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토행자의 실천

환경
방에 있으면 오물, 밭에 있으면 거름
문경수련원의 똥 퇴비 이야기

문경수련원에는 일과 수행의 통일을 실천하고 있는 백일출가 행자들이 있습니다. 오늘은 백일출가 행자들은 과연 어떤 방식으로 생태적인 삶을 경험하는지 난생처음 해보는 해우소 '똥 내리기' 작업을 하는 행자들의 모습을 담았습니다.

일과 수행의 통일 - 요사채 똥 내리기 작업
▲ 일과 수행의 통일 - 요사채 똥 내리기 작업

정토회는 100일 동안 오롯이 자기 자신에게만 집중하며 수행 정진하는 프로그램이 있습니다. 바로 ‘백일출가’입니다. 백일출가의 목표는 ‘내 인생의 주인이 되어 언제 어디에서든 당당한 사람, 행복한 사람이 되는 것’입니다. 어떤 상황에서도 행복할 수 있다는 것은 어떤 일이든 주인 된 마음으로 한번 해 본다는 것입니다. 오늘은 수련원에 똥 내리기 작업을 하는 날입니다. 문경수련원은 생태적인 삶을 지향하고 있는데 그중 하나가 똥 퇴비 시스템입니다.

일수행은 일과 수행이 둘이 아니라 하나임을 알고, 일하면서 일어나는 내 마음을 살피고 나를 내려놓는 연습을 하는 시간입니다. 우리가 집중하여 일할 때 “나다, 내가 옳다”는 생각이 더 강하게 올라옵니다. 이럴 때마다 “'예'하고 합니다”라는 명심문을 떠올리며 고집하는 나를 알아차리고 일이 되게 하기 위해 나를 내려놓습니다. 일수행을 하기 전에 미리 필요한 도구를 챙깁니다. 운동화에서 작업하기에 편한 장화로 갈아 신고 앞치마, 팔 토시, 마스크 등을 착용합니다. 똥을 퍼 담을 통과 삽, 이동시킬 파이프 관, 관을 고정하는 끈 등을 준비한 후 해우소 앞에 모입니다. “예하고 합니다”라는 명심문을 세 번 하고 묘당법사님의 안내에 따라 원활한 일 진행을 위해 조별 일 나누기를 합니다.

요사채 해우소에 붙어있는 안내문
▲ 요사채 해우소에 붙어있는 안내문

오늘은 대중들이 주로 사용하는 요사채 해우소 똥 내리기를 했습니다. 똥 내리기가 진행되는 동안에는 해우소를 사용할 수 없습니다. 불편하더라도 신축 해우소를 사용하든지 똥 내리기 작업이 끝난 후 사용해야 합니다. 그래서 사용금지를 알리는 안내문이 걸립니다. 똥간(변소) 문이 열리고 똥산을 평평하게 만드는 똥평탄화를 시작으로 본격적인 작업이 시작됩니다. 똥평탄화를 하는 이유는 똥이 톱밥과 잘 섞이고 발효가 잘되게 하기 위해서입니다. 발효가 잘된 똥은 구더기가 없고 냄새(악취)가 나지 않습니다. 이렇게 만들어진 통 퇴비는 100% 수련원 농사에 쓰입니다. 긴 장화를 신고 행자들은 똥이 산을 이루고 있는 똥간 안쪽으로 삽을 들고 들어갑니다. 처음에는 퀴퀴한 냄새가 납니다, 인상 한번 쓰고 똥산을 삽으로 평평하게 다집니다. 똥평탄화 작업을 하고 나면 바닥 쪽으로 내려와서 바닥 쪽 똥부터 삽으로 퍼서 통에 담습니다.

