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토행자의 하루

성동지회
위암 투병과 불교 수행의 만남

토요일 오후 8시, 줌 화면으로 만난 김병숙 님의 첫인상은 온화하고 따뜻했습니다. 늦게 입장한 저를 반가운 얼굴로 맞아 마음 편하게 대화를 시작했습니다. 배려심 깊은 모습에서 10년 이상의 수행이 그에게 어떤 변화를 주었는지 짐작할 수 있었습니다. 올해 둘째 아들의 결혼으로 인생의 새로운 장을 맞이한 성동지회 김병숙 님의 이야기를 들어보겠습니다.

2013. 9. 경전대학 졸업식 (오른쪽 세 번째 김병숙 님)
▲ 2013. 9. 경전대학 졸업식 (오른쪽 세 번째 김병숙 님)

10년 넘은 꾸준한 수행 여정

법륜스님의 즉문즉설이 좋다는 얘기를 들은 무렵, 큰아들을 대학에 보낸 보상으로 같이 살던 시어머님께 휴가를 요청했습니다. 인터넷에서 가장 긴 템플스테이를 알아보다 깨달음의 장을 발견하고 신청했습니다. 그곳에서 정토회의 불교대학을 알게 되고, 그렇게 정토행자가 되었습니다.

그 후 10년 넘게 꾸준히 수행 정진했습니다. 매년 4박5일 각종 수련에도 꾸준히 참석했습니다. 처음에는 수련 참가에 대해 남편에게 말도 못 꺼냈는데, 한두 번 참가하면서 남편의 반응이 괜찮아 계속 참여하고 있습니다. 직장에 다니며, 일주일 정도의 연차를 활용해 깨달음의 장에 참여한 이후로 10년간 매년 빠지지 않고 수련에 참여했습니다.

즉문즉설을 소개한 친구의 버킷 리스트가 불교대학에 가는 것이었습니다. 친구와 함께 시작한 불교대학에서 체계적인 불교 공부를 했습니다. 내용이 어려웠지만 학습을 이어갔고, 수행을 시작했습니다. 빈 둥지 증후군으로 약간 우울했던 마음이 수행과 더불어 정토회 활동을 하면서 밝게 변했습니다. 또한, 지속적인 수행 생활은 훗날 위기의 순간에 큰 힘을 주었습니다.

정토회 활동을 열심히 하며, 남편과의 갈등이 있었습니다. 주말마다 법당에 가는 것을 부담스러워했던 남편은 "차라리 확실하게 출가하든지, 아니면 집안일만 하든지, 직장에 전념하던지 한 가지만 해라."라며 강하게 반대했습니다.

2025. 100일 법문 (아래 줄 왼쪽 첫 번째 김병숙 님)
▲ 2025. 100일 법문 (아래 줄 왼쪽 첫 번째 김병숙 님)

예상치 못한 시련과 온라인 수행의 발견

2021년 평범했던 일상에 큰 변화가 찾아왔습니다. 직장을 다니며 계약 연장을 위한 건강검진에서 위암 진단을 받았습니다. 위의 3분의 2를 절제하고 6개월간 항암 치료를 했습니다. 체중이 급격히 빠지고 몸은 급속도로 야위어 갔습니다. 지금도 마른 체형입니다. 지금은 수술한 지 5년이 되었고, 곧 완치 판정을 받을 수 있는 상태입니다.

위암 투병 중에도 수행을 계속했습니다. 코로나19로 온라인 전환 덕분이었습니다. 법당에 참석하는 수행 법회였다면 못했을 것 같습니다. 수술 직후 몸이 힘들고 초췌한 모습 때문에 수행 법회 참여를 망설였지만, 온라인 법회였기에 용기 내어 참석했습니다. 화면으로 만난 도반들의 격려 덕분에 수행 법회에 계속 참여할 수 있었습니다.

온라인 수행은 가족과의 갈등 해결에도 도움이 되었습니다. 집에서 법문 듣고 수행 활동을 하니, 남편은 제가 밖에 나가지 않고 집에 있으니 좋아했습니다. 남편의 불만이 적으니, 제 마음도 편했습니다. 집에서 조용히 수행할 수 있으면서 가족과의 갈등도 자연스럽게 해소되었습니다. 시도 때도 없는 리허설, 회의 등으로 방문 닫고 들어가도 분별심 내지 않고 이해하는 남편에게 고마운 마음입니다.

2022. 7. 문경바라지장 (뒷줄 왼쪽 세 번째 김병숙 님)
▲ 2022. 7. 문경바라지장 (뒷줄 왼쪽 세 번째 김병숙 님)

명상과 수행 공동체의 치유력

요양병원에 있는 동안에도 온라인을 통해 명상 수련과 수행 법회에 참여했습니다. 위암은 스트레스 관리와 마음의 평안이 특히 중요한데, '명상이 치료에 큰 도움이 된다.'라고 확신합니다. 명상할 때는 생각을 멈출 수 있습니다. 명상하며 의도하지 않고 그저 편안히 들숨과 날숨만을 지켜보았습니다. 생각을 멈추고 호흡을 지켜보는 명상은 제게 귀중한 시간입니다.

