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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오늘은 호주·아시아 순회강연 3일째 날입니다. 예정대로라면 오늘 아침 비행기를 타고, 싱가포르로 이동하여 강연해야 했는데, 현지 사정상 싱가포르 강연이 취소되어 다음 강연 장소인 자카르타로 바로 이동하기로 했습니다.

스님은 새벽 수행과 명상을 한 후 아침 공양을 하고 숙소를 나설 준비를 했습니다. 오늘은 비행기 시간까지 여유가 있어 시드니 법당으로 물색해 둔 공간을 답사하기로 했습니다.
오전 10시경 표정민 님이 스님을 모시기 위해 차를 가지고 왔습니다. 새벽에는 비가 많이 왔는데 아침이 되니 날이 화창하게 개어 쨍쨍하고 맑았습니다.
스님은 그동안 시드니에서의 일정을 지원해 준 정토행자 오혜영, 선민영 님에게 감사 인사를 했습니다.
“스님 안녕히 가십시오.”
“네, 수고했어요.”

스님은 차를 타고 1시간가량 이동을 했습니다. 시드니에서 투어가이드로 일을 하고 있는 표정민 님은 운전을 하면서, 스님께 주변 지역에 대한 설명도 상세히 해 주었습니다.
“이곳은 한국 사람이 많이 살고 있는 지역입니다. 조금 가면 학교가 많아서 그 길로 들어서면 규정 속도대로 가느라 도착시간이 조금 늦을 수 있겠습니다.”
오전 11시 답사 장소에 도착했습니다. 스님은 구글 지도를 펴고 답사 장소를 꼼꼼히 차로 둘러보았습니다.

“이 정도면 위치가 시내에서 멀지 않네요. 주변에 한국 사람도 많이 살고 있어서 수련장으로 사용하기에는 괜찮겠어요.”

답사를 마치고 이동하는 길에 현재 깨달음의 장 수련 장소로 사용하는 곳을 둘러봤습니다. 수련할 때마다 공간을 빌려서 사용하는데 비용이 만만치 않다고 합니다.
1시간가량 이동하여 12시 10분경에 공항에 도착했습니다. 스님은 지난 3일간 운전 봉사를 해 준 표정민 님과 의전을 맡아준 정은지 님에게 작별 인사를 했습니다.


“고마워요. 수고 많았습니다.”
“별말씀을요 스님. 내년에 또 뵙겠습니다. 건강히 지내십시오.”
오전 2시 25분 비행기를 타고 7시간 30분 비행을 하여 저녁 6시 자카르타 수카르노하타 공항에 도착했습니다.

출국수속을 마치고 공항 로비로 나오니 해외 지부 아시아지회의 조정은, 도숙희, 이인옥, 김정민 님, 그리고 국제 지부의 김지현, 윈토모 님이 스님을 맞이하기 위해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인도네시아 현지인 윈토모 님은 INEB의 인연으로 대학생 때부터 스님을 알게 되어서 어느덧 40대가 되었습니다. 지금은 정토 담마스쿨을 졸업하고 국제 지부 일반회원으로 활동하고 있고, 이번 인도네시아 영어 강연의 담당을 맡았습니다. 예전부터 인도네시아에 스님 초청 강연을 열고 싶다는 이야기를 자주 했는데, 윈토모 님은 이번에 소원을 성취한 셈입니다.
스님은 윈토모 님을 보고 반갑게 인사했습니다.
“잘 있었어요?”
“스님, 건강은 괜찮으세요? 제가 스님 힘드시게 강연을 너무 많이 잡은 게 아닌가 싶습니다.”
“잘했어요. 재미있게 해 봅시다. (웃음)”

윈토모 님과는 내일 다시 만나기로 하고 스님은 숙소로 이동했습니다. 공항 밖으로 나오니 해가 저물어 어두워져 있었고 날씨는 후덥지근했습니다.

1시간가량 이동하여 저녁 7시 30분경 숙소에 도착했습니다.
“스님, 편히 쉬십시오.”
“네, 고맙습니다. 내일 봅시다.”

스님은 정토행자들이 정성껏 차려둔 음식으로 저녁 공양을 하고, 앞으로 강연에 다니면서 선물할 책을 정리한 후에, 원고를 교정하고 업무를 보았습니다.

