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토행자의 하루

하남법당
돌아온 탕자처럼... 하남법당 오영숙 님 이야기

30년 전 정토회와의 첫 인연을 이어오며 스님의 가르침을 실천하고 있는 하남법당 오영숙 님을 소개합니다

올해 만 60세인 오영숙 님은 늘 조용한 목소리로 수줍게 미소 지으며 법당을 지키고 있습니다. 한편으로 오랜 사회활동 경험으로 노련하게 JTS거리모금과 나눔 장터, 국내복지사업을 힘차게 추진하고 있는 활동가이기도 합니다. 그런 내공은 어디서 나오는 것일까요. 법륜스님이 대중적으로 알려지기 훨씬 전이었고, 오영숙 님 또한 어렸을 때, 대학을 갓 졸업한 고민 많은 젊은이 시절부터 이야기는 시작됩니다.

환한 미소를 짓는 오영숙님
▲ 환한 미소를 짓는 오영숙님

정토회와의 첫 인연

30세에 우연히 대학교 명상요가회에서 하는 ‘도란 무엇인가’ 강의를 들으러 갔다가 그 당시 유행하던 단학수련자에게 정신적으로 시달린 적이 있었습니다. 그를 몰아내 준다는 다른 선원의 기 수련자들에게 의지하기도 하였으나 내게 다가온 것은 고통과 시달림, 분열뿐이었습니다. 그리고 오랫동안 기 수련자들이 영향을 미쳐와 여러 해 불편하고 고통스러웠습니다. 점차 화를 주체할 수 없는 순간들이 오면서 삶이 괴롭고 피폐해져 갔습니다.

그러던 중 문득 29살때, 불교교육원에서 들었던 법륜스님의 강의와 ‘정토포교원’이 생각났습니다. 그 길로 홍제동 포교원에서 당시 법사인 법륜 스님을 찾아가 상담을 받았습니다. 스님은 불교에 귀의하고 절에 들어와서 1년 정도 살라고 말씀하셨습니다. 그래서 홍제동 정토포교원에 들어가 11개월 정도를 살게 되었습니다. 그러나 그때는 어서 사회에 나가 다시 사회운동을 하고 싶었습니다. 기도 열심히 안 한다고 꾸지람 들으며 지냈던 시절이었습니다.

그 뒤 5~6년 법당에 더 나가다 정토회와 멀어졌습니다. 자기수행의 끈을 놓지는 않았으나 그렇다고 수행을 제대로 하지도 않고 살다가 2014년 건강 문제에 다시 시달리며 그 유명한 스님의 즉문즉설을 처음 듣게 되었습니다. 그때 마음은 아주 감동이었고, 정말 내게는 맞춤법문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온종일 법문을 듣다가 1주일 뒤인 2014년 서초법당 가을불교대학에 입학했습니다.

돌아온 탕자처럼...

'그동안 어디서 헤매고 살았나' 돌아온 탕자의 심정으로 집에서 2시간 걸리는 서초법당을 버스와 지하철을 갈아타고 다녔습니다. 너무도 감사한 가르침, 언제나 나의 고민을 해결해 주시는 스님 법문을 들으며 비로소 '나도 행복하다'고 이야기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나는 행복하다’ 내가 이런 말을 하게 될 줄은 꿈에도 생각하지 못했습니다. 젊어서부터 항상 암울했고 인생 고민, 세상 고민 다 짊어진 듯 살았지만 정작 어리석게도 나의 울타리를 벗어나지 못하는 생활이었습니다.

지난날 너무 높고 추상적인 꿈만 꾸었고 열악한 현실여건을 해결하는 데 역부족이었습니다. 오랫동안 책상 앞에 앉아서 고민하던 젊은 시절을 생각하면 지금도 안타깝습니다. 그러나 사실 나는 잃을 것이 정말 하나도 없는 그런 사람이었습니다. 무엇보다 모든 것을 다 내어주고 가르쳐주시는 스님의 모습을 보며 '내가 무얼 잃을 게 있다고 그렇게 억울해했나'하는 깊은 반성이 들었습니다. 마음이 편안해지고 부끄러움과 함께 감사함이 밀려왔습니다.

