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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오늘 스님은 애광원 생활인들과 경주에서 가을 나들이를 함께하고, 저녁에는 울산에서 열린 행복한대화 대강연에 참석했습니다.

스님은 새벽 수행과 명상으로 하루를 시작했습니다.
경주로 이동하기 전, 스님은 베트남 청년들이 머무는 곳에 잠시 들렀습니다. 청년들에게 용돈을 건네며 말했습니다.

“베트남으로 돌아갈 때 부모님께 드릴 선물을 좀 사 가세요.” (웃음)
스님은 청년들이 귀국할 때 가족들에게 작은 선물이라도 사 갈 수 있도록 마음을 썼습니다.

오전 8시 20분, 스님은 두북수련원을 출발해 불국사 선방에 잠시 들렀습니다. 오랜 인연이 있는 종수 스님이 이곳에 머물고 있기 때문입니다. 스님은 종수 스님과 안부를 나누고, 두북수련원에서 생산한 햅쌀과 밤을 선물했습니다.

이야기를 나누는 사이 애광원 생활인들이 불국사에 도착할 시간이 되었습니다. 스님은 종수 스님과 인사를 나누고 불국사 주차장으로 이동했습니다. 주차장에는 오늘 하루 애광원 생활인들의 나들이를 함께할 경남지부 김해지회 정토행자들이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봉사자들은 스님을 반갑게 맞이했습니다.

불국사 주차장과 경내는 관광객들로 북적였습니다. 외국인 관광객도 많이 눈에 띄었습니다. 마침, 외국인 단체를 안내하던 한국인 가이드가 스님을 알아보고 일행에게 소개했습니다.

“저분은 한국에서 아주 유명한 스님이십니다. 저는 마음이 괴로울 때 저분의 유튜브 영상을 봅니다.”(웃음)
오전 9시 20분, 애광원 생활인들을 태운 버스가 도착했습니다. 오늘은 애광원에서 중증장애인들이 생활하는 거주 시설인 민들레집 식구들과 함께하는 나들이입니다. 오늘 나들이에는 평소 생활인들을 돌보는 애광원 선생님들도 함께했습니다.


버스가 도착하자 휠체어를 탄 생활인들이 버스의 리프트를 이용해, 한 명씩 내리기 시작했습니다. 생활인 한 명마다 정토회 봉사자 두 명씩 짝을 이루어 함께하기로 했습니다. 생활인들이 버스에서 내릴 때마다 봉사자들은 환호하며 반갑게 맞이했습니다. 스님도 버스 앞에 서서 한 명 한 명에게 눈을 맞추며 인사를 건넸습니다.

“안녕!”
모두 버스에서 내리자, 스님은 생활인들과 봉사자들에게 인사말을 건넸습니다.

“오늘은 불국사를 천천히 둘러보겠습니다. 무엇을 많이 보고 설명을 듣는 것보다 우리 생활인들과 함께 산책하며 즐거운 시간을 보내는 것이 더 중요합니다. 오랜만에 나들이를 나와서 들뜰 수도 있으니 봉사자 여러분은 무엇보다 안전에 신경 써주시기 바랍니다. 서두르지 말고 한 분 한 분 잘 살피면서 천천히 이동해 주세요.
우리는 오늘 하루 봉사하지만, 선생님들은 매일 이분들을 돌보고 계시잖아요. 그러니 오늘만큼은 선생님들도 조금 편안한 마음으로 산책하고 구경하실 수 있도록 우리 봉사자들이 잘 도와주시기 바랍니다.”
스님의 인사말이 끝나자, 애광원 민들레집 원장님도 감사의 마음을 전했습니다.
“저희가 정토회와 인연을 맺은 지도 한 20년 된 것 같습니다. 오늘도 저희는 마음 편하게 왔습니다. 저희 직원들에게는 가장 편한 여행이라고 생각합니다. 부담 없이 올 수 있는 여행이거든요. 오늘도 그렇게 편안한 마음으로 놀다 가겠습니다. 잘 부탁드리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인사를 마친 후 스님은 생활인들과 함께 천천히 불국사 경내를 둘러보았습니다. 휠체어로 이동할 수 있는 길을 따라가며 불국사의 역사와 건축물에 담긴 의미를 설명했습니다. 먼저 불국사의 돌계단과 석축을 가리키며 신라시대의 건축에 관해 이야기했습니다.
“지금 보이는 건물들은 임진왜란 이후 다시 지었거나 근래에 복원한 것입니다. 그러나 아래에 있는 돌계단과 석축은 약 1300년 전 신라시대에 만들어진 것입니다.”

