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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오늘부터 스님은 2026년 아시아·호주 지역 해외 순회강연 일정을 시작합니다. 첫 번째 강연은 호주 시드니에서 열렸습니다.
어제 한국 시각으로 밤 9시 50분에 인천공항을 출발한 비행기는 10시간을 날아 호주 현지 시각으로 오전 9시 45분 시드니 킹스포드 스미스 국제공항(Sydney Kingsford Smith Airport)에 착륙했습니다. 보통 입국 수속에 한 시간 이상 걸리지만, 오늘은 공항이 한산해 30분 만에 수속을 마치고 짐을 찾아 나올 수 있었습니다.

오전 10시 25분, 스님이 공항 밖으로 나왔지만 마중 나온 일행이 보이지 않았습니다. 전화를 해보니 공항에 도착하려면 15분 정도 더 걸린다고 했습니다. 비행기가 일찍 도착해서 생긴 일이었습니다. 스님은 기다리는 동안 어젯밤에 비행 중이라 보지 못한 원고를 짐을 실은 카트를 책상 삼아 원고를 펼쳐 놓고 교정을 보기 시작했습니다.

스님이 원고 교정을 보고 있는 중에 의전을 맡은 정은지 님과 운전 봉사를 담당한 표정민 님이 헐레벌떡 스님이 있는 곳으로 왔습니다.

“스님, 늦어서 죄송합니다.”
“괜찮아요. 원고 교정 보고 있었어요.”

운전 봉사를 맡은 표정민 님은 시드니에서 투어 가이드로 일하고 있습니다. 투어용 승합차를 가지고 마중 나온 덕분에 스님 일행의 짐을 수월하게 실을 수 있었습니다. 승합차가 공항 출입구 앞에 정차하자 스님도 표정민 님과 함께 한국에서 가져온 여러 개의 짐을 차에 실었습니다. 짐을 모두 실은 후 스님은 빈 카트를 제자리에 정리해 놓고 차에 올랐습니다. 이어 다음 장소로 이동했습니다.

숙소로 예약한 에어비앤비의 체크인 시간까지 기다려야 해서, 스님 일행은 이동하는 길에 있는 라페루스(La Perouse) 해변에 들러 잠시 산책하기로 했습니다.
“스님과 함께 다니면 늘 일정이 빡빡해서 산책 다닐 시간이 없었는데, 체크인 시간까지 기다려야 해서 스님과 산책을 다 할 수 있네요.”
예상치도 못했던 스님과의 해변가 산책 일정에 정은지 님이 웃으며 말했습니다.

남반구에 있는 호주는 지금 봄입니다. 라페루스 해변은 기온이 22도로 맑고 화창했습니다. 아직 봄인데도 해변에는 수영을 즐기는 아이들이 꽤 있었습니다. 스님은 바닷물에 손을 담가 물의 온도를 확인해 보기도 했습니다.
“물이 별로 안 차네요.”

해변을 산책하다 보니 어느덧 정오가 되었습니다. 스님은 해변가 식당에서 간단히 점심 식사를 했습니다. 음식을 기다리는 동안에도 틈틈이 원고를 꺼내 교정을 보았습니다.

점심 식사 후에 스님 일행은 숙소로 이동하기 위해 출발했습니다.

차창 밖으로는 한국에서 흔히 볼 수 없는 보라색 꽃나무가 거리 곳곳에 피어 있었습니다.
“꽃 예쁘죠? 저건 자카란다(Jacaranda)라는 나무예요. 지금이 딱 꽃이 피는 계절이에요.”
시드니는 봄을 맞아 자카란다꽃이 한창이었습니다. 보라색 꽃을 좋아하는 스님은 숙소로 이동하는 동안 길가에 피어난 자카란다를 감상했습니다.

