 어두운 새벽, 아침을 여는 도량석 소리가 청아합니다. 이틀 동안의 고된 일정을 마무리하고 도착한 JTS 센터는 익숙한 공간이라 그런지 훨씬 아늑하고 편안했습니다.

천일결사 기도가 끝난 후 상주 대중들이 스님에게 삼배를 올렸습니다. 향훈 법사님을 비롯해 필리핀에서 활동하고 있는 6명의 활동가, 단기 봉사로 온 김수 님 내외, 이곳에서 농사지으면서 살고자 호주 멜버른 법당에서 온 유영진 님도 함께 했습니다. 활동가들은 여기서 활동을 얼마나 했는지와 현재 맡고 있는 소임을 스님에게 말했습니다. 스님은 격려 말씀을 해 준 후 방문단 일행과 함께 센터 주변 농장을 둘러보러 나섰습니다.

이원주 대표님의 안내로 바나나 농장과 커피나무가 심어져 있는 곳을 둘러보았습니다. 시범 농장을 하기 위해 부지 정리를 해야 하는데, 비탈로 되어서 평탄화를 하려면 흙을 많이 돋우고 깎아야 하는 상황입니다. 이곳은 비가 워낙 많이 오기 때문에 토사 유실도 막기 위해서는 부지 정리가 쉽지는 않지만, 농장에서 다양한 실험을 하려면 꼭 해야 하는 작업이기도 합니다.

한국에서 보던 나무와 똑같이 생긴 나무도 발견했습니다. “이 나무가 뭐지?” 하고 있는데 방문단 일행에 함께 온 화광 법사님이 ‘자귀나무입니다’라고 대답했습니다. 한국에서 보던 나무들과 비슷한 나무들이 많이 있는 게 신기했습니다. 두북 정토수련원을 운영하고 있는 화광 법사님은 “이곳에서 할 일도 많겠다” 하면서 “여기서 살면 좋겠네” 라며 웃음을 보였습니다.

스님과 이원주 대표님 뒤를 따라 유기농 퇴비장을 지나 창고 앞 밭에 이르렀습니다.

“여기 보세요. 파인애플이 열렸어요!”

이원주 대표님의 목소리가 커집니다. 이곳 주위에는 글로벌 기업들이 바나나와 파인애플 농사를 대단위로 하고 있는데 모두 농약으로 키웁니다. JTS는 농약을 안 쓰고 유기농 비료를 주다 보니 크기가 작고 열매 맺히는 게 늦다고 합니다.

밭에 오니 사람들의 이야기 소리가 커집니다. 밭에는 생강, 고추, 가지가 무럭무럭 자라고 있었습니다. 스님은 밭두둑에 심어진 게 무엇인지 물어보면서 이렇게 말했습니다.

“이렇게 선선한 날씨에는 배추와 무가 잘 자랍니다. 농사는 잘 될 것 같네요. 농사를 제대로 한 번 해보면 좋겠어요.”

스님의 농사에 대한 관심은 어딜 가나 한결같습니다. 농장을 둘러 센터까지 오니 아침 식사할 시간이 다 되었습니다.

음식이 차려지는 동안 스님은 이원주 대표님을 비롯해 함께 온 일행들과 센터 주변을 에워싼 산들을 배경으로 편안하게 이야기를 나눕니다. 해발 1000미터에 위치한 센터의 모습은 그대로 신선이 살고 있는 듯한 평화로운 광경입니다.

식사를 마친 스님은 오전 7시 40분부터 필리핀 JTS 현지 활동가들과 함께 2018년 사업 평가와 2019년 사업 계획에 대해 의논했습니다.

사무국장을 맡고 있는 향훈 법사님이 올해 학교 건축을 비롯해 진행한 사업에 대해 보고를 한 후 참여한 분들의 의견을 받았습니다. 스님도 여러 가지 사업적인 제안을 해주었습니다.

우선 2017년에 교육청에서 학교 건축을 요청한 22개 마을 중에서 올해 학교를 지은 4곳 말고 나머지는 어떤 곳인지 질문하면서 “나머지 학교들에 대해서도 지금 당장 공사를 못한다고 해도 어떤 곳인지 파악하는 것이 필요하다”라고 제안했습니다.

또 준공식을 했던 4개의 학교 중에서 자신들 부족의 공연을 보여줬던 까윌리한 마을을 예로 들면서 그들이 자신들의 문화에 자긍심을 갖도록 하고 어린이들이 이를 배울 수 있는 문화 수업을 할 수 있게 지원하는 게 필요하다고 했습니다.