중간에 오르막길도 있었지만, 두 명씩 짝을 이룬 봉사자들이 힘을 모아 휠체어를 밀어준 덕분에 어렵지 않게 올라갈 수 있었습니다.

이어서 석가탑과 다보탑 앞에 이르러 두 탑에 얽힌 이야기를 들려주었습니다.

“여기 탑이 두 개 있죠? 하나는 석가탑이고 다른 하나는 다보탑입니다. 법화경에 보면 석가모니 부처님께서 설법하실 때 땅에서 큰 탑이 솟아오르고, 다보여래께서 석가모니 부처님의 말씀이 모두 진실이라고 증명했다는 이야기가 나옵니다. 그 이야기를 형상화한 것이 이 두 탑입니다.”

스님은 대웅전을 가리키며 '대웅'이라는 이름에 담긴 의미도 설명했습니다.
“대웅이라는 것은 큰 영웅이라는 뜻입니다. 세상에서 가장 큰 영웅은 밖으로 백만 대군을 이기는 사람이 아니라 자기 자신을 이기는 사람입니다. 부처님은 자기 자신을 이기고 자기 삶의 주인이 되신 분이기 때문에 대웅이라고 부르는 것입니다.”
불국사를 둘러본 후 스님은 생활인들과 함께 기념사진을 찍기로 했습니다. 휠체어로 이동하기 어려운 곳은 무리해서 올라가지 않고, 불국사 전경이 잘 보이는 아래쪽으로 이동했습니다.
“불국사 전경이 가장 잘 보이는 곳에서 함께 사진을 찍읍시다.”
2명씩 사진을 찍는 동안 한 생활인이 스님에게 손을 내밀었습니다. 스님도 그 손을 잡고 함께 사진을 찍었습니다.

불국사 관람을 마친 후에는 식당으로 이동해 점심을 먹었습니다. 봉사자들이 생활인들의 식사를 돕는 동안, 평소 생활인들을 돌보느라 바빴던 애광원 선생님들도 오늘만큼은 한결 편안한 마음으로 서로 이야기를 나누며 식사할 수 있었습니다.

점심식사를 마친 후에는 경주엑스포대공원으로 이동했습니다. 먼저 ‘찬란한 빛의 신라’ 미디어아트 전시를 관람했습니다. 신라의 문화유산을 빛과 영상으로 재현한 전시장에는 형형색색의 빛과 움직이는 영상이 펼쳐졌습니다. 화려한 빛과 영상에 박수를 치며 즐거워하는 생활인도 있었습니다.


이어서 황룡사 구층 목탑의 형태를 음각으로 재현한 경주 타워에 올랐습니다. 높은 곳에서 내려다보이는 경주의 풍경을 함께 감상했습니다.



이어서 돔 형태의 지붕이 있는 백결공연장으로 이동했습니다. 공연장에서는 경주지회 정토행자 이수진 님이 민들레집 식구들을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당신에게선 꽃내음이 나네요. 잠자는 나를 깨우고 가네요.”

이수진 님은 노래 〈장미〉를 부르며 생활인들을 반갑게 맞이했습니다. 노래를 부르면서 생활인들에게 장미꽃을 한 송이씩 선물했습니다. 장미꽃을 건네며 따뜻한 환영의 마음을 전한 후, 흥겨운 분위기 속에서 레크리에이션이 시작되었습니다.


미리 노래를 신청한 봉사자들이 차례로 무대에 나와 노래를 불렀습니다. 민요 <성주풀이>에서부터 <꽃보다 아름다워>까지 흥겨운 노랫가락에 마음을 표현하기 어려운 생활인들도 박수를 치고 소리를 내며 즐거움을 표현했습니다.


노래와 웃음 속에서 모두가 함께 어우러지는 시간이었습니다. 민들레집 선생님들도 함께 나와 재밌는 춤을 추며 분위기를 달구었습니다.

노래와 춤으로 즐거운 시간을 보낸 후, 스님은 평소 생활인들을 정성껏 돌보는 애광원 선생님들에게 감사의 마음을 담아 스님의 저서를 선물했습니다.

