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토행자의 하루

월간정토
나를 진정으로 사랑하는 법

오늘의 주인공 김민지 님은 주변 사람의 말을 가볍게 넘기지 않고, 잘 듣고 세심하게 배려하는 사람인 것 같습니다. 정토회가 무엇을 하는 곳인지도 모른 채 친구를 통해 깨달음의 장에 참여한 것도 그렇고, 초등학교 1학년이던 동생의 장래 희망이 '나를 사랑하는 사람'이라는 것을 알고 '나를 사랑한다는 것이 무엇일까?' 스스로에게 질문을 던진 것을 보면 말입니다. 정토회를 만나 다양한 소임을 하고, 꾸준히 수행을 하면서 나날이 새롭게 '나를 사랑하는 법'을 배워가고 있는 멋진 청년의 이야기를 소개합니다.

‘깨달음의 장’에서 만난 가볍고 자유로운 마음

김민지 님
▲ 김민지 님

고등학교 시절 다소 큰 충격으로 다가왔던 일이 있습니다. 당시 초등학교 1학년이던 제 동생이 장래 희망으로 ‘나를 사랑하는 사람’이 되겠다고 한 일입니다. 학교 선생님으로부터 이야기를 전해 듣고 난 후, ‘나를 사랑한다는 것은 무엇일까?’라고 스스로에게 질문을 던지며 고민했지만 좀처럼 그것이 무엇인지 알지 못했습니다.

그러고 보면 저는 나를 사랑하는 법도 모른 채 매사에 불만이 많은 사람이었습니다. 사회적 지위, 직업, 가족, 인생 그 자체가 모두 마음에 들지 않았습니다. 충분히 잘하고 있는데 상황이 좋지 않거나, 상대가 잘못해서 결국 내가 손해 본다는 생각을 항상 했습니다. 가족들과 사소한 생활방식부터 정치적인 견해까지 서로 맞지 않아 충돌했습니다. 부모님이 청소를 시키면 동생도 있는데 왜 하필 나에게 시키는 건지 불평하는 마음부터 들었고, 정치 이야기를 하시면 저와 의견이 달라 짜증이 났습니다. 지금 처한 환경이 좀 더 풍요롭고 나은 환경이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으로 늘 삶에 만족하지 못해 괴로웠습니다.

2018년 2월 우연히 친구를 통해 ‘깨달음의 장’(이하 깨장)을 알게 되었습니다. 그해 3월 초, 정토회가 무엇을 하는 곳인지도 모른 채 무작정 발걸음은 그곳으로 향하였고 수련에 참여했습니다. 그제야 정토회가 불교 수행단체란 걸 알았고, 처음에는 집으로 돌아가고 싶은 마음이 일어났습니다. 하지만 수련 중에 그동안 꾹꾹 눌러온 제 마음을 사람들 앞에 내어놓으면서 한결 가벼워짐을 느꼈습니다. 깨장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서 만난 바람이 제 심장을 관통하는 느낌이 들면서 마치 날아갈 듯이 자유로운 느낌이었습니다. 항상 괴로움 속에 빠져 살았는데, 이제 무엇이든 새롭게 시작할 수 있겠다는 자신감이 생겼고, 다시 태어난 기분마저 들었습니다. 그러다 문득 이런 생각을 했습니다. ‘나도 죽기 전에는 나를 사랑했다고 말할 수 있지 않을까?’

다양한 소임과 역사 기행에서 깨어난 ‘알아차림’

깨장에 다녀온 뒤로 부산 금정지회 법당에서 하는 수행 법회에 꾸준히 참여했습니다. 한 달쯤 지나 법회 영상 소임을 맡아달라는 제안을 받았습니다. ‘이 소임은 꽤 중요한 것 같은데, 잘 모르는 나한테 왜 맡기는 것일까?’라는 생각에 주춤했지만 한번 해보기로 마음을 내었습니다. 봉사자분이 소임에 대해 친절히 설명해주었고, 소임을 해야 한다는 책임감 때문에라도 수행 법회에 자주 참여하게 되니 오히려 좋았습니다. 당시에는 깨장에 다녀왔다 해도 제 마음의 모든 괴로움이 사라진 것은 아니었기 때문에, 남아 있는 괴로움에서 벗어나기 위해 무언가를 해보려고 법당에 자주 나갔습니다. 홍보 행사가 있으면 적극 참여하고, 피켓을 드는 가벼운 소임부터 시작했습니다.

그 후, 지리산 ‘바라지장’ 소임을 맡았습니다. 평소 엄마가 짜증 섞인 말투로 제 이름을 부르면 살짝 놀라 불편한 마음이 있었습니다. 그래서인지 바라지장 팀장님이 제 이름을 자주 부르니 불편하고 싫은 기분이었습니다. 그 마음을 바라지장 소임을 마치면서 나누기 시간에 이야기했습니다. 그때 팀장님은 그저 제 얘기를 담담하게 들어주셨고 그 모습에서 잔잔한 감동과 함께 부끄러움이 밀려왔습니다. 상대의 말에 옳고 그름을 따지지 않고 그 마음을 있는 그대로 받아주는 팀장님의 엄청난 수행적 내공이 느껴지면서 진정한 어른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곰곰이 생각해보니 누군가 제 이름을 부를 때 조금 예민하게 반응한다는 것을 알았고 그 마음을 돌이켜보게 되었습니다.