“송코의 딸란딕 부족들이 자신들의 전통 춤과 그림, 문화를 지켜가고 자긍심을 키워가듯 까윌리한 부족들도 어린이들이 수업 시간에 자신들의 문화를 배우게 하면 좋겠어요. 부족끼리 경연 대회를 열 수 있게 축제처럼 펼쳐보는 것도 좋을 것 같아요.

문맹 퇴치를 위해서 학교를 짓는 것도 필요하지만 그 과정에서 부족의 고유한 문화와 전통이 쇠퇴될 우려도 있어요. 우리나라도 70~80년대에 농악 경연 대회나 마을의 고유한 전통을 알리는 경연 대회를 하면서 전통문화를 많이 살려냈습니다.

JTS가 그들의 마을을 찾아가는 것도 필요하지만 JTS센터에 그들을 초청해서 부족 간의 교류를 만들어가는 것도 좋을 것 같아요.”

마카파리 고등학교 기숙사 운영의 어려움에 대해서 한 말씀해주었습니다.

“젊은 학생들이 기숙사 생활을 하면서 규율을 지키는 것은 어려운 일입니다. 처음부터 규율과 질서를 지키는 게 잘 되어야 그나마 쉽지, 중간에 바로잡기는 더욱 어려워요. 우리가 좀 더 중심적 역할을 하면서 기숙사 운영에 어떻게 참여할지 고민해 보는 게 필요합니다. 이후에는 인도 수자타아카데미처럼 직접 운영하는 학교에 대해서 연구를 해보는 것도 좋겠어요.

JTS가 짓는 학교들은 모두 오지에 위치하다 보니 교사 연수를 해도 워낙 이동률이 높아 효과가 떨어질 수는 있어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교사 연수를 경험했던 교사들을 통해 인식이 조금씩 달라지고 있고, 그것이 새로운 씨앗이 되고 있습니다. 그리고 고학년 학생들이 여러 경험을 할 수 있도록 견학의 기회를 부여하는 것도 연구하면 좋겠어요.

장애인들은 일반 학생들의 교육환경보다 더 낙후한 교육환경에 놓여 있어요. 장기적으로는 매년 한 군에 장애인 학교를 한 개씩 짓는 것이 필요합니다.”

교육을 통해 마을 사람들에게 변화가 일어나고 있는 인도 JTS의 20년 경험이 이제 필리핀에서 새로운 사업 내용으로 연결되는 모습입니다.

워터 시스템에 대한 토론도 있었습니다. 대부분 산간 오지 마을의 지형적 특성을 고려할 때 수원지가 더 높도록 하거나 그렇지 않으면 아래에서 끌어올려야 합니다. 마을에서 워터 시스템에 대한 요구가 많으나 현지 활동가 인력이 충분하지 않아 일단은 한 군데 정도만 실험해 보기로 했습니다.

올해 진행했던 의료인 봉사에 대한 평가도 있었습니다.

“그간의 의료 봉사가 일회성 행사에 그친 경우가 많아서 JTS에서는 진행하지 않았습니다. 이번에 새로 진행해 본다면, 양한방 합동 의료 지원으로 연 1회~2회 정도로 해보되 일회성이 아닌 지속적으로 혜택을 줄 수 있는 방법, 현지 의료 인력과의 협력과 안정적인 의료 지원 등 뒷받침이 필요한 부분에 대해서 검토를 해보면 좋겠어요.”

총 2시간 20분에 걸친 회의 끝에 10시가 되어 2018년 사업보고와 2019년 사업 계획과 예산 심사를 모두 마쳤습니다. 회의를 마치고 함께 한 분들과 단체 촬영을 했습니다. 현지인 스텝들에 대한 격려 인사도 빠지지 않았습니다.

차량 2대에 나눠 타고 공항으로 향했습니다. 공항에 도착해 향훈 법사와 마지막 인사를 나눈 후 스님은 “내년에 보자”라고 하며 게이트로 들어갔습니다. 한국에서 온 방문단과 마닐라에서 온 일행 모두가 공항으로 들어가면서 필리핀에서의 일정은 마무리가 되었습니다.

스님은 마닐라에서 밤 11시 비행기를 타고 한국으로 출발했고, 내일 새벽에 인천 공항에 도착할 예정입니다.

전체댓글 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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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원 노금찬

사진을 보며 맑아지는 듯 합니다. 감사합니다_()_

2019-01-30 09:00:39

규원

고유문화를 살려 자긍심을 갖는교육이 정말중요할거 같아요.
좋은글 감사합니다

2018-12-15 21:52:18

규원

고유문화를 살려 자긍심을 갖는교육이 정말중요할거 같아요.
좋은글 감사합니다

2018-12-15 21:51: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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