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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원 행사 시작 전부터 법당 안은 시종일관 화기애애한 분위기였습니다.
“오랜만에 반가운 분들이 모여 법당 안이 북적북적하니 옛날 생각이 나네요. 법당이 없어지지 않고 이렇게 다문화센터로 재단장해서 쓰이게 돼 다행이에요.”(행신모둠 정지민 님)
잠도 설치고 나와 서로 맡은 자리에서 각자의 역할에 최선을 다하는 도반들의 모습이 어느 때보다 아름다웠습니다.
센터 안은 120명을 예상했으나 192명이 참석하여 자리가 부족했습니다. 봉사자들은 바깥 복도 끝까지 양쪽 줄로 앉아 행사에 참여했습니다. 잔칫집에 손님이 많은 것은 흐뭇한 일이지요. 덕분에 공양간 담당 도반들은 더더욱 바삐 음식을 준비해야 했습니다.
10시 30분, 금촌모둠 모둠장 최수영 님이 사회자로 나서 JTS 일산다문화센터 개원식의 시작을 알렸습니다. 개원식에는 유수스님, 정토회 대표 전해종 님, JTS 대표 김기진 님, 지부ㆍ지회 법사, 인천경기서지부 지부장과 지회장, 정토회원과 외국인 주민분들이 자리를 가득 메웠습니다.
정토회 대표 전해종 님이 먼저 개원을 축하하는 인사를 전했습니다.
“JTS 일산다문화센터 개원을 축하합니다. 개원식에 이렇게 많은 분들이 와주셔서 감사합니다. 개원식을 준비하시느라 일산지회 회원들, 특히 거사님들과 노보살님들이 수고 많이 하셨다고 들었습니다.
한 나라 인구의 5%가 외국인이면 다문화 사회에 진입했다고 봅니다. 국내에 250여 만 명의 외국인이 있다고 하니 대한민국도 이제 다문화 국가인 것이지요. 이러한 추세에 발맞춰 JTS에서 다문화 사업을 본격적으로 추진하고 있고요. 인경지부에서는 JTS 안산다문화센터에 이어 두 번째로 일산다문화센터를 개원해 정말로 반갑고 뜻깊은 일이라 생각합니다.
이러한 경사에 빼놓을 수 없는 분이 계시지요. 안산다문화센터의 월광법사님. 법사님이 계시다는 건 저희들한테 정말 고맙고 든든한 일입니다. 한인오 실행위원장님이 봉사자, 시설 모두 부족하게 출발한다고 하셨지만, 월광법사님을 비롯하여 좋은 경험을 공유하고 있기 때문에 잘 헤쳐나가리라 믿고 응원합니다. 여러 가지 꽃들이 모여 아름다운 화단을 이루듯이, 다문화센터가 복지의 공간을 넘어 세계전법으로 나아가는 교두보가 되기를 바랍니다.”
뒤이어 JTS 대표 김기진 님이 축하 인사를 전했습니다.
“2015년 안산다문화센터가 설립된 이후 9년 만에 세 번째로 문을 연 일산다문화센터 개원식에 참여하니 감개가 무량합니다. 코로나로 인해 온라인으로 전환하면서 활용도가 떨어진 법당이 이렇게 다문화인과 함께 살아갈 수 있는 다문화 공간으로 의미 있게 쓰일 수 있어 감사합니다. 30년 동안 원조받는 나라에서 원조하는 나라로 바뀐 건 대한민국이 유일합니다. 누군가에게 받은 복을 우리도 함께 나누면서 살아갈 수 있는 다문화센터 운영이 활발히 진행될 수 있도록 JTS에서도 적극 지원하겠습니다.”
다음으로 일산다문화센터 개원 준비 과정 영상이 상영되고, 일산지회 지회장이자 JTS 일산다문화센터 실행위원장인 한인오 님의 개원 경과보고가 이어졌습니다.