살면서 억울하다는 생각을 많이 했고 피해의식이 컸습니다. 자연히 자비의 마음도 부족했습니다. '평생 나 하나 어떻게 살까 고민하며 살았는데 아직도 나에게서 벗어나지 못했는가?' 오랫동안 자문했습니다. 결혼도 안 하고 나에게 한 분인 어머니도 잘 모시지 못하고 '나! 나!', ' 내 일!' 하며 살아온 시간들. 그러나 정토회에서 수행하면서 내 문제에서 벗어나는 힘을 얻기 시작했습니다.

하남법당 환경학교를 마치고 뒷줄 가운데가 오영숙 님
▲ 하남법당 환경학교를 마치고 뒷줄 가운데가 오영숙 님

나를 버리고 내 것을 버리고 내 고집을 버리고

‘나를 버리고 내 것을 버리고 내 고집을 버리고 오직 중생의 요구에 수순하는’ 보살의 삶, 괴로움이 없는 자유로운 삶을 향해 나를 내려놓고 조금씩 나아가는 수행의 시간이 시작되었고 지금은 점차 편안해지고 있습니다. 그렇게 평생 나를 위해 살았는데 돌이켜보니 그저 지금 이 모습 이게 전부인 나, 아무것도 가진 것도 없고 해놓은 것도 없고 이제 겨우 '나는 행복하다'고 떠듬떠듬 말할 수 있는 나, 내 삶의 결과는 이게 전부였습니다.

눈을 뜨고 주변을 돌아보니 내가 외면한 많은 것들이 보였습니다. 제일 먼저 어머니가 눈에 들어왔습니다. 50년 넘게 어머니와 둘이서만 살아온 시간들. 나에게는 어머니가 가족의 전부였습니다. 그 어머니 한 분 제대로 봉양하지 못한 것이 가장 가슴이 아팠습니다. 남들은 남편과 자식을 돌보며 살지만, 나에겐 평생 자식 문제로 고생하신 어머니 한 분뿐이고, 그 한 분을 잘 모시지 못하는 나의 무책임함이 죄송스럽기 그지없었습니다. 마음 편하게 사시도록 잘 모셔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기독교 신자인 어머니는 그래도 불교 공부를 하는 나를 이해하십니다. 2시간 넘게 걸려 서초 법당에 다니던 시절 어머니는 "하남에는 법당이 없는가" 하고 늘 물으셨습니다. 그리고 경전반 졸업이 가까울 무렵 드디어 하남에도 법당이 생겼습니다. 그것도 집에서 10분 거리에. 그 기적 같은 일에 그저 감사한 마음이 일어 감사기도를 했습니다.

하남법당 성탄거리모금에서. 가운데가 오영숙님
▲ 하남법당 성탄거리모금에서. 가운데가 오영숙님

세상에 잘 쓰이겠습니다.

한동안 사회운동하면서 수행하니까 바쁘다고 투정을 했습니다. 그러다 어느 날 생각해보니 '누구나 다 바쁘지, 바쁘지 않은 사람이 어디 있나'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러자 점차 그 속에서 순간 순간 잠깐씩의 여유를 느끼며 살아갈 수 있음을 배우게 되었습니다. 1시간 관음 정근, 통일기도, 1시간 거리모금, 사시 예불. 그 1시간이 길게 느껴지던 시절, 기도의 리듬은 일반 사회생활의 리듬과 그 집중의 밀도 면에서 참 차이가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아주 조금씩 바쁜 중에 여유를 챙기는 자세가 생기기 시작했습니다. 이제 1시간의 관음 정근이 전보다 길지 않고 조금 편안해지고 있습니다. 감사한 일입니다.

지도무난(至道無難) 유혐간택(唯嫌揀擇) 단막증애(但莫憎愛) 통연명백(洞然明白)

