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토행자의 하루

국제지부
아무도 가보지 않은 길
-국제지부 콘텐츠팀 나누기 1-

지난 7월, 10-8차 입재식에서 정토행자상 포교상을 수상한 국제지부 콘텐츠팀을 소개해 드린 바 있습니다. 외국어가 필요한 거의 모든 업무는 국제지부 콘텐츠팀의 손을 거쳐 갑니다. 인도 스님인 구마라습 존자가 중국어로 번역한 많은 경전을 통해 불법이 현재까지 이어오고 있습니다. 한국어 불법을 외국어로 번역하여 법을 전하는 현대판 구마라습 존자, 국제지부 콘텐츠팀 식구들의 나누기를 전합니다.

2018년 11월, 워싱턴 미주정토회관에서 제1차 국제국 워크숍을 마친 후
▲ 2018년 11월, 워싱턴 미주정토회관에서 제1차 국제국 워크숍을 마친 후

모든 해법은 ‘도반’으로부터

김지현 국제국 콘텐츠팀 팀장

김지현 님
▲ 김지현 님

콘텐츠팀은 국제지부에서 가장 오래되고 덩치가 큰 팀입니다. 담당, 꼭지, 봉사자를 합쳐 100명이 넘을 정도로 구성원도 많고 10개 언어를 포함해 기획, 제작, 영어불교대학 기획까지 하는 일도 다양합니다. 그래서 2차 만일에는 세 팀 정도로 나누려고 합니다. 이렇게 사람도 많고 업무가 다양하다 보니 담당자들이 각자 맡은 분야를 책임져주고 저는 처음 시작하는 업무를 세팅하거나 전체적인 방향을 제시하고 결정을 내리는 일을 주로 하고 있습니다. 지금은 어느 정도 자리가 잡혔지만 천일결사 10차 초반에는 제가 직접 만나는 담당들이 10명이 넘었기 때문에 그분들을 어떻게 지원해야 할지 막막하고 답답해하기도 했습니다.

저는 외국어전법에 비교적 일찍부터 참여해왔기 때문에 새롭게 팀을 구성하며 합류하는 분들이 생길 때마다 지금까지 해온 외국어 전법, 앞으로 가야 할 방향을 설명하고 그 분들이 새롭게 맡은 일들을 이해하고 적응할 때까지 함께 공감하고 고민했습니다. 특히 기반을 닦아야 하는 초기에는 즉시 눈에 보이는 성과가 나지 않기 때문에 담당자들로서는 불안해하고 기운이 빠질 수 있는데 그럴 때마다 “한 걸음씩 해 나가자”고 안심시키고 독려하고 기다렸습니다. 그 과정에서 배운 것은 모든 일에는 시간이 걸린다는 것, 그렇기 때문에 내가 할 일을 하다 보면 어느새 그 일이 되어 있다는 것입니다.

지난 시간 동안 어려움도 많았지만 업무적으로나 수행적으로 성장하고 여유가 생긴 분들을 보며 함께 기뻐하고 감동할 때가 많습니다. 외국어 콘텐츠 제작은 아무도 가보지 않은 길을 개척해야 하는 어려움도 있지만 도반들과 함께 새로운 것들을 구상해서 실험해보고 실현시키는 재미가 더 큰 것 같습니다.

예전에는 ‘내가 하고 말지’ 라는 마음이 컸지만 언젠가부터 나 혼자 해낼 수 없는 크기의 일들을 맡게 되면서 함께 의논해 일을 나누고 더 많은 사람들을 봉사자로 영입하고 활동가로 발굴하게 되었습니다. 그 과정에서 나보다 나은 장점을 가진, 내게 부족한 부분을 채워 주는 도반들을 만나고 그들과 함께 모여 일을하면서 각자가 하는 것보다 더 큰 일을 해낼 수 있었습니다.

소임, 삶을 자유롭게 만들다

이정화 영어번역 담당

이정화 님
▲ 이정화 님

저는 2020년 10차부터 국제지부 콘텐츠팀에서 영어번역 담당 소임을 맡아오고 있습니다. 2019년 성지순례를 다녀와서 당시 국제국을 통해 영어번역 담당 소임을 제안했습니다. 이 소임을 하면 스님의 법문이 현지 언어로 번역되는 것을 바로 접할 수 있고 현지인들에게 스님 법문을 전할 수 있다는 마음에 덥석 소임을 받았습니다. 정토회는 코로나 사태로 인해 온라인 법당으로 전환이 되는 시점이었고 저는 온라인상에서 이루어지는 정토회 활동과 새롭게 주어진 소임에 적응하느라 하루에도 몇 번씩 식은땀을 흘리곤 했습니다.

콘텐츠 팀장 덕분에 업무 처리 방법부터 번역 봉사자 지원까지 배우면서 중간에 그만두는 일 없이 소임을 해올 수 있었고 어느덧 10차를 몇 달 남겨두고 있습니다. 영어 불교대학 개강 준비를 위한 번역지원부터 스님의 법문 영상 번역, 책 번역, 스님의 하루, 매주 발행되는 희망편지 그리고 다양한 다른 부서 번역 지원까지 세계 각국에 계신 봉사자들과 시차를 조율해가며 함께 일하는 동안 이상하리만큼 삶이 조금씩 더 자유로워지는 것을 느꼈습니다.

