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토행자의 하루

숲 속 작은집 행복 이야기

불법 만나 참 좋습니다. 법륜스님과 같은 훌륭한 스승을 만나 참 다행입니다. 오늘은 정토회에 들어와 맺게 된 소중한 인연 한 분을 소개하려 합니다.

사는 곳이 멀어 오는데 시간 반이 넘게 걸리는 데도 일찍 도착해 법회 준비를 하고 예쁜 미소로 맞아줄 때마다 근처에 사는 저를 반성하게 하는, 뭐든 주고 싶어 하는 넉넉한 마음씨에 때론 언니 같은, 별거 아닌 얘기에도 웃음이 넘칠 땐 꼭 소녀 같은, 솜씨, 맵시, 마음씨까지 다 갖춘 최제인 님의 단단히 여문 마늘쪽 같은 수행담입니다.

직접 만든 연등을 들고 있는 최제인 님
▲ 직접 만든 연등을 들고 있는 최제인 님

독실한 기독교 집안에서 태어나 별다른 문제 없이 기독교 테두리 안에서 봉사도 열심히 하며 나름대로 행복하다고 자부했습니다. 경제적으로나 사회적으로 저희 부부는 남들이 부러워할 만한 위치에 있었고 남들처럼 더 좋은 집, 더 좋은 차, 더 좋은 옷 등을 쫓으며 살았습니다. 한가지 불편한 것이 있었다면 만성 장염을 가지고 있는 남편을 사랑하는 방법을 몰라 미워했던 것입니다.

사업실패로 찾아온 위기

좀 더 많은 돈을 벌어보고 싶은 욕심에 다니던 직장을 그만두고 프랜차이즈사업에 손을 대면서 어려움이 찾아왔습니다. 처음엔 바라던 대로 사업이 잘됐습니다. 하지만 2008년도 미국 증권시장이 하락하면서 저의 사업도 곤두박질치기 시작했습니다. 5년 동안 고심하다 2013년 봄에 문을 닫았습니다. 남편은 계속 직장에 다녔지만, 그동안 사업한다고 벌려 놓았던 것이 많아 남편의 봉급만으론 감당이 되지 않았습니다. 결국 모든 것을 정리하고 시골로 거처를 옮기게 됐습니다.

감옥같이 느껴졌던 시골 생활

시골에는 좀 더 나이가 들면 들어가 살자 했었는데 원치 않는 변화가 갑자기 찾아온 셈입니다. 일생일대의 실패에 대한 좌절과 바쁘게 사람들과 부대끼며 일하던 환경과는 전혀 다른, 마치 감옥 속에 갇힌듯한 시골 생활이 견디기 힘들었습니다. 업친데 덥친 격으로 남편의 병이 급속도로 나빠지게 되어 생명에 지장은 없었지만, 신체적 변화로 인한 우울증이 심하게 찾아왔습니다. 남편이 우울하니 지켜보는 저도 같이 우울해지고 나쁜 생각을 같이하게 되더라고요.

의지처가 된 스님의 법문

정신적으로 의지할 곳이 간절했습니다. 몸담고 있던 기독교에 회의를 느끼고 있던 터라 밤낮으로 인터넷을 뒤졌습니다. 힐링캠프를 통해 법륜스님을 처음 뵈었을 땐 새로운 기운이 저의 몸을 감싸는 것 같았습니다. 스님의 책들을 사서 몇번씩 읽고, 인터넷으로 스님의 강연을 듣고 또 듣고 가까운 정토회에 찾아가 법문을 들으면서 조금씩 저의 생각이 바뀌고 이 모든 일이 제게 일어난 것에 대해 감사한 마음에 들기 시작했습니다.

욕불 의식에 쓸 꽃봉사하는 최제인 님
▲ 욕불 의식에 쓸 꽃봉사하는 최제인 님

실패가 아닌 경험

사업에 한 번 실패해봤으니 실패한 사람들의 고통을 알 수 있겠고, 다시 사업을 하게 되면 어떤 방법으로 하면 되는지도 알았고 사업을 하려는 사람들에게 조언을 해줄 수도 있고 사업 실패를 통해 배운 것이 많았습니다. 이렇게 좋은 점들을 찾을 수 있게 되니 사업실패에 대해서 자유로워졌습니다.

