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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살린 바라지장
인생의 돌부리에 걸려 넘어져 당장 죽을 것처럼 괴로울 때, 윤은정 님은 문득 문경을 떠올렸고, 바라지장을 찾았습니다. 살고 싶다는 의지 때문인지 어떤 소임도 기쁘고 재미있었고, 몸이 바쁘다 보니 미움이나 원망이 일어날 틈이 없어, 마음이 편안하고 정화되는 듯했다고 합니다. 내가 살기 위해 찾았던 문경에서, 잘 쓰이고 돌아올 때는 몸과 마음이 가벼워지고, 다시 살아갈 힘을 얻었다는 이야기를 전하니 편집자 역시 슬며시 바라지장 신청이 싶어집니다. 공양간에서 나의 오랜 인연, 정토회 세상이, 어른들이 가르쳐주지 않은 많은 궁금한 것들이 법륜 스님의 즉문즉설을 들으면서 하나씩 풀리기 시작했습니다. 2013년 불교대학 입학과 깨달음의 장을 다녀온 인연으로 정토회 일원이 되었습니다. 제게 ‘깨장’은 깜깜한 암흑 속에서 한 줄기 빛을 본 듯한 환희를 안겨준 신기한 경험이었습니다. 그때, 정성 가득한 공양이 지친 내 몸과 마음을 치유해 준 기억이 선명합니다. 56년간 불교대학 담당, 팀장으로 봉사하다 제 업식에 걸려 나자빠졌습니다. 신생 법당이라 소임이 많았고, 불교대학 학생들이 저를 수행자로 우러러보는 것 같아서 부담스러웠습니다. 점점 소임이 무거워지고 있었는데, 때마침 남편이 실직하자 그 핑계로 도망쳤습니다. ‘그래도 지금껏 배웠는데 기본이야 하겠지’ 하는 자신감도 있었습니다. 그러나 삶은 제 뜻대로 되지 않았고, 전혀 예상치 못한 일로 사정없이 한 대 맞았습니다. 미움과 원망이 극에 달해 그 칼끝이 저를 향했고, 늪에 빠진 것처럼 허우적댔지만 발버둥 칠수록 더 깊이 빠졌습니다. 소임을 하며 정화되다 괴로움으로 당장 죽을 것만 같던 그때, 문득 떠오른 문경 괴로움을 온몸으로 끌어안은 채 그 청정한 곳을 찾았습니다.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심정이었는데, 문경은 따스하게 저를 반겨주었습니다. 부처님께 올리는 공양을 준비하는 일은 상상 이상으로 쉽지 않았습니다. 채개장에 들어갈 고사리는 줄을 세워 같은 크기로 자르고, 숙주나물은 녹두 껍질이 한 알이라도 들어갈세라 아기 다루듯 씻었으며, 사과를 반쪽씩 썰 때는 한쪽으로 치우치지 않게 온 마음을 다했습니다. 집에서는 일하기 싫어 주리를 틀었는데, 살고 싶다는 의지 때문인지 어떤 소임도 기쁘고 재미있었습니다. 잡초를 뽑을 땐 속 시원함과 짜릿함이 느껴졌고, 수련생들에게 주차 안내를 하면서 땡볕 아래 뛰어다녀도 그저 신나고 재미있었습니다. 몸이 바쁘다 보니 남편에 대한 미움이나 원망이 일어날 틈이 없었고, 바쁠수록 마음이 편안하고 정화되는 듯했습니다. 부처님 오신 날에 사회자 소임 중 로또구나 법사님과 문답 시간에는 괴로움을 호소하자 모두 박장대소했습니다. “울 일이 아니고 로또 맞았네한턱 쏴” 딱 죽을 것만 같았는데 축하받고 기뻐해야 할 일이었다니, 잠시 어리둥절했지만 이내 함께 활짝 웃었습니다. 현실은 그대로인데 저는 지옥에서 천국으로 순간 이동한 것입니다. 바라지장 나누기도 ‘깨장’, ‘나눔의 장’처럼 수련 시간임을 실감하는 순간이었습니다. 