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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 고맙습니다.
인천지회 소속 전법활동가로 실천활동 담당을 맡고 있는 정환선 님은 자신을 글의 대상이 될 만한 사람이 아닙니다라고 말하며 대화를 시작했습니다. 자신의 삶을 설명하면서도 여전히 조심스러움이 묻어났습니다. 그러나 인터뷰가 진행될수록 삶 속에서 수행이 어떻게 시작되고, 어떻게 지속하는지를 차분하고 분명하게 보여주었습니다. 오랜 돌봄과 상실, 방황의 시간을 지나온 한 수행자의 여정을 함께 만나보겠습니다. 삶이 멈춘 듯한 시간, 10년 어느 날 어머니가 갑자기 쓰러졌습니다. 그리고 치매 증상이 시작되었습니다. 그때부터 약 10년 동안 어머니를 돌보았습니다. 그전에는 일에 미쳐 살았습니다. 오랫동안 즐겁게 몰입하던 일이었는데, 어머니의 치매가 오고 나서는 하던 일을 다 멈췄습니다. 세상하고 분리된 느낌이었습니다. 요양보호사 자격증을 따기 위해 요양원 실습을 했습니다. 그때 어르신들이 짐짝처럼 취급되는 걸 보고는 도저히 요양원에 모실 수 없었습니다. 결국, 어머니를 모시기로 했습니다. 어머니는 밤중에 집을 나가기도 했고, 계단이나 남의 집에서 발견되는 일도 있었습니다. 그러한 과정에서 매우 심한 정신적 육체적 피로감이 왔고, 형제간 갈등도 깊어졌습니다. 어느 날은 더 이상 버틸 수 없어 집을 뛰쳐나왔습니다. 어디로 가야 할지 몰라 햄버거집에서 밤을 지새우기도 했습니다. 삶의 중심이 무너진 시간이었습니다. 2025. 7월 강화 평화 전망대 통일 기도 방황 뒤에 이어진 정토회와의 인연 어머니가 돌아가신 뒤 돌봄 역할에서 완전히 벗어났지만, 그 자리에 곧바로 새로운 삶이 채워지지는 않았습니다. 규칙적인 일상이 사라진 상태에서 오랫동안 방황했습니다. 무엇을 해야 할지, 어떻게 살아야 할지 알 수 없는 시간이 이어졌습니다. 그 무렵, 지인의 권유로 스님의 법문 영상을 접했습니다. 처음에는 그저 재미로 봤는데 어느 순간 종일 틀어놓고 계속 들었습니다. 법문은 방황하는 삶에 다시 중심을 잡을 수 있도록 도와주었습니다. 반복해서 듣는 법문 속에서 조금씩 안정을 찾았고, 2019년에 종로 정토법당을 찾아갔습니다. 이후 김포로 이주하면서 인천지회로 소속을 옮겼고, 환경 꼭지를 맡았습니다. 환경에는 원래 관심이 있었습니다. 배우는 과정도 재미있었고, 베란다 텃밭부터 임대 텃밭까지 한 3년 정도 했습니다. 그러한 환경 소임은 부담이 아닌 자연스러운 활동이었습니다. 정토회에서의 활동은 특별한 결심이라기보다 삶의 리듬 안으로 조용히 스며들었습니다. 2025. 8월 불교대학 홍보 구복 불교에서 수행 불교로 과거에도 불교를 접해본 경험이 있었습니다. 그러나 그것은 주로 무엇인가를 바라는 구복 불교였습니다. 정토회에서 처음으로 부처님의 가르침을 체계적으로 공부하면서 전혀 다른 차원의 불교를 알았습니다. 책으로 공부할 때와 실천으로 쌓아가는 것은 완전히 달랐습니다. 3년쯤 지나서야 ‘아, 수행 불교가 이런 것이구나’하는 깨달음이 있었습니다. 법문을 듣고, 새벽 정진을 하고, 소임을 맡아 반복하는 시간 속에서 조금씩 달라지고 있음을 느꼈습니다. 삶이 극적으로 바뀌지는 않았지만, 흔들릴 때 돌아올 수 있는 중심이 생겼습니다. 2025. 12월 21차 천일결사 회향수련을 마치며 의심이 없었습니다 기독교 학교에 다녔고 여러 종교 경험이 있었지만, 정토회의 가르침은 달랐습니다. 수행 불교로써 일관된 내용이 계속 반복되니 의심 없이 자연스럽게 각인이 되었습니다. 낙숫물처럼 스며들었습니다. 