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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대 초반에 화장품 대리점을 하다가 모두 날려버렸습니다. 산더미 같은 빚을 갚으려고 화물 트럭 운전을 시작했고, 다행히 빚도 청산하고 돈도 많이 벌었습니다. 이렇게 번 종잣돈으로 경제적 자유를 누려보고자 그 다음엔 주식을 시작했습니다. 주식을 본격적으로 하게 되면서 도서관에서 많은 책을 보게 되었습니다. 주식투자에 마음공부가 병행돼야 한다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자연스레 불교에 관심을 가지면서, 법륜스님 책도 만났고 즉문즉설 법문도 들었습니다. 주식시장 모니터를 볼 때 법륜스님의 영상도 함께 띄어놓고 보는 날이 많아졌습니다.
그러다가 가지고 있던 주식의 가격이 바닥을 찍고 수중의 돈을 모두 날렸습니다. 그때 제 욕심의 끝을 보았습니다. 경제적, 육체적, 정신적으로 가장 바닥인 곳까지 내려갔고, 캄캄한 방 안에 갇혀 있는 것 같았습니다. 미래가 도저히 보이지 않았습니다. ‘다 끝내자’며 죽으려고도 했지만 죽지 못했습니다. 정신을 차리고 다시 살아보자는 생각이 들면서 앞으로 무얼 할까 고민했습니다. 정토회에서 마음공부를 해야겠다 싶었고, 평택법당이 적당해 보였습니다. 평택에서 기숙사가 제공되는 회사에 취직했고, 그곳에서 일하면서 법당에 다녔습니다.
15평 남짓한 공간에 스크린을 내려놓고 네다섯 명이 앉아 영상법문을 듣고 있는 평택 법당에 들어가 앉았는데, 마음이 참 편안했습니다. 주말에도 특별한 일이 없어 JTS 거리모금을 따라 나갔습니다. 다음 해 1월 천일결사 입재식에 사람들이 간다길래 “저도 갑시다” 하며 따라나섰습니다. 입재식에서 매일 아침 5시에 정진하기로 약속을 했고, 그렇게 약속한 아침 정진을 지금까지 꾸준히 해오고 있습니다.
취직한 회사에서는 늦은 밤까지 근무할 때가 많았습니다. 하지만 회사에 취직할 때 처음부터 사장님과 약속을 했습니다. “제가 수요일에는 어디 좀 가야합니다. 수요일에는 무조건 저녁 5시에 퇴근하겠습니다. 안 되면 저 못 다닙니다.” 사장님의 허락을 받고 매주 수요일 저녁에 수행법회를 들으러 갔습니다. 얼마 있다 불교대학에 입학했고, 불교대학은 화요일 저녁에 있었습니다. “사장님 제가 화요일도 어디 좀 가야됩니다. 죄송하지만 화요일도 저녁 5시에 퇴근하겠습니다. 안되면 회사를 다니기 어렵습니다.” 사장님이 또 허락했습니다. 제가 회사 일을 매우 성실하게 했기에 사장님이 양해해줬던 것 같습니다.
법당에서 법문 듣는 게 참 좋았습니다. 마치 바짝 말랐던 스펀지가 물을 만나 흠뻑 젖는 것처럼 법문을 들었습니다. 그렇게 재밌게 법당에 다녔습니다. 당시는 불교대학과 경전대학이 각각 일 년 과정이었고, 저는 둘 다 개근으로 졸업했습니다. 개근해야겠다는 생각보다는 법문이 늘 재미있고 유익해 법문을 놓치고 싶지 않았습니다. <깨달음의 장>에도 갔습니다. 그곳에서 하염없이 울었습니다. <깨달음의 장>을 마칠 때에는 온 우주가 제 마음에 있는 것 같았습니다. ‘이제 살아도 좋고, 죽어도 좋다’는 마음이 올라오면서 마음이 강해지는 게 느껴졌습니다. 이후 정토회 활동에 적극적으로 참여했습니다.
화성지회는 보기 드물게 지회장과 지원 담당이 모두 남성입니다. 2021년 온라인 정토회로 정식 전환되면서 직장인들의 접근성이 좋아졌고, 최근에는 남성들도 정토회에 많이 오는 추세입니다. 연령대도 젊은 층이 많아졌습니다. 화성지회는 연혁이 오래되지 않아 활동가층이 두텁지는 않지만, 도반들이 정이 많고 끈끈합니다. 주로 온라인으로 만나지만, 실천 활동을 할 때 오프라인으로 만나면 밝은 표정과 기쁜 마음이 오고 갑니다. 무엇보다 솔선수범하는 도반이 많습니다. 도반애가 깊고 꾸준히 정진하는 도반이 많아 귀감이 됩니다.