“모든 잔치의 숨은 영웅은 뒤에서 모든 것을 준비해주는 분들이지요. JTS 일산다문화센터를 개원하기까지 두 달간 많은 분들이 내 일처럼 수고해주셨습니다. 개원 준비를 위한 회의 11회, 시설 보수(법당 물품 정리, 바닥 공사, 창호지 도배, 전기. 난방 점검, 케이블 및 컴퓨터 설치, 커튼 달기, 대청소)와 유관 기관 방문, 공양 준비 등에 투입된 봉사 인원 115명, 개원식 당일 현장 봉사 인원 54명으로 이렇게 많은 분들이 일사불란하게 움직이며 모자이크 붓다의 한 조각을 담당하여 큰 행사를 잘 마쳤습니다.”
한인오 실행위원장의 보고가 끝나자 그동안 수고했던 모든 분들을 위한 우레와 같은 박수가 터져나왔습니다.
오늘은 특별한 손님들이 많이 참석했습니다. 고양시 다문화가족지원센터 유미진 국장님, 파주시가족센터 조은미 팀장님, 파주이주노동자센터 샬롬의집 임경란 국장님, 몽골다문화어학원 ‘나무’의 우레 박사님이 축하 인사를 해주었습니다. 경기도 양주 마하보디사(寺)의 아티다 스님(한국법호 우연스님) 외 두 분의 스님도 참석하였습니다.
아티다 스님의 축하 인사입니다.
“이주민들을 위해 도움이 필요한 일이 아주 많습니다. 얼마 전에도 스리랑카 친구가 다리가 절단된 사고가 있었어요. 의정부 외국인노동자지원센터가 폐쇄되어 안타까웠는데, 이렇게 가까운 곳에 일산다문화센터가 개원돼 정말 고맙습니다. 부처님의 가르침처럼 차별 없는 사회에서 하나 되어 살아갈 수 있는 기회를 주신 여러분께 감사드립니다. 여러분들의 수고가 한국 사회에 도움 되는 보람으로 돌아올 것을 믿습니다. 도움 받는 우리들 또한 도움 주는 역할을 하겠습니다.”
JTS 일산다문화센터에서 진행할 한글교육, 의료ㆍ보건지원, 라인댄스, 영어통역, 요리 봉사 등의 프로그램과 함께 봉사자 소개가 있었습니다. 봉사자 대표로 일산지회 황점순 님이 인사를 했습니다.
“2년 전 정토사회문화회관에서 보리수 활동할 때 유수스님께서 뭘 잘하냐고 물으셔서 댄스라고 하니까 “그건 어디다 쓰지?” 하셨었어요. 스님, 저는 이제 여기 일산다문화센터에서 라인댄스 봉사로 잘 쓰이겠습니다!”
황점순 님의 재치 있는 말에 좌중은 순식간에 웃음바다가 되었습니다.
오늘 프로그램 중 의미 있는 시간이 있었는데요, 안산다문화센터의 월광법사님이 축사를 영상으로 보내주었습니다.
“추운 겨울을 지나 다양한 꽃들이 피어나는 따뜻한 봄날 일산다문화센터 개원을 축하합니다. 저도 임진각에 기도하러 다니면서 이곳 일산법당의 도움을 많이 받았습니다.
지금도 많은 이주민 분들이 말할 수 없는 고통을 받으며 도움이 절실히 필요한 상태에 있습니다. 저희 센터가 다른 센터와 다른 점은 연기적 세계관을 가지고 한다는 겁니다. 그들은 결코 불쌍한 사람이 아니라는 것, 우리와 다같이 연결되어 있다는 것을 아시잖아요. 부처님께서 이 길을 가셨고 스승님이 계시기 때문에, 우리 개인은 다 부족하지만 모자이크의 한 조각이 되어 모두가 행복한 세상을 만들어가는 데 힘을 모아주시길 부탁드립니다. 일산다문화센터가 그 역할을 잘할 거라 믿습니다. 우리 일산지회 회원님들의 따뜻한 마음들이 모여 정성을 다하다 보면 다문화 가족들에게도 따뜻한 쉼터가 될 거라 생각합니다.”
