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토행자의 하루

중울산지회
남들이 알아주지 않아도 괜찮아

힘든 어린시절 시련을 견디고 이기고 지금은 편안한 마음으로 소임을 감사한 복으로 여기시는 분이 중울산 지회에 계십니다. 선배도반님과 함께 라서 늘 든든하다는 김현진 님의 추억과 다짐을 들어 봅니다.

네가 아들이였어야 되는데

아들이 귀한 집안에서 언니 다음으로 태어난 저는 아들이 아니라는 이유로 미움을 받았습니다. 어릴 때부터 '네가 아들이었어야 하는데.'라는 말을 많이 들었습니다. 앞이 아니라 옆으로 뛰다던지 하는 제 특이한 행동때문에 시집살이로 고생하던 엄마는 더 많이 힘들어 했습니다. 또 저의 흔치않은 RH- 혈액형은 아빠가 엄마를 괴롭히는 또 다른 이유이기도 했습니다. 엄마가 외도를 했다고 오해하며 불화를 키웠습니다. 밤이면 일어나는 폭력으로 저희 형제는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 칼을 숨기고 다녔습니다. 추운 겨울에도 밖에서 떨며 아빠의 폭력으로부터 도망다녔습니다. 밖에서는 쾌활하게 놀았지만 집에만 오면 긴장했던 기억이 납니다.

화창한 날, 김현진 님
▲ 화창한 날, 김현진 님

제가 엄마 뱃속에 있을 때, 아빠의 수입이 일정치 않아서 돈 때문에 싸우다가 시골 시댁과 합가했습니다. 이런 상황이 너무 힘들었던 엄마는 임신중인데도 마음을 달래기 위해 술을 마셨다고 합니다. 제가 태어나기 전부터 제대로 된 보살핌을 받지 못했다는 이야기도 듣고, 태어나서도 아들이여야 했다는 말을 들으며 제 존재를 부정당하면서 자라왔습니다. 자연스럽게 제가 태어나서는 안될 못난 사람이라고 생각해 왔습니다.

남편이 저한테 '예쁘다, 예쁘다.' 해주어도 거짓말이라 생각했습니다. 그러면서도 저는 늘 남들에게서 인정받고 사랑 받고 싶어 합니다. 어릴 적 부정적인 기억들 때문에 지금까지도 저에게는 우울증이 남아 있습니다.

타인의 칭찬없이도 충분히 좋은 사람

모둠장 소임을 맡고 나서 제 업식을 확실히 알았습니다. 마음 속에서는 인정과 사랑 받고 싶어서 애를 쓰고, 스트레스를 받으면서도, 겉으로는 아닌 척하는 저를 보았습니다. 활동을 하면서 자책하는 모습과 눈물 흘리는 모습을 많이 보였습니다. 제 스스로 자책하는 모습을 보이지 않으면 사람들을 저를 나쁘게 볼까봐 불안했습니다.

이런 저를 알고나니 이제는 '이건 못하겠습니다, 실수했습니다, 죄송합니다.' 라는 말을 할 수 있었습니다. 하루아침에 좋아지지는 않지만 서서히 수행을 통해 연습하고 있습니다. '나는 사람들의 사랑을 안 받아도 충분한 사람이다, 사람들의 칭찬이 없어도 좋은 사람이다'라는 것을 알아가기 위해 연습 중입니다. 남에게 인정받고 싶은 업식을 내려 놓기 위해 선배도반들과 고민도 상담하며 많이 노력하고 있습니다.

경전반 졸업식(맨 오른쪽)
▲ 경전반 졸업식(맨 오른쪽)

제 발원문은 '부처님 감사합니다. 저는 이대로 충분합니다. 아무 문제 없습니다.' 입니다. 긍정적인 말로 자신을 세뇌아닌 세뇌을 하면 된다는 말씀처럼 매일 아침 스스로를 자꾸 부족하다고 느끼는 저를 위해 절을 하며 읊습니다. 잘 한다는 말이 듣고 싶어 하던 봉사도 이제는 그냥 열심히 합니다. 남들의 칭찬에 덜 신경쓰며 이제는 무엇이든 조금 편안히 할 수 있습니다.