좋아진 남편과의 관계

20년 넘게 풀지 못한 숙제였던 남편과의 관계도 좋아졌습니다. 법륜스님의 가르침대로 6개월을 작정하고 남편의 편에 서서 조건없는 사랑을 했습니다. 그 시간 동안은 나를 세우지 않고 오로지 남편을 위해 살았습니다. 남편도 그런 제 변화에 감동했는지 이제는 제게도 남편의 사랑이 전해집니다. 이렇게 마음 편하고 자유로운 상태가 지속되면서 남편과 저의 우울증도 호전되어가고 있습니다.

마음이 달라지니 세상이 달리 보여

감옥같이 느껴졌던 시골 생활은 새로운 즐거움을 선사 받는 곳으로 변해가고 있습니다. 지겨워 못 견뎠던 숲 속의 고요함은 마음을 더욱 잘 볼 수 있는 창이 됩니다. 혼자만의 시간이 그다지 외롭게 느껴지지 않고 새로운 발견들로 다가옵니다. 봄부터 가을까지, 작디작은 씨앗들이 싹을 틔워 매일매일 조금씩 꿈틀꿈틀 줄기와 이파리를 뿜어내어 크고 작은 과실들을 맺는 것을 보면 참 신기하고 기특합니다.

작지만 우리 부부에게 딱 알맞은 집과 터를 매일 조금씩 가꾸어 도시에 사는 지인들의 쉼터가 될 때 느끼는 기쁨은 이루 말할 수 없습니다. 문득문득 예전에 바삐 살던 시간과 일터가 그립기도 하지만, 저희 부부의 건강을 위해 남편은 다니던 직장을 계속 다니고 저는 건강을 책임지는 안전한 먹거리 마련에 충실하기로 마음먹습니다.

마늘 보시

한 가지 고민은 지금 제가 가진 시간과 땅으로 할 수 있는 봉사와 사회환원에 관한 것입니다. 시골에 살다 보니 도시까지 먼 거리를 운전하며 쓰게 되는 에너지 낭비도 걱정이 됩니다. 이곳에서 할 수 있는 일을 찾던 중 두 가지 아이디어가 떠올랐습니다.

첫 수확한 마늘 앞에서 최제인 님
▲ 첫 수확한 마늘 앞에서 최제인 님

하나는 마늘입니다. 작년에 시험 삼아 심은 마늘이 아주 잘 자라줬습니다. 집에서 유기농으로 기르는 닭들의 배설물과 주변의 말 농장에서 가져다 쓴 말 배설물로 거름을 한 때문인 것 같습니다. 매년 조금씩 마늘 농사를 늘려 도시에 사는 사람들에게 유기농 농사 체험을 할 수 있는 장소를 제공하고, 또 수확한 마늘을 판매한 수익금은 정토회에 보시할 생각입니다.

최제인 님이 직접 만든 보자기
▲ 최제인 님이 직접 만든 보자기

보자기 보시

다른 하나는 보자기입니다. 정토회의 환경 운동에 동참하는 뜻으로 남는 시간을 이용해 보자기에 대한 홍보와 배급을 하는 것입니다. 아직은 서툰 솜씨지만 예전부터 만들어 쓰고 지인들에게도 나누어 주고 싶었던 보자기에서 아이디어를 얻었습니다. 보자기를 응용한 보자기 가방, 보자기 도시락 가방, 시장바구니, 손수건 등을 만들어 보았습니다.

먼지 쌓인 재봉틀을 꺼내어 드르륵드르륵 박으니 아주 쉽게 뚝딱 보자기 가방이 만들어집니다. 나부터 쓰고 주변 사람들에게 나눠줘야겠다 싶습니다. 관심 있는 사람들을 초대해 함께 만들고 홍보도 하며 환경오염도 줄이고 또 수익이 나면 보시할 계획입니다.

암흑 속에 갇혀 괴로워하던 제게 다른 생각, 시선을 갖게 해주고 새로운 삶의 길을 열게 해주신 법륜스님과 정토회에 무한한 감사를 드립니다.

글_최제인 (버지니아 법회)
정리_윤신정 희망리포터 (북미동남부지구 워싱턴정토회)
편집_이진선 (해외지부)


2026 3월 정토불교대학

전체댓글 5

0/200

대단해요

버지니아에서 마늘과 보자기라니.....
너무 소중하고 아름다운 선물이네요.
멋지십니다.

2016-08-25 16:02:00

햇살

자유의 창이 활짝!!!

2016-08-15 15:06:55

무량덕

언제나 진한 수행담을 읽으며 많이 느끼고 공감하게 됩니다. 마늘과 보자기 보시를 읽으니 도반님의 지혜로운 마음이 전해오네요. 건강하시고 행복하세요 ~~

2016-08-15 14:14: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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