이어서 스님은 오늘 나들이를 마무리하며 닫는 인사말을 하였습니다.
“오늘 잘 놀았어요? 저도 늘 바쁘게 지내다가 오늘은 여러분 덕분에 하루 잘 놀았습니다. 애광원 덕분에 이렇게 산책도 하고, 가을을 만끽하고, 여러분이 즐겁게 노는 모습도 보면서 좋은 시간을 보냈습니다.
다시 한번 감사의 말씀을 드립니다. 특히 애광원 민들레집 선생님들께 정말 감사드립니다. 늘 이렇게 어려운 분들을 돌봐주시고 도와주셔서 고맙습니다.”

이어서 애광원 민들레집 원장님도 감사의 인사를 전했습니다.

“오늘 저희가 편안하게 즐기는 모습 보셨죠? 저희는 뒤에서 마음껏 즐기고, 생활인들은 모두 봉사자 여러분께 맡겼습니다. 아까 저희 선생님 한 분이 ‘오늘은 풍경이 보인다’고 하시더라고요.
평소 저희가 생활인들을 모시고 나들이를 나오면 혹시 다치지는 않을까, 어디로 가시지는 않을까, 잠깐 한눈파는 사이에 무슨 일이 생기지는 않을까 늘 걱정이 앞섭니다. 그런데 오늘은 봉사자들이 두세 명씩 짝을 이루어 돌봐주신 덕분에 저희도 주변 풍경을 바라보며 가을을 즐길 수 있었습니다.
저도 오랜만에 불국사를 둘러보았습니다. 앞으로 몇 번이나 더 함께할 수 있을지는 모르지만, 이 소중한 인연이 계속 이어졌으면 좋겠습니다. 오늘 하루 정말 수고 많으셨고,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감사의 인사를 마친 후 민들레집에서도 스님에게 선물을 전했습니다.

생활인들과 봉사자들은 저녁 식사까지 함께한 후 헤어지기로 했습니다. 스님은 울산에서 열리는 행복한 대화 강연 일정이 있어 먼저 인사를 나누고 두북수련원으로 복귀했습니다.

잠시 정리를 한 후 스님은 울산으로 이동했습니다. 퇴근 시간과 겹쳐 도로에는 차가 많았습니다. 오후 7시가 다 되어서야 오늘 행복한 대화 강연이 열리는 KBS홀에 도착했습니다.


KBS홀 앞에는 오늘 스님 강연에 참석하기 위해 많은 사람이 줄을 서 입장을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강연은 오후 7시 30분에 시작할 예정이었습니다. 스님이 대기실에서 잠시 숨을 돌리려는데, 행사 진행 측에서 강연을 일찍 시작해 달라는 요청이 들어왔습니다. 사전 프로그램에 사용할 영상에 문제가 생긴 데다, 공연을 준비한 가수도 교통체증으로 제시간에 도착하기 어려운 상황이었습니다.


스님은 요청을 흔쾌히 받아들이고 예정된 시간보다 일찍 무대에 올랐습니다. 스님이 모습을 드러내자, 객석을 가득 메운 1,600여 명의 청중들이 큰 박수와 함성으로 반겼습니다. 유튜브에서도 4,000명이 넘는 시청자가 생중계로 즉문즉설을 함께했습니다.
“안녕하세요. 올여름 상당히 더웠죠? 한창 더울 때는 계속 더울 것 같더니 어느덧 가을이 깊어졌습니다. 들판도 황금빛으로 물들었다가 벼 베기가 끝나면서 빈 들로 바뀌었습니다. 오늘은 원래 영상도 보고 노래도 들은 다음에 제가 나올 예정이었는데, 영상에 문제가 생기고 가수도 길이 막혀서 아직 도착하지 못했다고 합니다. 그래서 제가 일찍 나오게 됐습니다. 가수가 도착하면 중간에 노래를 듣도록 하겠습니다.” (웃음)

스님은 최근 미국의 여러 대학에서 학생들과 즉문즉설을 하고, 한반도 평화를 위해 전문가들과 대화를 나눈 이야기를 들려주었습니다. 이어 빠르게 변화하는 세상에서 사람들의 불안이 나날이 커지고 있지만, 괴로움의 원인을 알면 그에게서 벗어날 수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우리는 남이 나를 이해해 주지 않아서 괴롭다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사실은 내가 상대를 이해하지 못할 때 내 마음이 답답해지는 거예요. 꽃을 보고 예쁘다고 생각하면 누가 기분이 좋아요? 내가 좋잖아요. 마음이 이렇게 작용한다는 거예요.”