또한, 실천활동 담당은 그동안 몰랐던 시야를 넓혀주었습니다. 환경, 복지, 통일 활동을 통해 고려인, 다문화 가정, 새터민 등 다양한 삶을 접했습니다. 정토회가 아니었다면 직접 만나기 어려운 분들입니다. 또 세상뿐 아니라 자신을 다시 돌아보았습니다. 제가 어떤 유형의 사람인지, 저 또한 그저 ‘많은 사람 중 하나’라는 사실을 알았습니다. 그리고 그런 자신을 그대로 인정합니다. 스님이 자주 이야기하시던 길가의 풀 한 포기라는 말을 이제 가슴으로 이해합니다. 2024. 10월 환경담마토크 흔들림 속에서도 남아 있는 한 가지 분명한 마음 현재는 정토회 활동이 삶의 전반을 차지하고 있지만, 그 외의 일들과 어떻게 균형을 맞춰 갈 것인지에 대한 고민이 있습니다. 일에 대한 미련, 전법활동가로서의 역할, 앞으로의 소임에 대한 부담이 동시에 존재합니다. 지금의 소임과 수행이 처음부터 쉽지 않았습니다. 하기 싫고, 피하고 싶은 마음도 분명 있습니다. 그러나 더 분명한 사실이 있습니다. 정토회가 가는 길이 너무 소중해서 이곳을 떠나고 싶지 않습니다. 또한, 같은 방향을 바라보며 함께 걷는 도반도 너무나 소중합니다. 도반들과 함께 꾸준히 공부하고 봉사하면서 따라가고 싶습니다. 2023. 12월 으뜸절 도량청정 봉사 엄마 고맙습니다 치매에 걸린 어머니는 자꾸 예전 이야기를 꺼냈고, 했던 말을 주기적으로 반복했습니다. 저는 그때마다 그 이야기들을 외면했습니다. 정토회에 더 일찍 왔더라면, 어머니 말을 더 잘 들어줬을 것 같습니다. 살아생전에 직접 말을 못 해 아쉬운 마음이지만, 제 안의 어머니에게 말을 해봅니다. ‘엄마, 엄마가 있었기에 지금의 제가 있어요. 고맙습니다.’ 정환선 님은 오랜 시간이 지났음에도 마음속에 남아 있던 감정은 여전히 생생한 듯했습니다. 그러나 고립된 10년을 법문으로 극복하고, 지금 활짝 웃는 그의 미소가 아름답습니다. 수행은 끝이 아니라, 머무는 자리라는 생각이 듭니다. 또한, 삶이 무너졌을 때 다시 돌아올 수 있는 기준점이 됩니다. 돌봄의 시간, 방황의 시간, 그리고 수행의 시간이 겹친 그의 이야기는 수행이란 특별한 사람이 완성하는 무엇이 아니라, 삶을 통과하며 계속 머무는 자리임을 조용히 전하고 있습니다. 글허수정 희망리포터 편집 윤정환
배추로 쌓아 올린 공양탑_정토사회문화회관 김장 봉사
정토사회문화회관 김장하는 날, 봉사자들의 손길로 쌓아 올린 공양탑은 그 자체로 깊은 정성의 결과물이었습니다. 리포터는 3일간 진행된 김장 일정 가운데 마지막 날만 취재하게 되어, 전 일정에 함께 한 봉사자들의 모습을 모두 담지 못한 점이 아쉬웠습니다. 이번 김장에는 약 100명의 봉사자가 참여했습니다. ‘한 아이를 키우려면 온 마을이 필요하다’는 말처럼, 김장하는 날에도 많은 봉사자들의 마음이 모여 큰 공양을 이루었습니다. 저장고에 가득 쌓인 김치통을 바라보니 앞으로 공양간에서 김치를 맛볼 때마다 봉사자들의 분주하면서도 따뜻했던 손길이 떠오르겠구나 싶습니다. 올해도 많은 정토행자들이 공양간 봉사에 동참하기를 기도하며, 그날의 현장을 전합니다. 2025년 11월 27일은 정토사회문화회관 김장 마지막 날이었습니다. 리포터는 취재를 위해 회사에 하루 휴가를 내고 회관으로 향했습니다. 비가 내리고 날씨는 차가웠지만 마음은 설레임으로 가득했습니다. 지하 1층 공양간에 도착하자 높게 쌓인 김치통이 가장 먼저 눈에 들어왔습니다. 오늘, 이 김치통이 가득 차겠구나 생각하니 마음이 든든했습니다. 배추 씻기 시작 리포터가 도착하기 전인 아침 7시부터 봉사자들은 절인 배추를 3단계로 나누어 씻는 작업을 하고 있었습니다. “어제 저녁에 절여 놓은 배추의 소금기를 씻어내고 있어요. 3단계로 깨끗하게 씻은 뒤, 배추 물기를 쫙 빼고 양념 속을 넣을 예정이에요” 왜 3단계로 씻을까? 