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토소식

[법륜스님인터뷰] 남북관계가 지속적으로 발전하려면 대북 인도적 지원이 더욱 확대되어야 합니다.
[민족화해]권두인터뷰 법륜 스님 · 평화재단 이사장  

“남북관계가 지속적으로 발전하려면 대북인도적 지원이 더욱 확대되어야 합니다”

대담 이수언 《민족화해》 편집인

대북지원과 북한주민들의 삶 개선을 위해 활발한 활동을 전개하고 있는 법륜 스님은 지난 2007년 12월 민족화해협력범국민협의회에서 수여하는 “민족화해상”을 수상하였다. 법륜 스님은 우리 사회의 보수가 동의하는 대북지원 확대를 통해 북한의 권력층과 남의 우파가 화해해야 진정한 민족화해가 이루어질 수 있다고 강조한다.

우선 민족화해상 수상을 축하드립니다. 수상소감을 부탁드리겠습니다.
지난 10년간 남북관계의 개선과 화해협력을 위해 저보다 많은 노력을 쏟아 오신 분들이 많으신데, 저같이 부족한 사람에게 상을 주셔서 받기가 죄송스럽기도 하지만, 한편으로는 기쁩니다. 상의 취지에 걸맞게 민족의 화해와 협력을 위해 더욱 열심히 노력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승려의 길에 입문하시게 된 계기가 무엇입니까?
대부분의 사람들이 무언가 눈물 나는 사연이 있기 때문에 승려가 되었다고 생각하지만, 저는 스스로 좋아서 승려가 되었습니다. 평범한 인생이 되는 것보다는 승려로서 살아가는 것이 더욱 희망적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에 승려가 되었지요.
저는 중고등학교 시절에 과학을 좋아해서 천문학자가 되는 것을 장래희망으로 삼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불교학생회 활동을 하면서, 불교의 우주관과 사상, 교리의 합리성이 과학자의 사고방식과 다르지 않다는 것을 알고 불교에 더욱 심취하게 되었습니다.
승려가 된 직접적인 계기도 있었습니다. 고등학교 1학년 겨울 기말고사 기간이었습니다. 당시 다니던 절의 저녁예불에 참석하여 기말고사를 잘 치르게 해달라는 기도를 마치고 나오는데, 주지스님이 저를 불러 세우시더라고요. 주지스님은 한번 말문을 여시면 네다섯 시간은 기본으로 말씀하셨기 때문에, 시험공부를 걱정한 제가 스님이 말도 꺼내기 전에  “스님, 제가 오늘 바쁩니다.”라고 했습니다. 그러면 빨리 보내줄 줄 알았지요. 그랬더니 스님께서 “너 어디서 왔어?”라고 물으시더군요. 그래서 “학교 도서관에서 왔습니다.”라고 대답했는데, 또 다시 “그 전에는 어디서 왔는데?”라고 하시기에 “학교에 있었습니다.”고 했습니다. 그랬더니 “그전에는 어디서 왔는데?” 하면서 같은 질문을 계속 하시더군요. 이렇게 묻고 답하기를 계속하다 보니, 저의 대답은 “어머니 뱃속에서 나왔습니다.”까지 나왔고, 그 다음 질문인 “어머니 뱃속에 있기 전에는?”에는 “잘 모르겠습니다.”라고 대답했습니다. 그랬더니 스님은 다시 “너 어디 갈 건데?”라고 물으셨습니다. “집에 갈 겁니다.”, “내일은 학교에 갈 겁니다.”, “취직”, “결혼”…… 결국 “죽게 됩니다.”라는 답이 나오자 “죽은 다음에는?”라는 질문에 “잘 모르겠습니다.”라는 대답을 한 번 더 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러자 주지스님은 제 대답을 모두 들으신 후에 버럭 화를 내셨습니다. “아니, 어디서 와서 어디로 가는지도 모르는 놈이 바쁘긴 왜 바빠?”라고 소리를 지르시더군요. 스님의 말씀에 잠시 멍해졌습니다. ‘그래, 어디서 와서 어디로 가는지도 모르는데 왜 이리 바쁠까?’ 그것은 저에게 큰 충격이었습니다. 그래서 제가 “그거 아는 사람이 있습니까?”라고 여쭤보니, 스님께서는 “있지” 하시면서, “절에 들어와서 공부하면 알지”라고 대답하셨습니다. 이것이 하나의 계기가 되어서 절에 들어오게 되었습니다.