스님은 행복과 괴로움이 외부 조건에만 달린 것이 아니라 세상을 바라보는 자신의 마음에 달려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이어 즉문즉설은 정해진 답을 알려주는 강연이 아니라 각자의 처지에 따라 괴로움에서 벗어나는 길을 함께 찾아가는 대화라고 설명했습니다.
“저는 여러분에게 인생을 이렇게 살아라, 저렇게 살아라 하고 간섭할 생각이 없습니다. 부처님의 가르침은 괴로운 사람이 괴로움에서 벗어나도록 하는 것입니다. 오늘도 무슨 이야기든 좋으니 편안하게 질문해 보세요.”
오늘 강연에는 3명의 사전 신청 질문자와 3명의 현장 질문자가 있었습니다.
그중 배우자를 찾고 있는 한 질문자의 질문과 스님의 답변을 소개합니다.
“저는 결혼하고 싶은 34살 여성입니다. 그동안 여러 번 소개팅했지만, 인연이 이어지지 않았습니다. 최근에는 조건이 좋은 남자를 소개받았는데 세 번을 만나도 이성적인 호감이 생기지 않아 결국 거절했습니다. 주변에서는 조건이 아까운 사람이라며 말리더군요. 그 일을 겪으면서 제가 사람을 평가할 줄은 알지만 정작 어떤 사람을 좋아해야 하는지는 모르고 살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저는 경제적으로나 정서적으로 부족함을 느끼지도 않고 외롭지도 않아 지금의 삶에 만족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결혼하지 않아도 잘 살 수 있지만, 결혼한다면 지금보다 더 행복해지고 싶습니다. 그런데 나이가 들수록 제가 너무 까다롭게 사람을 고르는 건 아닌지, 좋은 인연을 놓치고 있는 건 아닌지 걱정됩니다. 저는 어떤 마음으로 사람을 만나고, 어떤 점을 살펴봐야 저와 잘 맞는 인연을 만나 행복하게 살 수 있을까요?”
“지금 이렇게 살아도 아무 문제가 없습니다. 다만 너무 똑똑해서 결혼하기는 어렵겠네요. (웃음) 해결책은 결혼하겠다는 생각만 버리면 됩니다. 결혼하겠다는 생각을 내려놓고 살다가 마흔이 되든, 쉰이 되든, 예순이 되든, 결혼해도 좋겠다는 사람이 나타나면 그때 하면 됩니다. 그러면 전혀 고민거리가 아니에요.
그런데 질문자는 아직 결혼할 준비가 되어 있지 않으면서, 돈도 있고 나이도 서른넷이니 결혼할 준비가 되었다고 생각하는 거예요. 돈이나 나이만으로 결혼 생활을 잘할 준비가 되었다고 할 수는 없습니다. 결혼은 두 사람이 공동생활을 하는 거예요. 한집에서 밥도 같이 먹고 잠도 같이 자며 살아야 하잖아요. 그런데 한 사람은 아침밥을 먹겠다고 하고 다른 사람은 안 먹으려고 하고, 한 사람은 늦게 자고 싶어 하고 다른 사람은 일찍 자려고 해요. 한 사람은 일주일에 한 번 목욕하겠다고 하고 다른 사람은 하루에도 두 번씩 목욕합니다. 그러면 갈등이 생길까요, 안 생길까요? 생기겠죠. 한 사람은 교회에 다니고 다른 사람은 절에 다니고, 이렇게 종교가 다를 수도 있습니다. 취향, 가치관, 생활 습관이 다르고 음식 입맛도 다를 수 있어요. 이렇게 다른 두 사람이 함께 살면 갈등이 생기기 마련입니다.

