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토행자의 하루

수성지회
나의 셈이 틀렸습니다

시어머니와의 갈등으로 화가 쌓이자 몸에 혹과 멍이 생기는 면역 이상 증세가 나타났습니다. 엄마가 늘 화를 내니 가정 분위기도 편안하지 못했습니다. 온라인 정토회에 안착하기까지 권태은 님의 수행 이야기 들어 봅니다.

두북수련원에서 논 잡초뽑기 봉사 중 주인공 (제일 앞)
▲ 두북수련원에서 논 잡초뽑기 봉사 중 주인공 (제일 앞)

해도해도 너무한 시어머니

저는 대가족 가정에서 화낼 일도, 남과 다툴 일도 별로 없이 자랐습니다. 주장이 좀 세기는 해도 심하게 부딪친 적이 없어 무난한 성격이라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결혼생활을 해보니 그렇지 않았습니다. 시어머님이 하시는 말 한마디 한마디가 다 걸렸습니다. 혼수 준비부터 시어머니와 갈등이 생겼습니다.

“네 엄마는 아버지 월급 받아서 살던 사람이라 안목이 뭐 있겠나?"
“진짜 너의 엄마는 참 뻔뻔스럽다. 딸을 시집보내면서 거지발싸개 같이 해 보냈다.” 는 날선 말씀을 하셨습니다.

공무원인 아버지는 우리 6남매를 키우고 삼촌들도 키우다시피 하셔서 경제적 여유가 없었습니다. 그래서 제가 직장생활을 하면서 모은 돈 전부를 혼수로 드렸는데, 그런 소리를 들으니 마음이 탁 돌아섰습니다.

도시 사람이고 명품 같은 걸 좋아하는 분이 하나 뿐인 아들을 장가 보내며, 며느리가 가지고 오는 혼수에 대한 기대가 컸다는 것을 나중에 알았습니다.

누구의 편도 아닌 남편

남편은 저에게도 시어머니에게도 싫은 말 한마디 하지 않았습니다. 그런 남편이 너무 원망스러웠습니다. 남편도 힘들었습니다. 전임자리를 찾으며 시간강사로 받는 수입은 일정치 않았고 늘 부족했습니다. 쉼없이 일 하고 더 나은 미래를 위해 열심히 준비했지만 사기를 당해 빚까지 생겼고 서로가 예민했습니다. 아이들에게 그런 아빠, 엄마를 ‘복이 없다, 무능하다’ 말하며 불난 곳에 기름을 붓는 시어머니를 이해할 수 없었습니다.

시어머니의 경제적 지원을 받고있었기에 시어머니를 박차고 나오기도 힘들었고, 그 긴 세월 말도 제대로 못 하고 살았습니다. 사이가 점점 나빠졌고 갈등도 심해졌습니다. 마음속의 분노가 병이 되어 몸 이곳저곳에서 혹이 생기고 나중에는 멍으로 변하는 면역 이상 증상이 나타나기 시작했습니다. 하루에도 몇 번씩 가슴에서 열이 오르고 숨이 쉬어지지 않아 얼음으로 식히며 살았습니다.

경전대학 도반들과 법당에서 (오른쪽에서 두 번째)
▲ 경전대학 도반들과 법당에서 (오른쪽에서 두 번째)

이렇게는 살 수 없다, 대구법당으로

어릴 때 자다 깨면 늘 기도하던 엄마가 생각났습니다. 엄마는 저를 기도하며 키웠는데 제가 이런 상태로 살 수는 없었습니다. 때마침 여동생이 법륜스님의 유튜브를 알려주었고, 2년간 남편과 같이 들었습니다. 그래도 우리는 감사할 것이 많다고 서로를 위로했습니다.

그렇게 대구법당 불교대학에 입학했습니다. 법당에 가면 저녁 공양이 준비되어 있는데 감사하고 행복했습니다. 직장 일 마치고 피곤한데 저녁 공양을 하고 법문을 들으면 졸려서 법문의 반도 듣지 못했습니다. 그런데도 법문은 제 마음에 위안을 주었습니다. 입학한 지 몇 달 되지 않아 불교대학 담당자에게 절이 하고 싶은데 어떻게 절을 해야 하는지 모르겠다고 했더니 9-5차 입재식에 입재 하라고 했습니다. 입재를 하니 기도하는 법을 자세히 알려주었습니다. 절수건도 선물로 받았습니다. 정말 감사했습니다.

이백일 넘게 하루도 빠짐없이 5시에 기도했습니다. 점점 하기 싫은 마음이 올라올 즈음 법당에 집전자가 필요하다고 해서 경전반 동기들과 집전교육을 받았습니다. 매일 법당에서 새벽예불과 기도를 함께 했습니다. 그러다 코로나19 확산으로 사람들이 모일 수 없게 되자 순번을 정해 일주일에 한 번씩 새벽 예불을 했습니다. 법당문을 닫을 때 많이 섭섭했습니다. 법당문을 닫는 날, 다행히 제가 새벽예불 집전을 했습니다.

인도성지순례
▲ 인도성지순례

계산을 다시 해보다

뭘 그렇게 잘못했나 하는 억울한 마음이 들었지만, 꾸준히 기도를 하고, 인도 성지순례를 다녀오면서 시어머니가 이해되기 시작했습니다. 시어머니가 사준 집에서 아이들과 경제적으로 안정되게 살면서 시어머니의 간섭이 힘들었던 것과 경제적 지원을 박차고 나와서 살았을 때 경제적으로 힘들었을 상황을 비교해보았습니다. 둘다 힘들기는 마찬가지였습니다.