숙소에 도착한 스님은 짐을 내린 후 잠시 휴식을 취했습니다. 호주로 출국하기 전까지 한국에서 경주 남산 순례 일정이 연이어 있었던 데다 장시간 비행까지 이어져 피로가 쌓인 터였습니다. 스님은 저녁 강연을 앞두고 몸을 정비했습니다.
오후 5시, 스님은 오늘 있을 한국 교민들을 위한 즉문즉설 강연장에 도착했습니다. 예상보다 30분 일찍 강연장에 도착했는데, 강연장에는 대기실이 별도로 없어서 잠시 주변을 산책하기로 했습니다. 파라마타 강변(Parramatta river)에 있는 로즈 포쇼어 공원(Rhodes foreshore park)을 산책했습니다.


스님은 강변을 따라 천천히 걸었습니다. 곁에서 의전 소임을 맡은 정은지 님이 웃으며 말했습니다.
“스님, 여기가 경치가 좋아서 구경도 하고 산책도 하자고 말씀드렸을 때는 안 오시더니, 즉문즉설 강연 장소로 정해지니까 이렇게 오시게 되네요.”

오늘 즉문즉설은 2026년 아시아·호주 순회강연의 첫 번째 일정으로, 시드니에 거주하는 한국 교민들을 대상으로 열렸습니다. 강연 장소는 시드니 로즈(Rhodes) 지역에 있는 다목적 커뮤니티 센터인 ‘더 커넥션(The Connection)’입니다. 저녁 6시에 시작되는 강연을 위해 많은 봉사자가 미리 강연장에 나와 준비하고 있었습니다.

스님은 강연장 입구에서 봉사자들과 반갑게 인사를 나누었습니다.
“수고가 많아요.”

주황색 어깨띠를 두른 봉사자들도 반가운 마음에 스님께 웃으며 인사했습니다.
“어서오세요, 스님.”
저녁 6시, 청중들이 강연장에 들어와 자리를 채웠습니다. 멀리 한국에서 온 스님의 강연을 듣기 위해 400석의 객석이 가득 찼습니다. 스님 소개 영상이 상영된 후 청중들은 큰 박수로 스님을 환영했습니다.

“안녕하세요. 한국에서는 무더운 여름이 지나고 선선한 가을이 왔나 싶었는데, 시드니에 오니 봄이네요. 비행기를 타고 10시간 왔는데 가을에서 봄으로 바뀌었습니다. 옛날 사람 같으면 참 신기하다고 생각했겠죠? 그런데 원인이나 원리를 알고 보면 신비한 것도 없고 신기한 것도 없습니다.
우리의 인생에도 어떤 원인을 몰라서 그렇지, 원인 없는 결과는 없습니다. 그 원리를 잘 모르니까 괴로워하면서 남 탓을 하고, 아니면 전생 탓, 사주 탓, 하느님 탓을 하는 거예요. 그러나 마음의 작용 원리를 잘 알게 되면 남 탓할 게 하나도 없어요. 괴로움을 겪지 않으려면 괴로움을 일으키는 원인을 제거하면 되고, 그 원인을 제거하기 어려우면 그 결과인 괴로움을 기꺼이 받아들이면 됩니다.
여기 맛있는 음식이 있다고 합시다. 배가 고픈데 음식의 빛깔도 좋고 냄새도 좋아요. 그런데 부처님이 ‘그 음식에 독이 들었다’ 하고 말씀하십니다. 그러면 먹는 게 좋을까요, 안 먹는 게 좋을까요? 살고 싶은 사람은 안 먹는 게 좋겠죠. 그런데 죽고 싶은 사람은 먹는 게 좋아요. 그러니까 이 음식을 먹고 안 먹고는 내가 정하는 거예요. 부처님은 그 음식에 독이 들었다는 진실만 말씀하신 거예요. 우리 인생에 이래라저래라 간섭하신 게 아니고, 독이 들었기 때문에 독이 들었다는 말만 하신 거예요. 그런데 시간이 흐르면서 진실을 말하는 가르침이 윤리·도덕으로 바뀌었어요. ‘독이 들었으니까 먹지 마라’ 이렇게 된 거예요. 요즘 젊은 사람들은 여기에 거부감을 느낍니다. 왜 이것도 하지 마라, 저것도 하지 마라 하느냐는 거예요. 그래서 지금 우리는 다시 돌아가서 윤리·도덕을 빼고, 부처님은 그냥 이 음식에 독이 들었다고만 말씀하셨다는 거예요. 먹고 안 먹고는 내가 결정하는 겁니다. 누가 하지 말라고 해서 안 하는 게 아니라 내가 안 하는 거예요. 성경에도 ‘진리가 너희를 자유케 하리라’ 하는 말씀이 있어요. 성인의 말씀은 진실을 말하는 것이지 윤리 도덕적인 것이 아니에요. 윤리·도덕은 그 사회에서 진실에 기반해서 만들어지는데, 시대에 따라서 자꾸 바뀌게 되는 거예요. 진리를 윤리 도덕적으로 생각해버리면 오늘날의 윤리·도덕과 맞지 않기 때문에 가르침에 대한 진실도 알기 어렵고 현실하고도 맞지 않는 일이 자꾸 발생하게 됩니다.
그래서 오늘 여러분과 나누려는 이야기는 2500년 전의 이야기도 아니고 2000년 전의 이야기도 아닙니다. 지금 여기 나의 이야기를 하자는 거예요. 남의 이야기 하지 말고, 책에 있는 이야기 하지 말고, 내 이야기, 내가 지금 어떤가 하는 이야기를 하자는 거예요. 내 상태, 내 의문, 내 괴로움, 내 행복, 내가 좋고 싫은 것, 이런 것을 가지고 대화를 나누자는 겁니다. 어떤 이야기를 해도 좋아요. 여러분의 이야기를 들어보겠습니다.”

