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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립의 발자취를 따라, 평화의 씨앗을 심다”를 슬로건으로 지난 6월 21일부터 8월 17일까지 이어졌던 북미지역의 평화실천 릴레이, 그 두번째 이야기를 소개합니다.
미국 동부지역 활동가들은 북미지역 평화실천 릴레이의 일환으로 7월 하순, 평화의 의미를 되새길 수 있는 여러 장소들을 방문했습니다. 지역이 넓다보니 다함께 모이기 어려워, 7월 19일에는 매사추세츠, 오하이오 콜럼버스, 뉴욕 플러싱, 워싱턴 DC에서 각각 1-2명씩 자신이 살고 있는 지역의 평화 관련 장소를 찾았습니다. 그리고 다음 날인 20일에는 7명이 한자리에 모여 뉴욕주 웨스트포인트의 미국 육군사관학교 앞에 섰습니다. 그동안 온라인으로만 만나던 동료들을 직접 마주하니 반갑고 신기한 마음이 들었습니다.
원래는 웨스트포인트 전쟁박물관을 방문할 계획이었으나, 내부 수리로 임시 휴관 중이어서 대신 그 앞에 있는 방문객 센터로 향했습니다. 이곳에는 200년이 넘는 미국 육군사관학교의 역사와 생도들의 군사 훈련 과정, 각종 전쟁 관련 자료 등이 전시되어 있어 박물관 못지 않게 전쟁의 현실을 생생하게 느낄 수 있었습니다. 웨스트포인트는 미국 독립전쟁과 미국-스페인 전쟁 당시 중요한 요충지였으며, 지금은 미국 육군사관학교의 별칭으로 통하고 있습니다.
비록 우리나라 독립 유적지는 아니었지만, 미리 준비한 슬로건을 나누어 들었습니다. “착한 전쟁은 없다! 오직 평화!!”와 “우리는 하나! 평화를 위하여!”를 외치며 평화의 목소리를 높였습니다.
그때 단체 관광을 온 한 노부부가 우리에게 다가와 한국사람이냐고 인사를 건넸습니다. 알고보니 한국전쟁에 참전하신 분이었습니다. 우리가 평화캠페인을 위해 이곳에 왔다고 설명하자, 그분들도 기꺼이 동참하겠다고 해서 “No War” 피켓을 들고 같이 사진을 찍었습니다. 우연히 만난 이들과 평화의 메시지를 공유하는 뜻깊은 순간이었습니다.
내부 관람을 마친 뒤, 입구에 전시된 탱크 앞에서 다시 한번 평화를 기원하는 구호를 외치며 사진과 영상을 남겼습니다. 이 활동을 통해 “착한 전쟁은 없다”는 신념이 더욱 확고해졌습니다.
특히 육군사관학교 앞에서 전쟁이 일어나지 않기를 바라며 평화 구호를 외치는 일은 복잡하고 묘한 감정을 불러일으켰습니다. 장차 군대를 이끌 장교들을 양성하는 학교 앞에서 전쟁 없는 세상을 외치는 것이 모순처럼 여겨지기도 했습니다. 전쟁을 대비하는 이들의 존재 자체가 전쟁 가능성을 전제하고 있지만, 역설적으로 전쟁이 일어나지 않는다면 그들도 조국과 가족을 지키기 위해 목숨을 걸고 싸울 필요가 없을 것입니다. 국가 간 평화로운 공존이 실현된다면 개인의 삶 또한 평화로울 수 있음을 새삼 깨달았습니다.
웨스트포인트에서의 평화실천 활동을 마친 후, 우리는 인근 베어마운틴 주립공원으로 함께 이동했습니다. 정상에 올라 아름다운 뉴욕의 자연경관을 감상하며 각자 준비해 온 도시락을 나누고 담소를 나누는 시간 역시 무척 소중했습니다. 선배 활동가들의 꾸준한 실천 이야기를 들으며, 개인의 행복을 넘어 우리 사회와 국가, 나아가 전 세계의 행복과 평화를 함께 일궈갈 수 있다는 희망을 보았습니다.
