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토행자의 하루

성남지회
지혜로운 어른, 고집부리지 않는 어른

오늘의 주인공은 밝은 미소의 성남지회 전법활동가 허태은 님입니다. 자신의 수행 이야기는 별로 특별한 것이 없다며 걱정하였지만, 허태은 님과의 인터뷰와 써주신 글로 그 만의 수행 경험들이 진솔하게 와닿았습니다. 아이를 이해하고자 심리학을 공부했던 허태은 님이 정토회를 만나 어떤 마음 공부를 하였는지 이야기를 들어봅니다.

동료와의 갈등이 정토회와의 인연으로

허태은 님
▲ 허태은 님

직장 동료에게 상처를 받았습니다. 동료는 심리상담가이고 저와는 친밀한 관계였습니다. 저는 그 동료를 보며 ‘어찌 저럴 수 있나?’라는 생각에 실망감과 억울한 마음이 들어 힘들었습니다. 힘든 마음을 풀고자 다른 사람에게 이 억울함을 얘기하고 호소할수록 마음은 더욱 불편해졌습니다. 이를 계기로 '마음공부를 한번 해봐야겠다'라고 생각하였고, 불자로서 대학생 때부터 법륜스님(당시 최석호 법사)을 알고 있었기에 정토회에 오게 되었습니다.

아버지의 죽음으로 생긴 공황증

저는 딸만 여덟인 집에 일곱째로 태어났습니다. 종손인 아버지는 아마도 아들을 원했을 테지만 전혀 그런 티를 내지 않고 어머니만 바라봤습니다. 그리고 딸들 모두 공부시켰습니다. 경제적으로 풍요롭진 않았지만, 부모님은 교육열이 높았습니다. 그러나 아버지 혼자 여덟의 딸을 공부시키는 건 힘든 일이었습니다. 그래서 첫째 둘째 언니를 공부시키고 졸업한 첫째 둘째 언니가 셋째 넷째 동생들의 공부 뒷바라지를 했습니다. 언니들도 아버지의 마음을 헤아렸기에 아래 동생들을 자연스럽게 공부시켰고, 서로를 돕는 관계로 자매들 간의 우애도 깊었습니다.

제가 세상에서 가장 존경하는 분은 아버지입니다. 아버지는 팔 대 종손임에도 불구하고 아들에 연연해하지 않고 어머님께 한결같고, 힘든 살림에도 여덟 명의 딸을 공부시키고, 항상 온화하게 말하고, 돈이 생기면 자식들 먼저 먹이겠다고 먹을 것을 사 들고 오셨습니다. 그런 아버지의 모습이 아직도 눈에 선합니다.

그런 아버지가 제가 고3 때 세상을 떠났습니다. 아버지를 잃은 슬픔은 이루 말로 표현할 수가 없었습니다. 제가 얼마나 충격이 컸는지 장례식 후 이틀 동안 잠만 잤다는 이야기를 가족들에게 들었습니다. 그 후 주사처럼 뾰족한 걸 보거나 병원에서 치료받을 때 극도로 긴장해서 실신하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의사는 공황장애일 거라고 말했습니다. 공황장애 약은 먹지 않았지만, 아버지를 잃은 후 이런 증상이 반복되었습니다. 그런데 불교대학에 다니면서 <깨달음의 장>을 다녀오고 정진을 시작한 이후로 지금은 증상이 많이 호전되었습니다.

아들! 마음공부의 출발점

저는 임신중독으로 두 아이 다 2kg으로 출산했고 인큐베이터에 들어갔습니다. 직장생활을 하면서 제 몸과 마음 관리를 잘하지 못해 아이들에게 인큐베이터 신세를 지게 했던 것이 항상 미안했습니다. 아들은 아토피도 있었고 밥도 잘 먹지 않는 등 어려움이 있었습니다. 아들은 새로 전학 온 학교에서 친구들의 나쁜 장난에 휩쓸리지 않고자 애쓰며 지내다 스트레스를 많이 받았습니다. 그러다 상태가 전보다 더 나빠졌습니다. 아토피는 더 심해졌고, 우수했던 성적도 많이 떨어졌습니다.