총 6명이 스님과 대화를 나누며 자기들의 고민을 내어놓았습니다.
그중 남편과 가치관이 달라 결혼생활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질문자와 스님의 대화를 소개합니다.
“저는 결혼 13년 차로 두 아이를 키우고 있는 엄마입니다. 남편과 가치관이 달라 관계가 불편합니다. 남편은 경제적 성공을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가치로 여기지만, 저는 사랑하는 사람들과 시간을 보내고 가진 것에 만족하며 사는 삶을 추구합니다. 아이들이 초등학교에 입학할 무렵, 저는 다니던 대기업을 그만두고 아이들을 직접 데리러 갈 수 있는 시간제 직장으로 옮겼습니다. 돈을 더 버는 것보다 아이들과 가정에 집중하고 싶었기 때문입니다.
남편은 지난 몇 년간 재산을 늘리기 위해 부동산 개발과 FRP 선물 등에 투자했지만, 많은 돈을 잃기도 했습니다. 그때 저는 남편이 이제 돈보다 가족에게 마음을 돌리겠지 하는 기대를 품고 남편을 위로했습니다. 하지만 남편은 오히려 재산을 늘리는 데 적극적으로 협조하지 않는 저에게 불만을 토로합니다. 지금도 일과 휴대전화에만 몰두하는 남편의 모습이 저는 매우 불편합니다. 이렇게 가치관이 다른 남편과 앞으로도 편안하게 지낼 수 있을까요? 저는 어떤 마음을 가져야 할까요?”
“질문자의 질문은 사실 어려운 문제가 아닙니다. 남편은 열심히 돈을 벌고, 질문자는 아이들과 놀면 되잖아요. 부부가 둘 다 같이 놀기만 하면 돈이 없어서 문제가 될 테고, 둘 다 돈을 벌려고 하면 놀 시간이 없을 텐데 남편이 열심히 돈을 벌고 있으니 문제가 없어요. 남편은 돈을 버느라 돈 쓸 시간도 없을 테니까 질문자는 아이들과 실컷 놀 수 있습니다. 아이들 공부도 시키고요. 이렇게 보면 역할 분담이 잘된, 별문제 없는 부부라고 할 수 있습니다.”
“생각은 그렇게 할 수 있는데, 마음은 적적합니다. 남편과 함께 놀고 싶습니다”
“첫째, 남편은 바빠서 함께 놀 수 없으니 다른 사람을 대신 구해서 적절하게 노는 방법이 있습니다. 다만 돈을 잘 버는 남편을 잃어버리지 않도록 적정선을 넘지 않는 대용을 구해야 합니다. 이 방법이 쉬운 것은 아니에요. 잘못하다가 적정선을 넘으면 문제가 생길 수도 있습니다.
둘째, 남편과 함께 노는 방법이 있습니다. 제가 지난 9월에 미국의 열일곱 개 대학에서 학생들을 대상으로 강연했습니다. 강연 참가자들은 대부분 학부생이거나 석박사 과정 학생들이었고, 그중에서도 박사 과정 학생이 꽤 많았습니다. 이런 학생들은 나이도 어느 정도 들었으니, 연애도 하고 술도 마시고 싶잖아요. 그러다 보니 학위 받는 시간이 자꾸 길어지고 마음은 조급해집니다. 이런 문제 때문에 공부에 집중하기 어렵다고 고민하는 학생들이 있었습니다. 이럴 때는 관점을 잘 잡아야 합니다.
저의 정체성은 승려입니다. 제가 아무리 세상에 좋은 일을 많이 하더라도, 저의 제1 본분은 승려라는 것입니다. 그러므로 제가 화를 내거나 사람들과 싸우는 것은 수행자라는 제1 본분에 어긋나는 행위입니다. 승려는 수행자이기 때문에 자신의 제1 본분을 놓치면 자기 존재감과 정체성이 사라지게 됩니다.
여러분이 아이 때문에 괴롭고, 남편과 아내 때문에 괴롭고, 직장 때문에 괴롭다고 하는 것은 여러분이 수행자가 아니기 때문에 괜찮습니다. 사람들은 대체로 그렇게 세상을 괴롭게 살아가니까요. 그러나 수행자는 괴로움 없이 살려고 승려가 되었잖아요. 그런데 승려가 되어 괴롭다면 자기 정체성을 잃어버린 것입니다.
이처럼 자기 정체성을 지키는 것이 필요합니다. 물론 자신의 정체성을 바꾸어도 됩니다. 학교에서 공부하는 학생의 제1 정체성은 학위를 취득하는 것입니다. 그런데 반드시 그것만 해야 하는 것은 아닙니다. 학위를 따기 위해 학교에 왔더라도 결혼을 제1 목표로 바꿀 수 있고, 사업을 제1 목표로 삼을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원래의 목표를 포기하지 않았다면 가장 중요한 것은 공부입니다. 공부는 하지 않고 연애만 하거나 놀기만 하거나, 절에 와서 참선만 한다면 학생으로서의 정체성을 놓친 것입니다. 수행한다는 관점에서는 좋을지 몰라도 학생이라는 본분에는 충실하지 못한 거예요. 그러므로 자신의 제1 정체성, 즉 현재 자신이 어떤 신분으로 살아가고 있는지를 분명히 알아야 합니다. 이것을 바탕에 두고 자신의 정체성을 크게 손상하지 않는 범위에서 다른 일을 하면 된다는 거예요. 술을 마시든, 춤을 추러 가든, 연애하든 괜찮습니다. 다만 자신의 제1 본분을 놓치고 다른 것이 주가 된다면 어리석다고 할 수 있습니다. 그렇다고 공부만 하고 연애나 술은 포기해야 한다는 뜻은 아닙니다. 공부하면서 연애도 하고 술도 마실 수 있는 방법이 있습니다. 순번을 정해서 하나씩 할 수도 있고, 한꺼번에 다 할 수도 있어요.

