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우리는 그들의 아픔을 몰랐습니다. 그들의 배고픔을 몰랐습니다. 아이가 굶어죽는 것을 보지 못해서, 백 원에 자기 딸을 팔아야 하고 해산한 다음날 핏덩이를 업고 장사를 하다가 하루 만에 자식을 떠나보내고 마지막으로 쌀밥 한 번 먹고 가자고 전 재산을 털어 산 쌀에, 독을 타 먹고 함께 죽는 그들의 고통을 몰랐습니다.
우리 입에 들어올 소고기의 안전에는 분노하고 우리 건강, 우리 몸, 우리 입맛은 소중히 할 줄 알았지만 며칠이면 걸어서도 갈 지척에서 내 동포가 옥수수 한 줌이 없어 죽어가고 있는 줄은 몰랐습니다.
함경도의 한 초등학교에서 수업 시간에 어린아이 한 명이 갑자기 울음을 터뜨렸답니다. 아무 이유 없이 너무나 서럽게 우는 그 아이는 배가 고팠습니다. 배가 고픈데 먹을 것이 없었습니다. 내일도 먹을 것이 없고 모레도 먹을 것이 없고 앞으로 언제 먹을 수 있을지 알 수가 없었습니다.
그 아이가 이대로 굶어 죽게 할 수는 없습니다. 우리가 막을 수 없었던 우리 이웃 십오만의 죽음 하지만 우리 형제 삼 십 만의 죽음은 우리가 막을 수 있습니다. 그들을 이대로 굶게 할 수는 없습니다. 이대로 죽도록 그냥 둘 수는 없습니다. 소리없이 죽어가는 동포들의 아픔이 곧 나의 아픔이요, 눈물이라는 걸 모르고 있었던 우리들의 어리석음을 가슴깊이 참회하면서 간절한 마음으로 발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