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토행자의 하루

수행의 정석, 탐구하는 자세로 천일을 하루같이
허성화 님 수행담

지난 8차년 천일결사를 마무리하며 2016년12월 회향식에서 천 일을 하루도 빠짐 없이 기도한 분들에게 ‘천 일을 하루같이’ 라는 상을 주었습니다. 천 일을 하루같이 기도하신 분을 찾는다는 공지를 처음 봤을 때 ‘한국은 모르겠지만 해외에 과연 그런 사람이 있을까?’ 생각했었습니다. 하지만 태국 방콕에서 한 분, 미국 달라스에도 한 분, 캐나다 밴쿠버에도 한 분 속속 나타나기 시작했습니다.

정말 대단하다, 이게 되는구나! 감탄하면서도 제가 사는 미국 캘리포니아에는 한 분도 없는 것 같아 아쉬운 마음이었습니다. 하지만 얼마 전에 엘에이정토회 오렌지카운티법당 보살님 한 분이 천 일을 하루같이 기도했는데 늦게 알려져서 상을 못 받았다는 소식을 듣게 되었습니다. 왠지 뿌듯하고 자랑스러운 마음이 들면서 그 분의 수행담이 궁금해졌습니다. 연락을 해보니 인터뷰할 자격이 되는지 모르겠다며 쑥스러워했지만 흔쾌히 시간을 내주었습니다.

오렌지카운티법당 제8-10차 백일기도 입재식. 맨 앞 줄 왼쪽에서 네 번째가 허성화 님
▲ 오렌지카운티법당 제8-10차 백일기도 입재식. 맨 앞 줄 왼쪽에서 네 번째가 허성화 님

Q. 보살님 안녕하세요. 어떻게 천일결사를 알게 되셨는지, 어떤 계기로 천 일 동안 매일 빠지지 않고 기도하셨는지 궁금합니다.

허성화(이하 허) : 2009년 11월에 깨달음의장(이하 깨장)에 갔습니다. 깨장 마치면서 기도에 대한 말을 들었어요. 기도를 하면 깨장에서 느꼈던 것을 놓치지 않을 수 있다고요. 그래서 다음날부터 바로 기도를 시작했습니다. 천일결사 6-7차였죠. 6차년 천일결사 끝날 때까지는 매일 기도했는데, 7차년이 되자 계속 해야 하나 하는 맘이 들어서 했다 말았다 들쑥날쑥 했습니다. 그러다 8차년이 되면서 법당에서 천일결사 담당을 맡게 되었습니다. 이왕 소임을 맡은 김에 매일 기도해 보자 하는 생각으로 시작했지요. ‘하루도 빠짐 없이 기도를 하면 어떻게 될까?’ 궁금해서 한 번 해보고 싶었습니다(웃음).

Q. 아 그러셨군요. 말씀을 듣다 보니 깨장에서 어떤 걸 느끼셨는지 궁금합니다.

: 그때 몸이 많이 아프고 마음도 너무 힘들었습니다. 남들이 보기엔 아무 문제가 없다 하는데 저는 정말 너무 괴로웠습니다. 그런데 깨장 가서 알았어요. 내가 내 생각에만 빠져서 어리석게 살았다는 걸요. 도덕적인 관념, 옳다 그르다 하는 생각이나 윤리 이런 것들에 얽매여 스스로를 구속한 거죠. 이걸 알게 된 순간 그렇게 좋을 수가 없었습니다. 꽉 움켜쥐고 있던 것을 놓아버리는 순간 너무나 자유로웠어요. 아, 남이 나를 괴롭게 한 것이 아니라 내가 나를 구속했구나! 이 깨달음을 놓치지 않기 위해 기도를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Q. 매일 기도하면서 힘든 적은 없었는지요?

: 당연히 있었지요(웃음). 천 일이면 3년이거든요. 3년 동안 늘 좋기만 할 순 없잖아요? 몸이 아픈 날도 있고 하지 말까 생각이 들 때도 있고 그랬습니다. 한 번은 샤워실 유리창이 깨져서 다리를 심하게 다친 적이 있었습니다. 3개월 정도 고생했는데요, 다리가 아프니 절하기 힘들어서 갈등이 되었지만 '천일은 무조건 한다' 생각하니 그것도 장애가 안 되더군요. 천천히 절을 하다 보면 오히려 더 지극한 마음이 되었습니다. 온 몸의 세세한 부분까지 느껴지면서 감사한 마음이 더 커지더군요.

또 하루는 머리와 목이 너무 아파서 아침에 일어나기도 힘들었습니다. 다른 때 같으면 '아픈데 하지 말자' 했을 텐데 그때는 그냥 일어나서 절도 더 많이 해버렸습니다. 제가 한의학을 하다 보니 '몸이 아픈데 절을 하면 어떻게 될까?' 하는 궁금증도 있었고요. 신기하게도 계속 절을 하다 보니 아픈 게 사라져 버렸습니다. 한 천 배쯤 한 것 같아요. 감사한 마음이 들었습니다.

