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토행자의 하루

가족과 함께 하는 ‘아’ 다르고 ‘어’ 다른 번역의 세계 - 《금강경 강의》를 번역하는 그 날까지!

달라이라마를 읽는 미국 남자를 만나다

제 남편은 미네소타에서 나고 자란 미네소타 토박이입니다. 한국어를 배우기 위해 한국에 교환학생으로 와서 저를 만나게 된 남편은 고등학교 3학년 때부터 달라이라마의 책을 읽으며 불교에 대한 관심을 키워가고 있었습니다. 남편을 만났던 당시, 저는 밥 먹을 때도 기도부터 하며 종교에 의지하려 노력하는 기독교인이었어요. 마음이 편안하고 안정된 남편과 만나면서 불안한 내 마음도 조금 수그러들고 자연스레 교회를 다니지 않게 되었습니다.

미네소타의 상징인 카누(canoe)나 카약(kayak)으로만 이동이 가능한 야생 보호구역 Boundary Waters에서 남편 션 매요(Sean Mayo) 님
▲ 미네소타의 상징인 카누(canoe)나 카약(kayak)으로만 이동이 가능한 야생 보호구역 Boundary Waters에서 남편 션 매요(Sean Mayo) 님

그러던 중 저는 2006년 여름 미국으로 유학을 왔습니다. 한국에 살 때는 늘 불평불만투성이였습니다. 권위적이고 부조리하다고 느꼈던 한국 사회가 너무 싫었고 한국에서 살고 싶지 않았습니다. 한국을 아예 떠날 생각으로 미국으로 유학을 와서 1년 반 만에 꿈도 꾸지 못했던 세계적 기업에 입사까지 하는 등 태어나서 처음으로 내가 원하는 대로 일이 술술 풀리는 경험을 했습니다. 하지만 기쁨도 잠시, 내 욕구가 충족되면 될수록 마음의 공허함은 커져만 갔고 알 수 없는 허무감이 밀려들어 시간이 지날수록 마음이 점점 황폐해져 가고 있었습니다.

마음의 공허함이 정점을 찍던 2009년 어느 날, 우연히 남편이 대학 때 들은 불교 수업 교재 중 한 권이 눈에 들어왔고 그 책을 이틀에 걸쳐 다 읽게 되었습니다. 정신과 의사이자 불자인 그 책의 저자는 현대인들의 마음의 병에 관해 서술하고 있었는데 그때 저는 제 마음의 병이 많은 현대인이 겪고 있는 인간성 상실병이라는 걸 처음으로 알게 되었고 나의 병을 고치는 길이 불교 안에 있을지 모른다는 느낌을 어렴풋이 받았습니다. 그 책을 계기로, 불교에 대한 편견을 가지고 특히 불교를 미신처럼 여기던 제가 처음으로 불교에 마음의 문을 열게 되었습니다.

비슷한 시기에 스님의 주례사가 인터넷에 돌아다니고 있었고 그것을 우연히 읽게 된 절친한 친구의 강력한 권유로 정토회 웹사이트에 올려져 있는 스님의 즉문즉설 동영상을 보게 되었습니다. 처음 스님의 법문을 들었을 때의 충격은 이루 말할 수 없었습니다. '이런 세계가 존재하는구나, 도대체 불법이란 무엇일까' 놀라운 마음과 궁금증이 들었고 정토회에 대해 더 알고 싶었습니다. 그렇게 몇 년간 혼자 법문을 듣고 책만 읽다가 2013년 3월에 워싱턴에서 열리는 깨달음의장에 다녀오게 되었습니다.

깨달음의장에 다녀온 이후 얼마 지나지 않아 그토록 염원했던 불교대학을 미네소타에서 처음으로 열 수 있게 되어 학생 겸 담당자로 봉사했고, 현재는 열린법회와 불교대학 2기를 담당하고 있습니다. 평균 법회 참석 인원이 2~3명이지만 한국사람도 많지 않은 이역만리 미네소타에서 귀한 스님의 법문을 매주 들을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매우 감사히 생각하고 기쁜 마음으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불법을 만났던 시점부터 제가 지나온 길을 되돌아보면 깨달음의장이 저에겐 가장 큰 변화의 계기였습니다. 욕망이라는 쇠사슬로 온몸이 꽁꽁 묶여 이리 가지도 못하고 저리 가지도 못하던 그 갑갑함, 식을 줄 모르는 욕망에 타버린 인간성과 잿더미만 남은 황폐했던 마음이 깨달음의장 이후 꾸준히 해온 수행, 보시, 봉사 활동으로 서서히 회복되어 가고 있습니다.