멀고 가까운 곳에서 달려온 동료들과 함께 뜻깊은 장소에서 평화를 향한 우리의 마음이 하나임을 다시 한번 확인한 귀중한 시간이었습니다.
8월 9일 토요일 아침, 캐나다 서부 지역 활동가들의 평화 실천활동을 위해 약속 장소로 향하는 발걸음은 설렘으로 가득했습니다. 처음 방문하는 장소였고, 온라인으로 뵙던 분들을 직접 만나 함께 활동하는 새로운 경험을 할 수 있기 때문이었습니다. 날씨도 더할 나위 없이 빛났습니다. 약속 장소인 브리티시컬럼비아주 서리의 클로버데일 세노타프(Cloverdale Cenotaph)에 도착했습니다. 조금 일찍 도착해서 잠시 구경이나 해볼까 하고 세노타프 옆 역사 갤러리에 들어가봤습니다. 기대 이상으로 감동적이었고 덕분에 처음 방문한 이 지역의 역사를 배울 수 있었습니다.
세노타프는 우리말로 기념비나 추도비에 해당하는데, 우리가 방문한 클로버데일 세노타프는 1921년 제1차 세계대전에서 희생된 캐나다 군인들을 기리기 위해 처음 세워졌다고 합니다. 이후 제2차 세계대전, 한국전쟁, 유엔 평화유지군 활동 등에서 희생된 군인들까지 포함하며 그 의미가 확장되었습니다. 기념비 한 쪽에 새겨진, 한국전쟁중 전사한 군인들의 명복을 비는 “IN MEMORY OF THOSE WHO FELL, Korea, 1950-1953”라는 문구가 눈에 띄었습니다. 기록에 따르면 한국전에 참전한 캐나다 군인은 총 2만 6,000명이며 그중 전사자는 516명입니다
기념비는 작고 소박했지만 서리 박물관과 역사 갤러리 사이 광장에 위치해 있어서 외롭지 않아 보였습니다. 특히 캐나다의 현충일(Remembrance Day)에는 지역 주민들의 추모 행사가 이곳에서 열린다고 합니다.
총 10명의 활동가가 세노타프 앞에 서서 조용히 구호를 외쳤습니다. "캐나다 밴쿠버, 평화의 씨앗을 심다!" 이주 앞으로 다가온 법륜스님의 캐나다 밴쿠버 강연 준비 관계로 곧 이동해야 했기에 추모비에서 보낸 시간이 짧았던 것이 좀 아쉬웠지만, 다음에 꼭 다시 한번 방문하리라 마음을 먹었습니다.
많은 활동가를 직접 만날 기회가 많지 않은데 함께 모여 뜻을 같이 할수 있어 감사했습니다. 특히 한 참가자의 어린 아들도 함께해 더욱 활기가 넘쳤습니다. 이날 함께한 참가자들의 소감을 소개하며 글을 마무리하겠습니다.
“태평양을 건너 우리나라에 와서 싸우다 돌아가신 젊은 넋이 안타깝고 한없이 고맙습니다. 그들은 과연 무엇을 위해 싸우고, 목숨을 바쳤을까요? 지금도 세계 곳곳에서 전쟁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누군가의 희생 없이도 진정한 평화가 찾아오기를 바랍니다” (주수진)
“기념비 앞에 서니 마음 한편이 묵직하게 울렸습니다. 우리가 누리는 평화로운 오늘이 이분들의 용기와 헌신 덕분임을 느꼈습니다. 짧은 시간이었지만 과거와 현재가 맞닿고, 우리가 잊지 말아야 할 가치가 마음속에 새겨졌습니다.” (김미혜)
“기념비에 선명히 새겨진 ‘Korean War’이라는 문구를 보면서 한국전쟁의 중요성을 다른 나라들도 인지하고 있다는 점이 느껴졌습니다. 정토회 덕분에 역사를 배우고 어떻게 살아야 할지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고맙습니다.” (변진희)
“헬멧을 손에 들고 무릎을 꿇은 병사의 동상을 보면서 마음이 숙연해졌습니다. 한국전쟁 전사자 추모 글을 읽으며, 이 먼 땅 캐나다에서 평화의 씨앗을 품고 한국전쟁에 참전하신 분들께 깊은 존경과 감사의 마음이 들었습니다. 평화의 사인을 들고 광장을 뛰어다니던 어린아이의 천진한 모습에 웃음과 생기가 넘쳤던 활동이었습니다. 평화를 염원하는 종이비행기를 곱게 접어 날렸던 것도 기억에 남습니다.” (김유미)
짧은 시간이었지만 한반도의 평화와 세계 평화를 염원하는 우리의 소원이 분명 하나임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8월 16일 토요일 아침, 미국 북서부 지역의 평화 실천 활동이 시애틀의 상징인 스페이스니들에서 진행되었습니다. 원래 계획은 전 주에 다른 장소(루이스 육군 박물관)에서 모이는 것이었지만, 시애틀 정토수련원 울력과 법륜스님의 시애틀 강연 준비로 바쁜 활동가들의 일정을 조율하기 어려워 부득이하게 한 주 연기하고 장소도 변경하게 되었습니다.
