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토행자의 하루

김해지회
내 인생을 교통정리 한 '수행'

놀 것 다 놀고, 365일 중 360일 술 마시고 살던 사람이, 수행을 1순위로 놓고 산다면 믿기시나요? '형성되었기에 바뀔 수 있다'라는 말이 지식이 아닌 실제 일어나는 일임을 박성완 님에게서 알았습니다. 제 머리에 깊숙이 박힌 '사람은 안바뀌어'라는 말, 이제 지워야 하나 봅니다. 지금 들어보시죠.

자유로운 영혼이었던 나

저는 항상 자유로운 영혼이라 불릴 정도로 하고 싶은 건 다 하면서 살았습니다. 대학생 때는 6개월간 네팔, 태국, 캄보디아 등을 혼자서 배낭여행 하였고, 한국에 돌아와서도 공부할 땐 공부하고 놀 때는 실컷 놀아서 졸업도 늦고 첫 취업도 29살에 하였습니다. 첫 직장에서는 해외영업부에 들어가 인도로 혼자 3년간 파견되었는데 남들은 파견근무를 가지 않으려 했는데 저는 어디서든 잘 먹고 잘 적응하는 성격이라 문제없었습니다. 오히려 배낭여행 때와는 다르게 회사의 지원으로 편안하게 생활하고 일하며 나름 재밌는 인도 생활을 보냈습니다.

바라지장 (왼쪽에서 두 번째가 박성완 님)
▲ 바라지장 (왼쪽에서 두 번째가 박성완 님)

그리곤 회사를 그만두고 한국에 돌아와 다시 3개월 동안 자전거로 일본 일주를 마친 다음 한 번도 해보지 않은 외식업에 뛰어들었습니다. 10여 년 동안 실패와 성공을 반복하며 몇 개의 매장들이 안정되어 갈 즈음, 제 나이 마흔한 살에 열한 살 연하의 아내를 만나 6개월 만에 결혼하였습니다.

좋을 줄 알았던 결혼생활

그런데 좋을 줄만 알았던 결혼이 제 인생을 이렇게 힘들게 할 줄 몰랐습니다. 제가 술 좋아하고 사람 좋아하는 것을 아내가 다 알고 결혼했기 때문에 큰 문제가 없을 줄 알았는데 하는 일마다 아내의 반대에 부딪히기 시작했습니다. '그 모임을 왜 하냐, 그 사람을 왜 만나냐, 왜 이렇게 늦게 오냐, 직원들이랑 무슨 할 말이 그렇게 많냐' 등등 집에 들어갈 때면 아내에게 또 무슨 말을 듣고 어떻게 싸우게 될지 긴장이 되었습니다.

결혼생활은 숨이 콱콱 막히고 몸이 불타고 바짝바짝 말라가는 느낌이었습니다. 그렇게 되니 더 악순환이 반복되었습니다. 아침부터 서로 짜증 내고 싸우게 되니 출근할 때도 인사 없이 나가기 일쑤고, 사무실 가다가도 일할 마음이 생기지 않아 조용한 곳에 차를 세우고 씩씩거리다가 낮부터 술을 퍼마시곤 했습니다. 술 취해 집에 들어가면 목소리가 높아지고, 그러다 욕설까지 오가고, 나 죽겠다고, 너 죽이겠다고, 서로 난리 치면서 그냥 둘 다 미쳐가는 느낌이었습니다. 젊은 시절 연애도 많이 하고 사회생활도 많이 했지만, 사람들과 싸우는 일이 거의 없었는데 결혼하고 싸움이 끊이지 않는 삶을 살다 보니 도대체 어떻게 이 문제를 풀어야 할지 몰랐습니다. 인생의 가장 큰 실패가 결혼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아내, 딸들과 함께
▲ 아내, 딸들과 함께

