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합검색
원하시는 검색어를 입력해 주세요
안녕하세요. 스님은 어제밤 7시 30분에 스리랑카 콜롬보에서 출발하여 비행기에서 밤을 보내고 아침 7시경 인천공항에 도착했습니다.


공항에 도착하여 지난 일주일 간 스리랑카에서 평화순례를 함께 했던 종교인들과 작별인사를 나누었습니다.

“스님 덕분에 스리랑카 방문을 제대로 한 것 같습니다.”
“다들 힘든 여행을 편안하게 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다음 종교인모임에서 뵙겠습니다. 안녕히 가세요.”

종교인분들은 이번 일정을 준비하고, 통역을 해 준 정토회 스탭들에게도 감사 인사를 건넸습니다.
“모두들 수고많았어요.”
“덕분에 고마웠습니다.”

공항을 출발해 오전 9시경 회관에 도착했습니다. 회관 앞에는 법사님들이 스님을 마중나와 있었습니다.
“스님. 안녕히 다녀오셨어요.”
“네, 잘 다녀왔습니다”
스님은 간단히 아침공양을 하고, 몇가지 급한 용무를 처리한 후 짐을 챙겨서 바로 두북 수련원으로 이동했습니다.

서울은 비가 오고 흐렸는데, 차를 타고 아래 지역으로 내려갈수록 해가 강해졌습니다.
“지난주에 비가 조금 왔나요? 농사 짓기에 너무 가물거나 하진 않았나요?”
스님은 이동하는 차 안에서 논 밭을 유심히 살폈습니다.

오후 3시경 두북에 도착했습니다. 메밀국수로 점심공양을하고 내일 방문 할 병원 예약과 요양원에 있는 형님을 모셔오는 것에 대한 준비 회의를 한 후, 스님은 여독을 풀기 위해 일찍이 휴식을 했습니다.
오늘은 법문이 없었으므로, 지난 5월 즉문즉설 내용을 소개하며 글을 마칩니다.

“저는 대학교 4학년 학생입니다. 나름대로 열심히 취업을 준비하며 살고 있는데, 요즘 부쩍 몸과 마음이 지치고 무기력해집니다. 주위에 고민을 털어놓으면 ‘다들 그렇게 산다’, ‘너보다 힘든 사람도 많다’라며 위로를 해줍니다. 저는 겉으로는 맞장구를 치지만 솔직히 그 위로가 와닿지는 않습니다. 정말 다들 이렇게 버티며 사는 것인지, 이러다가 내가 한순간에 와르르 무너져 버리는 것은 아닐지 두렵습니다. 이제는 내가 정말 지친 것인지, 아니면 충분히 견딜 만한데도 엄살을 부리는 것인지 헷갈립니다. 이렇게 지친 마음을 모르는 척하고 그냥 버티며 살아가면 되는지, 그것이 아니라면 이 마음을 어떻게 바라봐야 하는지 조언을 부탁드립니다.”
“다른 사람에게 고민을 얘기하면 ‘다 그렇게 사는 거야’, ‘인생이 원래 그래. 별 뾰족한 수가 없어’ 이런 대답을 듣게 되고, 그때 마음이 편치 않다는 것은 알겠습니다. 그런데 구체적으로 무엇이 문제인가요?”
“저는 위로의 말을 듣고 싶은데 다 그렇게 산다는 말을 들으면 마음이 안 좋습니다. 그리고 취업 준비를 위해서 이것저것 많이 하고는 있는데 정확한 방향을 못 잡겠습니다.”
“정확한 방향이라는 건 원래 없습니다.”
“그래도 스님처럼 한 분야의 전문가가 되려면….”
“저는 전문가가 아닙니다. 그저 이것저것 닥치는 대로 다 할 뿐이에요. 한번 저한테 100가지를 물어보세요. 그러면 저는 100가지를 다 조금씩 알고 있습니다. 그런데 자격증은 하나도 없어요. 증 이라고는 주민등록증 하나뿐입니다. (웃음) 지난번 미국에 갔을 때 각 정부 기구와 의회, 싱크탱크의 세계적인 전문가들을 만나 한반도 평화와 북한 문제 해결을 위해 대화를 나누었어요. 대화 주제도 안보 문제, 경제 문제, 인권 문제 등 한 분야가 아니라 매우 다양했습니다. 제가 말씀드리고 싶은 것은 정확한 방향이 없어도 괜찮다는 거예요. 원래 정확한 길이라는 것은 없습니다. 하다 보면 늘어요.”
“그런데 보통은 다들 목표를 하나 정해야 한다고 말씀하세요. 다양하게 해봐도 될까요?”
“하나를 하겠다든가 다양하게 하겠다든가, 이렇게 미리 정하지 말고 그저 인연에 따라 이것저것 해보세요. 예를 들어 ‘이 세상에서 제일 맛있는 음식이 뭡니까?’라고 질문한다면, 그런 것은 본래 없어요. 세상에서 가장 맛있다고 정해진 음식은 없습니다. 그런데도 여러분은 어떻게하면 맛있는 음식을 찾을 수 있냐고 물어봐요. 없는 것을 찾을 방법은 없습니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여러 음식을 먹다 보면 그중에 자기 입맛에 딱 맞는 음식이 있을 수 있어요. 그때 비로소 ‘나에게는 이게 제일 맛있는 음식이야’라고 내가 정하는 것입니다.
질문자가 이것도 해보고 저것도 해보다 보면, ‘이것보다는 저것이 낫네’ 하고 상대적으로 나은 길이 보입니다. 비록 둘 다 마음에는 딱 안 들지라도 현실적으로는 내가 해본 것 중에서 고를 수밖에 없어요. 그러므로 여러 가지를 해보면서 나에게 더 맞는 길을 찾아가면 됩니다. 어떤 일을 오래 했더라도 기회가 닿아 새로운 일을 해보니, 새로운 일이 더 좋다면 옮겨가면 돼요.”