예를 들어 내가 좋아하는 여자나 남자와 술을 마시면서 학문을 주제로 토론하면 세 가지를 다 하는 것이잖아요. 왜 연애를 하면 꼭 잡담만 해야 합니까? 학문에 대한 진지한 토론도 연애의 주제가 될 수 있잖아요. 왜 술을 마시면 꼭 잡담만 해야 합니까? 진지한 토론을 해도 되잖아요. 이렇게 하면 연애도 하고, 술도 마시면서 학생으로서의 공부하는 정체성도 지킬 수 있습니다. 제 아이디어가 어때요?
질문자도 남편과 주식이나 부동산 투자를 주제로 토론하면서 얼마든지 놀 수 있습니다. 굳이 놀이를 다른 것에서 찾을 필요가 없어요. 포도주 한잔을 마시면서 부동산 시장을 주제로 토론할 수도 있고, 주식 투자를 주제로 함께 공부하면서 놀 수도 있습니다. 돈 버는 데 관심이 없다면 인공지능이나 코인에 관해 이야기하면서 놀아도 되잖아요. 지금 질문자는 남편이 놀아주지 않는 것이 문제가 아니라, 자신이 생각하는 놀이의 주제가 따로 정해져 있어서 어려운 거예요. ‘사랑해’라고 말하면서 낯간지러운 이야기를 주고받아야 함께 노는 것이라는 생각을 바꾸면 남편과도 얼마든지 놀 수 있습니다. 남편을 안 노는 사람이라고 생각하지 말고, 남편이 하는 일을 놀이로 생각하면 됩니다.
디스코장을 예로 들어볼까요? 사람들은 춤을 추려고 돈을 내고 디스코장에 들어갑니다. 그런데 무대 위에서 춤추는 댄서들은 돈을 받고 춤을 춥니다. 음악이 나오면 똑같이 춤을 추는데, 무대 위에 있는 사람은 일을 하고 무대 아래에 있는 사람은 놉니다. 차이가 뭘까요. 똑같이 춤을 추는데 어떤 사람은 일하고 어떤 사람은 노는 거예요. 사실 춤추는 행위 자체는 노는 것도 아니고 일도 아니에요. 돈을 받고 춤을 추면 일이 되고, 돈을 주고 춤을 추면 놀이가 되는 거예요.
돈을 받는다는 것은 춤을 추는 행위의 목적이 돈이라는 뜻입니다. 나의 행위가 돈을 벌기 위한 수단이 될 때 노동이 되는 거예요. 반면 내가 돈을 내고 춤을 추면 춤 자체가 목적이 됩니다. 따라서 춤을 추는 행위는 자기 주체적인 행위가 되는 거예요. 다른 것을 얻기 위한 수단이 아니라 그 행위 자체가 목적일 때 놀이가 되는 것입니다.
제가 오늘 강의하고 돈을 받는다면 지금 저는 일하는 게 됩니다. 그러나 저는 돈을 받지 않았기 때문에 여러분들과 대화하면서 놀고 있는 거예요. 놀 때 즐거울까요? 일할 때 즐거울까요? 저는 늘 노니까 즐겁잖아요. 두 명이 함께 놀아도 좋은데, 저는 400명과 함께 놀고 있는 겁니다. 서로 가치관이 맞지 않고 아이들도 다 컸다고 생각하면 관계를 정리할 수도 있습니다. 남편이 아무리 돈을 많이 벌어도 함께 사는 것이 재미없다면, 돈은 좀 못 벌더라도 인생을 즐기며 사는 사람과 살고 싶다면 상대를 바꾸면 됩니다. 그것이 불가능하다고 생각할 필요는 없어요.