개인 수행은 사회변화를 이끌어 내는 기초입니다

정토회는 언제부터 시작되었으며, 어떤 가치를 추구하고 있습니까?
정토회는 1988년에 개인수행과 사회문제를 동시에 관심을 가지고, 정토포교원 설립, 월간정토 발행, 한국불교사회교육원과 한국불교사회연구소를 설립하면서 시작되었습니다. 그 전에는 민주화운동을 하면서 사회정의라는 기치 아래 시위도 하고, 또 탄압도 받았습니다. 그러나 그러한 시위는 민주화를 위한 것이긴 하지만 본의 아니게 폭력적 충돌을 가져오기도 하여 불교적인 것은 아니었습니다. 폭력에는 미움과 분노와 같은 악의적인 요소가 들어 있기 때문이죠. 반면에 사회적 문제를 외면하고 개인수행에만 전념하는 것 역시 내적인 모순을 가지고 있습니다.
1997년 직선제에 의한 문민정부가 들어선 이후 세상을 좀 더 폭넓게 바라보면서, 미래의 한국사회를 준비해야 한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여러 가지 사안들을 검토하면서 ‘지구적’, ‘인류적’, ‘민족적’문제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지구적으로는 ‘환경문제’, 인류적으로는 ‘절대빈곤과 종교·이념의 갈등 문제’, 민족적으로는 ‘평화정착과 통일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인식을 하게 되었지요. 또 인간 개인에게는 ‘인생의 괴로움’을 어떻게 해결해야 하느냐 하는 문제도 있습니다. 이러한 인식을 바탕으로 ‘인간성 상실’, ‘공동체 붕괴’, ‘자연환경파괴’라는 세 가지 과제를 동시적으로 해결해야 한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이와 같이 인생의 괴로움을 해소하고, 사회적 문제를 평화적으로 해결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결국 개인수행인데, 불교는 개인수행의 노하우를 가장 많이 가지고 있습니다. 개인수행은 마음의 평화를 가져오고 동시에 공동체회복을 가져옵니다. 공동체의 회복은 크게 두 가지의 문제를 풀어야 하는데, 하나는 사람의 생존과 연관된 기아·질병 문제이고, 다른 하나는 의견대립의 갈등 문제입니다. 개인수행은 인간의 탐욕과 분노로 야기되는 공동체 문제의 해결에 결정적인 역할을 하게 됩니다. 또 탐욕과 분노는 자연환경을 파괴하는 것과도 관계가 있습니다. 더 많이 소비하고 개발하겠다는 의식은 자연을 가장 많이 파괴하게 됩니다.
결국 ‘인간성 상실’, ‘공동체 붕괴’, ‘자연파괴’라는 세 가지 문제는 모두 연관되어 있는 것입니다. 정토회는 세 가지 문제의 해결을 이루는 것이 정토(淨土)를 실현시키는 것이라 생각하고, ‘나로부터 이것을 실현시키자’라는 취지에서 설립되었습니다. 그러다 보니 정토회 안에 환경단체, 평화단체, 복지단체, 수행단체가 있는 것입니다. 자기변화(종교)적 요소와 사회변화(사회운동)적 요소를 동시에 추구합니다.

말씀하셨듯이 스님은 정토회의 토대 위에 평화재단, 좋은벗들, JTS, 에코붓다 등 여러 단체들을 운영하고 계십니다. 이러한 단체들을 하나로 묶을 수 있는 가치는 무엇입니까?
저희의 모든 활동은 자기수행을 기초로 합니다. 남을 위해서 아무리 좋은 일을 하더라도 그것을 ‘자기희생’이라고 여긴다면 수행의 관점에서는 빵점입니다. 선행을 베풀 때는 그 행위를 통해 자신이 먼저 행복해야 합니다. ‘수행공동체’라는 단어에도 이러한 의미가 담겨 있습니다. ‘수행’에는 자신의 행복, ‘공동체’에는 타인의 행복을 추구하는 내용이 들어 있는 것이지요. 선행을 베풀더라도 자신이 힘들어진다면, 그것은 개인수행의 부족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또한 자기 자신은 행복하지만 남의 행복에는 무관심하다면 공동체 의식이 없는 것입니다. 이러한 불교의 가르침을 ‘상구보리 하화중생(上求菩提 下化衆生)’ 즉 위로는 깨달음을 구하고 아래로는 중생을 교화하는 것이라고 하지요. 따라서 자기수행만 하는 것은 자신의 행복만을 추구하는 것이지, 공동체의 행복을 추구하는 것은 아니라 할 수 있습니다. 물론 이러한 경우는 칭찬받을 일도, 비난받을 일도 없는 것이겠지요.
저희 단체들이 다른 일반 NGO들과 다른 점이 있다면 타인의 행복을 추구하는 동시에, 개인의 수행 역시 중요시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저희 구성원들은 아침명상, 마음나누기와 같은 활동을 하면서 마음을 정화시키는 노력을 많이 하고 있습니다. 수행이 없으면 공동체가 서로의 갈등으로 깨어지기 쉽습니다. 낯선 사람들끼리 함께 모여 살아가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니지요. 이것이 가능하려면, 자기수행이 있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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