요사채 해우소 똥간
▲ 요사채 해우소 똥간

한 조가 똥을 통에 담으면 다른 조는 가득 찬 통을 옆으로 빼주고 한 조는 새 통으로 갈아줍니다. 다른 조는 똥 담긴 통을 트럭 위에 걸쳐진 긴 관에 붓습니다. 똥 담긴 통이 일렬로 서 있습니다. 통 나르는 조가 힘이 드나 봅니다. 속도가 느려집니다. 묘당법사님은 일이 되도록 힘 있는 행자들로 바꿉니다. 처음엔 어떻게 해야할지 몰라 어리둥절한 행자들도 곧 자기 자리를 찾아 재빠르게 움직입니다. 어느덧 트럭 위에는 똥이 점점 쌓이기 시작합니다. 트럭 위에 있는 조는 똥이 트럭에 골고루 담기도록 넓게 펼쳐주고, 관을 타고 내려온 똥이 관 속에 쌓여서 막히지 않도록 파냅니다. 트럭 위 조가 처음에는 할 일이 없었는데 똥이 차기 시작하면서 할 일이 많아지고 힘이 듭니다. 쉬운 일이 없습니다. 할랑하게 있던 행자가 갑자기 바빠지기 시작합니다. 잘 숙성된 똥이 트럭 밖으로 떨어지지 않게 종이상자로 빈틈없이 메워 가면서 분주하게 움직입니다.

해우소 똥간에서 삽질하고 있는 행자들
▲ 해우소 똥간에서 삽질하고 있는 행자들

일반적으로 똥이라고 하면 생똥을 생각하는데 수련원에 있는 해우소 똥은 우리가 생각하고 있는 생똥과는 다릅니다. 순환적이고 생태적인 삶을 사는 정토수련원에서는 누구든 수련원에 와서 볼일을 보고 나면 톱밥을 한 바가지씩 뿌립니다. 생똥위로 톱밥이 뿌려지는 순간부터 잘 숙성된 유기농 퇴비로 탈바꿈하기 시작합니다. 실제로 숙성된 똥은 삽으로 파보면 똥은 찾아보기 어렵고 톱밥과 함께 발효되어 포실포실한 흙 같은 퇴비들로 변해있습니다. 내가 있는 그곳이 진정 똥간인가 싶을 정도로 똥냄새는 전혀 없습니다. 물론 숙성되기 전 똥은 냄새가 나지만 흔히들 생각하는 똥냄새와는 다르답니다.

 파이프 통에 똥 퇴비를 붓고 있는 행자들
▲ 파이프 통에 똥 퇴비를 붓고 있는 행자들

이렇게 톱밥과 함께 잘 발효되어 퇴비가 된 똥들은 트럭에 실려 고라니 밭이나 2단지 똥 퇴비장으로 옮겨집니다. 트럭이 2단지로 내려가는 동안 나머지 행자들은 잠깐 휴식시간을 가집니다. 똥 퇴비장은 숙성되어 퇴비로 쓸 수 있는 칸과 숙성되지 않은 생똥을 잘 숙성시켜 보관하는 칸으로 나눠집니다. 땅심을 살리는 똥 퇴비는 최소 두 달 정도는 지나야 사용할 수 있습니다. 수련원에는 해우소가 여러 군데 있는데 수련생들의 수련장 해우소와 백일출가 행자들이 주로 사용하는 신축 해우소. 대중들이 사용하는 요사채 해우소. 명상 수련생들이 사용하는 명상원 해우소가 있습니다. 남녀 해우소의 생똥 들어온 날 나간 날, 숙성 똥 들어온 날 등 날짜를 기록하고 주기적으로 뒤집어서 고온 발효가 잘 되도록 점검하고 오줌을 채취하여 뿌려서 습도를 조절하기도 합니다.

