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토행자의 하루

국제지부
함께 만들어가다
김순영 님 두 번째 이야기

오늘은 국제지부 김순영 님의 수행담 2화입니다. 서로 다른 국가에 살기에 한 번의 화상회의조차 힘든 국제지부를 잘 이끌어 온 김순영 님의 지부장 소임 이야기가 이어집니다.

사분정근(四分精勤) 1, 1000 배 정진 – 나에게 준 가장 큰 선물

해외정토 행자대회 등 행사도 많아졌고 본격적인 외국인 전법을 위해 모임을 할 수 있는 공간이 필요했습니다. 2019년 워싱턴 미주 정토회관 증축 불사를 시작했습니다. 그런데 진행이 더딘 차에 여러 어려움과 코로나 팬데믹이 덮치면서 업자가 철수하였습니다. 저는 그때 굉장한 분별심이 올라왔고 원망하는 마음도 들었습니다. 평소 분별하는 마음은 순간순간 있었지만, 원망심이 올라온 것은 처음이었습니다. ‘이 원망심은 나도 죽이고 도반들도 죽이겠다.’라는 생각이 들어 절을 하기 시작했습니다.

정일사2 정진 기간에 하루 300배를 하는데, 저는 스스로 더 필요하다고 여겨 500배를 했습니다. 500배를 하면서도 부족한 것 같아 네 달 동안 사분정근으로 700배를 했습니다. 사분정근은 하루에 4번 기도를 하는 것인데, 기도를 하면서도 이 마음이 풀리거나 해결이 되지 않았습니다. 그러면서 ‘아! 내가 이것도 욕심으로 하고 있구나!’를 알아차리고 10차는 정진을 최우선 목표로 하자 마음먹고 1000배로 늘려 정진을 계속 해보기로 했습니다. 하기 싫은 날도, 하고 싶은 날도 그냥 했습니다. 그렇게 1년 1000배 정진하는 동안 국제지부가 설립되었습니다.

2003년 정일사 수련(앞 줄 맨 오른쪽 김순영 님)
▲ 2003년 정일사 수련(앞 줄 맨 오른쪽 김순영 님)

불사도 불사지만, 만나야 할 활동가가 많아지면서 도반들과 화합해서 활동하는 것이 최우선이라 정진을 놓으면 안 되겠다는 생각이 들어 빠지지 않고 정진했습니다. 그 정진이 제게 정말 큰 힘을 주었습니다. 지부장을 맡으니 바빠 운동할 시간도 부족한데 절이 운동도 되고 체력도 길러주었습니다. 분별심이 올라오면 그냥 방석에 엎어져 절을 하고, 때론 절하며 울기도 했습니다.

‘지부를 운영할 동안 갈등과 분별이 일어나더라도 먼저 문제 삼고 싸우지 말자. 모든 사람은 다 소중하고 각자의 역할이 있고 장단점이 있다.’ 이렇게 화합을 첫 번째 목표로 정진을 계속했습니다. 그렇게 2020년 10월부터 꼬박 2년은 매일 1000배 정진, 마지막 10-10차는 너무 바빠 시간도 부족하고 무릎이 아파 500배 정진을 했습니다. 10차 3년 간의 이 정진이 바로 가장 잘한 일이자, 스스로에게 주는 가장 큰 선물이었습니다. 정진하며 나 자신과 대화를 수도 없이 나누었습니다. 어떤 날은 하기 싫어 울기도 하고, 또 어떤 날은 다하지 못해 밤 12시에 절하고 자기도 했습니다.

한국과 똑같이! – 도반과의 갈등

저는 부모나 형제자매 사이에 별 갈등 없이 평탄하게 지냈습니다. 남편이나 시부모 등 시집 식구들과도 별다른 갈등이 없었습니다. 대학에서 연구하고 학생들을 가르치니 업무에 독립성이 보장되어 자기 일만 잘하면 되었습니다. 그렇게 저를 지원해주는 갈등 없는 분위기와 환경에서 성장하고 일했습니다.

