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님의하루

2026.10.22. 두북이동, 베트남 청년과의 대화
"수행자가 사회운동을 할 수 있나요?"

안녕하세요. 오늘 스님은 중국에서 아침 일찍 귀국하여 두북수련원으로 이동한 후, 베트남 청년들과 대화의 시간을 가졌습니다.

중국에서 돌아온 스님은 오전 10시, 인천공항에서 두북수련원으로 출발했습니다. 주말도 아닌데 고속도로는 많이 막혔습니다.

오후 3시 20분경 두북수련원에 도착한 스님은 늦은 점심 식사를 마치고, 오후 4시부터 베트남 청년들과 함께하는 프로그램에 참석했습니다.

스님과 베트남 청년들의 인연은 2023년 5월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당시 스님은 베트남 다낭을 방문하여 청년 단체 VCIL(Vietnamese Community of Independent Learners) 활동가들을 만났습니다. VCIL은 INEB(국제참여불교연대) 콘퍼런스를 통해 인연을 맺은 단체로, 이후 매년 새로운 청년들이 정토회의 수행과 활동을 배우기 위해 정토회를 방문하고 있습니다.

대화를 시작하기에 앞서 베트남 청년들은 스님께 삼배의 예로 인사를 올렸습니다. 청년들은 5일 전부터 두북수련원에 머물며 농사일을 하고, 행자원에서 생활하는 한국 청년 행자들과 함께 시간을 보내며 정토회의 공동체 생활을 체험하고 있습니다. 스님은 청년들에게 두북수련원에서 생활하며 무엇을 배웠는지 물었습니다.

“여기 있으면서 무엇을 배웠어요?”

청년들은 일하면서 수행하는 방법을 배웠다고 대답했습니다. 한 청년은 간소하게 살아가는 방법을 배웠다고 했습니다. 그러자 스님이 말했습니다.

“이 세상에서 가장 간소하게 사신 분이 부처님이에요.”

스님은 부처님의 삶을 예로 들며 간소하게 살아가는 것이 왜 중요한지 설명했습니다.

“부처님은 밥은 얻어먹고, 옷은 주워 입고 잠은 나무 밑에서 주무셨습니다. 생각해 보면 우리는 무엇을 먹어도 부처님보다 잘 먹고, 무엇을 입어도 부처님보다 잘 입고, 어디서 자도 부처님보다 좋은 잠자리에서 잡니다. 그러니 괴로워할 일이 없다는 거예요.

당시 세상에서 모든 것을 다 가진 사람은 왕이었습니다. 왕은 가장 좋은 음식을 먹고, 가장 좋은 옷을 입고, 가장 좋은 집에서 자고, 가장 좋은 마차를 탔습니다. 그런데 그런 왕이 괴로워서 아무것도 갖지 않고 사는 부처님을 찾아와 어떻게 하면 괴로움에서 벗어날 수 있는지 하소연했습니다.

반대로 부처님이 왕을 찾아가 음식을 달라거나, 옷을 달라거나, 집을 달라고 한 적은 한 번도 없었습니다. 오히려 모든 것을 가진 왕이 부처님을 찾아와 괴롭다고 이야기한 것입니다.

우리가 이것을 잘 살펴보면 인생을 살아가는 지혜를 얻을 수 있습니다. 지금 우리는 왕의 길을 좇고 있기 때문에 괴로움이 따르는 것입니다. 부처님의 길을 따른다면 우리는 지금 괴로워할 일이 없고 자유로울 수 있습니다.”

이어서 스님은 청년들에게 평소 궁금했던 점을 자유롭게 질문해 보라고 했습니다.

“여러분이 이곳에서 생활하면서 개인적으로나 사회적으로 궁금했던 점이 있으면 무엇이든 이야기해 보세요. 부처님의 가르침에 대해서도 좋고, 여러분이 하고자 하는 일에 대해서도 좋습니다. 의문이 있거나 관심 있는 주제를 가지고 함께 대화해 봅시다.

아까 간소하게 사는 법을 배웠다고 했는데, 생활뿐만 아니라 생각도 단순하게 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어떤 문제든 단순하게 해결하는 방법을 알아야 합니다. 자, 그럼 대화를 시작해 봅시다.”

