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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스님은 해외 출장을 마치고 한국으로 입국했습니다.
스님은 터키 이스탄불에서 출발하여 9시간 30분 동안 하늘길을 이동한 후 오후 5시 30분 인천공항에 도착했습니다.

“가을이 되었네요.”

오후 7시가 조금 넘어 서초동 정토회관에 도착하였습니다. 스님은 다른 일정 없이 짐 정리를 하고 바로 휴식하였습니다.
내일은 정토회 합동회의에 참가할 예정입니다.

오늘은 법문이 없어 지난 6월에 있었던 즉문즉설 법문을 소개합니다.
“얼마 전 회의를 하다가 ‘의무감이 아닌 책임지는 자세가 중요하다’라는 법사님의 말씀에 깊은 울림이 있었습니다. 저는 책임감에는 늘 의무감이 따라온다고 생각해 왔는데요. 그 말씀을 듣는 순간 지난 차수에 지회장 소임을 할 때의 일이 떠올랐습니다. 당시 야외 천도재 물품을 준비하면서 물품 담당자와의 소통 착오로 찻잔만 챙기고 받침을 놓친 적이 있습니다. 현장에서 당황한 담당자가 ‘지회장(질문자)님이 이것만 챙기면 된다고 했다’고 말했을 때, 저는 ‘이건 내 책임이다’라고 생각하면서도 한편으로는 억울한 마음이 있었습니다. 얼마 전 회의에서 그 일을 다시 떠올리며, 그때 나는 책임지는 자세가 아니라 단지 지회장으로서의 의무감으로 임하고 있었다는 생각이 들어 참회하는 마음이 일었습니다. 현재는 팀장 소임을 맡고 있는데, 팀장으로서 또 전법 회원으로서 맡은 소임을 할 때 무거운 의무감이 아니라 기쁘고 가볍게 책임지는 자세란 구체적으로 어떤 마음가짐인지 스님의 가르침을 청합니다.”
“책임감이다, 의무감이다 하면 너무 무겁게 느껴지잖아요. 책임감의 핵심은 한마디로 ‘이건 내 일이다’ 하는 마음입니다. 천도재를 준비하면서 찻잔과 받침대를 준비하는 게 내가 해야 할 일인데, 담당자는 나를 도와주는 사람이에요. 그러니까 찻잔만 갖다준 것만 해도 고맙다는 자세를 갖는 겁니다. 질문자가 그 일을 내 일이라고 생각하지 않으면 ‘내가 분명히 받침대까지 얘기했는데 왜 안 챙겼지?’ 하며 억울함이 생겨요. 속으로 억울하다는 마음이 드는 건 아직 그 일을 진짜 내 일로 받아들이지 않고 있기 때문입니다.
책임지는 자세를 가장 잘 보여 주는 비유는 엄마가 갓난아기를 돌볼 때의 마음입니다. 우리는 보통 내 몸에 관한 일은 당연히 내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내가 내 몸을 씻거나 내 옷을 빨래하거나 밥을 먹는 것 모두 ‘이건 내 일이다’라고 생각해요. 그런데 엄마는 갓난아기에게도 그런 마음을 냅니다. 엄마는 갓난아이를 보고 ‘네가 잘못했다’라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어떤 일이 생겨도 다 내 책임이라고 받아들여요. 아기가 넘어져도 내 책임이고, 똥을 싸도 내 책임이고, 울어도 내 책임이지 ‘이건 네 책임이다’라고 하지 않습니다. 그래서 우리가 ‘엄마의 역할을 해봐야 보디사트바, 즉 보살의 마음을 알 수 있다’라고 말하는 거예요. 여기서 엄마란 여성을 뜻하는 것이 아니라 역할을 말합니다. 보살이라는 것은 특별한 존재가 아니라 갓난아기를 돌보는 엄마와 같은 마음을 가진 사람을 뜻해요. 다시 말하면 남을 탓하지 않는 자세입니다. 그런데 요즘은 가끔 아기가 울면 아이를 탓하거나 때리거나 심지어 던지는 일까지 발생하잖아요. 우리는 이것을 학대라고 합니다. 학대는 범죄에 해당해요. 이런 경우는 대부분 정신적으로 정상적인 상태가 아닐 때 나타나는 현상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그런데 아이가 점점 자라면서부터는 똥을 못 가리는 것도, 이것저것 제대로 하지 못하는 것도 다 ‘네 책임이다’라며 서로 따지기 시작해요. 그래서 세 살밖에 안 된 아이와도 ‘네가 잘했니, 내가 잘했니’ 하며 논쟁하는 모습을 볼 수 있습니다. 그것은 전적으로 내 일이라고 받아들이는 보살의 마음에서 점차 ‘이건 네 일이다’라고 내 일과 네 일을 구분하는 중생의 마음으로 바뀌어 가는 과정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그래서 쉽게 말하면 책임감이란 ‘내 일이다’라는 뜻입니다. 또 타인의 일을 내 일처럼 여기는 마음이 가장 잘 드러나는 때는 갓난아기를 돌볼 때입니다. 그런 마음을 우리가 일상에서도 낼 수 있다면 그것을 보살의 마음이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우리 정토행자들은 한반도 평화를 위해서 노력합니다. 한반도 평화를 지켜내는 일을 대통령이나 안보 관계자, 군인만의 일이라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물론 그것은 그 사람들이 맡은 역할입니다. 우리가 세금을 내고 월급을 주는 이유도 그 일을 해 달라는 뜻이죠. 청소하는 일도, 청소를 맡은 사람의 일이지 내 일은 아니에요. 그 일을 하라고 우리가 비용을 지불하는 것이니까요. 그런데 정토행자는 다르게 생각합니다. 지구를 깨끗이 하는 것이나 지구 환경을 보존하는 것, 그리고 평화를 지켜내는 것이 모두 내 일이라고 생각해요. 그렇다고 모든 책임을 내가 다 져야 한다는 뜻은 아닙니다. 내 일이니까 나에게도 책임이 있다는 것입니다. 내가 할 수 있는 범위 안에서 평화를 지켜내기 위해 노력하는 겁니다.
적어도 남을 미워하거나 원망하지 않는 마음, 누군가를 응징해야 한다는 마음을 내지 않는 것입니다. 적어도 쓰레기를 함부로 버리지는 않는 것입니다. 남이 버린 것을 주울 수는 있어도 내가 버리지 않는다는 자세를 갖는 것입니다. 이런 자세가 책임지는 자세입니다.

지구 전체를 책임지는 자세, 인류 전체를 책임지는 자세, 고통받는 모든 사람을 책임지는 자세가 이상적인 보디사트바, 즉 보살의 마음가짐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우리는 아직 그 수준까지는 안 된다 하더라도 적어도 내가 맡은 일과 내 주변 사람들에 대해서는 ‘이건 내 일이다’라고 생각할 수 있어야 합니다. ‘정토회 일이 내 일이다’, ‘내가 맡은 소임이 내 일이다’ 이런 마음을 갖는 것이 책임지는 자세이며 책임자의 역할이 아닌가 싶습니다.”
“잘 들었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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