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토행자의 실천

복지
푸르른 마음들
민다나오 의료봉사 참가기

의료인 정토회에서는 지난 8월 9일부터 17일까지 8박 9일 일정으로 필리핀 민다나오 의료 봉사를 다녀왔습니다. 4회차 봉사인데 저는 올해 처음 참여하였습니다. 일정을 따라가며 여러 상황과 느낌을 전달해보겠습니다. 많은 봉사자들이 참여해서 다양한 마음들이 있겠지만, 이 글은 저의 입장에서 바라보는 사견과 사심이 있음을 미리 밝힙니다.

8월 9일, 전국 각지에서 모인 본진 12명

서울과 경기뿐만 아니라 제주도, 경상도, 전라도, 충청도 등 전국 각지에서 올라온 정토회 소속 의료인 12명이 오후 5시 인천공항에 집결했습니다.
도반들이 정성스럽게 준비해 온 반찬으로 짐이 많아져, 20kg을 넘지 않도록 저울로 무게를 재며 짐을 나누어 담았습니다.

체크인 후 도란도란. 맨 오른쪽이 글쓴이 윤정환 님
▲ 체크인 후 도란도란. 맨 오른쪽이 글쓴이 윤정환 님

난생 처음 해외에 나간다는 서성옥 님의 설렘은 그분만의 것이 아니었습니다.
우리 모두가 설렘과 기대감으로 가득 차 있었습니다.

완쪽부터 서성옥, 윤정숙(이하 사진 존칭 생략)
▲ 완쪽부터 서성옥, 윤정숙(이하 사진 존칭 생략)

출국 게이트에서 필리핀 JTS 대표 노재국 님을 만났습니다. 젊어 보이는 노재국 님 덕분에, 우리도 덜 나이 들어 보이려고 귀여운 포즈로 사진을 찍었습니다.

왼쪽부터 정재호, 노재국, 윤정환
▲ 왼쪽부터 정재호, 노재국, 윤정환

필리핀 마닐라 공항에서 합류

마닐라에서 민다나오로 가는 비행기를 갈아타는데, 대기 시간이 4시간 남짓 남았습니다. 부산, 호주에서 출발한 회원들과 필리핀 마닐라 정토회 분들과의 반가운 만남이 있었습니다.

마닐라에서 짐을 찾아, 다시 카가얀 데오르 공항으로 짐을 부쳤습니다.
▲ 마닐라에서 짐을 찾아, 다시 카가얀 데오르 공항으로 짐을 부쳤습니다.

마닐라 공항에서 합류한 회원들
▲ 마닐라 공항에서 합류한 회원들

에어컨이 너무 세게 나와 추위를 느껴 얇은 패딩까지 껴입고, 피곤한 몸을 뉘일 곳을 찾았습니다. 약간 긴 의자를 발견하고, 남들의 시선은 아랑곳하지 않은 채 '에라 모르겠다'며 누웠습니다. 잠시 눈을 붙인 뒤 둘러보니, 회원들도 여기저기 지쳐 쓰러져 있었고, 평소 씩씩한 최명숙 님만이 여전히 짱짱했습니다.

누워있는 장면 찍다가 들킨 상황
▲ 누워있는 장면 찍다가 들킨 상황

잠을 깨서는 마닐라 정토회 허춘 님이 사온 김밥을 맛있게 먹었습니다.

민다나오 카가얀 데오르 공항 도착, 3시간 거리의 JTS 센터

민다나오에 도착하자마자 핸드폰을 켜니 여행 금지 지역을 여행하면 처벌 받을 수 있다는 문자가 날라옵니다. 그런 살벌한 문자와는 다르게 푸른 하늘과 맑은 날씨가 반깁니다. 선발대로 간 회원들과 향훈법사가 마중나와 우리를 인도합니다. 낯선 타향에서 가족처럼 마중 나온 회원들이 무척이나 반갑게 느껴집니다.