10차 화성지회장으로 선출되었을 때 감사한 마음이 가장 컸습니다. 동시에 직장 다니면서 역할과 일정이 만만치 않은 지회장 소임을 하려니 부담감도 좀 있었습니다. 그렇게 시작한 지회장 역할을 돌아보니 일 중심으로 소임을 했던 건 아닌가 싶습니다. 시간에 쫓기면서 도반들과 소통을 원활히 못한 것이 아쉽습니다.
회의에서 “이렇게 하는 게 좋겠습니다, 이렇게 갑시다”라고 말했는데 도반들이 반대할 경우, 제 고집이 강하게 올라오는 게 느껴졌습니다. 도반들의 의견을 잘 들어주고 그 마음을 살피면서 ‘그러셨구나, 그럴 수도 있겠다’며 제 생각을 내려놓는 게 잘 안됐습니다. 도반과 부딪칠 때 서운한 마음과 제 마음을 좀 알아줬으면 하는 마음이 들었습니다. 그 과정에서 제 ‘꼬라지’를 봤고, 돌이키면서 참회도 많이 했습니다. 소임 덕분에 공부 거리를 찾아 나갔습니다. 가만히 있었더라면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을 겁니다. 갈등을 통해 제 안에 잠재되어 있던 업식이 드러났습니다. 그렇게 알아차린 업식을 하나씩 고쳐나가고 있습니다.
지나고 보니 갈등이 꼭 나쁜 것은 아닙니다. 마음이 불편하거나 부정적인 생각이 들 때 제 밑 마음을 잘 살펴보면 거기에는 대개 탐진치1 삼독 중 하나가 자리 잡고 있었습니다. 욕심을 부리거나, 성질대로 하려거나, 아니면 옳고 그름을 따지며 고집을 피우는 등 삼독 중 하나에 사로잡힌 경우가 대부분이었습니다. 부딪치는 경계마다 공부하는 재료가 됩니다.
2차 만일결사의 시작과 함께 다시 화성지회장으로 선출되었을 때 망설임도 있었지만 서원행자이기에 흔쾌히 수락했습니다. 지회장 소임은 대중의 마음을 잘 챙기며 해나가는 것이 중요한 것 같습니다. 한 사람 한 사람의 의견을 소중하게 여기고 존중하면서 그 위에서 일을 도모할 때 화합된 분위기도 나오고 추진력도 생깁니다. 도반을 이해하고 존중하며 관계를 잘 맺으면 일은 저절로 되는 듯합니다. 10-10차에는 일을 중심으로 잘하려는 마음이 컸기에 서로의 능력치를 비교하기도 했는데, 이제는 마음가짐과 사람이 중요한 것을 압니다. 도반이 중요하고 도반이 소중합니다.
저는 현재 ‘지금에 깨어 있기’를 수행과제로 삼고 있습니다. 마음이 불편해서 살펴보면 부정적인 마음일 경우가 많았습니다. 지금 아무 일도 없는데, 지난 과거를 생각하거나 일어나지도 않은 미래를 걱정하고 염려하면서 애달파했습니다. 명상에서 호흡에 집중하며 차분해지는 경험을 통해 지금에 깨어 있는 것의 중요함을 알게 되었습니다. 생각해보면 태어나 지금까지 살면서, ‘지금’을 떠나 본 적이 없습니다. 생각으로 과거와 미래를 일으켰을 뿐, 삶은 항상 지금입니다. 부처님 법을 모를 때는 밖에서 교과서를 찾았습니다. 부처님 법 만나 공부하면서 저 자신이 교과서라는 것을 알았습니다. 24시간 이 교과서를 떠날 수가 없습니다. 항상 갖고 다니는, 제 마음이라는 교과서를 늘 들춰보고 있습니다.
저는 부처님 법 만난 것, 부처님 가르침을 친절하고 자상하게 가르쳐주는 스승님을 만난 것을 참 감사하게 생각합니다. 흘러가는 대로 살다가, 정토회를 만나 ‘어떻게 살아야 되는가’에 대한 관점이 잡혔습니다. 삶의 방향을 찾았습니다. 이 공부를 평생 재미있게 해나가고 싶습니다.
‘나에게 정토회란 한마디로 길’이라면서, 정토회를 만나 방황과 허무에서 벗어나 삶의 방향을 찾았다는 이강환 님. 평생 부처님 법을 배우고 마음공부 하겠다는 말에 ‘부처님 법 만난 것을 기뻐하며 모두 배우겠습니다’라는 사홍서원이 떠올랐습니다. 꾸준히 정진하고 봉사하며 본보기가 되어주는 선배 도반이 있어 든든하고 고맙습니다. 저도 기쁜 마음으로 모두 배우겠습니다.
글_김진희 희망리포터(대전충청지부 청주지회)
편집_이혜수(서울제주지부 성동지회)
탐진치 욕심ㆍ성냄ㆍ어리석음. 이 세 가지 번뇌는 열반에 이르는 데 장애가 되므로 삼독(三毒)이라 함.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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