아빠도 힘들었을 테니까

아빠는 5년 전에 돌아가셨습니다. 혼자 남아 자식들에게 많이 의지하고 있는 엄마는 '내가 너희 아빠한테 맞으면서도 너희를 키웠으니 나한테 잘해야 한다'고 합니다. 부모님의 매일 싸우고 때리고 울고 하는 모습에 겹쳐, 매일 아빠를 원망하는 엄마의 말을 듣다보니 저희 형제는 아빠를 많이 미워하고 원망했습니다. 아빠를 원망하는 한편, 엄마는 아빠가 어렸을 때 힘들게 자랐고, 사랑을 못 받았기 때문에 엄마와 자식들에게 사랑을 주지 못했다고도 말해주었습니다. 하지만, 어린 저는 그 말을 도저히 이해할 수 없었습니다.

수행하면서 제 마음을 알고 모둠장 소임으로 도반들의 이야기도 듣다 보니, 이제는 이해할 수 있습니다. 엄마 역시 아빠를 괴롭히고 맞춰주지 못한 부분이 있지는 않았을까, 엄마가 아빠에게 대들지 않았다면 아빠가 그렇게 화가 나서 폭력까지 휘두르는 일은 없지 않았을까, 아빠가 나쁜사람이라는 엄마 말만 듣고 우리 형제들도 아빠를 미워하게 된 건 아닐까, 하는 아빠 관점에서 생각도 해 보았습니다.

아빠와 달라서 반한 남편

아빠와 180도 달라서 한 눈에 반해 결혼한 남편입니다. 그래서 저와는 하나부터 열까지 다르답니다. 제가 늘 깜빡 잊고 덜렁이는 반면 남편은 슈퍼에서 카드 포인트까지 챙기는 꼼꼼이입니다. 저와 같은 일을 해 나가고 있는 남편은 깐깐하고 예민한 편이라 제가 답답하고 움츠려 들기 십상이었습니다. 그런 남편이 저의 권유로 제 입학 다음해 불교대학에 입학했고 지금은 경전반을 졸업했습니다.

김현진 님의 따뜻한 가족사진
▲ 김현진 님의 따뜻한 가족사진

남편도 다른 도반들 나누기를 들으며 자신을 돌아볼 수 있었고, 그 때쯤부터 저희 부부가 서로 대화를 많이 하며 편해졌습니다. 남편은 지금도 명상으로 수행을 이어가고 있고, 제가 정토회 일로 바쁘면 집안 일도 거드는 저의 큰 버팀목입니다.

소임은 할 사람이 없어서 주는 줄 알았는데

2017년 가을 불교대학을 시작으로 경전반까지 개근으로 졸업하였습니다. 경전반 학생 겸 담당을 맡고, 졸업하자마자 불교대학 담당, 온라인불교대학 진행자, 지금의 전하모둠장까지 쉬지 않고 소임을 맡고 있습니다. 초기에 총무도반이 소임을 권유할때는 할 사람이 없어서 시키는 줄 알았습니다. 알고 봤더니 제가 정토회에 몸 담을 수 있도록 일부러 애를 써 주었다는 것을 알고 무척 고마웠습니다.

저는 도반 운이 좋은 사람입니다. 제 주위에는 절 도와주려는 고마운 분이 많습니다. 이번 모둠장 소임도 직장을 다니며 어렵지 않을까 염려하는 마음이 있었지만 뽑아주었고, 소임을 승낙하며 걱정하지 않은 것은 제가 사로잡히거나 넘어지면 늘 응원해 주고 일으켜 세워주는 저희 모둠의 든든한 선배도반들 덕분입니다. 저의 즐거운 정토회 삶은 모두 도반들 덕분입니다.

오늘도 새벽에 일어나 절을 하며 되뇌입니다.

부처님 감사합니다.
저는 이대로 충분합니다.
아무 문제 없습니다.


집에서는 가족이 함께 이야기하느라 부산할 뿐, 싸우는 소리는 더 이상 없다며 웃으며 인터뷰를 맺던 현진 님의 미소가 기억에 남습니다. 앞으로 가족의 행복을 위해 더욱 수행 정진해 나가길 발원해 봅니다.

글_김봉재 희망리포터(중울산지회)

전체댓글 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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혜당

ㅠㅠ..
따뜻한 마음이 올라 옵니다..
울림있는 글 잘 읽었습니다..
감사합니다 ~~~*

2021-10-27 08:53:35

김정희

좋아요 백 개♡♡♡♡♡♡♡♡... 누루고 싶어요

2021-10-21 06:33:49

조정민

잘 읽었습니다. 공감 가는 내용이 많아서 단숨에 읽었습니다. 공유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

2021-10-21 03:42: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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