도에 이르기는 어렵지 않다. 오직 고르고 분별함을 싫어하니 다만 미워하고 사랑하지 않으면 분명하게 꿰뚫으리라

오늘도 신심명 구절을 마음에 새기며 스님의 법문을 듣고 하루하루 살아가는 나는 이제 삶이 무엇인지,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 조금씩 알아가고 있습니다. 하남 법당에서는 자꾸 내가 수행 법회에 5분씩 늦는다고 수행 법회 영상 소임을 맡겨주셨습니다. 2017년 봄부터 수행 법회 영상 소임을 맡기 시작하여 지금은 JTS 거리모금, 나눔과 비움 장터, 국내복지사업(결식아동 꾸러미 사업), 사시 예불, 지장 담당 등을 맡고 있습니다. 사회복지사 1급 자격증을 따던 공부와 11년 넘게 지역 재사용가게를 운영하던 경험이 그나마 정토에서 쓰일 수 있어서 감사했습니다. 목탁을 배우고 칠 수 있었던 것도 참 감사하고 행복한 일이었습니다. 아직도 법당 외의 일이 더 많아 자꾸 목탁도 부족하고 수행도 부족하다고 느낄 때가 많지만 바쁠수록 더 수행해야 한다고 하시는 스님의 말씀을 되새기며 더욱 수행하고자 노력합니다. 그리고 사회운동하며 분노를 배웠었는데 이제는 스님 가르침대로 평정심과 연민의 마음으로 활동하고자 마음먹고 있습니다.

부처님오신날 법회에서 하남법당 도반들과 함께. 왼쪽에서 두 번째가 오영숙님
▲ 부처님오신날 법회에서 하남법당 도반들과 함께. 왼쪽에서 두 번째가 오영숙님

감사합니다.

큰 문제 없고 마음이 편안하고, 행복하게 사는 데 그다지 많은 것이 필요하지 않다는 생각이 듭니다. 도반들과 함께 있어 편안하고 행복합니다. 스님의 지속적인 가르침이 있어 늘 깨달음을 얻을 수 있고 내가 할 수 있는 봉사 소임도 있어 하루하루가 감사합니다. 나이 들고 밖의 일로 바쁘다고 투정도 부리지만 내 나름대로 일과 수행의 통일을 추구하며 살아온 지난날이 보람되고 감사합니다. 이 모두가 모든 것을 아낌없이 내어주시는 스님의 가르침과 법사님들의 지도 덕분이라고 생각하며 복 많고 행복한 나는 오늘도 부지런히 수행하며 살아가고자 합니다.

어떻게 살아야 할지 몰라 평생을 고민하고, 나를 사랑하지 않고 괴로움에 살던 철없던 내가 불법 만나 위대한 스승의 가르침을 배우고, 지금 이 모습 이대로의 나를 긍정하며 살아갈 수 있게 된 이 기적 같은 삶에 이제는 감사하고 행복하다고 고백합니다.

부처님 감사합니다.
스승님 감사합니다.
어머니 감사합니다.
만중생의 은혜에 감사합니다.

오랜 방황 끝에 20여 년 만에 돌아온 오영숙 님이 강연을 오신 법륜스님을 뵀을 때 스님이 오영숙 님을 알아보시며 ‘이제 안 아파요?’하고 물으셨다고 합니다. 처음에는 선뜻 대답을 못 했고 그것이 못내 부끄러웠는데, 그로부터 몇 년 후 다시 서초법당에서 우연히 마주친 스님이 또 물으셨을 때는 자신 있게 ‘네, 이제 괜찮습니다’라고 웃으며 답하셨다고 합니다. 그 말씀이 어쩐지 뭉클했습니다. 30여 년의 세월 동안 정토회와의 인연을 이어오신 오영숙 님. 무엇보다 중요한 것이 ‘수행의 끈을 놓지 않는 것’이고, 때론 지치고 힘들어도 묵묵히 계속 나아가는 것이 수행이라는 걸 몸소 보여주신 것 같습니다. 정토회와의 오랜 인연으로 젊은 시절 방황과 힘겨운 시간을 이겨내고 감사와 행복을 실천하고 계시는 오영숙 님의 삶에 존경과 응원의 마음을 전합니다.

글_신정아 희망리포터 (분당 정토회 하남법당)
편집_장석진 (강원경기동부지부)

전체댓글 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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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정숙

인연이 있는 친구를 여기서 보니 반갑고 감사합니다.

2020-08-20 04:31:12

권용란

인연의 신비를 느낍니다.
건강하시고 편안하신 모습 보니 좋습니다 ~^^

2019-04-03 14:56:45

완두

끊임없이 스스로 부족하다시지만 세상에 이 보다 더 선한 분은 없을 겁니다.

2019-02-02 00:02: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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