제1차 만일결사 제10차 천일결사 3년 동안 부산 금정지회 회원 꼭지 소임을 맡았습니다. 천일결사 회원 정보를 관리하고 삼보수호비 납부 내역서와 회원 자격 심사 부분에 대한 데이터를 전산 입력하고 관리하는 역할이었습니다. 정보를 그때그때 잘 입력해야 하는 꼼꼼함이 필요한 일인데 아무래도 혼자 하다 보니 나중에 해도 된다는 생각에 기록을 미루거나 회원과의 소통을 빠뜨리는 일이 있었습니다. 제가 일을 미루는 습관이 있다는 것을 그때 알았습니다. 2023년부터 청년특별지부 회원 담당 소임을 하면서 저의 모습을 있는 그대로 인정하고, 해야 할 일을 뒤로 미루는 습관을 조금씩 고쳐나가기 위해 꾸준히 연습하고 있습니다. 소임을 하면서 제가 어떤 사람인지 볼 수 있었고, ‘맡은 소임을 성실히 하는 것이 곧 나를 사랑하는 방법이 아닐까?’라는 생각도 했습니다.

2024년 여름에는 청년 동북아 역사기행에 참가했습니다. 개인적으로는 역사의식이 탄탄하게 서 있지 못한 것 같아 가야 할 필요성을 느꼈고, 일단 가볍게 놀러 가는 마음으로 참여했습니다. 옛 고구려와 발해의 유적지를 둘러보면서 가슴이 탁 트이는 경험을 했고, 고구려의 기상이 느껴져 마음이 넓어지는 기분이었습니다. ‘저 광활한 역사가 우리의 것이었다면 얼마나 좋을까!’ 하는 아쉬운 마음도 있었습니다. 백두산에 올라갈 때 힘들기도 했지만, 도반과 서로 의지하며 올라가니 나중에는 오히려 힘이 되고 좋았습니다. 드디어 백두산 정상에 서서 천지를 보고 있는 그 순간 지금 여기, 이 자리에서 바라보고 있다는 감격스러움에 가슴이 벅차올랐습니다. 다소 희미하고 흐릿했던 역사의식이 이번 동북아 역사기행을 통해 더욱 선명해지는 계기가 되어 무척 기뻤습니다.

2022년 11월 경주역사기행 생활팀장 소임 중(오른쪽이 김민지 님)
▲ 2022년 11월 경주역사기행 생활팀장 소임 중(오른쪽이 김민지 님)

전법 활동을 하면서 해소된 가족과의 갈등

전법 회원이 되어야 더 많은 활동을 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지므로 무조건 해보자는 생각으로 전법 회원 교육을 신청했습니다. 개인적으로 수행을 열심히 한다고 해도 전법 활동을 하지 않고서는 더 나은 삶을 살 것 같지 않았습니다. 전법 회원 교육을 받으면서 정토회에 대해서 더 자세히 알 수 있었고, 왜 전법 회원으로 활동해야 하는지 그 목적이 분명해졌습니다. 2021년 7월, 1년의 교육을 마치고 전법 회원으로서 발심행자 수계를 받았습니다. 그 후 2년 동안 전법 회원으로서의 활동을 꾸준히 하였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가족과 갈등이 빚어지는 일이 생겼습니다. 한동네 이웃이 차도 없는 저에게 우리 가족의 주차 문제로 쌓인 불만을 토로했습니다. 그 이웃은 우연히 지나가다 저를 만나는 바람에 하소연하듯 얘기한 것이었습니다. 제가 주차한 것도 아닌데 가족을 대신하여 이웃의 불평을 들어야 하니 억울한 마음이 들었습니다. 결국 저는 주차를 잘못한 우리 가족에게 “내가 너 때문에 이런 말까지 들어야 하는 거니?” 하며 화를 냈습니다. 싸움의 발단은 주차 문제였는데, 정작 가족은 평소 제 생활 습관이 잘못되어 되레 피해받고 있다면서 싸움은 점점 커졌습니다. 결과적으로 보면 일상에서 생기는 사소한 생활 습관을 서로 이해하지 못해서 계속 불만이 쌓여 큰 싸움으로 번졌던 것입니다.

가족과의 갈등을 겪으면서 제 마음은 지옥을 몇 번이나 왔다 갔다 했습니다. ‘내가 과연 전법 회원 자격이 있는 걸까?’ 스스로 의문을 가졌고, 자신감과 의욕을 상실했습니다. 그러다 정일사 회향 수련에서 담당 법사님께 ‘자신을 더 학대하지 말라’는 말씀을 듣고 다시 용기를 냈습니다. 더불어 함께 한 도반들은 저의 느릿느릿하고 의욕 없는 소통에도 기다려주며 믿고 소임을 맡겼습니다. 그 덕에 저는 조금씩 기운을 낼 수 있었습니다.

