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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평법당에는 절 방석에서 자란 아이가 있습니다. 바로 은평법당 저녁담당 조영재 님의 딸 김서연 어린이입니다. 조영재 님은 초등학교 영양 교사로 근무하면서 결혼하고 서연이를 낳고 기르면서도 늘 수행, 보시, 봉사하는 보살행을 하고 있습니다. 지금은 초등학생인 서연이가 어떻게 법당 절 방석에서 자라게 되었는지 궁금증을 가득 안고, 봄내음이 가득한 3월 저녁, 어둠을 헤치고 달려가 보았습니다.
▲ 이제는 초등학생인 서연이와 엄마 조영재 님
돌고 돌고 돌아서 온 이곳이 나의 종착지
20대부터 사회문제, 개인 수행, 환경에 대한 궁금증이 많아 참 많은 곳을 돌아다녔어요. 대학 때는 이 절 저 절에서 하는 수행 프로그램에 참석하고 사회정치 문제는 운동권 친구들과 열심히 토론했어요. 취업 후 서울에서 지내면서도 이런 문제들에 대해서 여러 교육장을 찾아다니는데 어느 날 불교환경교육원이란 곳에서 환경수업을 알차게 해 준다는 이야기를 듣고 교육장을 찾아가 보니 그곳이 지금 서초법당 2층이었어요. 그때는 정토회에 대해서도 전혀 몰랐고 그저 환경에 대해서 좋은 교육을 해 주는 곳이라 생각했어요. 수업은 너무 훌륭해서 황송할 지경이었어요. 지금도 정토회의 모든 교육 프로그램들이 우수하지만, 그때도 각 분야의 전문가들이 강의를 진행해 주었어요. 수업을 들으면 들을수록 내가 이런 강의를 듣게 된 것이 정말 운이 좋았다는 생각에 정말 감동의 나날이었어요. 진심으로 감사하며 개근을 하며 열심히 수업을 들었습니다. 그렇게 프로그램을 듣던 어느 날 수업을 끝내고 나오는데 어떤 행자님이 1층에서 하는 스님의 법문이 재미있으니 한번 들어보라고 했어요.
가벼운 마음으로 스님의 법문을 들었는데 지금까지 들었던 법문들과는 많이 다르고 신선했어요. 이혼을 생각하는 질문자에게 하시는 법문이었는데 ‘아니, 저렇게도 말할 수 있구나!’ 사고의 전환이 딱 되더라고요. 그 시절만 해도 스님께서 매주 서초법당에서 즉문즉설을 해주시던 귀한 시간이었는데 그때는 그 감사함을 모르고 들었답니다. 법문을 들으면 들을수록 여기는 정말 내가 찾던 곳이라는 확신이 생겼어요. 다양한 사회문제와 개인 수행을 이렇게 한 번에 풀어내고 해결할 수 있는 곳이 있다니 정말 효율적이고 효과적이라는 생각을 했어요. 20대를 지나 30대 초반까지도 관심 있는 분야의 다양한 교육과 실천을 위해 여러 곳을 전전하던 저는 이제 종착지를 만나게 된 거죠. 정말로 다른 곳에 갈 필요가 없어졌어요.
절 방석에서 키운 불교대학․경전반 졸업 동기 우리 서연이
불교대학을 다니고 싶었지만, 그때만 해도 서초법당에서만 불교대학 수업이 있었어요. 서초법당은 집과 직장에서 너무 멀어서 갈 수가 없어 아쉬워하고 있었는데 집 근처에서 가정법회를 한다는 것을 알았어요. 기쁜 마음에 바로 전화를 걸었죠. 아쉽게도 가정법회는 주간에만 해서 교사인 저는 방학 때만 갈 수 있었어요. 여름방학 때 4번, 겨울방학 때 4번 그렇게 수행법회를 다니며 아쉬워했답니다. 그런데 어느 날 연신내에 법당이 생긴다는 얘기를 들었어요. 그때 서연이를 임신한 상태여서 다닐 수 있을까 고민을 했는데 주변에서 모두 도와주겠다, 함께하자, 용기를 주셨어요. 저도 이때가 아니면 정말 언제 다닐 수 있을지 모르겠다는 생각에 무작정 입학원서를 쓰고 다니기 시작했던 것 같아요. 좀 무모했지만 지금 생각해도 참 잘한 결정이었어요.(웃음)
▲ 방석에 쏙 들어가던 서연이가 이렇게 자랐어요!