화면에 담긴 월광법사님의 모습과 축사가 끝나자 벅찬 감동으로 뜨거운 박수가 터져나왔습니다. 이 자리에도 안산다문화센터 외국인 주민과 고려인, 봉사자들이 축하를 위해 다수 참석했습니다. 불모지와도 같았던 다문화 사업에 월광법사님이 뿌려놓은 씨앗들이 어느새 하나씩 인연을 맺어 지금 세 번째 다문화센터 개원까지 이어졌으니, 법사님의 간절한 발원과 그간의 노고에 잠시 숙연해지는 마음이었습니다.
분위기를 바꿔 일산지회의 명물(!)인 ‘낮은음 공명 중창단’의 축하공연이 이어졌습니다. 남성회원들로만 이루어진 중창단의 중구난방 노래 공연을 들으며 대중은 배꼽을 잡으며 즐거워했습니다. 아, 역시 공연은 잘하는 것보다 살짝 모자라고 어설프지만 당당하게 임하는 모습이 훨씬 더 큰 재미와 박수를 받는다는 것을 새삼 깨달았습니다.
공연으로 들뜬 분위기를 정리하며 유수스님의 개원 축하 법문을 청해 들었습니다.
"일산다문화센터 개원을 축하합니다. 이 자리를 축하해주시기 위해 몽골, 고려인, 스리랑카, 미얀마, 중국에서도 오셨는데요, 다문화센터가 이분들의 쉼터가 되고 문화의 전당이 될 수 있기를 바랍니다.
현재 우리나라의 1ㆍ2차 산업은 외국인 노동자들에 의해 지탱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우리 정토사회문화회관도 거의 동남아 외국인이 지었습니다. 내가 먹고 입고 자는 게 이 분들의 노력으로 이루어지고 있음을 잊지 말아야 합니다.
하지만 현실적으로는 인권ㆍ의료ㆍ법률적으로 열악한 사각지대에서 다양한 어려움에 직면해 있습니다. 일례로 스리랑카인이 최근 한 달에 4명씩이나 자살하고, 다문화인의 자녀도 초등학교에 진학하면 30~40%나 왕따 경험을 한다고 합니다. 낯선 나라에 와서 고향도 못 가고 외롭고 막막한 다문화인들을 위로하고, 공감해주고, 문제를 해결할 방향을 제시해줄 수 있는 센터가 어느 때보다 절실히 필요합니다.”
유수스님은 정토회와 JTS에서 다문화센터를 주요한 사업으로 정한 이유와, 이를 대하는 수행자로서 우리의 자세까지도 세세하게 짚어주었습니다.
“다문화센터를 건립한 것은 첫째, 우리 사회에서 가장 열악한 곳에 종사하고 있는 이 분들을 위해 그들이 잘 정착하도록 지원해주기 위해서입니다. 두 번째는 그들과 친구처럼 함께하고 부처님의 법을 실천하여 그들이 여기에 있든, 자국으로 돌아가든 붓다 담마의 힘으로 괴로움 없이 살 수 있도록 해주는 것, 그들이 받은 대로 또 다른 사람들에게 법의 씨앗을 전하는 것, 이것이 진정한 전법이라고 생각합니다.
일산법당이 2011년에 건립되어 좋은 인력들이 배출되었습니다. 매일 와서 절하던 법당이 코로나로 몇 년 쉬었다가 이렇게 다문화센터로 개원해서 잘 쓰이는 곳이 됐으니 무엇 하나 고정된 것 없는 무상함을 느낍니다. 이 인력들이 힘을 모아 다문화인들과 함께 부처님의 가르침을 실천하는 법의 도량으로 만들어나가기를 기원합니다.