그러나 남편하고 계속 살아야 한다면 애들도 있으니까 역할 분담을 하면 됩니다. 애들하고 남편하고 놀아주는 것은 질문자가 하고, 돈 버는 것은 남편이 하는 거예요. 남편이 잘 안 놀아주면 놀이 상대를 구해서 놀면 됩니다. 남편하고 꼭 놀아야 한다고 생각하면 놀이 방식을 바꿔야 해요. 당구 치면서 놀던 사람이 탁구 치면서 놀거나 등산하면서 놀 수 있듯이 놀이 방식을 남편에게 맞춰서 놀면 됩니다."
"감사합니다. 제가 돈을 내고 남자를 구한다고 하면 남편은 그 돈이 아까워서 자기가 같이 놀아주겠다고 할 것 같습니다."
"놀아줄 때마다 남편한테 돈을 주세요. 남편은 돈을 좋아하니까 생활비를 아껴서 남편이 놀아줄 때마다 얼마씩 준다면, 그것도 하나의 방식이에요. 삶은 약간의 위트가 있어야 합니다. 조금 심각한 상황이라도 재미있게 받아들이거나 말을 해야 삶에 마찰이 적어져요. 기계 부속이 돌아갈 때 기름이 있어야 마모가 적잖아요. 남편한테 돈을 지불하면서 시도를 해보세요. (웃음)"
강연이 끝난 후에는 책 사인회가 이어졌습니다. 스님은 한 사람 한 사람 눈을 마주치며 책에 사인을 해주었습니다. 사인받은 사람들은 스님에게 감사의 인사를 전했습니다.