물을 절약하기 위해서예요. 1단계에서 배추를 씻고 물이 더러워지면 2단계가 1단계가 되고, 3단계 물이 2단계로 갑니다. 그리고 새 물을 받아 3단계로 사용하는 방식으로 계속 순환하고 있어요.” 공양간은 자리 이동이 잦으면 혼잡해지기 때문에 한 자리에서 효율적으로 순환 작업을 합니다. 한쪽에서는 9시에 도착할 봉사자를 위해 돗자리와 양념 통을 준비합니다. 7시에 온 봉사자들은 간단한 간식을 먹으며 잠시 숨을 돌립니다. 한 봉사자가 3일간의 일정을 정리해서 말해주었습니다. 1일 차 김장 재료 손질하기 2일 차 양념 만들기, 배추 절이기 3일 차 소금 절인 배추 씻고 물빼기 → 배추 속 넣고 버무리기 → 김치통 저장고로 운반하기 청년 붓다 긴급 지원 잠시 후 청년 붓다들이 공양간에 도착했습니다. 예불하러 가기 전 잠깐 들러 무거운 물건을 척척 옮기는 등 필요한 일을 찾아 도왔습니다. 짧았지만 든든했던 긴급 지원이었습니다. 버리는 것 없이 쓰는 공양간 공양간에서는 배추를 씻다가 떨어지는 잎도 버리지 않습니다. 깨끗이 손질해 우거지나 겉절이, 볶음 재료로 다시 사용하기 때문입니다. 봉사자들은 배춧잎 사이에 낀 낙엽이나 더러운 이물질을 하나하나 제거하며 정성스럽게 손질합니다. 배춧잎 정리 우리는 모자이크 붓다입니다 9시가 되자 봉사자들이 속속 도착합니다. ‘우리는 모자이크 붓다입니다’라는 명심문으로 여는 나누기를 시작합니다. 이은숙 님 안내 공양간 총괄 담당인 이은숙 님이 봉사자의 역할을 안내합니다. “보통은 8명이 한 조인데, 오늘은 6명이 한 조입니다. 한 분은 배추를 나르고, 한 분은 양념 속을 나르고, 한 분은 배추를 통에 담아주세요. 봉사자들은 계속 오기 때문에 가능한 만큼만 하고 가셔도 됩니다. 너무 부담 갖지 마시고 천천히, 즐거운 마음으로 사고 없이 하시면 됩니다. 하다 보면 고춧가루가 눈에 튈 수도 있고, 매운 걸 많이 먹으면 속이 쓰릴 수도 있어요. 갑자기 안주가 생각난다고 나가실 수도 있고요. 이렇게 재미있게 하시면 됩니다. 와주셔서 정말 고맙습니다. 아기 다루듯 배추 버무리기 배추에 양념을 넣고 버무리는 손길은 마치 아기를 다루는 모습처럼 섬세하고 정성스럽습니다. 한 포기 한 포기가 소중한 먹을거리라는 마음이 모두에게 전해집니다. 김장 배추 맛을 묻자 한 봉사자는 “담백하고 맵지 않아요. 맛있습니다.”라고 웃으며 답합니다. 3일간의 김장 대장정 3일간 이어진 김장은 마침내 마무리되었습니다. 김치 저장고에는 약 80개의 김치통, 1,000kg 가량의 김치가 차곡차곡 쌓였습니다. 변수가 있겠지만, 하루 두 통씩 소비한다면 3월쯤이면 모두 소진될 예정입니다. 김치통 나르는 봉사자들 “이 김치통들을 남자 세 분이서 다 날랐습니다. 힘들어도 즐겁게 해야죠. 무거운 걸 드는데 힘 안 드는 사람이 어디 있겠어요. 지금까지 맛있게 먹기만 했는데, 김장을 도와서 누군가 더 맛있게 먹을 수 있다면 다행입니다. 이제 그 은혜를 조금씩 갚아가고 있는 것 같아요” 2025 김장 김치통은 헷갈리지 않도록 ‘2025 김장’이라고 표기해 보관합니다. 점심 공양 후 나누기 시간 김장을 마친 뒤 봉사자들은 중간 정리를 하고 닫는 나누기를 위해 다시 모였습니다. 김장 봉사는 처음인데요, 아침에 와서 시작했는데 어느 순간 뚝딱 끝난 느낌입니다. 우리는 속을 버무리고 넣기만 했는데, 사전에 준비할 일이 정말 많았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앞으로 회관에서 밥 먹을 때마다 우리가 담갔던 김치다 하며 감사히 먹을 것 같습니다. 