집에서 내가 싼 똥들은 내 몸에서 빠져나가면 더럽고 냄새나는 쓰레기가 되지만, 수련원 내에서 똥은 톱밥이라는 새로운 연을 만나면서 버려지는 존재가 아닌 새로운 존재, 건강한 먹거리를 제공해주는 아주 귀한 유기농 퇴비로 재탄생됩니다. 웬만한 농가에서도 인분을 퇴비로 쓰지 않는 요즘 시대에 아주 귀한 존재랍니다, 사람의 똥 퇴비로 지은 농작물은 그 맛도 아주 기가 막히게 맛있습니다. 언젠가 유수스님께서 몸과 마음이 건강하고 싶다고 하는 백일출가 행자의 질문에 “맑은 공기 건강한 먹거리가 보약이요. 머리 굴리지 않고 몸으로 체험하는 일수행이 보약이다.”라고 하셨는데 바로 생태적인 삶이 주는 에너지를 두고 하신 말씀인가 봅니다.

2단지 똥 퇴비장에 숙성된 똥 퇴비를 내리고 있는 행자들
▲ 2단지 똥 퇴비장에 숙성된 똥 퇴비를 내리고 있는 행자들

똥 퇴비는 공동체에 있어 순환적인 삶, 생태적인 삶을 보여주는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똥 퇴비는 수련원 내 농사하고도 바로 연결되어 있습니다. 재배하는 농작물의 양에 맞게 똥 퇴비량을 조절하여 농작물이 잘 자랄 수 있도록 연구하고, 우수한 똥 퇴비가 될 수 있는 환경을 만들고 관리하고 똥 퇴비의 매뉴얼을 만드는 등등 똥 퇴비 관련된 시스템 구축도 점점 갖추어져 가고 있습니다.
사람 똥은 영양분이 풍부합니다. 사람은 먹는 것의 30% 정도밖에 소화를 못 시키고 다 배설합니다. 그런 영양분을 버리지 않고 퇴비화해서 고라니 밭이나 비닐하우스에서 자라고 있는 작물들에 잘 뿌려지도록 관리하는 것이야 말로 일과 수행의 통일이 되는 길이고 잘 쓰이는 삶일 것입니다. 이치에 맞게 끊임없이 연구하며 살아가는 삶이 바로 생태적인 삶이 아닐까요? 행자들의 삽질이 다시 시작됩니다. 행자님들은 기운이 빠질 만도 한데 오히려 생기가 있습니다. 더러움도 깨끗함도 잊고 삽질하는 모습이 가벼워 보입니다.

농작물이 잘 자랄 수 있게 고라니 밭에 뿌려진 똥 퇴비들
▲ 농작물이 잘 자랄 수 있게 고라니 밭에 뿌려진 똥 퇴비들

일수행 후 행자들의 소감을 들어봅니다.

“생똥일까 봐 무서웠는데 흙 같아서 신기했고 좋았다.” “삽질할 때도 흙처럼 무겁지 않고 가벼워서 좋았다.” “한 번도 안 쉬고 파내느라 숨이 가빴다.” “몸을 쓰니 재밌었다.” “좋고 싫어하는 것을 놓으니 각자의 역할 모두가 소중하다는 것을 느꼈다.” “더럽다는 생각이 들지 않았고 똥 평탄화할 때 냄새가 좀 독했다.” “다시는 하고 싶지 않다.” “할 때는 힘들고 냄새 때문에 하기 싫었는데 하고 나니 싫은 마음이 사라지고 재미있고 신기했다.”

일어나는 마음을 살피며 나와 서로를 알아갑니다.

똥이 방에 있으면 오물이지만 밭에 있으면 거름이 된다는 법륜스님의 말씀처럼 우리 존재는 그 자체로 더럽지도 깨끗하지도 않음을 똥 내리기 작업을 하면서 백일출가 행자들은 경험했습니다. 막상 보니 더럽지 않았고, 힘든 줄 알았는데 재미있었고, 피하고 싶었지만 하다 보니 그런 마음도 사라지는. 혼자였다면 못했을 일을 함께하니 어떤 일이든 해낼 수 있다는 소중한 경험도 해봅니다.

이렇게 수련원에서의 생태적인 삶은 지금도 계속됩니다.

글_이승민(문경수련원 희망리포터)
편집_도경화(대경지부 희망리포터 담당)

전체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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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가에

좋아요~~~^^수고하셨읍니다

2021-07-01 11:12: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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