서연이를 임신하고 한 학기를 다녔어요. 학교랑 불교대학 모두 방학이던 8월 서연이가 태어났어요. 아이는 무조건 3년은 엄마가 키워야 한다는 생각에 육아휴직을 냈지만, 불교대학이 고민이었어요. 그때는 모두의 성원으로 태어난 지 한 달 밖에 안 된 서연이를 데리고 수업에 갔습니다. 서연이를 절 방석에 처음 눕혔더니 아기가 쏙 들어가더라고요. 그렇게 조그마한 아기가 방석 밖으로 발이 나올 때까지 법당에 같이 다니면서 불교대학과 경전반 수업을 함께 들었어요. 참 신기한 건 불교대학을 졸업하고 경전반을 다닐 때까지도 서연이는 법당에서 한 번도 울지 않았어요. 물론 집에서도 순했지만, 법당에서는 기어 다니기 전까지는 그 절 방석에서 정말 행복하고 조용하게 지냈어요. 함께 공부한 도반님들이 ‘순둥이’라고 별명을 붙여줬어요. 그 절 방석에 쏙 들어가던 서연이는 태어나기 전부터 불교강의를 듣고 태어나서도 강의를 함께 들으며 졸업까지 함께했어요.
서연이가 다른 아이와 다른 게 있을까요?
감정 표현을 잘해요. 법당에서 도반님들과 나누기를 하는 것을 어렸을 때부터 자연스럽게 듣고 자라서 그런지 표현을 잘하고 때론 또래 나이에 쓰기 어려운 단어를 활용해서 깜짝 놀라곤 해요. 서연이한테 “너 정말 알고 그 단어를 쓰는 거니?”라고 물으며 확인을 자주 하는데 서연이가 알고 있더라고요. 어른들과 나누기를 많이 해서 그런지 표현을 참 자연스럽고 어른스럽게 할 때가 많아요.
어느 날은 서연이가 친구 집에 놀다 돌아와서 “엄마 나는 훌륭한 가정에서 태어났어요. 진짜 운이 좋은 아이예요”라고 말하는 거예요. 그래서 왜 그렇게 생각하냐고 물어보니까 친구들 집에는 엄마, 아빠 중 무서운 사람이 한 명씩은 있는데 우리 엄마, 아빠는 너무 좋다는 거예요. 그리고 친구네 집에서는 한곳에서만 놀라고 하는데 서연이는 아래층 사람들에게 피해가 안가는 정도면 집안 어디에서도 놀 수 있으니 좋다고 하더라고요. 나도 사실 못하게 하는 게 많은데 그전에는 서연이가 비교 대상이 없다가 친구네 집에 다녀오니 비교하게 되었나 봐요.
한번은 서연이 생일날 “엄마 날 태어나게 해줘서 너무 고마워요.” 이렇게 말하는 거예요.
“뭐가 고맙니? 엄마는 너한테 잘해준 게 없는데.”라고 하니
“아니야 엄마. 엄만 정말 잘해줘." 이렇게 말했답니다.
▲ 언제나 웃음이 가득한 서연이네 가족
서연이는 자기는 인생이 너무 재미있어서 태어난 게 너무 좋다고 해요. 나는 둘째로 태어나서 부모님의 사랑과 관심을 받고 싶어서 부단히 노력만 하고 엄마한테 어리광도 잘 못 부렸는데 서연이는 그런 건 저를 닮지 않은 것 같아요. 엄마한테 좋아한다, 고맙다, 미안하다, 이런 말들을 자연스럽게 잘해요.
서연이가 더 잘하는 JTS 거리모금
지금도 거리모금이라고 하면 부끄러운 마음과 불편한 마음이 드는데 서연이는 정말 거침없이 잘 하더라고요. 어느 날은 거리모금을 하러 가야 하는데 서연이가 같이 간다는 거예요. 그래서 서연이에게 거리모금의 취지를 설명하고 그 돈으로 배고픈 아이들을 살릴 수 있다고 설명했어요. 서연이는 자기가 이해 될 때까지 계속 질문을 하는데 귀찮아하지 않고 계속 설명을 해줬어요.
▲ 거리모금도 척척, 엄마보다 서연이가 더 잘해요.
저는 거리모금에서 한 푼도 모금액을 못 모았는데 서연이는 6천 원을 모아왔어요. 얼마나 대견하던지 서연이에게 500원이면 배고픈 사람이 한 끼를 먹을 수 있는데 6천 원이면 12명을 살린 거라고 설명해 줬어요. 그 날의 일을 일기로 썼는데 학교 선생님도 칭찬해 주셨다며 서연이가 정말 많이 좋아했어요.
서연이과 함께 공부하는 통일 이야기
서대문법당에서 통일퀴즈대회를 했는데 이날 서연이도 함께 했어요. 통일 수업을 듣고 나서 참가해야 하는데 서연이도 가고 싶다고 해서 취지를 설명해 주니 더 가고 싶어 하더라고요. 퀴즈 내용이 서연이에겐 어려웠지만, 뭐든 신나게 재미있게 하는 성격이라 이날 참석한 분들에게 귀여움을 많이 받고 웃음꽃이 활짝 핀 재미있고 유익한 시간을 보냈어요.