술 좋아하는 남편 덕분에 정토회를 만났고, 10년이 훨씬 지나 남이 된 그 사람 덕분에 문경을 찾았습니다. 그 사람에게 끓어오르는 분노와 미움으로 정신을 못 차리고 미쳐갔습니다. 남 일로만 여겨지던 일이 막상 내게 닥치니 어떤 말도 안 들리고 어떤 길도 안 떠오르고 제 생각에만 빠져들었습니다. 탈출구가 보이지 않았습니다. 벗어나려고 하면 할수록 불법을 모르던 때로 되돌아갔습니다. 그때 알았습니다. 수행을 놓쳐서 그렇다는 것을. 바라지 장에서 고마운 인연입니다 2주 후 다시 문경을 찾았습니다. 계획에 없었는데, 당장 와달라고 팀장에게 연락이 왔습니다. 여전히 허우적대며 휘청거리는 저를 옆에서 지켜보기라도 한 듯 말입니다. 힘들어 손을 내밀었고 여전히 붙잡고 의지하고 싶어 모든 일정을 미루고 달려갔습니다. 문경에 가겠다는 생각만 해도 죽비를 맞은 듯 정신이 번쩍 듭니다. 보살행을 실천하고 수행하는 그 청정한 곳에 민폐가 되고 싶지 않은 마음이 큰가 봅니다. 7월에는 그저 ‘나’ 살기 위해 머물렀다면, 8월에는 ‘잘 쓰이기’ 위해 문경에 머물렀습니다. 물론 그 속에서 오히려 제가 더 많은 것을 받았습니다. 몸과 마음이 한결 가벼워졌고, 지금 여기에 있기까지 잊고 있던 수많은 인연의 사랑과 배려, 베풂이 떠오릅니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 하늘은 눈부시게 푸르고 숲은 깊고 짙습니다. 지금 여기, 내가 살아 숨 쉬고 있음이 감사하고, 마음을 나누고 돌이킬 힘을 주셔서 감사합니다. 두 번의 바라지는 저를 다시 살린 시간입니다. 앞으로도 이 마음 잊지 않고 지치고 힘들 때, 내 고향 문경의 그 길을 걸어가렵니다. 공양간의 푸근한 내음, 신선한 새벽 공기, 시시각각 변하는 신비스러운 풍경, 그리고 도반들의 맑은 미소가 벌써 그립습니다. 대웅전 앞에서 풀 뽑기 중에 글윤은정 편집월간정토 편집팀 이 글은 2025년 10월 호에 수록된 바라지장 소감문입니다.
따뜻했던 눈빛과 손길을 기억합니다_두북 어르신 봄나들이
2026년 4월 16일, 봄기운이 완연한 날씨 속에 법륜스님과 함께하는 두북 어르신 봄나들이 행사가 진행되었습니다. 새벽 여섯 시부터 두북 수련원에는 이미 중울산, 동래, 해운대 3개 지회 봉사자 30여 명이 모였습니다. 나무가 푸르른 새벽 두북 수련원 겨우내 움츠렸던 산천초목은 새잎과 여린 가지들로 봄을 맞습니다. 마주한 봄은 눈부시게 아름답고 따뜻했습니다. 이른 시간부터 움직여 피곤할 텐데, 봉사자들 얼굴에는 어르신들을 맞을 기대감으로 가득했습니다. 여는 모임을 하고 봉사팀장 윤미자 님의 역할 설명과 당부가 이어집니다. 다 함께 명심문으로 마음을 다잡습니다. “내가 세상의 희망입니다. 내가 세상의 희망이 되어 먼저 손 내밀고 다가가겠습니다.” 어느새 모여든 버스 3대와 승합차 2대, 봉사자 승용차 4대가 근처 12개 마을 어르신을 모셔 옵니다. 도착한 150여 명의 표정에서 설렘이 묻어납니다. 봉사자들은 꼼꼼히 출석 체크하고 한 분 한 분에게 목걸이 신분증을 걸어드립니다. “오늘의 금목걸이네” 할머니 한 분이 노란색 종이로 만든 목걸이를 목에 걸며 농담을 건넵니다. 오늘의 금목걸이를 받고 빠뜨리지 않도록 꼼꼼히 선물을 전하는 문미경 님 집에 아픈 소를 두고 차마 나올 수 없었다는 할아버지 소식을 들었습니다. 함께 하지 못한 안타까움과 소를 가족처럼 아끼는 마음이 그려져 따뜻했습니다. 