본진을 환영하는 선발대와 상주 봉사자들
▲ 본진을 환영하는 선발대와 상주 봉사자들

구경하며 졸며 3시간을 달리니 사진과 동영상으로 봤던 JTS 센터에 도착했습니다. 익숙해서 그런지 집에 온 것과 같은 푸근함이 느껴집니다. 센터 상주 봉사자들과 선발대가 꽃을 만들어 환영합니다. 처음 오는 한국 사람들에게는 짖지 않는데, 매일 보는 필리핀 사람에게는 짖는다는 보리도 꼬리를 흔들며 반깁니다. 깔끔한 숙소를 보니, 먼저 온 선발대의 노고가 느껴집니다.

완전체 봉사단, 센터 앞에서
▲ 완전체 봉사단, 센터 앞에서

김진석 대표에게 재롱떠는 보리
▲ 김진석 대표에게 재롱떠는 보리

맑은 공기, 시원한 바람, 탁 트인 전경과 따뜻한 공양, 그리고 한 잔의 차로 피곤했던 몸이 단번에 상쾌함으로 씻겨 내려갑니다.

공양을 마친 뒤, 막간의 한가로움을 즐깁니다.
▲ 공양을 마친 뒤, 막간의 한가로움을 즐깁니다.

입재식, 오리엔테이션, 봉사 현장 배치에 이어 저녁 공양 후에는 내일 진료를 위한 약제 준비를 합니다. 노동요를 들으며 서로 웃고 떠들고, 하얀 가루를 날리며 약을 만들다 보니, 한 회원이 “마치 먼 시골 지하에서 마약을 제조하는 기분이네요”라며 농담을 건넵니다.

다음날 진료를 위한 약제 조제 중
▲ 다음날 진료를 위한 약제 조제 중

첫째 날 - 실리폰

걱정과 기대, 설렘이 뒤섞인 마음으로 진료소로 향합니다. 접수부터 바이탈 체크, 양의학·한방 진료, 약국, 안과 검진, 치과 교육까지 각 파트가 유기적으로 협력하며 운영됩니다. 때로는 어설프고 삐걱거릴지라도, 우리의 진심과 사랑이 전해지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모두가 웃으며 진료에 최선을 다합니다.

양방 진료
▲ 양방 진료

시력 검사
▲ 시력 검사

필리핀 치과의사 진료
▲ 필리핀 치과의사 진료

진료 받는 지역민들과 생기있는 아이들의 눈빛에 우리가 더 많은 에너지를 받습니다.

해맑은 아이들
▲ 해맑은 아이들

평소에 의료 혜택이 거의 없는 지역이라, 뭐 하나 해줘도 감사해 하고, 또 효과가 빠릅니다. 아픈 침 치료도 꿋꿋이 견디는 그들을 보며, 미안한 마음에 더욱 정성을 다해 치료합니다.

한방 진료
▲ 한방 진료

보람차고 뿌듯한 마음, 함께하는 행복한 감정은 잠시 접어두고, 평가 회의는 냉철하게 진행합니다. 내일은 새벽 3시에 기상해 먼 곳으로 이동하여 진료할 예정입니다. 진료를 준비하기 위해, 오늘도 ‘마약 제조 공장’이라 불리는 약 포장 작업은 계속됩니다.

이틀째 - 산페르난도 보나카오

부스스한 얼굴로 새벽 3시에 일어나 버스를 타고 이동합니다. 어둑한 밤거리를 ‘보리’가 호위하면서, 주변의 짖는 다른 개들의 접근을 막습니다. 사방을 돌아다니며 한쪽 다리를 들고 오줌을 조금씩 흩뿌리는 모습에서 든든함과 대견함을 느끼면서도, 어떻게 저렇게 조금씩 나누어 누는지 신기하기만 합니다.

새벽에 버스로 이동하는 중
▲ 새벽에 버스로 이동하는 중

멀리 3시간을 달려 온 두 번째 진료 장소

이미 현지 봉사자들이 나와 진료 준비를 하고 있고, 많은 주민들이 치료 받기 위해 대기하고 있어 시장통같이 북적입니다. 첫날의 시행착오를 개선하며, 여러 시스템을 변경했습니다. 진료가 시작되고 다소 시간이 지났는데도 한방 진료는 한가했습니다. 아직 한의학 치료라는 개념이 없어 사람들이 신청을 안하고 있다고 합니다.