저는 한국에서 정토불교대학, <깨달음의장3>, <나눔의장4>, 천일결사5 입재 등을 했습니다. 한국에서 경험했던 것만 생각하며, 미국에 와서는 여기에 사는 사람들은 알지도 못하고 본 적도 없는 규칙들을 내세우며 ‘이렇게 해야 한다, 저렇게 해야 한다.’ 하며 괴롭혔습니다. <깨달음의장>도 장소가 없어 빌려서 해야 하고, 한국처럼 시스템을 갖춰 놓은 상태에서 할 수가 없는데 한국과 같은 시스템을 요구했습니다.

정작 저는 사람들이 왜 힘들어하는지는 몰랐습니다. 지금 생각하면, ‘내가 옳다’는 생각이 정말 강했습니다. 저와 함께 활동하던 팀장이 저 때문에 힘들다, 같이 일 못 하겠다, 정토회 활동을 그만두겠다고 했을 때는 거의 패닉 상태와 같은 충격을 받았습니다. 정말 많이 울었고, 제가 사람을 힘들게 하는 존재라고 생각하니 너무 받아들이기 힘들었습니다.

정진하면서 ‘더디더라도 힘 빼고 천천히 가자. 힘을 빡 넣고 너무 잘하려고 했구나. 그러니 사람 마음도 살피지 못했구나.’ 하는 것을 알아차렸습니다. 그리고 ‘잘하려는 마음을 내려놓고 천천히 사람들과 보조를 맞춰서 가자.’ 이렇게 마음을 돌리는 연습을 했습니다.

저는 항상 사람보다 일이 먼저 보이고, 기획과 판단이 빠른 편인데다 가르치려는 업식까지 있어, 함께 일한 도반들이 많이 힘들었을 겁니다. 이 지면을 통해 저 때문에 힘들었을 도반들에게 진심으로 참회하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함께 활동해서 정말 고마웠다고 말하고 싶습니다. 가끔 순간순간 올라오는 마음이 있지만, 1000배 정진과 사분정근(四分精勤)을 한 경험이 힘이 되어 ‘또 놓치고 있구나.’라고 곧 알아차립니다.

정토회 활동을 통해 여러 사람을 만나면서 저마다 일하는 속도와 마음이 다른데, 이런 점들을 보지 못하고 제 스타일과 속도로 하려 해서 갈등이 있었습니다. 갈등은 힘들었지만, 그 과정을 통해 어떻게 함께해 나가야 하는지, 그리고 민주적으로 소통하는 것이 무엇인지, 화합이 어떤 의미인지를 알았고 또한 그 과정에서 정진이 큰 힘이 되었습니다. 나와 다른 도반들 덕분에 갈등을 경험했고, 그 경험 덕분에 나를 돌아보게 되었고, 그 덕분에 참 많은 것을 배웠습니다. 모든 것이 도반들 덕분입니다. 도반이 진실로 수행의 전부입니다.

국제지부가 나아갈 길

1차 만일결사6 9차, 10차에는 한국의 여느 지부와는 달리 국제지부는 스스로 만들어가는 과정이었고, 어떻게 세계 전법을 할지 설계부터 시작해서 그 설계도에 따라 주춧돌을 놓았습니다. 2차 만일결사의 1차(2-1차로 표기) 때는 뼈대 올리는 작업, 2차는 내부 인테리어를 하는 과정이 될 것입니다.

