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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오늘은 한미정책교류 프로그램 셋째 날입니다. 오전에는 맨스필드 재단(Maureen and Mike Mansfield Foundation)에서 비공개 토론을 하고, 오후에는 조지메이슨 공공정책 대학원(George Mason University, Schar School of Policy and Government)에서 공개 학술회의를 진행했습니다.

스님은 미주 정토회관에서 상주대중과함께 새벽수행과 명상을 하며 하루를 시작했습니다.

기도를 마친 후에는 아침 공양을 하고 연구원들이 묵고 있는 호텔로 이동하여 다 함께 맨스필드재단으로 이동했습니다. 맨스필드 재단은 미국과 아시아 국가 간의 이해와 협력을 증진하는 비영리재단입니다.

오전 8시 30분경, 맨스필드재단에 도착하자, 재단의 최고경영자(CEO)인 프랭크 자누치(Frank Jannuzi)님이 스님을 반갑게 맞이했습니다. 프랭크 자누치 님은 미국의 대표적인 동아시아 및 한반도 정책 전문가이자, 20여년이 넘는 오랜 시간 동안 스님과 함께 한반도 평화와 대북 인도적 지원 문제를 고민해온 분입니다.

프랭크 자누치 님과의 인연은 2000년대 초반으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당시 자누치 님은 미 상원 외교 위원회 전문위원으로, 당시 조 바이든 상원의원의 동아시아 정책 핵심 보좌관으로 재직하던 시절이었습니다.
스님은 1990년대 후반 고난의 행군 시기부터 북한 동포 돕기 및 북한 주민을 위한 인권·인도적 지원 운동을 하고 있었고, 북미 갈등 완화와 인도적 위기 해결을 위해 매년 미국 워싱턴 D.C.를 방문하고 있었습니다. 이때 미 의회 내에서 한반도 및 북핵 문제의 실무 전문가였던 자누치 연구원을 만나 북한의 실제 식량난 상황, 인도적 지원의 필요성, 전쟁 방지를 위한 평화협정의 중요성을 전달하며 인연이 시작되었습니다.
그 후 스님은 워싱턴 D.C. 방문 일정이 있을 때마다 자누치 님과의 만남을 매년 이어오고 있었으며, 두 분은 미국의 싱크탱크 연구원이나 의회 보좌관들과 함께 비공개 모임과 세미나 등을 열어 북미 간의 관계 정상화, 북한 주민에 대한 인도적 지원, 한반도의 갈등과 긴장을 완화하기 위한 평화적 해법을 모색해 왔습니다.

“스님 오셨습니까. 먼 길 오시느라 고단하시지요.”
“괜찮아요. 자누치 님도 잘지내셨습니까? 이번 토론을 마련해주어 감사합니다.”
“별말씀을요. 평화재단에서 이렇게 함께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이어서 자누치 님은 평화재단 연구원들 한 사람 한 사람에게 환한 미소로 인사를 건넸습니다. 오랜 세월 워싱턴 외교 안보의 중심에 있는 최고 권위자임에도, 먼 길을 찾아온 손님을 공손하게 맞이하는 자누치 님의 모습은 주변을 편안하고 따뜻하게 했습니다.

오전 9시, 맨스필드재단의 비공개 토론이 시작되었습니다. 먼저 자누치 님과 스님의 환영사가 있었습니다. 이번 비공개 토론은 자누치 님이 직접 진행을 맡았습니다.