한 시간을 달려 포항 내연산 자락에 자리 잡은 보경사에 도착했습니다. 미리 도착한 선발대가 길을 밝히며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안내 표지판을 들고 마중하는 임명숙 님 일주문을 지나 부처님의 세계로 잠시 틈을 타 미소가 아름다운 정도현 님의 이야기를 들어봅니다. 환한 미소가 예쁜 정도현 님 “보리수 10기를 인연으로 두북에서 매주 JTS 봉사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반찬 배달과 목욕 봉사로 어르신들을 자주 뵙지만, 함께 나들이하여 더욱 뜻깊고 좋은 시간입니다. 어르신들이 웃으며 행복한 모습에 저도 덩달아 기분이 좋아집니다. 투박한 손으로 손을 잡고 쓰다듬으며 고맙다고 하는데 뭉클했습니다.” 울퉁불퉁 자갈길, 우리가 도와 드려요. 어르신들이 보경사에 도착하자 봉사자들의 움직임이 바빠집니다. 속도를 맞추어 기다리고, 손을 내밀어 힘을 보탭니다. 보행이 힘든 어르신은 휠체어로 함께합니다. 굽은 허리가 봄나들이에 방해가 되지 않습니다. 평소 보고 싶었고, 안부가 궁금했던 친구, 지인들을 만나 서로의 소식을 전하고 보듬으며 마음을 나눕니다. 비록 발걸음은 엇박자일지라도 그리웠던 마음을 전하는 데에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습니다. 천왕문 앞에서 법륜스님과 보경사 주지 탄원스님이 어르신들을 반갑게 맞이합니다. 법륜스님은 보경사에 대해 쉽고 재미있게 설명합니다. 보경사는 불국사의 말사로 신라시대 대덕 지명 법사가 창건한 천년 고찰입니다. 그 후 고려 시대에 중창 불사를 하고 세월이 지나 조선 숙종 때 임진왜란으로 훼손된 절을 새로 지었습니다. 한편, 현대에 크게 잘 지은 법당도 있지만, 잘 지으나 못 지으나 예전 건축물을 둘러보자고 한 스님의 말씀에 따라 모두 함께 이동합니다. 쉽고 재미있는 법륜스님의 설명을 들으며 경내 이곳저곳을 둘러보는 중 돌계단 앞에서 봉사자들의 섬세한 손길 마을별로 기념사진을 남기고 사진 촬영이 한창일 때, 배내 마을 이름이 이중 마을로 개명되었다는 이야기를 듣고 법륜스님이 배내 마을이 더 좋은데 왜 바꿨냐?라며 농담을 합니다. 이런 이야기를 웃으면서 할 수 있는 것은 오랜 시간 같은 추억을 가지고, 깊은 유대감으로 이어져 온 공동체이기에 가능합니다. 두 팔 가득 하트를 크게 그려보기 주지 스님의 배웅을 받으며 일행은 다음 행선지로 향합니다. 도착한 곳은 경주의 뷔페식당입니다. 차창 밖으로 싱그러운 자연이 그려내는 생기에 이동하는 한 시간이 즐겁습니다. 미리 도착한 선발대는 어르신들의 식사와 음료까지 만찬을 위한 준비를 마친 상태입니다. 맛있는 식사 후 법륜스님은 즉문즉설과 불안정한 현재 세계정세에 관해 설명하고 개인의 작은 실천이 있기를 당부했습니다. 참가자들과 봉사자들 모두 고개를 끄덕이며 호응했습니다. 이어 대경지부 문화 예술팀의 공연을 시작으로 본격적인 여흥의 시간이 열립니다. 갈고닦은 실력이 펼쳐지고 정토회 BTS 대경지부 공연팀 함께해서 모두가 행복한 날, 춤과 노래가 어우러진 무대를 보여준 이명애 님의 참여 소감을 들어봅니다. 재주꾼 이명애 님 “어르신들의 봄나들이 봉사지만, 저희도 나들이하듯 화창한 날에 즐거운 잔치가 되었습니다. 