스님은 오늘 강연을 준비해 준 봉사자들과 단체 사진을 찍은 후, 잠시 인사를 나누었습니다.


“이제 여러분들은 묘덕 법사님과 나누기하세요. 저는 먼저 숙소로 갈게요. 아까 묘덕 법사님이 ‘스님, 봉사자들과 나누기 같이 해주세요.’라고 요청했는데, 제가 ‘그러면 법사님은 할 일이 없어지니까 비행기 타고 한국으로 가세요.’라고 했어요. 내가 남의 잡(Job)을 뺏으면 안 되지요.” (웃음)
스님은 먼저 숙소로 가는 것에 대해 양해를 구하며, 묘덕 법사님과 나눈 대화를 봉사자들에게 웃으며 들려주었습니다.

이어서 스님은 강연 준비와 진행으로 수고한 봉사자 한 사람 한 사람과 악수하며 격려했습니다.

마지막으로 오늘 강연의 총괄을 맡은 김수희 님과 남편 권승현 님에게 책을 선물하며 감사의 인사를 전했습니다. 강연 사진 촬영까지 담당한 권승현 님이 스님께 웃으며 말했습니다.
“스님, 제가 오늘 아내 비서 역할을 톡톡히 했습니다.”
“잘 했습니다.(웃음)”

스님은 숙소로 먼저 출발했고, 묘덕 법사님은 봉사자들과 강연장 바닥에 둥글게 앉아서 나누기를 했습니다.

강연을 준비하느라 분주했던 봉사자들은 이제 편안한 마음으로 둘러앉아 하루를 돌아보았습니다. 처음에는 강연이 잘 진행될지 걱정도 많았지만, 무사히 마치고 나니 감사한 마음이 컸습니다.
"마이크를 전달하는 소임을 맡아 스님 가까이에서 즉문즉설을 들은 것은 처음이었습니다. 오늘 철도 공사가 있다고 해서 사람들이 강연장에 많이 오지 못할까 봐 걱정하며 강연이 시작되기를 기다렸습니다. 그런데 강연이 무사히 끝나고 나니, 오히려 철도 공사를 하지 않았으면 사람들이 너무 많이 몰려 사고가 날 뻔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큰 사고 없이 도반님들과 함께 강연을 무사히 마칠 수 있어서 감사합니다."
"작년 시드니 강연 때는 법륜스님도 잘 몰랐고, 손님처럼 있었습니다. 1년 만에 호스트 입장이 되어서 봉사를 하니 좋은 점이 많았습니다. 제가 극 내향형이어서 불법을 만나지 않았으면 하지 않았을 봉사를 제가 오늘 해 낸 것이 뿌듯합니다."
"강연 봉사 공지가 뜨면 늘 고민하게 됩니다. 강연 봉사를 하러 먼 거리를 이동하면서 쓰게 되는 교통비, 숙소비를 모아서 차라리 보시하는 것이 낫지 않을까 고민하게 되는데, 그런데도 현장에 와서 주어진 봉사 활동을 그냥 해 내는 것 또한 배움이고 성장의 기회이구나 하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청중 중에, 보채는 신생아를 달래가면서 끝까지 즉문즉설에 집중했던 아기 엄마가 기억에 남습니다."
서로의 솔직한 나누기에 웃음과 공감이 이어졌습니다. 나누기가 계속될수록 봉사자들의 얼굴에는 밝은 미소가 번졌습니다.
스님은 숙소에 도착 후, 업무를 보고 휴식을 했습니다. 스님이 묵는 방은 늦은 시간까지 불이 켜져 있었습니다.

내일은 오후 3시에 시드니대학교에서 영어 즉문즉설 강연이 열릴 예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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