한방진료팀(왼쪽부터 장규태, 윤정숙, 윤정환, 한수경)
▲ 한방진료팀(왼쪽부터 장규태, 윤정숙, 윤정환, 한수경)

그래서 본보기를 보이기 위해 장규태 님과 함께 치료에 집중해봅니다. 즉각적인 치료 효과가 나타나고, 8개월 동안 팔을 들지 못했던 분이 정상적으로 팔을 들게 되자, 사람들이 웅성거리기 시작합니다. 통역을 하던 사람도 정말 8개월 동안 그랬던 게 맞느냐며 환자에게 다시 묻습니다. 덕분에 소문이 나서 그런지 오후에는 쉴 새 없이 바쁩니다. 침을 무서워하던 사람들이 용기 내어 맞고, 그런 모습을 서로 사진 찍고, 재밌어 합니다. 아픈 침을 맞다가 찡그리는 사람을 보며, 까르르 웃습니다.

북적이는 한방 진료
▲ 북적이는 한방 진료

점심 공양시 지긋이 때를 기다리는 견공. 결국 낚였습니다.
▲ 점심 공양시 지긋이 때를 기다리는 견공. 결국 낚였습니다.

모두가 바빴던 봉사가 끝났습니다. 평가회의를 하면서 뿌듯한 마음을 서로 표현하고 공감합니다. 다른 봉사자들과 환자들을 보면서 감동을 받았다며 눈물을 흘리는 봉사자도 있습니다.

나누기 하며 눈물을 흘리고 있는 봉사자들
▲ 나누기 하며 눈물을 흘리고 있는 봉사자들

사흘째 진료 - 퀘존 가못

새벽 4시 반에 기상, 아침 기도 후 6시에 출발했습니다. 오늘은 좀 더 깊숙하게 들어갑니다. 소위 말하는 오지. 버스로 3시간을 달린 후에, 버스가 못 들어가 일부는 벤으로 갈아타고, 일부는 걸어갑니다. 전날 비가 많이 왔는지 길은 질척이고, 신발과 바지는 진흙으로 범벅이 됩니다. 하지만 시원한 공기와 푸른 산새, 나무들이 마음을 편안하고 상쾌하게 해 줍니다.

질척거리는 땅, 앞에 봉사 장소인 학교가 보인다.
▲ 질척거리는 땅, 앞에 봉사 장소인 학교가 보인다.

걸어가던 중 생강을 판매하는 차량이 지나가자 손을 들어 신호를 보냈습니다. 비록 차량에서 심하게 텅텅 소리가 나고, 진동과 함께 기름 냄새가 강하게 났으며, 앉아 있는 나무판자가 고정되어 있지 않아 차량이 가다 서다 할 때마다 심하게 흔들렸지만, 낯선 타국의 시골 오지에서 히치하이킹을 해보았습니다.

차에 올라타니 이미 회원 두 명이 자리를 잡고 있었습니다. 그들은 이내 “미인계로 꼬셨다”고 농담을 건넸습니다.

학교는 깔끔한데, 아직 운동장 같은 부속 시설이 제대로 정비되지 않은 상태입니다. 초등학교 학생들이 분주히 의자와 책상을 나르며, 진료를 위한 준비에 분주합니다. 우리 봉사자들이 요구하면, 선생님이 학생들에게 이것저것 시키는데, 아무 군말이 없습니다. 오히려 환한 얼굴로 물건 나르기, 물 퍼오기, 청소를 열심히 합니다. 해결사처럼 여기 저기서 물건을 구해오는 모습이 정말 신선했습니다.

물건을 나르며, 진료 준비하는 학생들
▲ 물건을 나르며, 진료 준비하는 학생들

아이들은 진흙길도 얇은 슬리퍼나 맨발로 척척 잘 다닙니다. 위험할 것 같아 멍석이라도 깔아야 하나 했는데 아이들은 전혀 문제없다고 합니다. 오히려 봉사하러 온 우리가 더 조심해야 한다고 합니다.