시어머니의 경제적 지원을 받은 만큼 욕을 먹고 살았다는 생각이 드니 시어머니를 이해할 수 있었습니다. 받은 게 많은데도 고맙다는 생각을 안 하고 살았습니다. “어머니, 애들 잘 키워주고, 아비도 잘 키워주어서 고맙습니다.” 같은 시어머니가 원하는 말은 한마디도 하지 않고, 상처받았다는 생각에 억울한 마음을 온몸으로 표현하고 살았으니 어머니도 불편했을 것입니다. 기도를 하면서 제 마음이 안정되니, 시어머니 연세가 많아 돌아가시기 전에 마음을 풀어드리고 싶어졌습니다. 지금은 시어머니와 살뜰하지는 않지만 편안하게 잘지내고 있습니다.

남편도 이해할 수 있었습니다. 부모자식 간에 험한 말을 했으면 결국 상처만 남았을 것이고, 저에게 험한 말을 했으면 우리 결혼도 깨졌을 것입니다. 성질 만만치 않은 엄마와 아내 사이에 끼어 가정 지킨다고 애썼는데, 힘든 것은 알아주지도 않고 원망만 하고 살았던 제가 보였습니다. 기도하면서 남편에게 참회의 눈물을 많이 흘렸습니다. 바라기만 하고 해 준 것도 없는데 저를 지켜봐 주어서 감사합니다.

두북수련원 창고정리 후 도반들과 (앞줄 왼쪽에서 네 번째)
▲ 두북수련원 창고정리 후 도반들과 (앞줄 왼쪽에서 네 번째)

선후배 도반을 잇는 봉사의 다리가 되어

온라인 정토회 임시기간에 모둠장으로 선출되었습니다. 모둠장을 하면서 불교대 돕는 이도 했습니다. 학생에서 전법 활동가가 되고, 정토회의 구조와 체계, 활동가들도 잘 모르는 상태에서 모둠장 소임을 하니 벅찼습니다. 그래서 정식 기간에는 그룹장과 불교대 진행자, 실천장소 꼭지를 맡았습니다.

실천장소 꼭지는 봉사 가는 분들에게 차량 섭외해주고, 함께 하는 사람, 만나는 장소, 시간을 안내해 주는 소임입니다. 이 일을 저는 봉사라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정토회에 와서 받은 게 많아, 선배 도반들에게 받은 것을 후배 도반들에게 전달해 주는 역할을 한다는 마음으로 활동합니다. 중간에 있는 누군가가 다리 역할을 했기 때문에 이 활동이 이어지니, 저도 다리가 되어야겠다는 생각으로 소임이 주어지는 대로 합니다.

행복한 내 삶, 자식들의 안식처

시어머니에게 한 소리 들은 날, 그 앞에서는 꾹 참고 집에 와서 설거지나 빨래를 하며 집어던지고는 했습니다. 화병이 나서 몸이 아프고 숨이 쉬어지지 않았습니다. 이런 엄마를 보면서 아이들이 불안해하고 무서워했습니다. 집안에 긴장감이 흘렀습니다. 화를 내며 살았던 과보로 자식들하고 가깝지는 않습니다. 그래서 기도와 참회를 하면서 아이들의 마음이 안정되기를 기다립니다.

셋째는 아들이라 시어머니의 집착이 매우 컸습니다. 초등학교 3학년부터 수영선수를 하느라 공부할 시간이 없었습니다. 체육고등학교는 자기가 원하는 프로그램으로 구성되었을 거라고 기대했는데 그렇지 않자 자퇴 했습니다. 다시 공부해서 일반고에 갔습니다. 막상 일반고를 가도 이래저래 적응을 못 했습니다. 그래도 후에 대학을 갔습니다. 제가 어리석어 제대로 돌보지 못한 과보를 다 받아내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스님의 법문과 아이의 심성만 믿고 지켜보며 기다렸습니다. 스님께서 스무 살이 넘으면 독립시켜야 한다고 해서 독립시켰습니다.

두북수련원 밭 비닐제거 작업 후 (왼쪽 첫 번째)
▲ 두북수련원 밭 비닐제거 작업 후 (왼쪽 첫 번째)

스님의 법문대로 아이들이 스스로 인생 길을 찾아가리라 믿습니다. 저는 기도와 봉사하는 행복한 수행자로 제 인생을 잘살고 있습니다. 어느 날 아이들이 힘들어 저에게 돌아왔는데 제가 힘들면 의지처가 될 수가 없잖아요. 하루를 기도로 시작할 수 있어서 감사하다는 마음이 저절로 듭니다.


권태은 님의 수행 이야기를 깊이 들었습니다. ‘이런 것이 삶이구나, 삶이란 늘 여러 가지 일의 연속이고 나의 선택이 내 삶을 결정하는구나’라는 것을 깨닫습니다. 제가 선택한 삶, 주인공처럼 오늘도 행복한 수행자로 삽니다.

글_안정미 희망리포터 (대구경북지부 수성지회)
편집_강현아 (대구경북지부 수성지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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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신영

엄마의 마음자리 늘 따뜻하게 받아 줄 수 있는 엄마이고 싶어 저도 부지런히 기도정진수행합니다 감사합니다

2022-05-05 05:50:56

큰바다

첫번째 화살은 인연대로 맞을 지라도
두번째 화살은 막아내는
수행자로서의 삶이 참 멋지십니다.
고맙습니다.

2022-04-29 12:31:08

박민희

태은님의 수행담 감동입니다.
아이들이 돌아왔을때 큰 의지저가 되기위해 오늘도 기도하신다는 말씀. ..
저도 깊이 새깁니다.

2022-04-29 06:46: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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