2023년 8월 두북 수련원에서(두 번째줄 맨 오른쪽이 김민지 님)
▲ 2023년 8월 두북 수련원에서(두 번째줄 맨 오른쪽이 김민지 님)

사랑은 상대를 이해하는 것

매일 108배 정진을 하면서 가장 참회했던 대상은 여덟 살 차이가 나는 동생이었습니다. 지난 시간 동생과 함께 살면서 생활 습관이 서로 맞지 않아 부딪히는 순간들이 많았습니다. 그때는 저도 철들지 않은 어린 나이였기에 동생을 이해하지 못하고 오히려 못되게 군 적도 있습니다. 정토회 활동 중 동생과 나이가 비슷한 도반들의 마음 나누기를 들으면서, ‘내 동생도 당시에는 그런 마음이었겠구나’, ‘내 동생도 저런 일들로 고민이 참 많았겠구나’ 생각하며 이해하는 마음이 생겼습니다. 마음 나누기를 통해 동생과의 갈등 상황이 떠오르면서 미안하고 고마운 마음이 들었습니다. 상대를 이해하기 시작하니 무엇보다 제 마음이 편안했습니다. ‘너를 이해하는 것이 곧 나를 사랑하는 방법이 아닐까?’라고 이해하는 사랑에 한 걸음 다가서고 있었습니다.

나날이 새롭게 나를 사랑하는 수행자

요즘 저를 보면 예전에 짜증 많고 남 탓하던 그런 모습은 많이 줄었습니다. 어쩌다 컵을 깨뜨리면 순간 화가 올라오는 것을 느끼곤 했는데, 지금은 마음이 크게 출렁이지 않고 제 잘못이라 여기며 덤덤하게 상황을 정리합니다. 부모님이 정치 이야기를 할 때 의견이 다르면 짜증이 났는데, 이제는 ‘저 사람이 좋은가보다, 그렇게 생각할 수 있지’ 하는 마음으로 가만히 들어주며 무던하게 넘어가는 제 모습을 봅니다.

부처님 법을 만나기 전에는 어떤 문제가 생겼을 때 부정적인 마음으로 도망갈 생각부터 했는데, 지금은 차분하게 문제를 해결하는 힘이 생겼습니다. 마음이 흥분된 상태일 때는 순간 제 마음을 알아차려 멈추고, 편안히 받아주면서 상황에 대처합니다. 나를 사랑하는 법이 무엇인지 아직 다 알지는 못하지만, 이제 어렴풋이 조금은 알 것 같습니다.

깨장에 다녀오면서 괴로움에서 해방되어 시원해지는 가벼움과 자유로움을 느꼈고, 정토회를 만나 다양한 소임을 하면서 내가 어떤 사람인지 알게 되었습니다. 도반이라는 거울을 통해 시시때때로 변하는 저의 마음을 바라보고, 매일 108배 정진을 하면서 처음으로 동생의 마음을 이해했습니다. 어린 동생이 초등학교 때 장래 희망란에 어떤 마음으로 ‘나를 사랑하는 사람’이 되고 싶다고 적었는지도 조금 알 것 같습니다.

이제는 ‘나를 사랑하는 사람’이 되는 것이 제 인생의 수행 과제가 되었습니다. 나를 진정으로 사랑하는 것은 아침에 눈 뜨면 살아 있음에 행복해하고, 낳아주고 길러주신 부모님께 감사하고, 주변 사람들에게 고마움을 느끼는 것이라 생각합니다. 나를 사랑하고 있음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인다면, 여러 가지 크고 작은 문제들도 자연스럽게 해결될 것입니다. 나를 사랑하는 법을 완전히 알지는 못하지만, 진정으로 어떻게 사랑할 수 있을지 꾸준히 연습하고 탐구하는 수행자로서 나날이 새롭게 태어날 것입니다.

2024년 5월 온종일청춘톡톡 봉사(오른쪽이 김민지 님)
▲ 2024년 5월 온종일청춘톡톡 봉사(오른쪽이 김민지 님)


이 글은 <월간정토> 2025년 3월 호에 수록된 청년수행톡톡입니다.

글_김민지(청년특별지부)
편집_월간정토 편집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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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지님의 솔직한 수행담이 감동입니다. 나를 사랑하는 수행자 김민아님의 멋진 활동을 기대하고 응원합니다.

2025-09-30 06:11:32

최상훈

고맙습니다 ^^

2025-09-29 22:06:58

현광 변상용

정말 말도 안 되는 사소한 일로부터 큰 다툼이 시작되는 것 같아요. 저도 가끔, 이러는 내가 수행자라 할 수 있나 하는 생각 자주 합니다.
젊으신 분이 자연스레 행복해지는 길로 잘 가고 계시네요. 이젠 자신을 사랑하는 법을 충분히 아셨을 듯요.
더 많이 알 그날까지 응원합니다~

2025-09-29 12:47: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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