“맨스필드 재단은 이념을 초월하는 비영리 재단이며, 우리의 사명은 미국과 동아시아 파트너들 간의 대화와 이해를 증진하는 것입니다. 따라서 오늘 논의는 대화를 통한 상호 이해 증진이라는 우리의 주요 목적과 밀접하게 맞닿아 있습니다.
워싱턴에서 한반도를 생각할 때, 우리는 대개 전쟁과 평화, 핵무기와 미사일 같은 문제를 먼저 떠올립니다. 하지만 근본적으로 한반도에 대한 우리의 관심은 남과 북을 아우르는 '한반도의 사람들'에게 뿌리를 두어야 합니다.
따라서 오늘 논의를 북한, 나아가 남한의 인간 안보와 인권, 인도적 처우에 집중하는 것은 매우 중요한 초점이라고 생각합니다. 한반도 사람들의 이익을 최우선에 두고, 어떻게 고통을 해결하며 나아가 인간 안보와 삶의 질을 개선할 수 있을지 깊이 고민하지 않는다면 한반도에 지속적인 평화나 안보는 있을 수 없습니다.
한반도 사람들을 깊이 염려해 오셨고, 비정부기구 활동을 통해 한반도와 전 세계 사람들에게 좋은 말씀을 전해 주시는 오랜 벗 법륜스님을 다시 모시게 되어 매우 기쁩니다. 스님을 환영하며, 오늘 논의에 앞서 스님께 여는 말씀을 청해 듣고자 합니다.
얼마 전 제 고향인 텍사스 오스틴을 포함해 미국 전역을 순회하며, 수천 명의 사람들에게 가르침을 전하셨던 강연투어 또한 성황리에 잘 마치셨음을 축하드립니다. 오스틴 현장에서 직접 강연을 듣지 못해 아쉬웠습니다.(웃음)”
자누치 님의 환영사가 끝나고 스님의 환영사가 이어졌습니다.

“여러분 만나서 반갑습니다. 이런 좋은 자리를 마련해 주신 맨스필드 재단의 자누치 이사장님과 실무자 여러분들께 감사의 말씀을 드립니다.
자누치 님이 말했듯이 우리는 늘 북한이라 하면 핵, 미사일, 독재자, 인권 등의 이슈를 관점으로 얘기 합니다. 그러나 북한에는 2500만 명의 주민들이 살아가고 있습니다. 우리는 ‘그들의 삶이 조금이라도 향상되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가’하는 문제를 봐야 합니다.
현재 북한 주민들에게 가장 큰 영향력을 끼치는 것은 북한 정부의 지도부입니다. 주민들의 경제 생활이나 인권 문제를 일으키는 사람도 그들이지만, 그 고통을 해소할 수 있는 사람 또한 그들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는 북한 지도부와 대화를 할 수밖에 없습니다.
최근에 북한의 국가 목표가 바뀌었습니다. 지금까지는 북한을 기지로 해서 남한까지 해방시키는 통일 국가를 만드는 게 북한 정부의 국가 목표였기에, 때로는 군사적으로, 때로는 정치적으로 통일을 시도했습니다. 그러나 지금은 완전히 통일론을 포기했습니다. 즉, 북한만 가지고 하나의 독립 국가를 완성하겠다는 것입니다. 이 일을 계기로 지금까지 우리가 알고 있던 북한 정부에 대한 정보는 많이 바뀌었습니다.
그 첫 번째가 북한은 외국과 군사 동맹을 맺는 것을 그동안 반대해 왔는데, 현재는 러시아와 군사 동맹을 맺었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공식적으로 군대를 외국에 파견하기도 했죠. 이 사실은 향후 북한이 중국과 군사 협력을 맺을 가능성까지 보여줍니다. 만약 이렇게 된다면, 그때는 한반도뿐만 아니라 일본을 포함한 동아시아 지역 전체에 거대한 안보 위협이 닥치게 될 것입니다.
우리는 새로운 문제에 직면했습니다. 이럴 때 우리는 ‘한반도의 평화를 지키기 위해 무엇을 할 것인가?’ ‘북한은 국가와 경제 발전 정책을 어떻게 시행하고 있는가?’ ‘그 과정에서 북한 주민들의 경제와 자유는 어떻게 변화해 가고 있는가?’하는 부분들을 종합적으로 파악할 필요가 있습니다. 그래서 오늘 이 자리가 만들어지게 된 것입니다.
저희는 이번 한미정책교류 프로그램을 하면서 첫날은 브루킹스 연구소에서 안보 문제를 다뤘고, 둘째 날은 피터슨 연구소에서 경제 문제를 다뤘습니다. 그리고 오늘 맨스필드재단에서는 북한 주민들의 경제활동과 관련한 문제를 다루고자 합니다.
다시 한번 이 자리를 마련해 주신 맨스필드 재단과 프랭크 자누치 님께 감사의 말씀을 드립니다. 감사합니다.”