전환점이 된 스님의 2014년 세계 100강

19살 때부터 불교 관련 책들을 읽고 불교를 좋아했던 남편은 제가 점점 스님의 열렬한 팬이 되어갈수록 미심쩍은 태도를 유지해 왔었습니다. 그러던 중 우연한 기회에 미시간에서 미국인들을 대상으로 한 스님의 즉문즉설을 함께 들을 기회가 생겼고 남편은 2시간이 넘는 법문을 귀 기울여 듣더니, ’깨달음을 이렇게 쉽고 독창적으로 설명하시는 분은 처음 봤다’며 놀라워했습니다. 그 이후 구글에서 한 스님의 강연이 유튜브에 올라오게 돼 남편과 같이 보게 되었습니다.

이 두 가지의 강연을 들은 남편은 내가 왜 스님의 팬이 되었는지 이해하게 되었다고 합니다. 구글 강연 중 스님께서 북한에 대한 질문을 받으셨을 때 ‘우리는 북한의 체제와 지도자에게만 관심이 있고 그 밑에서 고통받고 있는 주민들은 외면하고 있다’는 스님의 말씀이 남편의 마음에 많이 남았던지 얼마 뒤에 정토회에서 하는 북한 관련 활동을 돕고 싶다며 자기가 도울 일이 정토회에 없냐고 저에게 물어보았습니다. 그렇게 인연이 닿아 북한 관련 봉사는 아니지만, 남편은 번역 자원봉사를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Bryce Canyon에서 남편과 저
▲ Bryce Canyon에서 남편과 저

‘아’ 다르고 ‘어’ 다른 번역의 세계

남편과 저는 영어로 1차 혹은 2차 번역된 스님의 법문을 다듬고 마무리하는 봉사를 하고 있습니다. 최종적으로 다듬어진 법문들은 허핑턴포스트나 해외 정토 웹사이트에 포스팅이 됩니다. 이미 영어로 번역된 스님의 법문을 검토하면서 남편이 이해가 되지 않거나 어색한 부분을 얘기하면 저는 한국어로 된 스님 말씀을 읽고 스님께서 그렇게 말씀하신 앞뒤 문맥과 정서를 남편에게 상세하게 다시 풀어서 설명하며 남편의 이해를 돕습니다. 또 제가 보기에 스님께서 말씀하신 의도가 제대로 전달되지 않았다고 판단되는 경우 남편과 대화를 통해 수정하거나 보완하기도 합니다.

번역하다 보니 한국어로는 그 의미와 느낌이 전달되어도 영어로 번역했을 때 뉘앙스가 상실되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또한, 한국어에서 영어로 직역했을 경우 미국인들에게 반감을 불러일으키는 표현들도 많이 있었는데 이런 것들을 남편과 많은 대화를 통해 다듬는 작업을 합니다. 사전적 의미가 같은 단어로 번역하였지만 문맥상 스님의 말씀이 제대로 전달되지 못하는 경우도 있는데 이때 가장 근접한 단어나 표현을 찾기 위해 사전을 뒤지기도 합니다.

번역 봉사를 하면 할수록 간단한 단어나 동사의 차이로 얼마나 전달되는 뜻이 달라질 수 있는지 뼈저리게 경험하게 됩니다. 그리고 직역을 하기보다는 미국인의 눈에 맞게 적절히 수정하는 것이 필요함을 절실히 느끼고 있습니다.