2022년 INEB(International Network of Engaged Buddhism-세계참여불교국제연대) 행사 국제지부 봉사자들과 함께(맨 앞 줄 오른쪽 네번째 김순영 님)
▲ 2022년 INEB(International Network of Engaged Buddhism-세계참여불교국제연대) 행사 국제지부 봉사자들과 함께(맨 앞 줄 오른쪽 네번째 김순영 님)

2-1차에는 국제지부에 지원국과 콘텐츠국이 만들어집니다. 그리고 콘텐츠와 각종 교육 프로그램을 개발하는 ‘교육개발위원회’를 신설합니다. 위원회 하나와 두 개 국이 함께 조직을 잘 만들어가는 것이 2-1차의 과제입니다. 또한 각 지회별로 외국인들과 어떻게 활동할지를 계획하고, 지회조직과 지부조직을 함께 잘 조직화하는 것도 과제입니다. 이것이 ‘뼈대를 올리는 일’입니다.

지부와 지회가 잘 소통하고 공유하면서 국제지부의 특성에 맞춰 회원을 교육하는 것이 2-2차의 과제, 즉 ‘내부 인테리어’ 작업입니다. 이후 2-3차는 그 동안 다양한 언어로 배출된 외국인 회원들과 함께 본격적인 외국인 전법을 시작할 수 있을 것입니다. 2-2차까지 준비과정으로 본다면 2-3차는 본격적인 외국인 전법 활동으로 출발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지금 행복하지 않다면 수행자가 아니다 - just do it

2차 만일결사 때는 법사교육을 받으면서 기획위원장도 함께 해야 합니다. 기획위원장은 정토회 전체 전망을 가지고 여러 단위와 소통하면서 미래를 준비하는 일입니다. 다양하게 소통하여 내용을 잘 취합해서 발표하는 것이 제 역할입니다. 하지만 최우선 순위로 법사교육에 집중하고 싶습니다. 사람 마음도 살피고 교육도 소홀히 하지 않으면서, ‘일, 사람, 교육’ 삼박자의 균형을 잘 맞추는 것이 저의 수행과제입니다. 제 업식이 ‘잘해야 한다’는 것인데, ‘잘해야 한다’에서 ‘잘못해도 괜찮다. 안되어도 괜찮다.’라고 한 생각 돌리는 것을 불사하면서 배웠습니다. 최선을 다하되 결과가 좋지 않더라도 그 결과를 바탕으로 또 하면 되고 그것을 과제로 이어가면 됩니다. 그래서 잘해야 한다는 욕심이 발동하면 마음을 내려놓고 그냥 ‘just do it(그냥 하자)’을 속으로 되뇌입니다.

2018년 1월 로힝야 난민지원(뒷 줄 가운데 김순영 님)
▲ 2018년 1월 로힝야 난민지원(뒷 줄 가운데 김순영 님)

2022년 12월 정토행자상 시상식(가운데 김순영 님)
▲ 2022년 12월 정토행자상 시상식(가운데 김순영 님)

소임, 교육 이 모든 것이 수행이라는 관점을 가지고 ‘수행으로 하라, 지금 행복한가? 지금 괴롭고 행복하지 않다면 수행자가 아니다.’라고 계속 물으며 확인합니다. 불사하면서 너무 하기 싫고 행복하지 않았습니다. ‘자신이 행복하지 않으면서 어떻게 전법을 말할 수 있나? 우선 스스로가 행복해야 한다.’라고 생각한 것이 사분정근을 하게 된 계기였습니다. 그런 정진 과정을 통해 ‘수행으로 한다. 즐겁고 행복하게 한다.’라는 의미를 조금은 알 수 있었습니다.

뜻 맞는 사람들과 재미있게 활동하는 것은 수행이 아니라, 그냥 자신의 업식에 맞춰 일하는 것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뜻이 맞아 화합이 잘 되는 도반을 만나면 그대로도 좋습니다. 그러나 갈등이 생기는 도반을 만나면 그것이 수행할 수 있는 최적의 조건이 됩니다. 이것을 넘어서면 어떤 곳에서도 행복하게 활동할 수 있을 것입니다. 활동하면서 도반과의 갈등으로 마음이 무거울 때 ‘나쁜 일이 아니다. 내가 옳다는 생각으로 고집하는구나!’ 알아차리고 그걸 뛰어넘을 때, 산 정상에서 느끼는 감동과 기쁨을 체험할 것입니다. ‘수행으로 활동하라. 지금 행복하게 활동하라.’ 지난 활동 속에서 어려움과 돌이킴을 경험하며 제게 선물이 된 이 두 마디를 후배 도반들에게도 선물하고 싶습니다.