스님의 말씀을 이어 자누치 님이 진행 발언을 했습니다.
“이곳 워싱턴에서는 북한 주민들의 실생활에 대해 신뢰할 수 있는 정보가 턱없이 부족하기 때문에 저희로서는 오늘 이 자리가 북한을 진정으로 이해할 수 있는 소중한 기회입니다. 다시 한번 먼 길을 와 주신 평화재단 패널들께 감사 인사를 드리며 이제 발표를 시작하겠습니다.”

맨스필드 비공개 토론은 총 두 개의 세션으로 진행되었습니다. 첫 번째 세션은 북한의 외형적 발전 이면에 감춰진 일반 주민들의 극심한 빈곤과 양극화, 그리고 대북 제재의 문제점을 짚어보는 시간이었습니다. 이번 세션에서 나온 생생한 정보들은 현지 전문가들에게 강한 설득력과 자극을 주었습니다.

질문자들의 질문 또한 학술적이고 예리했으며, 어떤 이는 과거 미국이 펼쳤던 정책에 대해 성찰하기도 하는 매우 진지한 토론의 장이었습니다. 이야기가 길어지자 휴식시간을 갖고 다음 세션을 진행하기로 했습니다. 한국과 미국·유럽 전문가들의 유쾌한 네트워킹이 이루어졌습니다.



휴식 시간에는 빌 해거티(Bill Hagerty) 미국 연방 상원의원실의 보좌관 개리 채퍼(Gary Schaefer) 님이 스님을 찾아와 현재의 대북 정책에 관하여 스님의 생각을 묻고, 현실적인 진단을 구했습니다.

스님은 미국이 북한에 활로를 열어주지 않으면 북한이 중국 쪽으로 점점 기울어져 앞으로 감당하기 어려운 안보 위기가 올 것이라는 메시지를 재차 전달했습니다. 또한 북한 입장에서는 미국과 대화를 하고 싶어도 북한 지도부가 사전에 신뢰하고 검증할 실무적인 채널이 미국 내에 전혀 부재하여 대화를 진행하기 어렵다는 점도 지적했습니다. 스님께 끊임없이 질문을 하며 대화를 주고받던 개리 채퍼(Gary Schaefer) 님은 스님의 이야기들을 납득하는 듯 연신 고개를 끄덕였습니다.

본 토론 시간보다 더욱 실질적인 대화가 오갔던 휴식 시간이 끝나고, 두 번째 세션이 시작되었습니다.

두 번째 세션에서는 북한 주민이 일상 속에서 얼마나 치열하게 스스로의 자유를 쟁취해 왔는가를 알렸으며, 북한 주민들이 피와 땀, 목숨을 걸고 얻어낸 시장의 자유를 대북 제재가 위축시키고 있다는 것을 생생하게 전달했습니다.

워싱턴 조야나 국제사회에서는 북한 주민을 '독재 정권의 무기력한 피해자'로 인식하는 경향이 강한 반면, 이번 토론에서 조명된 북한 주민들의 모습은 ‘법질서의 균열 속에서 권리의식을 키워온 당찬 주체’라는 새로운 시각을 제시했습니다. 이는 같은 자리에 있던 미국, 유럽의 전문가들에게도 깊은 인상을 남겼습니다.

이번 토론은 첫번째 토론시간과 달리 워싱턴 정가의 인권·안보 원칙론을 대변하는 분의 반대 의견으로 팽팽한 분위기가 감돌기도 했습니다. 이에 스님은 ‘우리가 추구하는 정치적 자유라는 명분을 위해, 북한 주민들의 생존권을 위협하며 시장을 위축시키는 행위를 과연 정당화할 수 있는지, 그들의 생존권을 희생시키면서까지 정치적 자유를 요구하는 것이 타당한지 깊이 돌아봐야 한다’는 본질적인 문제를 지적했고, 테이블에 앉아있던 한국과 미국 전문가들은 침묵 속에서스님의 말을 경청하며 숙연해지기도 했습니다.