맨발로 다니는 아이들
▲ 맨발로 다니는 아이들

현지 필리핀 봉사자들도 합류하면서, 의료 봉사를 시작합니다. 한방 쪽은 많은 환자가 오지는 않았지만, 봉사 스텝들이나 선생님들이 한방을 선호하면서 침을 많이 맞았습니다. 필리핀 현지 의사가 와서 종양 제거 수술도 했습니다. 전체적으로 감기 환자가 많다고 하는데, 봉사 후 지금 공사 중인 학교와 현지 마을을 탐방하면서 그 이유를 알았습니다.

이가영 님을 졸졸 따라다니는 아이들, 마치 『사운드 오브 뮤직』의 한 장면 같습니다.
▲ 이가영 님을 졸졸 따라다니는 아이들, 마치 『사운드 오브 뮤직』의 한 장면 같습니다.

진료를 마친 후 모든 봉사자들과 함께
▲ 진료를 마친 후 모든 봉사자들과 함께

공사중인 학교를 견학하면서 현지 마을을 방문했습니다. 마을의 족장 부부가 몸이 좋지 않아 치료를 진행했습니다. 가장 잘 산다는 족장의 집조차 나무로 지어진 단출한 구조였고, 방이 따로 없는 툇마루 같은 공간에서 부부가 생활하고 있었습니다.

다른 집들 역시 규모가 작은 나무집이거나, 대나무와 잎을 엮어 지은 임시 구조물에 가까웠습니다. 이처럼 비가 자주 오고 일교차가 큰 환경에서는 추위에 그대로 노출될 수밖에 없어 보입니다. 감기 환자는 기본이고, 영양 상태가 좋지 않아 복통과 두통을 호소하는 이들도 많았습니다.

부실한 나무 집
▲ 부실한 나무 집

마을 족장 부부는 다소 몸이 좋아져서 표정이 달라지며 환한 얼굴로 ‘엄지 척’ 사진을 찍었습니다. 마을 아이들과 함께 하는 시간도 있었습니다.

센터 상주 봉사자 최은실 님
▲ 센터 상주 봉사자 최은실 님

그네를 함께 타는 모습
▲ 그네를 함께 타는 모습

봉사자들과 함께
▲ 봉사자들과 함께

향훈 법사님과 아이들
▲ 향훈 법사님과 아이들

잃어버린 핸드폰, 들켜버린 내 마음

시간이 되어 다시 큰 군용 트럭을 타고 돌아옵니다. 많은 인원이 탈수 있는 차량이 저 큰 군용트럭밖에 없습니다.

군용트럭에 타는 모습
▲ 군용트럭에 타는 모습

트럭에 1/3은 앉아가고 나머지는 서서 갔습니다.불편해도 마냥 즐겁습니다.
▲ 트럭에 1/3은 앉아가고 나머지는 서서 갔습니다.불편해도 마냥 즐겁습니다.

30여 명이 함께 흔들리며 이동하던 중, 문득 허전한 느낌이 들어 가방과 주머니를 뒤져보니 핸드폰이 없습니다. ‘아차, 족장 댁에 두고 왔구나!’ 싶었습니다. 말할까 말까 고민하다가 결국 대표님께 말씀드렸고, 법사님이 무전으로 연락해 오토바이로 찾아 오라고 하셨습니다.

‘이런 민폐가 있나’ 싶어 나름 자책하고 있는데, 연락을 받은 쪽에서는 핸드폰이 보이지 않는다고 합니다. ‘아… 어쩔 수 없지’ 하며 포기하려는 마음과, 내일 한 번 더 가보자고 하신 말씀에 기대하는 마음이 교차합니다.