▲ 감동과 재미가 있었던 서대문 정토회 통일퀴즈대회
밤 11시에 통일기도를 하기로 한 날이었는데 그날따라 서연이를 맡길 곳이 없어서 정말 어떻게 해야 할지 난감했는데 서연이가 자기도 가고 싶다고 하더라고요. 집에 있는 만화책을 잔뜩 싸 들고 일단 서초법당으로 갔어요. 서초법당에 처음 간 서연이는 그야말로 물을 만난 듯 신기해하더라고요. 서연이에게 엄마는 통일기도를 해야 하니 서연이는 조용히 있어야 한다고 말했어요. 통일기도 발원문을 함께 읽고 저는 기도를 시작했어요. 서연이는 금세 사라졌는데 기도를 멈출 수가 없었어요.
그때 서연이는 당직을 서는 행자님들과 너무 재미있게 놀았어요. 그리고 2층에서 대기하고 있던 서대문법당 법우님들이 함께 놀자고 했는데 2층에 한번 오더니 한번 쓱 둘러보고는 재미없을 것 같으니까 가버리더래요. 하하하… 원래 호기심이 많은데 2층이 궁금하던 차에 올라가고 해결되니 바로 내려와서 재미있게 놀아주는 행자님들에게 갔다고 하더라고요. 서연이는 궁금하면 뭐든 거침없이 해요. 그리고 재미없을 것 같으면 바로 털고 일어나요. 눈치를 보는 성격이 아니에요. 이렇게 꺼릴 것이 없고 거침없는 서연이는 참 나랑 많이 달라요.
엄마 내 소원은 통일이야!
“엄마 소원이 뭐야?”
어느 날 갑자기 서연이가 물었어요. 살짝 당황했던 저는 우물쭈물하며 대답을 못 하고 있었는데 서연이는 당당하게 말하더라고요. “엄마 내 소원은 통일이야!”
서울에서 평양까지 노래를 집에서 자주 들었는데 서연이가 무슨 노래인지 물어보길래 아이의 눈높이에 맞게 설명을 해줬어요. 그 설명을 듣고 나니 통일을 꼭 해야겠다고 하더라고요. 통일기도도 해야 하고 거리모금도 해야 하는 거래요. 그리고 어느 날은 커서 역사학자가 되겠다고 하길래 이유를 물었더니 역사학자가 되어서 우리의 역사를 올바르게 사람들에게 알리고 통일을 꼭 이루어야겠대요.
나는 특별하게 찾아서 정토회에 와서 수행하게 되었는데 서연이는 자연스럽게 저절로 수행이 되는 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많이 들어요. 때론 정토회에 서연이가 참가한 모든 일이 어린아이의 단순한 호기심에 참여하는 것이라는 생각이 들기도 하지만 서연이에게 물어보면 자기가 무슨 일을 하는지 다 알고 있더라고요. 자신이 하는 일이 무엇인지 그리고 해야 할 일이 무엇인지 알고 있어요. 참 신기해요.
▲ 사진 찍을 때 서연이는 웃겨야 제맛! 엄마는 난감
서연이가 앞으로 어떤 아이가 되면 좋을까요?
어떤 역할을 하는 사람보다는 마음 편한 사람이 되었으면 좋겠어요. 나는 참 자라면서 마음이 편하질 않았어요. 누구에게 구속당하지 않았는데……. 그래서인지 그 답을 찾으러 이 절 저 절 많이 다니며 헤맸어요. 지금은 다닐 필요가 없지만(웃음). 쓸모 있는 사람, 행복한 사람이 되었으면 좋겠어요. 인생을 그냥 왔다 가는 것으로 생각하는 사람이 아니라 그래도 태어난 것을 행복하게 생각하며 사는 사람 그거면 성공한 거라고 생각해요.
늘 내가 무엇을 하는지 해야 할지 취지를 말해주는 엄마,
이 세상은 더불어 살아야 하는데 지금 서연이가 보고 듣는 세상 외에도 또 다른 세상이 있다고 늘 말해주는 엄마,
궁금해하는 서연이의 호기심을 채워주는 엄마,
하지만 그래도 더 잘하지 못했다고 겸손해하는 엄마, 조영재 님.
그리고 엄마의 뜻에 자신의 꿈을 얹어서 거침없이 살아가는 지금은 어린 서연이를 만나보았습니다.
조영재 님의 수행담을 들으며 서연이를 보았습니다. 겉에서 보면 서연이도 그냥 평범한 아이의 모습입니다. 하지만 자세히 보니 알 수 있었습니다. 이 모녀의 특별함을! 오늘 들은 이야기를 마음에 새기며 엄마와 딸, 그리고 도반으로 서로를 의지하고 행복한 인생을 만들어 가는 참된 도반의 모습을 보았습니다.
글_김회정 희망리포터 (서대문정토회 은평법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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