육군 박물관에서 스페이스니들로 장소를 옮긴 것은 여러 면에서 더 의미있는 선택이었습니다. 주말에 많은 인파가 모이는 곳이어서 평화 메시지를 전하기에 더욱 효과적이었고, 또한 2017년 한반도 전쟁 위기가 고조되었을 때 선배 활동가들과 함께 스페이스니들 광장에서 피켓을 들고 전쟁 반대, 평화 수호 캠페인을 펼쳤던 의미 깊은 기억을 되살릴 수 있는 곳이기도 했습니다.
일정 변경으로 많은 사람이 모이지 못할 것을 예상했습니다. 그래서 남편, 아들과 함께 셋이라도 가서 평화 릴레이에 참여하면 된다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예상과 달리 청년 몇 분이 기꺼이 동참해 주어 총 7명이 함께하게 되었습니다.
스페이스니들 분수광장에서 동선을 함께 의논한 후, ‘No War’, ‘I Want Peace’ 피켓을 들고 행진을 시작했습니다. 청년들의 당당한 발걸음과 환한 웃음, 그리고 피켓의 문구와 색채가 푸르른 여름 빛과 잘 어우러져 한 폭의 그림처럼 아름다운 장면을 연출했습니다.
영상 촬영 또한 즐거운 분위기 속에서 진행되었습니다. 행진이 처음인 청년들도 부끄러워하기보다는 적극적으로 아이디어를 내며 참여했고, 완성된 영상을 함께 보며 터져 나온 웃음 속에는 진정한 행복이 담겨 있었습니다. 단순한 홍보 활동을 넘어, 평화의 메시지가 웃음과 생동감 속에서 더욱 힘차게 전달되는 소중한 순간이었습니다.
개인적으로는 2017년 30대였던 제가 이제 40대가 되어 새로운 청년 세대와 함께 선배들이 했던 평화의 뜻을 이어간다는 사실이 더욱 감격스러웠습니다. 평화를 향한 마음이 세대를 넘어 이어지고 있음을 몸소 확인하며, 평화가 결코 단절되지 않고 계속해서 전승될 것이라는 확신을 얻었습니다.
비록 적은 인원이었지만, 스페이스니들 앞에서 펼친 우리의 작은 평화 행진은 시애틀을 넘어 전 세계로 울려 퍼지는 울림이었다고 믿습니다. “함께한다”는 기쁨이 가득했던 시간 속에서 평화의 진정한 힘을 느꼈습니다.
이번 활동에 함께한 10살 아들의 마음속에 심어진 평화의 씨앗이 언젠가 미래에 평화가 위협받을 때 당당히 싹트기를 간절히 소망합니다. 세대를 넘어 이어지는 이 작은 실천들이 결국은 거대한 평화의 물결을 만들어낼 것이라 확신합니다.
글과 사진_해외지부 이경원, 황금주, 박근애
편집_김영아 (해외지부 밴쿠버오씨모둠, 희망리포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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