저는 그때부터 아이를 이해하고자 부모 교육도 받고, 뒤이어 심리학을 공부했습니다. 심리학 공부를 계기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청소년들에게 봉사를 시작하였습니다. 이것이 자연스럽게 일로 연결이 되었고 직장생활도 다시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이렇게 새롭게 시작한 직장생활에서 사람과의 갈등이 생겼는데, 갈등을 해결하고자 마음공부가 필요함을 깨닫고 정토회와 인연을 맺게 되었습니다. 그렇게 아들로 인해 심리학까지 공부하게 되면서 저는 아들한테 늘 감사하다고 말합니다. 그런 아들은 오히려 제게 엄마가 늘 공부하고 정토회 활동을 해서 감사하다고 말합니다.

법당이 있을 때는 7시 반 수업을 위해 늘 저녁 6시쯤 집에서 나갔습니다. 저녁 시간에 엄마가 나가니 아들이 “맨날 왜 나가느냐?”고 불만이었습니다. 그런데 그런 아들이 ‘도대체 이 정토회가 뭐지?’, 너무 궁금하다며 불교대학에 입학했습니다. 그 후 “불교대학에 다녀 보니 왜 엄마가 이 공부를 하는지 이해가 되었다.”라고 말했습니다. 그런 아들을 보며 기쁘기도 하고 ‘예전의 시련, 힘들었던 점들이 다 디딤돌이 되는구나!’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사라진 공황증과 변화된 삶

남편과 함께 불교대학에 다니면서 도반이 되었고, 지금은 아들도 불교대학을 공부했습니다. 큰 기대를 하지 않고 간 <깨달음의 장>에서 예상치 못한 체험을 했습니다. 저는 집단상담을 해 본 터라 <깨달음의 장>도 막연히 집단상담과 비슷하겠다 생각했습니다. 그러나 <깨달음의 장>은 집단상담과는 아주 다른 새로운 경험이었고, 제게 인생의 방향을 알려주는 길라잡이가 되었습니다. 그 후로 천일결사 입재식에 참여하여 수행을 시작했습니다.

경전대학을 졸업하고 일요법회 진행을 시작으로 불교대학과 경전대학을 진행했습니다. 봉사하면서 특별히 크게 부딪히거나 힘든 일은 없었습니다. 저는 수행, 보시, 봉사 중 제일 어려운 것은 수행이라고 생각하는데, 제가 제일 안 되는 부분이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열심히 수행하는 분들을 보면 살짝 부럽기도 합니다. 직장 다니며 매일 삼백 배씩 하는 분들은 더욱 대단해 보입니다.

2022년 가을불대 복지 활동(맨 오른쪽 허태은 님)
▲ 2022년 가을불대 복지 활동(맨 오른쪽 허태은 님)

저는 출장 갔을 때는 기도를 빼먹기도 했고, 어느 때 도반과 부딪혔을 때는 한 달간 하지 않은 적도 있습니다. 도반이 제게 ‘내 상황도 모르고 이래라저래라.’ 하니 분별이 났습니다. 그러나 다시 돌이켜보며 ‘그 도반 입장에서는 할 일을 했는데, 내가 내 생각으로 그 도반을 좋지 않게 생각한 것이다.’라는 마음이 들었습니다. 또한 '내가 옳다는 생각에 빠져 있었구나'라고 깨우치게 되었습니다. 힘들 때는 수행이 더 안 되기도 했으나, 그러나 또 수행으로 다시 마음을 되돌릴 수 있었습니다. 지금 생각해보면 그 도반이 나를 깨우친 스승입니다.

어느 날 직장 동료에게 무척 화나는 일이 있었습니다. 다음 날 새벽 기도를 하면서 ‘아! 내가 내 입장에서만 생각했구나. 내 문제구나.’라는 알아차림이 있었습니다. 기도 후 바로 알아차린 마음을 장문의 문자로 동료에게 보내니 마음이 한결 가벼워졌고 서로를 이해하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또한 꾸준한 명상을 통해 평소 들뜨고 긴장하는 성격도 많이 차분해졌습니다.

꾸준한 수행이 제게 준 선물은 아버지의 죽음으로 발생한 공황장애가 거의 사라졌으며, 긍정적인 시각으로의 전환, 남 탓에서 상대를 이해하고 나를 돌아보는 관점으로 바뀌게 된 점입니다. 수행이 제게 미친 제일 큰 영향력은 이렇게 나를 돌아보는 관점의 전환입니다. 아직 부족하지만 조금씩 나아지는 제 모습을 보며 매일 매일 감사드립니다.