그런데 질문자는 ‘나와 딱 맞는 사람이 있지 않을까?’ 하고 생각하는 거예요. 입맛도 똑같고 생활 습관도 똑같고 종교와 가치관도 같은 사람 말이에요. 그런 사람은 이 세상에 없습니다. 서로 다른 사람이 만나 함께 살면서 맞춰 가는 겁니다. 맞춰 간다는 건 두 가지예요. 하나는 상대에게 맞추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서로 다른 점을 인정하고 각자 생활하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서 나는 음식을 싱겁게 먹는데 상대는 짜게 먹는다면, 내가 상대의 입맛에 맞출 수 있겠죠. 집 안 온도를 나는 25도로 맞추고 싶은데 상대는 춥다며 27도를 원한다면, 내가 조금 더위를 느끼더라도 27도에 맞춰 살 수도 있습니다. 아니면 방을 따로 쓰는 방법도 있어요. 맞춘다고 해서 모든 것을 반드시 함께해야 하는 건 아니에요. 나는 한식을 먹고 싶은데 상대는 중식을 먹고 싶다면, 오늘은 중식을 먹고 내일은 한식을 먹자고 타협할 수 있습니다. 아니면 밥은 각자 먹고 차는 함께 마셔도 돼요. 이것도 서로 맞춰 가는 방법입니다. 이렇게 맞춰갈 생각을 해야 하는데, 질문자는 맞춰갈 생각은 안 하고 나와 딱 맞는 사람이 없을까 찾고 있는 거예요. 그런 사람은 없습니다. 그러므로 맞춰갈 생각이 있다면 나이가 많든 적든 결혼할 준비가 된 사람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맞춰갈 생각이 없으면 결혼 생활은 어려워요. 결혼은 공동생활이니까 그렇습니다. 연애는 조금 다릅니다. 내가 누군가를 좋아하는 것은 연애의 문제예요. 연애는 함께 살지 않고 따로 생활하니까, 생활 습관이 달라도 데이트할 때만 서로 맞추면 됩니다. 하지만 결혼하면 생활을 함께해야 하므로 이야기가 달라집니다.
이런 점은 생각하지 않고 나이가 됐으니 결혼해야 한다고 생각하고, 나와 딱 맞는 사람을 찾으려 하니 결혼이 어려운 겁니다. 외모나 성격, 경제력도 물론 결혼 상대를 선택할 때 고려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일반적으로 부모님은 경제력을 중요하게 보고, 당사자는 외모를 중요하게 보는 경향이 있어요. 그런데 막상 함께 살면서 부딪히는 문제는 대부분 성격이나 생활 태도, 취향에서 생깁니다. 이런 점을 충분히 고려하지 않기 때문에 결혼하더라도 결혼 생활을 유지하는 데 어려움을 겪는 거예요. 지금은 결혼하겠다는 생각을 내려놓고 그냥 자기 마음대로 사세요. (웃음)

그렇다고 결혼하지 않겠다고 결심할 필요도 없고 또 결혼할 사람이 나타나기를 애걸복걸하며 기다릴 필요도 없어요. 나타나면 다행이고 안 나타나도 이렇게 살면 되니, 이래도 괜찮고 저래도 괜찮아요. 그런데 질문자는 결혼에 목을 매고 있으니 인생이 괴로워지는 겁니다. 그냥 잊고 살다 보면 잘 맞는 사람이 나타날 수도 있고, 어쩌다 인연이 되어 결혼할 수도 있겠지요.
결혼하려면 조금 속아줘야 해요. 서로 지켜보다 나은 사람을 찾기 때문에 중재자가 약간 속여서 높여주어야 성립합니다. 그래서 제가 제일 첫마디로 뭐라고 했나요? ‘똑똑해서 결혼하기 어렵겠다’라고 했잖아요. 안 속겠다는 거거든요. 그러면 결혼이 어렵습니다. 결혼은 어느 정도 속아 줘야 성립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또 그것 때문에 결혼 후에 갈등이 생기지요. 같이 살면서 서로 맞춰가며 사는 게 결혼이에요.”