비행기를 타고 한국에 가거나 하게 되면 하루에 두 번 하는 날도 있고 하루 반 만에 하는 날도 있고 그랬습니다. 한국 시간에 맞출까 미국 시간에 맞출까? 그런 생각을 하다가 그냥 하루를 넘기지 않고 한다는 기준을 세웠습니다. 그러고 나니 간단해졌습니다. 환경의 변화에 대한 두려움도 없어지고요. 아들 결혼식 때 한국에 가서는 남편이 깰까 봐 호텔 화장실에서 한 적도 있습니다.

3년 동안 여러 가지 상황이 생겼지만 그때마다 이런 상황에서는 이렇게, 저런 상황에서는 저렇게 하면 어떨까 궁리하면서 하다 보니 환경에 구속되지 않고 오히려 호기심을 가지고 즐기는 마음으로 재미있게 할 수 있었습니다. 한 번 해보고 느껴보자 하는 마음으로 시작했는데 1, 2, 3차 백일기도를 차례차례 하다 어느새 10차까지 왔습니다.

오렌지카운티법당 보리수 모둠법회. 맨 뒷줄 왼쪽에서 두 번째가 허성화 님~~
▲ 오렌지카운티법당 보리수 모둠법회. 맨 뒷줄 왼쪽에서 두 번째가 허성화 님~~

Q. 스님께서 말씀하시는 탐구하는 자세가 그런 게 아닐까 싶습니다. 천 일을 하루같이 기도하고 나니 어떤가요? 뭔가 변화가 느껴지시나요?

: 뭐 대단한 걸 해냈다거나 엄청난 일을 했다거나 하는 느낌은 없습니다. 기도하면서 각자가 느끼는 게 다 다를 겁니다. 저는 두려움이 없어졌습니다. 단순해졌다고 할까요? 어떤 큰 일이나 어려운 일이 생겨도 하루를 넘기지 않습니다. 돌이키게 되고 감사한 마음이 드니 사는 게 간단명료합니다. 스스로 단단해졌다는 느낌이 듭니다. 물론 지금도 가끔은 넘어지고 나란 생각에 사로잡혀 허우적대기도 하지만 두렵지 않습니다.

Q. 기도를 해야겠다 마음 먹어도 막상 일상 생활에서는 잘 안 되는 분들이 많습니다. 조언을 좀 해 주실 수 있을까요?

: 기도는 생각으로 하는 게 아니라 자기가 직접 하면서 마음으로 느껴야 하는 거 같아요. 일단 백 일 해보고, 삼백 일 해보고, 그러다 보면 천 일이 되지 않을까요? 저 같은 경우는 아침형 인간이라 5시에 일어나는 게 그리 힘들지 않았고요, 절하면서 몸 아픈 것이 많이 없어졌기 때문에 힘들다는 생각도 안 들었습니다. 도움되는 말씀을 못 드려서 죄송합니다.

Q. 앞으로 계획이 있으시다면요?

: 특별한 각오는 없고요 (웃음). 3월에 다시 입재하고 수행자로서 하루하루 살아가면서 자유로운 마음으로 잘 쓰이자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지금은 감사한 마음으로 행복하게 잘 지내고 있지만 아직 전에 몸과 마음이 아팠을 때 괴로웠던 것이 어딘가에 남아있는 것을 느낍니다. 가끔 꿈으로 표출되기도 하고요. 계속 꾸준히 정진할 생각입니다. 요즘은 기도를 잠시 쉬고 있는데요. 매일 기도를 하다가 안 하면 내가 어떻게 느끼는지 궁금했거든요. 보통 생각하기에 아무것도 안 하면 편하고 자유로울 것 같지만 그게 꼭 좋은 것 같지는 않습니다. 아직 지켜보는 중입니다.

과학자가 연구대상을 관찰하듯이, 심리학자가 사람의 마음을 연구하듯이, 의사가 환자를 진찰하듯이 허성화 님은 호기심을 갖고 탐구하는 자세로 경계에 부딪히는 자신의 반응을 관찰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탐구하는 자세를 가져야 재미와 집중력이 생기고 꾸준히 할 수 있다는 스님의 법문이 떠올랐습니다. 허성화 님은 아마도 그 관찰을 통해서 정진의 새로운 의미를 찾을 것 같습니다. 꾸준한 정진을 통해 어딘가에 남아있는 괴로움의 흔적마저도 가볍게 지워버리고 더욱 자유롭고 행복해지시길 기원합니다. 아울러 허성화 님과 오렌지카운티법당 도반들의 수행의 향기에 실려 부처님의 가르침이 더욱 멀리 퍼져나가길 기원해 봅니다.

글_김혜진 희망리포터 (북미서남부 샌디에고정토법당)
편집_김지은 (해외지부)


2026 3월 정토불교대학

전체댓글 8

0/200

송명석

잘 들었습니다.

2017-03-04 09:13:22

보리안

뉴욕명상 때 뵙고 여기서 뵈니 참 반갑네요~
탐구하는 마음으로 기도하시는 보살님, 인상적입니다!
잘 읽었습니다!!! 반가운 소식 전해주신 혜진 법우님 감사합니다!

2017-02-23 18:29:57

김미례

잘 들었습니다 ~참 대단하십니다~ 많은귀감이되어 감사합니다~

2017-02-21 08:43: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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