대화가 계속 길어지자 이번에는 점심식사를 하며 이야기를 이어가기로 했습니다. 스님은 점심 공양을 하면서도 자누치 님과 대화를 했습니다. 잠시의 시간도 허투루 쓰지 않았습니다. 특히 미국 전문가들과 함께 있을 때면 잠깐도 대화를 놓지 않았습니다.
"하노이 회담 결렬과 팬데믹 이후 북한 정부는 어느 정도 자립 체제를 갖추어 이제 제재에 끄떡하지 않습니다. 정작 제재 때문에 무너지고 있는 건 주민들이 피땀으로 일군 시장입니다. 북한 정부에 이익을 주자는 게아니라, 주민들의 생존과 자유를 위해 농수산물과 생필품 등의 제재부터 선별적으로 풀어주어야 합니다."
"동의합니다 스님. 시장은 북한 주민들에게 소박한 자유를 주고 정권의 통제력을 낮추는 중요한 역할을 해왔습니다. 제재를 완화하면 물론 지도부에도 일부 이익이 가겠지만, 그것보다 주민들에게 돌아갈 혜택이 훨씬 크다면 충분히 감수할 만한 가치가 있는 선택입니다.“

"한국 노동운동도 전태일 열사가 반독재 민주화 투쟁을 한 것이 아니라, 헌법에 보장되어 있는 노동자의 기본 권리인 ‘노동 3권을 보장하라’를 요구했기에 노동하는 대중의 공감을 얻었습니다. 북한 주민들도 삶의 터전인 '장사할 권리'부터 지킬 수 있게 도와야 합니다."
"그 역시 매우 와닿는 지적입니다. 그러나 북한 문제만 보면 제재를 푸는 게 맞지만, 미국 정책 입안자들은 국제 질서에 미칠 외교적 파장까지 함께 고려해야 하기에 고민이 깊습니다.“

세션 내내 북한 주민의 편에서 평화의 해법을 찾고있던 자누치 님 역시 스님처럼 작은 희망도 놓지 않은 듯 보였고, 대화 속에 녹아있는 두 분의 한결같은 마음의 방향은 옆에서 대화를 지켜보는 이들에게 묘한 여운을 주었습니다.

오전 9시부터 오후 1시 30분까지 주어진 시간을 남음 없이 다 썼습니다. 개인의 다양한 견해와 각국의 입장을 허심탄회하게 나누고 대화를 하며, 편안하기도 하고 긴장되기도 하고 숙연한 분위기도느꼈던 다채로운 시간이었습니다.
스님과 평화재단 연구위원들은 늦지 않게 다음 장소로 이동하기 위해 맨스필드재단을 나왔습니다. 오후 2시에 조지메이슨 공공정책 대학원(George Mason University, Schar School of Policy and Government)에 도착하니, 강의실 앞에 오늘 사회를 맡은 엘런 랩슨(Ellen Laipson) 교수님이 스님을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스님은 악수를 청하며 랩슨 교수님과 반갑게 인사를 나누었습니다.

강의실에 들어가니 꽤 여럿의 학생들이 앉아있었습니다. 주제가 대중적이지 않은데 이런 학술회의에 찾아온 학생들이 기특하기도 하여 스님은 학생들에게 다가가 활짝 웃으며 반갑게 인사를 건넸습니다.

사회자 랩슨 교수님의 진행으로 조지메이슨 대학에서의 공개 학술회의가 시작되었습니다. 먼저 스님의 인사말이 있었습니다.