그러면서 인연이 다한 물건이라면 어쩔 수 없다는 생각을 해봅니다. 금도끼 은도끼 동화 같이 "이 핸드폰이 네 핸드폰이냐?" 하며 족장을 더 치료하라는 계시가 아닐까 하는 농담을 하면서 마음을 가라 앉힙니다. 그때 대표님이 '유레카'를 외치며 핸드폰을 들고 나타났습니다. 알고 보니 한 회원이 자기 것인지 알고 가지고 있다가 나중에 본인 핸드폰이 가방에 있는 걸 알게 된 것입니다.

핸드폰을 잃어버린 짧은 순간 처음에는 당황스럽고 답답했지만, 마음이 괴롭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회원들에게 나중에 들어보니 찾기 전 표정과 찾은 후 표정이 달랐다고 합니다. '아 나도 몰랐던 마음을 들켰구나' 했습니다. 돌아보니 확실히 찾은 후에 마음이 더 가벼운 건 사실이었습니다. 한편으로는 약간의 자유로움도 느꼈습니다. 한국에서 해야 할 일들과, 여러 sns 뉴스에서 자유로와지겠구나 하면서. 결국 집착과 자유로움은 환경이나 도구의 문제가 아니라, 내 마음이 짓는 것임을 다시 알았습니다.

나흘째 - 끼타오타오 디공안

새벽 4시 반에 기상, 아침 기도 후 이동합니다. 중간에 아침 식사에 걸린 시간을 빼고 2시간을 넘게 이동하여 도착한 학교. 역시 수 많은 인파로 북적이고 있습니다.

인파로 북적이는 진료 현장
▲ 인파로 북적이는 진료 현장

필리핀 전통 춤을 추는 학생들의 퍼포먼스 후에, 교육청, 군청, 의료 재단 등에서 지원 나온 인원들과 함께 진료를 시작합니다.

전통춤을 추고 있는 민다나오 학생들
▲ 전통춤을 추고 있는 민다나오 학생들

오전 10시경, 벌써 접수 인원이 300명을 넘었습니다. 시장통 같은 곳에서 접수, 바이탈 체크, 현지의사 진료, 한국의사 진료, 치과 진료, 한방 진료, 시력 검진, 어린이 교육 프로그램, 약국팀이 톱니바퀴 돌아가듯이 움직입니다.

역시 감기 환자가 많고 의외로 안과 환자도 많습니다. 한방은 근골격계 환자와 나중에는 안과, 두통, 소화 불량 환자도 많이 왔습니다.

안과 환자를 치료하고 있습니다.
▲ 안과 환자를 치료하고 있습니다.

침에 대한 두려움을 가졌던 사람들도 하나둘씩 치료를 받기 시작하자, 점점 많은 인원이 몰려들기 시작합니다. 짧은 영어로 환자에게 증상을 물으면, 통역 봉사자가 다시 비샤야어로 질문하고, 그 답을 영어로 다시 통역해 줍니다. 그 과정이 한국어로 소통할 때만큼 정확하지는 않지만, 환자의 상태를 파악하고 치료하는 데에는 큰 무리가 없습니다. 대부분이 의료적 치료를 거의 처음 받아보는 탓인지, 혹은 순수하게 믿는 마음 때문인지, 환자들의 증상이 빠르게 호전되는 모습이 인상적입니다.

원래는 400명까지만 접수하려 했지만, 무려 3시간을 산 넘고 물 건너 찾아온 마을 사람들이 있었습니다. 그중에는 양쪽 눈이 전혀 보이지 않는 어르신도 있었습니다. 안과 관련 침 치료를 비롯해 다양한 의료 서비스를 받고는 표정이 밝아져 갔습니다.

3시간 동안 산과 강을 건너 진료 받으러 온 시각장애인과 그 아내
▲ 3시간 동안 산과 강을 건너 진료 받으러 온 시각장애인과 그 아내

그렇게 오늘 하루 총 진료 인원은 540명에 달했습니다. 정신없이 분주한 진료 시간이 훌쩍 지나갔고, 4일간 누적 진료 인원은 1,500명을 넘어섰습니다.