스님의 권유에 베트남 청년들이 하나둘 이야기를 꺼내기 시작했습니다. 먼저 청년들은 며칠 전 스님이 만들어 준 두부가 무척 맛있었다며 감사의 마음을 전했습니다. 특히 자신들을 위해 스님이 직접 두부를 만들어 주었다는 사실에 큰 감동을 받았다고 했습니다.

이어서 청년들이 평소 궁금했던 점을 질문하기 시작했습니다. 그중 개인의 마음을 다스리는 수행과 사회 구조적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사회 활동을 어떻게 함께할 수 있는지 묻는 질문과 스님의 답변을 소개합니다.

수행과 사회운동은 어떻게 함께할 수 있을까요?

“불교가 마음을 수행하라고 얘기하는데, 저희의 문제는 심리적인 것도 있지만 사회 구조적인 문제도 있습니다. 저희가 어떻게 내면을 변화 시키면서도 사회를 변화시킬 수 있을지, 또 불교 수행을 통해 사회와 어떻게 함께 나아갈 수 있을지 질문드립니다.”

“비가 많이 와서 홍수가 났을 때를 생각해 봅시다. 그럴 때 우리는 먼저 둑을 높여서 홍수를 막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아무리 막으려 노력해도 비가 너무 많이 와서 둑을 넘어버린다면 그 노력은 쓸모가 없어집니다. 우리는 집도 버리고 더 높은 언덕으로 몸을 피해야 합니다.

비가 너무 오지 않아 가뭄이 들 때도 있습니다. 그러면 우리는 댐을 막아서 물을 이용하기도 하고, 지하수를 파서 이용하기도 합니다. 하지만 비가 너무 오랫동안 오지 않는다면, 농사를 망치고, 손해를 감수해야 합니다.

이것이 우리 인생입니다. 우리는 주어진 조건과 상황에 적응해야 할 때도 있고, 나에게 맞게 주변 상황을 바꿔야 할 때도 있습니다. 이 두 가지를 적절하게 선택하면서 살아가는 것입니다. 어떤 상황에서든 내 마음이 괴롭다고 한다면, 그것은 적절하게 대응을 못하고 있다는 뜻입니다. 내 마음을 편안하게 하는 것과 사회와 주변을 변화시키는 것 사이에 특별한 모순은 없습니다. 마치 홍수가 났을 때 자연에 대응하는 것과 같습니다. 내 필요에 맞게 자연을 변화시켜도 되고, 내가 자연과 환경에 적응해도 됩니다. 비가 많이 왔다고 불평할 필요는 없습니다.

만약 남녀 차별이 있다면 우리는 그것을 개선해야 합니다. 하지만 그것이 오랜 문화일 때는 쉽게 개선되지 않습니다. 때로는 일부 받아들여야 합니다. 법률적인 경우는 투쟁을 통해서 우리가 제도를 개선할 수 있지만, 문화적인 경우는 일부 수용하면서 시간을 두고 기다려야 합니다. 나는 차별을 하지 않지만, 사회적으로 사람들이 차별하는 문화는 용인해야 할 때도 있습니다. 이런 부분을 적절하게 해나가는 것이 수행이면서 동시에 사회 변화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내 마음이 괴롭지 않도록 한다.’, 이것이 수행적 관점이고요. ‘내가 필요로 하는 것을 적절하게 변화시켜 나간다.’, 이것이 사회운동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붓다는 사회를 변화시키지 말라고 한 게 아닙니다. 괴로워하면서 하지 말라는 거예요. 화내면서 하지 말라는 거예요. 화를 내면서 하면 타인에게 해를 끼칠 수도 있고, 또 내가 지칠 수도 있습니다. 그러면 중간에 그만둘 수가 있고, 그러면 오히려 변화에 장애가 됩니다.