일산다문화센터가 다문화인들의 고향 같은 공간이 되어 법회도 하고, 자국 음식도 만들어 먹고, 불편한 일들도 해소하고, 이렇게 그들이 자신의 역사와 문화를 잃지 않고 살아가도록 자긍심을 심어주는 역할을 할 수 있기를 바랍니다.”
스님은 “남을 돕는다는 마음보다 수행자의 자세로 이들과 함께한다는 관점을 놓치지 말 것”을 거듭 강조하며 법문을 마쳤습니다.
분위기를 바꿔 일산지회 회원들이 다문화센터 개원을 준비하며 그 마음을 담아 ‘함께하는 공연’을 마련했습니다. “작은 가슴 가슴마다 고운 사랑 모아 우리 함께 만들어가요 아름다운 세상~~” 옆사람에게 만국기를 전달하고, <아름다운 세상> 노래에 맞춰 함께 깃발을 흔들며 합창하는 순간, 모두가 하나 된 느낌에 가슴 저 밑에서 잔잔한 감동이 밀려왔습니다.
인천경기서지부 향왕법사님의 닫는 인사가 있었습니다.
“반가움, 감동, 눈물이 있는 개원식이었습니다. 일산법당이 이렇게 다문화센터로 새롭게 거듭나면서 이제 우리 일산에 계신 분들이 다시 어깨를 겯고 함께 손잡고 활동할 무대가 또다시 열린 것 같습니다. 더 많은 이주민들과 함께할 수 있도록 문을 더 열고 마음도 활짝 열어 자부심을 갖고 활동해주시길 응원합니다.”
향왕법사님의 감동적인 마무리 인사에 이어 개원 축하 떡케이크 커팅식이 진행됐습니다.
모든 행사가 끝난 뒤 대중들은 두 줄로 마주보며 앉아 봉사자들이 정성스레 준비한 과일과 떡, 차를 먹으며 차담의 시간을 가졌습니다. 돌아가는 대중들을 배웅하며 마지막까지 훈훈한 분위기를 연출했습니다.
“오늘 너무 좋았어요. 스님 법문 들어보니 아, 한국 사람들도 다문화의 상황에 대해 잘 알고 있구나 싶어 감사한 시간이었어요.”
“아티다 스님 소개로 개원식에 참여했습니다. 내가 사는 고양시에 다문화센터가 생겨 반갑고 고마운 마음입니다. 파주에 스리랑카 가족들이 많이 살아요. 시간 되시면 4월 21일 파주 서영대학교에서 열리는 스리랑카 설 축제에 놀러 오세요.”
“오늘 너무너무 좋았어요. 의정부 외국인노동자지원센터가 문을 닫아서 안산에만 다니다가 일산다문화센터가 생겨서 너무도 반갑고 고맙습니다. 이곳에서도 자주 뵙도록 할게요.”
“개원을 축하합니다. 이주노동자들의 인권 상담을 받아 문제를 해결해주는 일을 하는데, 앞으로 일산다문화센터와 함께 소외된 다문화인들의 인권을 위해 함께 고민할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다문화센터 개원식은 혼자서는 할 수 없지만 함께라면 못할 것이 없다는 것을 실감한 생생한 모자이크 붓다의 현장이었습니다. 자신이 맡은 자리에서 최선을 다해 함께 큰일을 채워나간 수행의 장이었습니다. 특히 부처님이 보여주셨던 평등심과 자비심을 실천할 수 있는 장소가 우리가 함께 수행했던 법당에서 다문화센터로 이어지고 있다는 이 귀한 인연이 새삼 감동과 감사로 다가와 더 뭉클했던 개원식이었습니다.
“고통받는 그 사람이 부처다!” 스님의 말씀처럼 부처를 모시고 부처의 삶을 체험하는 데 이곳이 법당에서 다문화센터로, 다문화인들과 함께 화합하고 교류하는 따뜻한 공간으로 자리 잡길 응원합니다.
글_양은하(인천경기서부지부 일산지회)
사진_양은하(인천경기서부지부 일산지회)
편집_김난희(강원경기동부지부 원주지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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