보시의 의미와 발원

보시하기 위해 JTS(Join together Society)에 정기 후원합니다. 이번 인도 성지순례 중 수자타 아카데미에 특별 보시도 했습니다. 어려운 환경 속에서도 아이들이 건강하게 공부하는 모습, 아이들에게 꿈을 심어 주는 현장을 보면서 가슴이 벅 차올랐습니다. 올해 처음 입사 한 아이들이 준 돈을 보시로 의미 있게 쓸 수 있어서 감사했습니다. 그리고 ‘인도 성지순례를 세 번 가자. 갈 때마다 세 번 특별 보시하자.’라는 원도 세웠습니다.

인도성지순례 성남지회 도반들과(오른쪽 세번째 허태은 님)
▲ 인도성지순례 성남지회 도반들과(오른쪽 세번째 허태은 님)

일반 절에 보시할 때는 왠지 마음이 흡족하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정토회에서는 정말 잘 쓰이고 꼭 필요한 곳에 보시한다는 생각이 들어 이제는 보시가 제게 무엇보다 큰 기쁨이 되었습니다. 예전 정토회에서 ‘북한 아동 돕기 옥수수 일만 톤 보내기’ 할 때도 즐겁고 기꺼이 보시했던 일이 생각납니다.

봉사는 일요법회 진행을 시작으로 불교대학, 경전반 진행을 여러 차례 하면서 많은 공부가 되었습니다. 학생들의 나누기를 들으면서 ‘학생들이 더 뛰어나구나!’라는 생각이 들었고 오히려 제가 부족하다는 생각이 들어 부끄러워지기도 했습니다. 진행하면서 듣는 법문은 매번 새롭게 들렸습니다. 그래서 매번 소임에 감사함을 느꼈습니다. 그렇게 봉사하면서 성장하는 내 모습을 보았고 더불어 사는 행복이 무엇인지도 알게 되었습니다.

2022년 가을불대 으뜸절 방문(맨 오른쪽 허태은 님)
▲ 2022년 가을불대 으뜸절 방문(맨 오른쪽 허태은 님)

저의 발원은 ‘지혜로운 어른, 고집부리지 않는 어른’이 되는 것입니다. 그래서 평생 수행 정진하고자 합니다. ‘수행만이 내가 고집부리는 것을 막아주겠구나!’라고 생각합니다. 예전에 한 달 동안 수행하지 않았을 때, 그때 제 모습이 수행 전으로 되돌아갔습니다. 그래서 ‘꾸준한 수행이 정말 중요하구나.’라는 걸 깨달았습니다. 하다가 넘어지는 일이 생겨도 오뚝이처럼 다시 일어나서 나아가고자 합니다. 평범하게 살아가는 감사함도 지금 이 순간순간의 소중함을 아는 것도 다 불법을 만났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저는 제가 살아있는 날까지 계속 수행할 것입니다.


허태은 님과 같이 ‘평범하면서도 귀한 사람들이 모여 손에 손잡고 담벼락을 넘어가는 담쟁이넝쿨처럼 정토회를 끌어 나가는구나!’ 라는 생각이 듭니다. 끝까지 수행을 놓치지 않고 정진함을 응원합니다. 우리도 나이 들수록 ‘지혜로운 어른, 고집부리지 않는 어른’인지 점검해 보았으면 합니다.

글_허태은(강원경기동부지부 성남지회)
인터뷰_정은주(강원경기동부지부 성남지회)
편집_김윤희(강원경기동부지부 용인지회)

전체댓글 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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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선

꾸준한 수행이 중요하다는 말씀에 공감합니다. 좋은 경험 나눠 주셔서 감사합니다.^^

2023-10-13 09:52:20

정애심

따뜻한 보살님의 미소에서 아버님이 보였습니다. 편안하게 수행보시봉사하시는 보살님~~ 응원합니다^^

2023-06-01 11:19:29

김남희

꾸준히 수행하신 모습에 고개가 숙여집니다.

2023-05-09 07:52: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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