“그렇게 하면 찾는 데 시간이 너무 오래 걸리지 않을까요?”
“그렇게 이것도 해보고 저것도 해보는 것이 삶이에요. 이것이 괜찮다고 여겼는데 다시 보니 저것도 괜찮구나. 이렇게 사는 것입니다. 이때 ‘처음부터 이것을 찾았으면 좋았는데 괜히 시간 낭비했다’라고 생각하는 것은 잘못이에요. 왜냐하면 실패가 있어야 사람은 탐구하기 때문입니다. 예를 들어 학교 선생님은 학생 때 말썽을 좀 피운 사람이 하는 게 나을까요, 학생 때 착실했던 사람이 하는 게 나을까요? 학교 다닐 때 좀 어긋난 짓을 했던 사람이 그 잘못을 크게 깨우치면, 아예 잘못을 안 한 사람보다 선생 역할을 더 잘할 수도 있습니다. 지금 학교 문제 가운데 하나는 선생님들이 어려서부터 모범생이었기 때문에 어긋난 학생들을 잘 이해하지 못한다는 것이에요. 대부분의 선생님이 ‘도대체 얘가 왜 이러는지 모르겠다’ 하는 수준인 거예요.
그런데 선생님이 어렸을 때 싸운적도 있고, 연애도 해보고, 이런저런 일로 학교에서 쫓겨날 뻔도 했다고 해봅시다. 그러다가 크게 반성한 뒤 선생님이 되었다면, 아이들이 어긋나게 행동하는 것이 이해될까요, 안 될까요? 본인도 그랬기 때문에 이해가 될 겁니다. 그런데 선생님이 어긋난 행동만 한 것이 아니라 반성해서 본래 학생의 자리로 돌아왔기 때문에 선생님이 되었을 것 아니에요? 그러면 어긋난 아이들이 어떻게 제자리로 돌아오는지 본인이 해 봤기 때문에 잘 알 것입니다. 이런 선생님은 첫째, 어긋난 아이들을 보고 화를 내거나 내치지 않고, 그들을 이해하기 때문에 포용할 수 있습니다. 둘째, 본인이 그 상황을 극복한 경험이 있기 때문에 아이들에게 길을 열어줄 수 있습니다. 그러면 학교 다닐 때 처음부터 착실했던 사람이 선생님이 되는 것이 나을까요, 아니면 조금 엇나갔다가 반성하고 돌아온 사람이 선생님이 되는 것이 나을까요?”
“엇나갔던 사람이 되는 것이 낫습니다.”
“그래요. 일탈이 좋다는 뜻이 아니라 실패의 경험도 이후에는 좋은 쪽으로 쓰일 수 있다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 어떤 사람이 취업 면접을 봤지만 떨어졌어요. 만약에 이런 불합격을 한 백번쯤 했다면 이 사람은 면접 전문가가 될까요, 안 될까요? 반면에 면접을 딱 한 번 보고 합격한 사람이 있다면, 그 사람이 젊은이들에게 원서를 어떻게 내고 면접할 때는 어떻게 하라는 얘기를 해줄 수 있을까요? 둘 중 누가 더 잘 가르쳐 줄까요?”
“백번 떨어진 사람이 더 잘해 줄 것 같습니다.”