“이해는 됐는데요. 그런데 보통 대화가 잘 통하는 사람을 만나라고 하잖아요. 대화가 잘 통하는 사람은 어떤 사람인가요?” “내가 상대의 말을 잘 들어주면 대화가 잘 됩니다. 그런데 질문자는 상대가 내 말을 잘 들어주는 것을 대화가 잘 통하는 거라고 생각하니까 거꾸로 알고 있는 거예요.
‘우리 아이와 소통이 잘 안됩니다’라는 말도 마찬가지예요. 내가 아이의 말을 듣지 않고 아이도 내 말을 듣지 않는다는 뜻입니다. 남편과 소통이 안 된다는 것도 남편이 내 말을 듣지 않는다는 뜻이지만, 사실은 나도 남편의 말을 듣지 않는 거예요. 소통은 내가 남편의 말을 들어주고 아이의 말을 들어주면 이루어집니다. 저는 여러분과 소통이 안 된다고 느낀 적이 별로 없어요. 여러분의 말을 늘 듣고 있으니까요. 질문자는 지금 전도몽상(顚倒夢想)에 빠진 거예요.
질문자가 결혼하려면 결혼할 준비를 하면 됩니다. 상대가 열 살 어리든 열 살 많든 나이도 너무 따질 필요가 없어요. 상대가 초혼인지, 재혼인지 그런 걸 지나치게 따질 필요가 없어요. 그런 조건을 제한하지 않으면 만날 수 있는 사람이 훨씬 많아집니다. 그런데 나이도 제한하고, 외모도 제한하고, 키도 제한하고, 수입도 제한하고, 학벌까지 제한해서 컴퓨터에 입력하면 결과가 어떻게 나오겠어요? 아무도 안 나옵니다. 그런 사람은 이 세상에 없어요. 그래서 처음에 제가 질문을 듣자마자 결혼하기 어렵겠다고 한 거예요.

결혼하려면 ‘남자면 됐다. 함께 살면서 맞춰 가면 된다’라고 생각하면 됩니다. 상대가 짜장면을 먹으며 나도 짜장면을 먹고, 그 사람이 밤늦게 자면 나도 늦게 자는 식으로 서로 맞춰 가는 거예요. 이런 마음이면 누구와 결혼하더라도 잘 살아갈 가능성이 높습니다. 나에게 딱 맞는 사람은 애초에 없어요. 설령 그런 사람이 나타났다고 해도 결혼하기 위해 임시로 나에게 맞추고 있는 것일 수 있습니다. 그런데 결혼하고 나면 태도가 달라져서 오히려 불행해질 수도 있어요.
너무 따지지 말고 살아보세요. 그렇다고 결혼하지 않겠다고 정할 필요도 없습니다. 살다 보면 인연이 생길 수 있으니까요. 옛날에는 결혼 적령기가 따로 있었지만, 지금은 그렇지 않잖아요. 얼마나 좋아요? 결혼했다가 서로 안 맞으면 헤어지고 다시 시작할 수도 있습니다. 옛날에는 한 번 결혼하면 다시 선택할 기회가 거의 없었기 때문에 사주도 보고 궁합도 보면서 신중하게 따졌지만, 지금은 상황이 달라졌습니다. 그러니 너무 따지면 결혼하기 어렵고, ‘일단 한번 살아보자. 함께 맞춰 가면 된다’고 생각하면 시도해 볼 수 있습니다. 한번 살아보고 안 맞아서 그만두더라도 결혼을 못 한 사람은 아니잖아요. 그러면 결혼에 대한 미련도 어느 정도 내려놓을 수 있습니다. 반면에 질문자처럼 너무 따지면 예순이 되어도 아직 결혼도 한 번 못 해본 사람이 되는 거예요.


사실 오늘 대화의 핵심은 결혼하느냐 못하느냐가 아니에요. ‘왜 결혼하지 않고 사는 것이 괴로운가’ 하는 점입니다. 저는 결혼하지 않고 일흔이 되어도 괴롭지 않은데, 질문자는 결혼하지 않은 것에 자꾸 신경이 쓰이잖아요. 주변에서 왜 결혼 안 했냐고 물으면 마음이 불편하고요. 저는 사람들이 아무리 ‘스님, 왜 결혼하지 않으세요?’라고 물어도 신경 쓰이지 않습니다. (웃음)
결혼할 시기를 정해 놓고 기다릴 필요가 없습니다. 결혼할 때를 기다리는 게 아니고 그냥 살아가는 거예요. 살다 보면 이런저런 인연이 생길 수도 있습니다.”
“저는 제가 그렇게 많이 따지는 편이 아니라고 생각했습니다. 남자의 경제력도 보지 않아서, 집이 없으면 제가 데리고 살면 된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저는 덜 따지는 편이라고 생각했는데, 스님 말씀을 들으니, 제가 생각보다 많이 따지고 있었나 싶습니다. 다시 한번 돌아보겠습니다.”
“저도 음식을 별로 가리지 않는다고 생각하거든요. 그런데 정토회 회원들이 저더러 음식에 있어서 제가 제일 까다롭다고 해요. 저는 다른 건 안 따지는데 밥은 고슬고슬하게 지어야 합니다. 밥이 너무 질어도 안 되고 너무 되도 안 돼요. 숟가락으로 밥을 갈랐을 때 짜르르 소리가 날 정도로 잘 익어야 해요. 반찬은 아무거나 괜찮습니다. 그런데 그것 하나를 못 맞춰 줘요. (웃음) 저는 딱 한 가지만 부탁하는 건데, 사람들은 스님 밥하기가 제일 어렵다고 합니다. 저도 음식을 가리지 않는다고 생각하고, 질문자도 남자를 별로 따지지 않는다고 생각하잖아요. 그런데 실제로는 자기가 중요하게 생각하는 한 가지가 있는 거예요. 사람들은 그걸 맞추기가 가장 어렵다고 해요”
“감사합니다, 스님.”