“여러분, 만나서 반갑습니다. 이런 자리를 마련해 주신 랩슨 교수님께 감사드립니다. 저희들은 지난 3일 동안 브루킹스연구소, 피터슨연구소, 맨스필드재단에서 북한의 안보, 경제, 인권 문제를 두고 대화를 나눴습니다.
지금 국제 정세가 아주 빠르게 바뀌고 있으며 북한도 마찬가지입니다. 제가 볼 때 북한은 '제2 건국'이라 할 만큼 국가 운영 방침이 크게 바뀌었습니다.
1948년도에 북한 정부가 들어설 때는 북한을 기지로 해서 남한까지 다 해방시켜서 통일하려는 국가의 목표를 세웠으나 이제 남조선 해방을 포기했습니다. 따라서 통일도 포기했습니다.
이렇게 되면서 그동안은 외국과 군사동맹을 맺지 않았는데, 이제는 러시아하고 군사동맹을 맺었습니다. 중국과 북한을 잇던 새로운 다리도 12년간 개통이 안 되다가 어제 개통을 했다고 합니다. 앞으로는 중국과도 어떠한 형태로든 긴밀하게 협력할 것으로 보입니다. 어쩌면 중국과도 군사동맹을 맺을 가능성이 있겠죠. 북한의 이러한 변화들은 평화라는 측면에서 유리한 면도 있고, 또 동아시아 전체로 보면 새로운 안보 위협의 요인도 됩니다.
혹시라도 북한이 중국과 군사 협력을 하면서 동해안의 항구를 중국 해군 군함에 기지로 제공하기라도 한다면 동아시아 방위에 굉장한 어려움이 생깁니다.

우리는 북한을 이렇게 내버려 둘 것인가요? 아닙니다. 미국이 적극적으로 북한과 관계를 개선해서 중국과 군사 협력을 하는 데까지는 가지 않도록 막아볼 수 있지 않을까요? 새로운 과제가 우리에게 주어졌습니다.
북한은 국가 발전을 위해 어떠한 경제 정책을 쓰고 있을까요? 주민들의 삶은 지금 어떠할까요? 이러한 사실을 두고 어떤 관점을 가질 것인지는 개인의 문제이지만 우선, 사실을 파악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여기 맛있는 음식이 있습니다. 먹으려고 합니다. 그런데 부처님이 ‘거기 독 들었다.’ 하고 말했습니다. 독이 든 음식을 먹을 건지, 안 먹을 건지 누가 결정합니까? 그것은 우리들의 선택입니다.
붓다의 가르침은 ‘독이 들었다.’하는 사실만 말하는 겁니다. 먹고 안 먹고는 내가 결정합니다.
오늘 평화재단에서 전하려는 이야기는 ‘북한의 현실’에 대해서만 말하려고 합니다. ‘우리의 이익을 위해서 어떻게 할 것인가?’ 그것은 우리가 결정을 해야 합니다. 다시 한번 이 자리를 마련해 주신 교수님께 감사드립니다.”

첫 번째 발제자 김영준 교수는 ‘급변하는 국제 정세와 북·중·러 군사 밀착’에 대해 설명했습니다. 북한은 과거 김일성·김정일 시기부터 지켜온 ‘외국과 군사협력 배제'원칙을 깨고 최근 러시아에 파병 및 군사동맹을 체결했음을 알렸습니다. 따라서 서방이 낡은 비핵화 압박 프레임에 갇혀 이러한 북한의 행보를 방치할 경우 북·중 해군 협력 등 돌이킬 수 없는 군사적 위협이 현실화되므로, 점진적인 핵 동결과 위험 감소를 목표로 북미 대화에 조속히 나서야 함을 말했습니다.
이에 지정 토론자였던 조지 허친슨 교수 (George Hutchinson)는 김영준 교수의 전략적 분석에 깊이 공감하며, 국제 환경 변화 속에서 새로운 대북 접근법이 필요하다는 점을 인정했습니다. 그러나 현실적으로는 북한이 비핵화가 없는 상태로 협상을 요구할 때 미국이 이를 수용하기 어려울 것이며, 북한이 대미 의존도가 낮아진 상태에서 다시 협상 테이블에 나올만큼 아직도 북미 대화가 매력적일 것인가? 에 대해 회의적인 입장을 밝혔습니다.