“그렇습니다. 전문가가 되려면 그렇게 백번은 떨어져야 해요. 질문자는 앞으로 ‘딱 백번만 떨어져야겠다’ 하고 마음먹으면 됩니다. 많이 떨어질수록 전문가가 되니까 ‘이번에 붙으면 안 된다’, ‘이번에 붙으면 전문가가 못 된다’ 하고 걱정하면서 원서를 내고 면접을 봐야 해요. 그러다가 운이 없으면 붙어서 취직이 될 수도 있습니다. (웃음) 운이 좋아서 취직하는 것이 아니라 운이 나빠서 취직하게 되는 거예요. 알겠습니까?”
“네, 알겠습니다.”
“그러면 떨어지는 것이 고민일까요, 아닐까요? 취업하는 과정이 괴로울까요, 안 괴로울까요?”
“괴롭기는 할 것 같습니다.”
“아니, 왜 괴롭습니까? 세상에서 사람들이 흔히 잘됐다고 말하는 일들도, 제가 보기에는 대부분 운이 없어서 그렇게 된 것이에요. 연애를 예로 들어 봅시다. 이 남자도 안 되고 저 남자도 안 되고, 그렇게 열 명의 남자를 만나다가 겨우 한 사람을 만나 결혼했어요. 이러면 잘 된 걸까요, 잘 안된 걸까요?”
“잘 된 것 같습니다.”
“그래요. 열 명이나 남자를 만나 본 거예요. 그런데 처음 만난 사람과 곧바로 평생을 살았다면 어떨까요? 오히려 안타까운 일이에요. 이렇게 좋은 세상에 살면서 죽을 때까지 단 한 남자밖에 만나 보지 못한 것이니까요. 그것이 과연 좋은 일일까요? 물론 스스로 이 남자를 만났다가 저 남자를 만났다가 하면 욕을 좀 먹겠지요. 하지만 상대가 알아서 떠나준다면 나에게 새로운 기회가 열리기 때문에 오히려 좋은 일이에요. 다시 말해 이것은 어떻게 생각하느냐의 문제인 거예요. 그러므로 취업이 안 될 때 그것을 실패라고 보지 말고, 다른 것을 시도해 볼 새로운 기회가 생기는 것으로 생각하면 어떨까요?”
“그렇게 하겠습니다.”
“그러면 취업 과정이 재미있어집니다. 면접을 보면서 ‘이번에는 무슨 질문을 하나 한번 보자’ 이런 마음이 되는 거예요. ‘나는 이렇게 면접 준비를 해왔는데 회사에서는 다른 질문을 하니 대답을 못 했구나’ 하면서 하나하나 알아가는 거죠. 실패의 경험도 연구하면서 잘 쌓아간다면 전문가가 되는 겁니다.
한번은 어떤 학생이 ‘저도 스님처럼 되려면 어떻게 하면 됩니까?’ 하고 물었어요. 그래서 제가 ‘고생을 많이 하면 됩니다. 한번 해볼래요?’라고 물었더니 바로 ‘아니요!’라고 대답했어요. 저는 왕따도 당해보고, 감옥에도 가보고, 고문도 당해보고, 굶어도 보고, 죽을 뻔도 해보았습니다. 이런 경험이 많을수록 세상에 대해 더 알게 되는 거예요. 위에만 있으면 위의 사정만 알고, 밑에만 있으면 밑의 사정만 알게 됩니다. 이렇게도 해보고 저렇게도 해보고, 이것도 해보고 저것도 해볼수록 세상일을 더 많이 알게 되는 것입니다.”
“알겠습니다.”
“그러면 취직하려고 원서를 내고 면접 보는 일이 힘든 일일까요, 아니면 재미있는 일일까요?”
“재미있을 것 같습니다. 감사합니다.”

전체댓글 10
전체 댓글 보기스님의하루 최신글
다음 글이 없습니다.
이전글"직장 동료가 제 일을 망쳐놔서 미운데, 이 마음을 어떻게 할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