붓다는 언제나, 어떤 상황에서도 괴로움이 없었습니다. 그럼에도 붓다는 많은 사회적 모순에 대해서 비판적 자세를 취했습니다. 붓다는 계급 차별을 부정했으며. 적어도 승가(僧伽) 안에서는 그것을 다 폐지했습니다. 사회적으로는 그것을 그냥 받아들였습니다. 성차별도 마찬가지고요. 적어도 승가 안에서는 여성도 출가가 가능하게 허용했습니다. 어떤 사회적 저항이나 비판에도 그는 구애받지 않았습니다. 그러면서도 승가 밖에 있는 사람들이 따르지 않는다고 비난하지는 않았습니다. ”

스님의 답변을 들은 또 다른 베트남 청년이 질문을 이어갔습니다. 이번에는 불교적 관점에서 사회문제를 바라보고 해결하는 방법이 일반적인 사회운동과 무엇이 다른지 물었습니다.

불교적 관점의 사회운동은 일반 NGO 활동과 무엇이 다를까요?

“스님, 저희는 사회가 어떻게 변화하고 발전할 수 있는지 배우기 위해 매년 한국을 방문하고 있습니다. 이번에도 정토회뿐만 아니라 한국의 여러 사회 혁신 단체를 방문하고 있습니다.

예전에 스님께서 하신 말씀이 기억납니다. ‘사회운동만 하고 싶으면 다른 NGO에 가고, 개인 수행만 하고 싶으면 다른 절에 가라. 정토회는 수행과 사회 변화를 함께하는 곳이다.’라고 하셨는데, 그 말씀이 굉장히 인상 깊었습니다.

저희도 사회를 더 나은 방향으로 변화시키는 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사회문제를 분석하고 해결책을 찾을 때 불교적 관점을 어떻게 적용할 수 있을까요? 불교적 관점에서 사회운동을 하는 것은 일반 NGO 활동과 무엇이 다른지 궁금합니다.”

“일반적인 NGO나 사회운동 단체에서 사회를 변화시키려고 할 때는 기본적으로 ‘세상이 잘못되었다.’ 하는 생각에서 출발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러한 문제의식은 사회를 변화시키는 운동의 원동력이 되기도 합니다. 그러나 때로는 폭력적으로 변하기 쉽고, 상대를 적으로 규정하기도 쉽습니다. 그러다 보면 갈등이 생깁니다.

처음에는 잘못되었다고 생각하는 대상에게만 분노하고 비판합니다. 그런데 시간이 지나면 같은 운동을 하는 사람들 사이에서도 서로 다른 방식을 선택하는 사람을 비판하기 시작합니다. 그러면서 내부에서도 서로 적대적인 관계가 형성되고 분열이 일어납니다.

처음에는 열정적으로 사회운동을 시작했지만, 내부의 갈등으로 인해 점점 지치게 됩니다. 그러다가 상처를 입고 중간에 활동을 그만두는 사람도 많아집니다. 때로는 상처를 입고 아예 반대편으로 가버리는 경우도 있습니다. 이것이 사회의 잘못을 비판하는 운동이 가진 장점이자 한계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불교적 관점에서 하는 사회운동은 무엇이 다를까요?

불교는 ‘나는 옳고 상대는 틀렸다.’ 하는 생각이 아니라 ‘서로 다르다.’ 하는 데서 출발합니다. 그러나 서로 다르다고 해서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은 아닙니다. 서로 다른 여러 가지 가운데 나는 이쪽을 선택하겠다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 성차별을 할 수도 있고 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나는 성차별을 하지 않는 것이 더 바람직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그것을 선택하는 것입니다. 그리고 내가 선택한 방향으로 사회를 변화시키기 위해 노력하는 것입니다. 그렇다고 상대를 틀렸다고 하거나 적대시하지는 않습니다. 사회의 다양성을 인정하는 것입니다.

그렇다고 그냥 내버려두자는 얘기가 아닙니다. 여러 가지 가운데 내가 바람직하다고 생각하는 것을 선택하고, 그것을 실현하기 위해 노력한다는 것입니다.

음식에도 여러 가지가 있습니다. 어떤 음식이 맛있고 어떤 음식이 맛없다고 단정할 수는 없습니다. 그러나 나는 이 음식이 맛있다고 생각할 수 있습니다. 세상에는 여러 가지 꽃이 있습니다. 어떤 꽃이 더 예쁘고 덜 예쁘다고 정할 수는 없습니다. 그러나 나는 이 꽃을 더 좋아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내 화단에는 내가 좋아하는 꽃을 심겠다는 것입니다.