수행 공동체의 지지도 제게 큰 힘이 되었습니다. 강북모둠 그룹장과 경전대학 진행자 소임을 하며 제 얘기에 오롯이 집중하고 각종 권유를 긍정적으로 받아주는 도반들 덕분에 성취감을 느꼈고, 자존감도 높아졌습니다. 예전에는 오롯이 제 얘기를 들어주는 사람이 없었습니다. 그런데, 소임을 하며 만나는 도반들은 제 얘기에 귀 기울이고, 저의 권유에 고마워했습니다. 우유부단하고 나약했던 제가 도반들을 설득하고 권유도 하면서 자신감과 뿌듯함을 얻었습니다. 제게 너무나 소중한 도반들입니다.

2025. 7. 성동지회 도반들과 서초 도량청정 봉사(둘째 줄 오른쪽 세 번째 김병숙 님)
▲ 2025. 7. 성동지회 도반들과 서초 도량청정 봉사(둘째 줄 오른쪽 세 번째 김병숙 님)

전법 활동가로서의 새로운 도전

항암을 하면서 힘든 몸을 쉬기 위해 일반회원으로 있었습니다. 몸이 늘어지고 관점이 흐려지는 듯했습니다. 좀 더 심도 있는 수행을 하고 싶어 전법 활동가를 신청했습니다. 전법 활동가 교육이 너무 좋았습니다. 불교대학이나 경전대학 진행자가 되어 전법을 하고 싶었습니다.

전법 활동가가 되니, 나누기나 수행, 각종 수련 등을 좀 더 심도 있게 할 수 있습니다. 그 과정에서 책임감도 생기고 수행에도 도움받았습니다. 또한, 전법 활동가로 좋은 점은 시간 할애를 잘 할 수 있습니다. 전법활동가는 활동에 많은 시간이 필요합니다. 그래서 시간 조절 연습을 할 수 있습니다.

2025. 4. 13. 경전대학생들과 (왼쪽 첫 번째 김병숙 님)
▲ 2025. 4. 13. 경전대학생들과 (왼쪽 첫 번째 김병숙 님)

위기를 통한 성장과 감사의 발견

항상 앞으로만 직진하다 암 진단을 받았습니다. 다행히 초기에 발견했습니다. 투병하며 저를 우선으로 생각해야 한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위암 진단은 저를 되돌아보는 계기였고, 자기 돌봄과 성찰의 기회였습니다. 가족을 우선으로 하던 삶에서 "나를 우선으로 하는 삶"으로 가치관을 바꾸었습니다. 투병하며 삶의 시련을 받아들이고 삶의 의미를 되찾으며 건강한 자기 사랑을 배웠습니다. 많이 감사합니다.

공감과 연대의 소중함

정토회는 저에게 멍석을 깔아주었습니다. 자신감 없었던 제가 자신 있게 활동할 수 있는 장소를 제공했습니다. 매일 꾸준히 정진하니 활동도 꾸준히 할 수 있었습니다. 저의 자신감 획득의 가장 큰 비법은 정진입니다. 활동하면서 한 가지 더 알게 된 것은 상대의 말을 집중해서 듣는 것이 아주 중요하다는 것입니다. 저의 이야기를 온전히 들어주는 사람들이 있고, 그것을 느끼고, 그 과정을 통해 받는 위로와 격려는 수행 공동체가 제게 준 선물입니다.

2025. 4. 1.1 서초 즉문즉설 (왼쪽 첫 번째 김병숙 님)
▲ 2025. 4. 1.1 서초 즉문즉설 (왼쪽 첫 번째 김병숙 님)

새로운 출발을 향해

저는 이제 곧 위암 완치 판정을 받습니다. 올해, 둘째 아들의 결혼과 내년에 있을 첫째 아들의 결혼을 준비하며 인생의 새로운 장을 맞이하고 있습니다. 5년이라는 긴 투병 기간과 10년간의 꾸준한 수행을 통해 저는 삶의 진정한 가치가 무엇인지 깨달았습니다.

전법 활동가로서 더 많은 사람과 법을 나누고 싶습니다.


토요일 저녁, 줌 화면을 통해 시작된 따뜻한 만남은 이렇게 한 정토 행자의 깊은 삶의 이야기로 이어졌고, 그 이야기는 우리 모두에게 삶의 참된 의미에 대해 생각하게 하는 소중한 시간이었습니다. 그의 경험은 예기치 못한 시련과 변화 속에서도 꾸준한 수행은 위기를 성장과 화해의 기회로 만들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었습니다. 특히 온라인이라는 새로운 매체가 전통적인 수행 방식에 혁신을 주면서 더 많은 이들에게 수행의 문을 열어줄 수 있음을 증명하는 의미 있는 사례라고 생각합니다.

글_이지우 희망리포터 (서제지부 서초지회)
편집_최미영 (국제지부 아태지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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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체댓글 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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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광 변상용

며칠 전의 경전처럼 아프면 수행하지 말아야지 하는 게 보통인데 아픈데도 수행을 빼 먹지 않으셨군요.
잔잔하면서도 힘 있는 수행담 잘 들었습니다~

2025-10-29 19:52:41

이순희

부드러운 미소와 말로 이끌어 주시는
김병숙보살님 수행사례담 잘 들었습니다.
늘 힘이되니 감사합니다

2025-10-29 12:38:20

강서영

따뜻한 마음과 적극적인 실행력으로 이 좋은 법을 다른분들께도 나누어주시는 진정한 보살이십니다.
언젠가는 저도 이길을 가야지 맘먹게 되는 저의 멘토 ! 강북모듬 도반님들 모두 함께 응원합니다.

2025-10-29 11:12: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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