두 번째 발제자 이정철 교수는 ’북한의 구획화 경제와 대북 제재 무용론‘에 대해 발제했습니다. 북한 경제는 정부 중심의 '로열 경제(특권 경제)', 주민들의 '장마당(사설 시장)', 그리고 국가가 주도하는 '국영 상업망'의 삼분 구조로 재편되어 있음을 말하고,
2017년 강화된 제재 이후 경제가 붕괴할 것이라는 예상과 달리, 북한은 내부 통제와 중국과 러시아를 통해 물자를 수급하여 경제를 2017년 이전 수준으로 안정화시키고 있음을 말했습니다. 따라서 현행의 제재는 정권을 붕괴시키거나 비핵화를 끌어내는 데 실질적인 효력이 없음을 지적했습니다.
또한 평화재단의 한 연구위원은 되려 2017년 제재로 석탄·광물·수산물 수출이 전면 차단되면서, 수출 대금의 운임·임금으로 생계를 잇던 일반 노동자와 상인들의 벌이가 완전히 끊겼음을 알렸습니다. 쌀값이 6.9배 폭등하고 환율이 9배 이상 급등하는 가운데 장마당이 위축되어 지방에서는 아사자가 나타나고 있어 고난의 행군보다 더 어려운 시기를 보내고 있음을 말했습니다.
토론자 마이클 지간테(Michael Gigante) 님은 발제자들이 제기한 북한 주민들의 고통과 인도적 우려에는 깊이 공감하지만 제재의 1차 목표는 정권의 행보를 멈추게 하는 것이 아니라 핵·미사일 개발에 대한 비용을 크게 높이고 국제사회의 단호한 규탄 메시지를 보내는 기능에 있다고 말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북한 정권의 구체적인 비핵화 조치가 없는 상태에서 일방적으로 제재를 완화하는 것은 무기 개발을 묵인하는 잘못된 선례가 될 수 있다는 반론을 제시했습니다.
청중과 패널들에게도 여러 가지 질문이 나왔습니다.

한국 정부는 북한이 비핵화 보장이 없더라도 북미 간의 직접 대화나 정상회담을 뒷받침할 의향이 있을까요?
한국 대중과 정치권의 대미 인식, 방위비 분담금 등의 한미 간의갈등은 어떻게 보아야 할까요?
대북 제재가 북한 내부 결속을 강화하는 구실로 악용되고 있지는 않을까요?
사회자인 엘런 립슨 교수님은 전체 논의를 아우르며 마무리 정리를 했습니다:
“오늘 발제자들이 제시한 데이터는 매우 중요하고 사실에 부합하지만, 데이터가 모든 정치적 역동을 설명해주지는 못합니다. 그러나 워싱턴 정가는 늘 '미국이나 서방이 무엇을 해야 하는가'에만 매몰되어 있고, 정작 '북한 주민들이 무엇을 원하고 정권이 어떻게 반응하는가'에 대한 깊이 있는 분석은 놓쳐왔던 것 같습니다.
그런 점에서 한국의 평화재단 연구원들이 가져온 생생한 내부 현실과 새로운 시각은 워싱턴 연구자들에게 대단히 소중한 배움과 생각할 거리를 주었다고 생각합니다. 감사합니다”

초반에는 미국의 안보 전문가들이 '북·중·러 밀착'이나 '제재의 정당성'을 두고 미국 중심의 엄격한 원칙론을 견지하며 다소 긴장감이 돌았습니다. 하지만 한국 대표단이 가져온 정밀한 위성사진, 장마당 물가 데이터, 북한 무역망의 구체적 경로를 제시하자, 허친슨, 지간테 님은 "미처 몰랐던 북한 경제의 이면을 보았다"며 태도를 바꾸어 진지하게 경청했습니다.
조지메이슨대 세미나는 정책 대학원 학술 세미나의 성격을 띠었기 때문에, 스님은 토론을 여는 인사말만 한 후, 구체적인 학술 논쟁과 질의응답은 동행한 학자들에게 전적으로 맡기고 마이크를 잡지 않았습니다. 대신 쉬는 시간(Tea Break)이나 본 회의 종료 후 참석자들이 개별적으로 찾아왔을 때에는 깊이 있는 대화를 주고받았습니다.
3일간의 한미정책교류 일정의 조지메이슨 대학 학술회의를 2시간 가량 진행하고 스님과 일행은 숙소를 향해 이동했습니다.
숙소를 향하는 시간이 퇴근 시간과 겹쳐 차가 많이 막혀서 스님과 일행은 공원길로 우회하여 이동했습니다. 공원길에 뜻밖의 재미난 구경거리가 있었는데, 곧 핼러윈이라 집집마다 정원을 재밌게 꾸며둔 것입니다. 스님과 일행은 핼러윈 장식을 구경했습니다.