이처럼 자신이 원하는 방향으로 나아가되 다른 것을 배격하지 않는 것입니다. 그러므로 마음에 분노가 없고, 타인을 배척하지 않으면서 자신이 선택한 영역을 확대해 나갈 수 있습니다.

이러한 관점에서 사회문제를 해결하거나 갈등을 중재 하려면 세 가지가 중요합니다.

첫째, 정보가 비교적 정확해야 합니다. 정보가 없으면 올바르게 판단하기 어렵기 때문입니다. 둘째, 가능하면 감정이 개입하지 않아야 합니다. 자신의 감정이나 선입견보다 실제 사실이 무엇인지 확인하려고 노력해야 합니다. 셋째, 서로 견해가 다르다는 것을 인정해야 합니다.

저 역시 북미 간의 대화나 남북 간의 대화를 위해 노력할 때는 많은 정보를 확보하려고 합니다. 그리고 어느 한쪽의 편을 들지 않고, 각각의 주장을 열린 마음으로 들으려고 합니다. 서로 다른 입장을 인정해야 대화도 가능하고, 문제를 해결할 길도 찾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베트남 청년들은 스님의 답변을 경청하며 질문을 이어갔습니다. 한 사람의 질문이 끝나면 곧바로 다른 청년이 질문했습니다. 스님의 이야기에 청년들은 때때로 까르르 웃음을 터뜨리기도 했습니다.

그 외에도 다음과 같은 질문들이 있었습니다.

  • AI와 기계화가 발전하면서 사람 사이의 관계가 약해지고 있습니다. 기술이 발전하는 시대에 인간적인 관계를 어떻게 회복할 수 있을까요?
  • 중국과 베트남은 개혁·개방을 추진했는데, 북한은 왜 개방하지 않고 경제 제재 속에서도 체제를 유지할 수 있는 걸까요?
  • 북한이 남북 관계를 단절하고 동아시아의 군사적 긴장이 높아지는 상황에서 한반도에 다시 전쟁이 일어날 가능성은 없을까요? 평화를 지키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 미래의 목표를 이루기 위해 노력하는 것과 결과에 집착하는 욕망은 어떻게 구분할 수 있을까요?
  • 수련원에서 얻은 마음의 평화를 바쁜 일상에서도 유지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 스님은 많은 일을 하면서도 어떻게 지치지 않고 활동하실 수 있나요?
  • 스님도 불교 활동을 그만두고 싶었던 적이 있으신가요? 그때 어떻게 극복하셨나요?

질문과 웃음이 끊이지 않는 가운데 4시에 시작한 대화가 어느덧 밤 9시가 되었습니다.

진지하게 이어진 대화를 마칠 시간이었습니다. 대화를 마치자 베트남 청년들이 고향에서 준비해 온 선물을 스님에게 전했습니다.

“스님, 저희가 쌀을 좀 가져왔습니다. 베트남은 세계적인 쌀 수출국 이거든요. 저희가 아주 자랑스럽게 생각하는 쌀입니다. 작년에 이곳에 왔던 청년이 직접 농사지은 베트남 토종쌀이에요. 그리고 이것은 제 고향에서 가져온 계피입니다. 차로 마셔도 좋고 음식에 넣어 먹어도 좋아요.”

“아이고, 감사합니다.”

스님은 담당 실무자에게 다음 날 베트남 청년들이 밤과 한국 과일을 맛볼 수 있도록 준비해 달라고 했습니다.

“내일 맛있는 밤을 먹어 봐요. 한국은 사과도 맛있고 배도 맛있어요. 요즘은 감하고 밤이 나오는 철이니까 맛 보세요.”

선물을 주고받으며 훈훈한 분위기가 이어지는 가운데 대화를 마무리하며 스님은 베트남 청년들에게 마지막으로 당부했습니다.

“여러분, 수행을 해서 먼저 자기 자신이 괴롭지 않도록 하세요. 그리고 베트남 사회에서 꼭 필요한 사람이 되시기 바랍니다. 베트남을 넘어서 앞으로 세계에서도 중요한 역할을 해주세요.”

이렇게 베트남 청년들과의 대화를 모두 마쳤습니다. 스님은 남은 업무를 정리한 후 잠자리에 들었습니다.

내일은 애광원 나들이와 울산에서 행복한 대화 강연이 있을 예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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