불법을 만났으나

답을 찾기 위해 주위 사람들에게 물어보기도 하고 책과 유튜브를 보다가 스님의 즉문즉설을 만났습니다. 스님의 즉문즉설에 빠져 살며 혼자 해답을 찾던 중 〈깨달음의 장1〉에 호기심이 생겨 찾아갔습니다. 지금도 3년 전 문경수련원에서의 〈깨달음의 장〉을 잊을 수가 없습니다. 불교대학 공부도 하지 않고 즉문즉설 몇 편 보고 찾아간 그곳에서 저는 엄청난 충격을 받았습니다. 밖에서는 호인 배로 사는 척하지만 알고 보면 제가 얼마나 쪼잔하고 이기적인 사람인지, 남에게 인정받기 위해 얼마나 애쓰며 살고 있는지, 세상 오만 일에 얼마나 분별심을 일으키며 살고 있는지, 화와 짜증이 얼마나 많은 사람인지, 다 제가 시비를 걸었기에 그 모든 싸움이 시작되었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모든 것이 밖에서 오는 것이 아니라 제 마음이 일으킨다는 것을 알게 된 후 한결 마음이 편안해졌습니다. 그렇게 〈깨달음의 장〉에서 불법의 맛을 본 후 불교대학에 입학하고 경전대학까지 들어갔습니다. 그러나 시간이 흐르면서 점점 수행을 게을리하고, 남들에게는 불교대학과 〈깨달음의 장〉을 권하며 수행하라고 얘기하면서 정작 저는 여전히 술 마시고 늦잠 자며 예전의 모습으로 돌아가고 있었습니다. 그러자 ‘수행은 해서 뭐 하나’ 의심이 늘기 시작했고, 천일결사 기도는 10일도 안 되어 중도 포기하고, 경전대학도 수업 일수 부족으로 졸업하지 못했습니다. 아무것도 하기 싫은 상태로 짜증과 화가 치솟아 부부싸움도 다시 잦아졌습니다.

바라지장 공양 후 (앞줄 오른쪽에서 두 번째가 박성완 님)
▲ 바라지장 공양 후 (앞줄 오른쪽에서 두 번째가 박성완 님)

아이들에게 나쁜 업식을 물려주지 않으려면

그러던 중 몇 번의 유산 후에 어렵게 아내가 임신하고 쌍둥이 딸이 태어났습니다. 쌍둥이가 태어나고 정신없는 하루를 보내는 중에도 저는 여전히 매일 술을 마시고 밖으로 돌고 있었습니다. 그래도 아기들 앞에서는 싸우지 않으려 노력했지만 참다 참다 다시 싸움하며 저와 아내의 우울증은 깊어갔습니다.

그래도 화내고 짜증 내는 저의 나쁜 업식은 아이들에게는 물려주기 싫어 즉문즉설을 찾아보다가 “어떻게 하면 좋은 아빠가 될 수 있을까요?”하고 질문하는 것을 보았습니다. 그런데 스님은 “아이들에게 잘하려 하지 말고 아빠는 무조건 엄마한테만 잘해라.”라는 제가 전혀 생각지도 못한 대답을 했습니다. 아이들은 엄마의 영향을 가장 많이 받으니 아이에게 맛있는 거 사주고 좋은 옷 사주는 게 중요한 게 아니라 엄마의 마음이 편안한 것이 가장 중요하다는 말씀이었습니다.

정말 망치로 머리를 한 대 얻어맞은 듯 정신이 번쩍 들었습니다. 아이들한테는 다정다감하게 얘기하면서 아내에게는 짜증 내는 제 모습이 너무 부끄러웠습니다. 그렇게 충격을 받고 화들짝 놀란 마음에 그날은 300배 절을 했습니다. 절하면서 아내에게 너무 미안한 마음이 들었습니다. 저렇게 바쁘게 아기들을 키우고 있는데 아빠란 사람은 술 마시고 짜증만 내고 있었으니 얼마나 힘들었을까 이해하는 마음이 들었습니다.

수행을 1순위로

그러나 ‘짜증 내지 말자, 화내지 말자, 다정하게 말하자.’라고 머리로는 매번 다짐해도 현실에서는 늘 잘되지 않았습니다. 그 이유가 수행을 꾸준히 하지 않아서라는 것을 자각했고, 다시 수행하리라 결심했습니다. 그런데 365일 중 360일 술 마시고 골프 치고 다양한 모임에 빠짐없이 참여하면서 사업까지 확장하려니 수행에 집중하기가 어려웠습니다. 이래서는 안 되겠다는 생각에 먼저 수행을 1순위로 두고 제 삶을 교통정리 했습니다. 매일 마시던 술도 끊고 모임도 대부분 탈퇴하거나 줄였습니다.

그렇게 좋은 아빠가 되고자 다시 수행을 시작하고, 경전대학에 재입학하고, 10-8차 입재식에도 참가하면서 도반들과 공동 정진하며 처음으로 빠지지 않고 매일 수행했습니다. 여전히 새벽마다 하기 싫은 마음이 일어나지만, 하고 싶은 골프를 치거나 술을 마시면 허무함을 느끼는 반면, 하기 싫지만 수행하고 나면 보람이 느껴져 그냥 꾸준히 하고 있습니다.