김순영 님을 인터뷰하며 국제지부의 상황을 새롭게 알 수 있어 흥미롭기도 하고, 타지에서 얼마나 힘들었을지 안타까운 마음도 들었습니다. 그야말로 황무지의 개척자처럼 일한 노고가 마음 한편에 짠하게 와 닿았습니다. 게다가 사분정근과 1000배 정진을 2년 동안 매일 했다니 너무 놀라워 입을 다물지 못했습니다. 훌륭한 법사가 될 거라 믿어 의심치 않습니다. 새로운 땅 국제지부에 주춧돌을 얹은 것처럼, 앞으로 더 많은 외국인에게 널리 널리 부처님 법을 전파하는 날들을 상상해 봅니다. 국제지부의 특징인 ‘준비된 것이 없으니 함께 만들어 간다’는 말처럼 전 인류가 부처님 법을 만날 그날까지 함께 만들어가기를 기원합니다.

글_김윤희(강원경기동부지부 용인지회)
편집_도경화(대구경북지부 동대구지회)


  1. 사분정근(四分精勤) 하루를 사분하여 하루에 네 번 정근하는 것을 말한다. 

  2. 정일사정토회를 일구는 사람들의 준말로 정토회 활동가들을 위한 수행 프로그램. 

  3. 깨달음의 장 4박 5일 기간의 정토회 수련 프로그램. 평생에 한 번만 참여할 수 있음. 

  4. 나눔의 장 자신을 사랑할 수 있고, 인간관계가 평화로워지는 4박 5일 정토회 수련 프로그램. 깨달음의 장을 다녀온 참여자만 신청하여 참여할 수 있음. 

  5. 천일결사 정토회는 개인의 행복과 정토세상 실현을 위해 1993년 3월 만일결사를 시작. 3년을 정진하면 개인의 의식 흐름이 바뀌고, 30년(만일)을 정진하면 한 사회가 바뀔 수 있다는 믿음으로 3년(천일) 단위로 천일결사 정진을 이어오고 있음.  

  6. 만일결사정토회는 개인의 행복과 정토세상 실현을 위해 1993년 3월 만일결사를 시작. 3년을 정진하면 개인의 의식 흐름이 바뀌고, 30년을 정진하면 한 사회가 바뀔 수 있다는 믿음으로 3년 단위로 천일결사 정진을 이어오고 있음 

전체댓글 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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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갈등없던 사람이다. 아이들 가르치던 사람이다...에서부터 글을 읽기 싫어지네요. 갈등이없었다면 억압만 있었겠죠. 남에게 트라우마 주는 사람이 깨달음 얻었다는 핑계글이 뻔할것 같고 아직도 남탓과 자신의 분노가 글에 콕콕 박혀 있네요.

2023-07-09 13:32:55

자재왕

이런 능력과 실천은 어디에서 오는 것일까요?
마음 속에 세운 커다란 원에서 오는 것이겠지요.
정토행자상 받으실만 하네요. 존경스럽습니다.

2023-04-13 18:00:06

정명화

읽으며 참 공감이 많이 됩니다. 저도 얼마 전 활동하면서 도반과의 갈등으로 "정토회 활동을 그만 둘가"라는 생각까지 하게 되었습니다. 수행으로 활동하라, 지금 행복하게 활동하라는 말이 너무 와 닿아 메모지에 써 노트북앞에 붙여 두었습니다. 수행담 고맙게 잘 읽었습니다. 감사합니다~~

2023-04-04 06:23: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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