시아버지 더그 매요(Doug Mayo) 님과 시어머니 수잔 롱(Susan Long) 님
▲ 시아버지 더그 매요(Doug Mayo) 님과 시어머니 수잔 롱(Susan Long) 님

번역하다 보니 재밌기도 하고 일거리도 많아 글쓰기가 취미인 시어머니까지 섭외하게 되었습니다. 시어머니는 저를 10년 넘게 가까이서 지켜보았기 때문에 저에 대해 누구보다 잘 압니다. 저는 호불호가 심하고 다혈질에 직설적인 표현을 서슴지 않아 결혼 초기에는 시부모님을 자주 긴장시켰던 것 같습니다. 그런 저의 모난 성격을 한 번도 문제 삼은 적은 없지만 제가 불법을 만난 이후 느꼈던 내면의 평화를 가장 먼저 눈치챈 사람 중 한 분이기도 합니다.

그래서 그런지 시어머니는 스님과 정토회에 대한 이미지가 매우 좋고 언제나 지원을 아끼지 않습니다. 더구나 시어머니는 오랫동안 취미로 책을 쓸 정도로 읽고 쓰는 것을 좋아하고 이해력과 문장력이 풍부해서 번역에 실질적인 도움을 많이 주고 있습니다. 저와 번역을 몇 차례 같이 하면서 시어머니는, “스님께서는 복잡하고 난해하게 느껴질 수 있는 개념을 굉장히 쉽고 간결하게 설명해주시는 천부적인 능력이 있으신 것 같다”고 말씀하였습니다.

최종 번역을 하는 일이 많은 시간이 소요되고 대화 내용을 글로 다시 정리하기가 쉽지는 않지만 하면 할수록 앞으로 해외 전법을 잘하기 위해 어떤 부분을 정비해나가야 할지 감이 잡히는 것 같습니다.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스님의 즉문즉설 법문을 세계화하기 위해선 법문 안에 스며있는 한국의 문화적인 요소를 일정 부분 걸러내는 것이 필요할 것 같습니다.

원이 생겼어요

선물로 받은 법륜 스님의 《금강경 강의》. 옐로스톤에서 마지막 장을 넘기며 찍은 인증사진.
▲ 선물로 받은 법륜 스님의 《금강경 강의》. 옐로스톤에서 마지막 장을 넘기며 찍은 인증사진.

깨달음의장에 다녀온 이후 얼마 지나지 않아 깨달음의장 동기인 뉴저지의 한혜진 님이 선물로 사준 스님의 《금강경 강의》를 읽게 되었습니다. 《금강경 강의》를 읽던 그 순간만큼은 마음에 있던 온갖 집착이 우두두 떨어져 나가는 것을 느꼈고 표현할 수 없는 가벼움과 자유로움을 느꼈습니다. 마음의 감동이 너무나 커서였는지 책을 읽는 동안 스님이 꿈에 며칠 동안 연속으로 등장하기도 했습니다. 그때부터 이런 책이 영어로 번역돼 미국 불자들에게도 부처님의 가르침을 더 잘 전할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하는 마음이 싹트기 시작했습니다.

실제로 영어로 된 금강경 책들이나 강의를 찾아봤지만, 금강경 자체만 짧게 번역되어 있을 뿐 스님의 《금강경 강의》와 같이 다양한 예를 들어 쉽고 명확하게 설명하는 책은 찾기 힘들었습니다. 그래서 비록 지금은 걸음마 수준이지만 남편과 시어머니와 꾸준히 봉사하여 실력을 많이 쌓은 뒤 셋이서 함께 《금강경 강의》를 번역해보고 싶은 원이 생겼습니다. 스님의 《금강경 강의》를 번역하는 그 날까지 꾸준히 가족과 함께 번역 봉사를 계속해 나가고자 합니다.

글_김세희 (미네소타열린법회)
정리_김원영 희망리포터 (북미중부지구)
편집_백은주(해외지부)

문의 미네소타열린법회
이메일 sehee246@gmail.com
전화 1-612-987-8045
주소 Golden Valley Library 830 Winnetka Ave N, Minneapolis, MN 55427 U.S.A.

2026 3월 정토불교대학

전체댓글 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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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수

고맙습니다. 감사합니다. ()

2016-06-25 07:11:00

최진운

감사합니다.
부처님을 봅니다.

2016-06-24 08:41:25

유민선

참으로 고맙고 감사한 일입니다
불법이 세계로 널리 펴지길 간절히 발원하옵니다

2016-06-12 11:13: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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