이런 봉사라면 신청 경쟁이 붙지 않을까?라는 행복한 상상도 해봅니다. 역사가 깊은 두북 어르신 나들이에 함께하면서 웃음과 박수가 끊이지 않는 하루였습니다. 법륜스님과 봉사자들에게 연신 고마움을 표현하고 손을 꼭 잡는 두북 어르신 한 분 한 분을 잊을 수 없습니다.” 화광 법사님의 축하공연 화광 법사님은 목청껏 한 곡조 힘차게 뽑았습니다. 어르신들을 향한 존경과 감사의 마음이 전해집니다. 곧이어 신명 나는 어르신들의 무대가 펼쳐졌습니다. 멋스러운 어르신 국악 한마당 어르신들과 어우러진 공연팀과 봉사자들 두 시간 동안, 춤도 추고 노래도 마음껏 불렀던 여흥을 끝으로 행사가 마무리되었습니다. 법륜스님은 오늘 행사에 수고한 부산, 울산지부 봉사자들과 공연팀에 감사를 전했습니다. BTS 공연팀에서 정태남 님 수행자의 자긍심을 보여준 공연팀, 정태남 님의 소감을 들어봅니다. “두북 어르신 잔치에 공연팀으로 참여하며 모처럼 재미있게 놀았습니다. 노래자랑 시간에 법륜스님이 앞이어도 어르신들과 함께 막춤을 추며 흥겹게 놀았습니다. 정토회의 다른 활동에서는 접할 수 없는 새로운 경험이었고, 어르신들의 행복한 모습에 저도 행복했습니다. 음식을 준비하고 무대를 세팅하는 봉사자들의 일사불란한 모습을 보면서 이것이 수행의 힘이란 것을 느꼈습니다. 정토회 일원이라는 것이 자랑스럽습니다.” 함께한 어르신들의 표정을 한 번 더 담고 싶어 버스에 올랐습니다. 활짝 웃으며 연신 감사 인사를 건네는 모습에 감사함과 벅찬 마음이 들었습니다. “어르신들 만수무강하세요. 가을에 또 뵙겠습니다.” 두북 수련원으로 돌아온 봉사자들은 행사 뒷정리와 닫는 모임을 했습니다. 운전 봉사로 함께한 김남동 님을 만나 나들이 동행 소회를 들었습니다. 어머니를 모시듯 잘 쓰인 모습이 인상적입니다. 오늘의 운전사 김남동 님 “저는 봉고차에 봉사자들을 태우고 보경사로, 또 식당으로 이동하는 일을 맡았습니다. 허리가 땅에 닿을 듯한 할머니를 보는 순간 마음 한구석이 아팠습니다. 대전에 있는 91살의 어머님이 생각났어요. 이 좋은 자리에 한가지라도 도움이 될 수 있어 가슴 벅차고 뿌듯한 하루였습니다. 봉사는 역시 남을 위한 것이 아니라 나 자신을 위한 것임을 다시 한번 배웁니다.” 끝으로 화광 법사님의 닫는 인사입니다. 이로써 법륜스님과 함께하는 어르신들 봄나들이를 매듭지었습니다. “새벽 다섯 시 반, 모두 출동 태세로 나타난 모습을 보고 감동했습니다. 이것은 법륜스님, 유수스님이 잘해서 되는 일이 아니었습니다. 여러분들 덕분에 이 모든 것을 이루고 해나갈 수 있습니다. 그래서 정토회가 점점 발전하고 있습니다. 고마운 마음에 새벽에 울컥했어요. 봉사자들 덕분에 잘할 수 있었어요. 너무 고생하셨습니다.” 법륜스님과 봉사자 기념사진 잇따라 사진 찍는 카메라 앞에서 있는 그대로 보여준 봉사자들에게 고생의 흔적은 찾아볼 수가 없습니다. 각자의 역할을 다하고 하루를 꽉 채운 수행자들은 그저 행복합니다. 우리에게는 모든 것이 서툴고 새롭던 어린 시절이 있습니다. 추억 속에는 할아버지, 할머니가 숨 쉬고 있습니다. 오늘 우리는 그 따뜻했던 눈빛과 손길을 떠올리며 어르신들 손을 잡고 봄나들이를 다녀왔습니다. 지금까지 함께해 주셔서 고맙습니다. 글김희진 사진김미향 , 서은주 지원황재윤 편집여수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