“자, 여기 있는 우리 모두 아무런 문제가 없어요. 시집을 세 번 가도 괜찮아요, 안 가도 괜찮아요. 그러니까 어떤 상황이든 그것을 긍정적으로 보느냐, 부정적으로 보느냐는 나의 관점에 달린 문제이지 상황 자체에는 아무 문제가 없어요.
여러분들은 여름에는 ‘더워 죽겠다’, 겨울에는 ‘추워 죽겠다’ 하면서 날씨가 나를 못살게 군다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더우니까 수영을 할 수 있잖아요. 추우니까 스케이트도 타고 스키도 탈 수 있잖아요. 그러니까 여름에는 수영할 수 있어서 좋고, 가을에는 단풍을 볼 수 있어서 좋고, 겨울에는 스키를 탈 수 있어서 좋고, 봄에는 꽃이 피어서 좋은 거예요. 다 좋은 거예요.
그런데 여러분들은 봄에는 들떠서 싫고, 여름에는 더워서 싫고, 가을에는 쓸쓸해서 싫고, 겨울에는 추워서 싫다고 합니다. (웃음)


그러면 저는 이렇게 얘기합니다. ‘알았다. 그래, 괴로워해라. 실컷 괴로워 하며 살아라. 좋거든 실컷 불행해라’ (웃음) 예를 들어 법당에 가서 기도하고 나오다가 계단에서 넘어져 다리 하나가 부러졌다고 합시다. 그러면 대부분 어떻게 생각합니까? ‘기도해 봐야 아무 소용이 없네.’ 이렇게 생각하겠죠. 그런데 부러진 다리를 붙잡고 기도해 봐야 소용없다고 하지 말고, 안 부러진 다리를 보면서 이렇게 생각해 보세요. ‘기도 안 했으면 두 다리 다 부러질 뻔했는데, 오늘 법당에 가서 기도했더니 그래도 한 다리는 성하네.’ 이렇게 생각하는 게 긍정적 사고입니다. 무슨 말인지 이해하시겠어요? 그러면 자기 신앙도 지키고, 기도한 공도 있고, 부러진 다리는 병원 가서 치료받으면 되는 거예요. 그런데 여러분들은 항상 자기를 부정적으로 생각해서 자기 처지를 불행하게 만들어요. 자기를 스스로 그렇게 불쌍하게 만들 이유가 뭐가 있어요?
긍정적 사고라는 것은 뭐든지 다 잘될 거라고 낙관하는 게 아니라, 어떤 상황이든 긍정적으로 바라보는 거예요. 그럴 때 자기가 자기를 행복하게 만드는 거예요. 여러분도 그렇게 행복하시기 바랍니다.”
강연을 마친 후에는 도서 사인회가 이어졌습니다. 오늘은 평소보다 많은 청중이 참석한 만큼 사인을 받기 위해 기다리는 사람들도 많았습니다. 스님은 기다리는 사람들에게 차례로 사인을 해주었습니다.

사인회를 마친 후에는 오늘 강연을 준비하고 진행한 봉사자들과 함께 단체 사진을 찍었습니다.

“행복학교로 오세요~~”
봉사자들은 다 함께 구호를 외치며 사진을 찍었습니다. 스님은 수고한 봉사자들에게 인사를 건넨 후 차에 올랐습니다.
밤 10시 30분이 되어 두북수련원에 도착했습니다. 아침부터 경주에서 애광원 생활인들과 가을 나들이를 하고, 저녁에는 울산에서 행복한 대화 강연까지 진행한 긴 하루였습니다. 스님은 숙소로 돌아와 곧바로 잠자리에 들었습니다.

내일은 통일의병 역사기행에 참석하고, 의료인 정토회 회원들과 즉문즉설을 할 예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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