불교대학 졸업식(맨 뒷줄 왼쪽 끝이 박성완 님)
▲ 불교대학 졸업식(맨 뒷줄 왼쪽 끝이 박성완 님)

처음으로 백일을 꾸준히 하고 나니 정말 스님 말씀처럼 제 꼬라지가 너무 잘 보입니다. 남의 짜증은 못 받아주면서 저는 짜증을 내었고, 남에겐 감사할 줄 모르면서 제가 한 일은 내세우려는 모순덩어리인 걸 알게 되었고, 남에게 느끼는 열등감이 자존감이 낮아 그런 줄 알았는데 그게 다 우월감에서 비롯된 것임도 알았습니다. 그리고 어릴 때 친구들 관계에서 받은 상처가 가끔 폭력성으로 나타나고, 짜증 나는 제 마음도 어릴 때 엄마와의 관계에서 비롯되었다는 것도 깨달았습니다. 예전엔 엄마에게 짜증 냈다면 이제는 아내로 옮겨 짜증 내는 것뿐이었습니다.

어머니를 이해하니 아내도 이해가 돼

어머니에 대한 참회와 감사 기도를 하면서 눈물이 거의 없던 제가 눈물을 펑펑 쏟았습니다. 어머니의 아픔과 희생을 알게 되고, 그로 인해 아내의 상처와 아픔까지도 이해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평생 술 마시며 장모님을 힘들게 한 장인어른에 대한 원망과 상처 때문에 저랑은 그렇게 살기 싫었던 아내의 저항과 눈물을 이해할 수 있었습니다.

술도 끊고 매일 아침 수행을 꾸준히 하는 걸 보니 아내도 많이 놀라는 눈치입니다. 그리고 적당히 계산해서 아내에게 맞춰주는 것이 아니라 스님께서 말씀하신 대로 “한도 없이 맞춰 준다”라는 마음으로 아내의 요구에 웬만하면 다 “알았다”라고 대답합니다. 예전에는 수행하면서 짜증 내는 저를 보며 아내는 법륜스님과 정토회에 마음이 더 멀어졌었는데 이제는 제가 전법활동가 교육을 받고 활동하는 것을 지지해줍니다.

가족사진
▲ 가족사진

제 인생의 가장 큰 실패라고 생각했던 결혼이 이제는 정말 소중한 가족으로 만들어주었습니다. 제 인생의 가장 큰 걸림돌이라 생각됐던 아내가 저와의 투쟁(?)을 포기하지 않고 계속 살아줘서 고맙고, 타들어 갔던 저를 살려준 불보살처럼 느껴져 감사한 마음입니다. 힘들게 우리에게 와준 쌍둥이 딸들 덕분에 아내와 어머니, 장모님의 희생과 마음을 알 수 있게 되고, 어떤 게 사랑인지를 조금씩 알아가고 있습니다. 사랑하는 딸들에게 무척 감사합니다.

3년 전 깨달음의 장 회향 때 한 50대 보살님께서 해주신 나누기가 생각이 납니다. “28년간 결혼생활 하며 신랑이랑 죽으라고 싸웠는데 깨달음의 장 다녀오고 나서 한 달 동안 한 번도 싸우지 않았다. 그러면서 ‘지난 28년 동안 내가 다 시비를 걸었구나!’ 하는 걸 깨닫게 되자, 엄청난 충격을 받았다. 그래서 지금은 매일 참회하고 있다.”

이 소중한 나누기가 3년이 지난 이제 서야 저에게 큰 울림으로 다가오고 있습니다. 이 나누기를 되새기며 저는 앞으로도 꾸준히 지난날의 시비심과 잘못을 참회하고, 나는 ‘수행자’라는 관점을 놓치지 않고 세상에 잘 쓰이겠습니다. 부처님 법 만난 것에 감사하고 스님의 가르침에도 늘 감사합니다. 그리고 함께 수행자의 길을 가며 끌어주고 밀어주는 도반님들에게 깊이 감사합니다. 이제는 하고 싶은 것만 하던 예전의 반쪽짜리 자유로운 영혼이 아니라 진정한 수행자로서 제대로 된 자유가 무엇인지 누리며, 낙숫물이 바위를 뚫듯 부지런히 수행 정진해나가겠습니다.


글_박성완(경남지부 김해지회)


  1. 깨달음의 장 4박 5일 기간의 정토회 수련 프로그램. 평생에 한 번만 참여할 수 있음. 

전체댓글 6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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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선영

진솔한 나누기 감사합니다

2023-12-17 21:05:52

로또

저는 범부중생입니다.
로또보다 정토회 다니는 배우자를 얻는게 소원입니다

2023-12-16 09:23:34

박혜정

감사합니다🙏

2023-06-27 09:11: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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