오늘은 법문이 없었기 때문에 지난 시드니 교민 강연에 있었던 즉문즉설을 소개하고 글을 마칩니다.
“제가 스님 말씀을 쭉 들으면서 느낀 것은, 자신의 감정과 자신이 어떤 사람인지를 잘 알고 그에 맞춰 대응하는 것이 곧 성숙이라는 점입니다. 그렇다면 자신을 돌아보고 싶지만 어떻게 되돌아봐야 할지 모르는 사람에게는 어떤 방법을 제시해 주실 수 있는지요?”
“절을 하는 것이 좋습니다. 종교와 관계없이 절을 하면 좋은 이유는, 사람이 ‘내가 잘났다.’, '내 생각이 옳다‘ 하는 생각에 사로잡혀 자기 자신을 제대로 보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고집이나 거만함, 욕심 같은 것들이 자신을, 있는 그대로 보지 못하게 하는 요인이지요.
절하는 것을 우리의 심리와 몸의 움직임에 비유해 볼까요? 두 사람이 누워서 이야기하다가 ‘에이, 그건 아니야!’ 하면서 의견이 충돌하면 계속 누운 채로 목소리만 높이겠습니까, 벌떡 일어나 앉겠습니까? 벌떡 일어나 앉아서 이야기하겠지요. 앉아서 이야기하다가 화가 나면 계속 앉아 있겠습니까, 일어서겠습니까? 일어서서 이야기하겠지요. 서로 의견이 맞지 않아 더 언성이 높아지면 고개를 숙이겠습니까, 쳐들겠습니까? ‘뭐?’하고 말할 때처럼 고개를 쳐들겠지요. ‘내가 옳고 너는 틀렸다’라는 생각이 가장 강할 때 나타나는 몸동작입니다.
그러다가 ‘내가 조금 잘못했네. 잘못 알았네’ 하는 생각이 들면 어떻습니까? 쳐들었던 고개가 숙여집니다. 더 잘못했다고 느끼면 고개뿐 아니라 허리도 숙여지고, 더 잘못했다고 생각하면 무릎을 꿇게 됩니다. 정말 잘못했다고 느끼면 이마가 땅에 닿는 거예요.
이처럼 절은 몸으로 하는 동작이지만 그 안에는 ‘죄송합니다’, ‘제가 부족합니다’, ‘제가 몰랐습니다’ 하고 인정하는 마음이 담겨 있습니다. 그런 마음이 몸으로 드러나는 것이 절이라는 뜻입니다. 물론 ‘너는 절을 몇 번 했니?’, ‘나는 300배 했다, 400배 했다’ 하며 절하는 횟수를 경쟁하는 것은 이런 마음과는 아무 관계가 없습니다. 그건 단순한 운동일 뿐이지요. 하지만 ‘제가 부족합니다’라는 관점에서 절을 하면, 몸을 숙이는 동작을 반복하면서 ‘내가 옳다’는 생각이 조금씩 녹아내리고, ‘내가 고집이 많구나’ 하고 자신을 돌아보는 계기가 될 수 있습니다. 그래서 절을 해보라는 것입니다.
절을 할 때는 ‘제가 부족합니다’라는 마음을 새기면서 하는 것이 좋습니다. 그러면 일상생활에서도 스스로가 자각되기 시작해요. 내가 고집을 피울 때는 ‘내가 지금 고집을 피우고 있구나’, 내 주장을 내세울 때는 ‘내가 지금 내 주장만 하고 있구나?’, 비굴하게 굴 때는 ‘내가 지금 비굴하게 행동하고 있네’, 불안할 때는 ‘내가 불안하구나’ 하고 자각하게 됩니다.
자기 자각은 지금, 이 순간에도 계속 일어나고 있습니다. 다만 그동안에는 자신을 잘 몰라서 알아차리지 못하고 지나쳤다면, 절을 통해 이런 자각이 조금씩 일어나기 시작하는 거예요. 모든 변화는 자각에서 시작됩니다.
정토회에서 진행하는 ‘깨달음의 장’이라는 수련이 바로 그런 과정이에요. 4박 5일 동안 수련하면서 자기 모습을 돌아볼 계기를 갖는 것입니다. 그런데 짧은 >시간 안에 자신을 보도록 이끌어 보면 그 장벽이 엄청납니다. 사람들은 어떻게든 자기 모습을 드러내지 않으려는 저항이 굉장히 강해요. 그러다가 3~4일쯤 지나면 그 장벽에 조금씩 금이 가기 시작하면서 ‘내가 고집이 센가?’ 하는 자각이 일어납니다. 자신이 그동안 옳다고 굳게 믿었던 생각에 대해서도 ‘과연 무엇이 옳다고 할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드는 것입니다.
우리는 무의식적으로 늘 자신이 옳다고 생각합니다. 입으로는 ‘제가 부족합니다’, ‘제가 모릅니다’라고 말하면서도 무의식에서는 여전히 자신이 옳다고 여기는 것입니다. 정말로 ‘내가 옳다고 할 만한 것이 없다’라는 사실을 자각하면 화날 일도, 괴로울 일도 없어집니다. 세상에서 일어나는 일들이 그저 있는 그대로 보이기 시작합니다. ‘아, 저 사람은 저렇게 생각하는구나!’, ‘저 사람은 저렇게 믿는구나!’, ‘저 사람은 저렇게 행동하고 말하는구나!’ 하고 바라보게 됩니다. 마치 ‘토끼는 저렇게 뛰어다니네’, ‘개미는 저렇게 살아가는구나!’ 하고 보듯이 말이에요. 옳고 그름을 따지는 것이 아니라 그저 있는 그대로 보게 되는 것이지요.
그러므로 우선 자기 상태를 알아차리는 것이 필요합니다. 수행의 첫걸음은 바로 ‘알아차림’입니다. 그래서 먼저 절을 해보면 어떻겠느냐고 말씀드리는 것입니다. 한국에 가실 기회가 있거나, 시드니에서 수련에 참여하고 싶다면 이곳에서도 1년에 한 번씩 깨달음의 장을 진행하고 있으니 참가해 볼 수 있습니다. 짧은 시간 안에 자신을 알고 싶다면 시간을 내어 수련에 참여하면 되고, 하루에 조금씩 꾸준히 자기 자각을 돕고자 한다면 초심자에게는 명상보다는 절이 더 낫다고 생각합니다. 어느 정도 자각이 이루어지고 나면 명상을 통해 자기를 알아차리는 과정도 필요합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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