안양지회 최수연 님 저는 공양간에서 식자재 주문 꼭지를 맡고 있어요. 오늘 온몸으로 일하다보니 옷이 너무 지저분해져서 이 옷을 입고 어떻게 지하철을 탈까 고민하고 있습니다. 그래도 배추 헹구고 설거지에 집중하다 보니 잡념이 없어서 좋았습니다. 집에 가면 피곤할지 모르겠지만, 지금은 즐겁게 일해서인지 몸이 가볍고 머리도 상쾌합니다. 성남지회 현은영 님 다음은 정토사회문화회관 운영팀장인 김진숙 님의 소감입니다. 김진숙 님 나누기 “3일 동안 여러 봉사자 분들의 지원 덕분에 김장을 잘 마무리했습니다. 일 년 동안 먹을거리가 마련돼서 마음이 편안하고 든든합니다. 오늘 많은 일을 하셨는데 청소까지 마무리하게 해서 죄송합니다. 잘 부탁드립니다.” 공양간 담당 법사인 월광 법사님의 나누기도 이어집니다. 월광 법사님 나누기 “반갑습니다. 공양간 담당 법사입니다. 이름만 담당 법사이지, 사실은 맨날 밥만 많이 먹고 김장하는 날에는 이렇게 사진만 찍고 있습니다. 어제 봉사자들과 나누기를 하다 보니 회관 1층에서 지하 1층 공양간으로 짐을 내리는 일이 너무 힘들다는 거예요. 그런 줄도 모르고 저는 1년 내내 밥만 얻어먹고 살았구나 싶었습니다. 나라도 짐을 옮겨보자는 마음으로 회관에 올라가니, 마침 공양간 짐이 있어 우선 간장하고 시금치만 가지고 내려왔어요. 그러다 지나가는 분들을 붙잡고 짐이 무거우니 함께 좀 내려달라고 부탁도 하고, 마침 차에서 내리는 분이 있어 함께 힘을 모아 짐을 옮겼습니다. 그 순간 “아, 마음을 내는 게 중요하구나” 느꼈어요. 약한 나 혼자서는 아무것도 할 수 없지만 이렇게 마음을 내니 모두가 도와주려 한다는 걸 또 깨달았습니다. 우리가 서로에게 모두 관세음보살이었어요. 그러니 어렵다고 포기하지 말고, 예하고 하면 다 됩니다. 저는 이렇게 공양간 담당 법사로 살 수 있다는 게 참 자랑스럽습니다.“ 나누기 속에 봉사자들의 기쁨과 감사, 뿌듯함이 가득했습니다. 나누기가 끝나고 공양간 청소까지 깔끔하게 마무리하니 오늘 하루가 더욱 뿌듯하게 다가옵니다. 공양간 청소 김장 마무리 후, 공양간 총괄 이은숙 님과 회관 운영 팀장 김진숙 님을 모시고 추가 인터뷰를 진행했습니다. 두 분은 공양간이 특별한 수행처라고 입을 모았습니다. 요리는 누구나 할 수 있는 일이기에 오히려 더 수행이 된다고 합니다. 함께 일하다 보면 ‘나도 요리할 줄 안다’는 마음들이 자연스럽게 부딪히고, 더 잘하려는 과정에서 분별심이 일어납니다. 김진숙 님은 그때마다 자기 마음을 돌아보고 그렇구나 하고 내려놓는 연습을 하게 된다며, 일어나는 마음들을 다 감당할 수 있게 되는 곳이 바로 공양간이라고 말합니다. 이은숙 님은 시간에 맞춰 수십, 수백 명의 공양을 준비해야 하는 긴박한 상황 속에서, 다른 생각을 할 틈 없이 오로지 지금 여기 일에 집중하게 되는 점을 공양간 봉사의 가장 큰 매력으로 꼽았습니다. 음식을 채우느라 다섯 개의 배식대 앞을 바쁘게 오가는 시간은, 그 자체로 명상이 따로 필요 없는 순간이라고 합니다. 더불어 김진숙 님은 가장 힘든 역할을 맡고 있으면서도 늘 “나는 제일 쉬운 일을 하고 있다”고 말하는 이은숙 님 덕분에, 주변 사람들의 마음이 한결 가벼워진다고 칭찬했습니다. 인터뷰 내내 웃음이 끊이지 않았던 이유도 바로 서로를 지지하는 그 마음들 덕분이었습니다. 공양간은 누군가의 한 끼를 넘어, 함께 살아가는 공동체의 온기를 차곡차곡 쌓아 올리는 우리들의 좋은 수행처였습니다. 글최민지 사진최민지 지원김선숙 편집여수연 허인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