화합의 날, 사라진 목소리

모든 진료를 마친 다음날, 전체 평가회의를 통해 개선점과 향후 진행 방향에 대해 논의했습니다. 또한 JTS에서 짓고 있는 학교를 견학하고 봉사자들과 화합하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일부는 개방된 트럭을 타고 가고, 일부는 벤을 타고 이동했습니다.
▲ 일부는 개방된 트럭을 타고 가고, 일부는 벤을 타고 이동했습니다.

푸른 하늘, 푸른 물과 어울리는 푸르른 마음들
▲ 푸른 하늘, 푸른 물과 어울리는 푸르른 마음들

신나게 놀았습니다!
▲ 신나게 놀았습니다!

시원한 강가에서 물놀이를 마치고 돌아오는 길, 빗방울이 떨어지기 시작했습니다. 개방된 트럭 위에서 비를 맞으며 노래도 부르고, 해방감을 느끼는 순간이었지만, 곧 비는 심상치 않게 변해갔습니다.

폭포수처럼 쏟아지는 비에 온몸이 흠뻑 젖었고, 그 후유증으로 감기 기운이 돌기 시작하더니, 귀국하는 날엔 결국 후두염으로 악화되어 목소리조차 제대로 나오지 않았습니다. 빠듯한 일정 속에서 환자 진료와 봉사자들의 치료까지 이어지며 피로가 누적된 상태였는데, 결국 마지막엔 쏟아지는 빗줄기 앞에 무너지고 말았습니다.

돌아오는 비행편에서 동행한 도반들이 각자 비상용으로 챙겨 온 영양제와 약을 하나둘 꺼내 건네줍니다. 따뜻한 물과 차도 가져다 줍니다. 목소리는 잘 나오지 않았지만, 도반들의 따뜻한 마음에 오히려 마음은 푸근해졌습니다.

귀국한 날 아침, 곧바로 JTS 안산다문화센터로 봉사를 하러 갔습니다. 말이 잘 나오지 않아 다소 불편하긴 했지만, 그런 나 자신을 그대로 인정하며 회원들과 함께 편안하고 즐거운 마음으로 봉사할 수 있었습니다.

JTS 민다나오 센터에서 바라본 비온 뒤 전경
▲ JTS 민다나오 센터에서 바라본 비온 뒤 전경

한 봉사자의 아이디어로 야외에서 공양을 했습니다. 제 생애 가장 멋진 야외 식당이었습니다.
▲ 한 봉사자의 아이디어로 야외에서 공양을 했습니다. 제 생애 가장 멋진 야외 식당이었습니다.

센터를 떠나면서 마지막 단체 사진
▲ 센터를 떠나면서 마지막 단체 사진


답답함이었습니다. 비록 민다나오 봉사에 대한 궁금함과 기대, 그리고 말 그대로 봉사하고 싶은 마음이 있었지만, 봉사를 신청한 직접적인 계기는 내 생각과 다른 모습을 보이는 큰 아이에 대한 답답함이었습니다. 그냥 믿고 지켜봐야 하는데, 그러지 못한 저에 대한 답답함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정작 현장에서는 그러한 마음은 흔적도 없었습니다. 오로지 하루하루 그 현장에 집중하면서, 그리고 회원들과 함께 하면서 오는 여러 마음들로 가득 찼기 때문입니다. 후기를 쓰면서 봉사의 전 과정이 마음 수행의 과정이었음을 다시 확인합니다.

글_윤정환(정토회 의료팀, 정토행자의 하루 편집자)
사진_정토회 의료팀 민다나오 봉사 참여자들


2025 9월 정토불교대학

전체댓글 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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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병갑

무한한 존경을 보냅니다.

2025-08-31 19:31:13

이주현

봉사현장에 같이 있었던 듯합니다.
더불어 저의 마음도 알아차립니다.
수고하셨습니다~^^

2025-08-31 16:27:29

이정원

어떤 시간이었을지, 저는 편안하게 앉아서 상상해보는 혜택을 덕분에 누립니다. 읽는 내내 노고에 참 고마운 마음이 들었습니다. 건강 잘 회복되셨길 바랍니다🙏

2025-08-31 12:28: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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