예전 같았으면 피했을 일도 연구하는 마음으로 해보고 잘하려고 애쓰기보단 배우고 의논하는 자세로 연습했습니다. 잘못한다는 지적을 받으면 의기소침해하던 이전과는 달리 소임을 가르쳐주는 선배 도반들께 감사하고 함께 머리를 맞대고 부서 운영을 연구해주고 번역 봉사해주는 도반들에게 감사할 줄 아는 사람이 되어가고 있습니다.

타인을 이해할 수 있는 기회

고명주 베트남어 담당

봉사하면서 어려운 점은 베트남어였습니다. 읽고 말하는 수준은 되지만, 번역할 정도의 실력은 안 되었기 때문입니다. 그래도 봉사하면서 깨달은 점이 두 가지 있습니다. 하나는 ‘내가 갑질을 했구나!’였습니다. 베트남에 산지 15년이 되었습니다. 베트남 사람이 한국에 15년을 살았다면, 한국말을 엄청 잘했을 텐데 나는 왜 그렇지 못할까 돌아보니, 갑질을 하면서 살아서 그렇구나 싶어 부끄러운 마음이 올라왔습니다.

또 한 가지는 ‘그래도 어떻게든 하면 된다’ 였습니다. 막막했지만 시작하고 나서는 어떻게든 지금까지 하고 있습니다. 외국 관광지에 가보면 한국사람이 보기에 영 어색한 말로 번역된 한국어 관광 안내서를 볼 수 있습니다. 제가 번역하는 베트남어 콘텐츠도 베트남 사람이 보기에는 그럴 수 있겠다 싶습니다. 그래도 없는 것보다는 나았던 한국어 관광 안내서처럼 지금 제가 하는 작업도 그럴 수 있을 것입니다.

고명주 님
▲ 고명주 님

내가 할 수 있는 만큼만

구은용 스페인어 담당

저는 스페인 남편과 독일에서 살고 있습니다. 스페인 남편을 둔 이유로 스페인어 담당을 맡으면서도 ‘나는 스페인어를 잘못하는데 괜찮을까?’ 염려가 되었습니다. 남편의 도움 없이는 소임을 담당할 수 없어서 남편의 의사를 묻고 시작했는데, 정토회에 할애하는 시간이 많아지면서 남편과 가족의 불만이 커져갔습니다. 여전히 번역하면서 생기는 문제는 구글 번역기로 해결이 되지 않아 남편의 도움을 기다리며 하고 있습니다.

이런 여러 어려움에 부딪쳐 보니 제가 자신 없는 일 앞에서 어떻게 반응하는지 알게 되었습니다. 또 급한 성격이 언어 구사를 하는데 부정적 요소로 작용함도 느낄 수 있었습니다. 스페인어를 잘못한다는 것 외에도 콘텐츠팀 내부에서 크고 작은 변화가 생기면서 어려움이 있지만 ‘할 수 있는 만큼만 하자’는 편안한 마음으로 소임에 임하겠습니다.

구은용 님
▲ 구은용 님

필요한 곳에, 필요한 모습으로

황우선 인도네시아어 담당

황우선 님
▲ 황우선 님

어느 날 아내와 함께 앞에 있는 나무를 보면서 문득 ‘저 나무는 괴로움이 있을까? 저 나무처럼 살면 얼마나 편안할까?’는 생각을 해 보았습니다. 나무는 비가 오나 눈이 오나 묵묵히 그 자리에 서서 자기 삶을 살아갑니다. 그늘을 원하면 말없이 그늘을 내어주고 생명들이 살아갈 수 있도록 산소를 만들어 내는 등 세상과 다른 생명들에게 꼭 필요한 일들을 하고 있습니다.

저도 저 나무처럼 살면 되겠다고 생각하니 “나는 길가에 핀 풀 한 포기입니다”라는 가르침에 새삼 고개가 끄덕여지며, 마음이 따뜻해짐을 느꼈습니다. 한 걸음 더 나아가 ‘공기나 물이 되어 평소에는 존재조차 잊혀지고 있다가 필요한 곳에서 필요한 일에 잘 쓰이는 그런 삶을 살면 어떨까? 나라고 할 게 없는 무아의 가르침이 이런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도 해 보았습니다. 지금부터 다만 쓰일 뿐인 그런 존재가 되면 좋겠다는 바람입니다.


이번 기사는 월간정토 2022.11 (사백 열두 번째)에 실린 기사를 발췌하였습니다.

전체댓글 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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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목

담담한 나눔 속에서 큰 감동 느낍니다. 감사합니다.

2022-11-17 11:41:28

묘향심

말로 글로 표현할 수 없이 대단하신 분들이네요.

2022-11-17 09:19:57

김지영

글로는 못담아낼 난관과 고비가 있었을 거 같아..더욱 감사한 마음입니다.
응원합니다!

2022-11-16 08:5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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