오후 6시 미주정토회관에 도착해서 이번 일정을 함께한 평화재단 연구위원들과 마지막 만찬을 함께 했습니다. 만찬을 하면서 이번 3일간의 한미정책교류일정의 성과에 대해 평가회의를 했습니다. 그러나 회의 기록자는 미리 떠날 준비를 해야 해서 회의 기록은 남기지 못했습니다.

평화재단 연구원들은 오늘 남은 시간은 휴식하고 내일 한국으로 이동할 예정이지만, 스님은 내일 아침 일정이 있어서 만찬 중에 뉴왁공항으로 미리 출발하게 되었습니다. 스님은 그간 스님의 일정을 바라지해준 정토회원들과 삼배로 작별 인사를 하고 기념사진을 찍었습니다.
잠시도 쉬지 않고 3일간 빼곡하게 일정을 소화하시던 스님의 모습을 옆에서 직접 볼 수 있었던 것은 정토행자로서 감사하고 또 감동스러운 시간들이었습니다.

많은 정토행자들이 스님께 하는 말, 지난 3일간 물심양면 바라지 했던 미국 정토행자들 역시 같은 말을 스님께 전했습니다.
“스님, 부디 건강하십시오. 저희 곁에서 오랫동안 활동해주세요.”
“고맙습니다. 3일간 고생 많았어요. 서울에서 봅시다”

제이슨님도 오늘은 뉴저지 부모님댁으로 돌아간다고하여 스님은 오후 7시 30분에 제이슨 님과 함께 뉴욕-뉴왁공항으로 이동했습니다. 김명호, 유정희 부부가 뉴욕에서 워싱턴까지 스님을 모시러 왔습니다.

밤 11시 15분에 뉴왁공항에 도착했습니다. 예정보다 늦게 공항에 도착해 서둘러 들어갔는데, 모두 공항 안으로 들어가고 체크인 카운터에 줄이 없었습니다.
“늦게 오니까 줄을 안서도 되니 좋네요 (웃음).”
스님은 비행기 티켓을 발권하고 짐을 부치고는 일행들과 두런두런 이야기하며 출국장으로 갔습니다.

3일간 감탄스러운 통역 실력으로 스님의 말과 귀가 되어주었던 제이슨님과도 이제 헤어질 시간입니다. 스님은 출국장 앞에서 제이슨님과 워싱턴에서 뉴욕까지 운전봉사를 해 준 김명호님에게 작별 인사를 하고 탑승구로 갔습니다.
스님은 이번에도 게이트 앞에서 비행기를 기다리며 밀린 업무를 소통하고 원고를 교정했습니다.

지난 3일간 있었던 한미정책교류 일정은 워싱턴에서 흔히 열리는 ’북한을 어떻게 제재할 것인가‘라는 단편적인 회의와는 달리, ’북한 제재가 주민들에게 어떤 역효과를 낳고 있으며, 북한 내부의 계층 구조가 어떻게 바뀌고 있는가‘를 다룸으로써, 참석한 사람들에게 강한 울림을 주고, 새로운 시각과 실질적인 고민을 남겼던 것 같습니다.
평화재단 연구위원들은 이번 3일을 준비하기 위해 모두가 일심으로 많은 노력을 했습니다. 각자의 일과를 시작하기 전 새벽 시간에 만나서 몇 달을 토론하고 논의하면서 발제문을 다듬어 나가고, 서로의 피드백을 듣고 발표 내용을 뒤집어 다시 고민하기도 했습니다. 모두 대학의 교수님들인데 마치 학창시절로 돌아가 학습 평가를 준비하듯 성실하고 꼼꼼하게 준비해 나가는 모습 자체가 참으로 감사하고 인상적이었습니다.
이로써 이번 일정이 모두 끝났습니다. 스님은 16일 새벽 1시에 한국으로 돌아가는 비행기에 탑승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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