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님의하루

2026.6.12. 부탄 일정 11일차(트롱사주 랑텔, 탕십지 게옥 점검)
우리도 여러 번 배우고 경험해서 여기까지 온 것입니다.

안녕하세요. 부탄 답사 11일째 날입니다. 오늘은 트롱사 주의 누비(Nubi) 게옥과 탕십지(Tangsibji) 게옥을 현장 점검하고, 팀푸로 이동하여 다쇼 파상도지 님과 미팅을 하는 일정이었습니다.

스님은 새벽 수행과 명상으로 하루를 시작했습니다. 오전 6시에 부탄 활동가들이 준비한 아침 공양을 마치고, 7시에 주지사님 일행을 만나 누비 게옥 현장 점검을 시작했습니다. 현장으로 이동하는 중 근처에 지붕을 수리한 집이 있어서 그 집을 둘러보기로 했습니다.

이 집에는 귀가 들리지 않는 세 자매가 함께 살고 있습니다. 지붕이 많이 낡아 비가 새고 무너져 내리고 있었지만, 가족 대부분이 장애가 있어 집주인 혼자서는 지붕 공사를 진행하기 어려운 상황이었습니다. 이 사정을 잘 알고 있던 촉바가 JTS 주거 개선 프로젝트에 신청을 하고 마을 사람들은 뜻을 모아 이 가족에게 새 지붕을 만들어 주었습니다. 사연을 들은 스님은 촉바와 마을 주민들에게 감사 인사를 전하고, 집주인에게는 단주를 선물했습니다.

지-셈지(Bji-Sengm-Bji) 게옥으로 이동하는 길에, 트롱사 주지사님이 스님께 폐교된 학교 건물을 어떻게 사용하면 좋을지 봐 달라고 요청했습니다. 이 학교는 학생 수가 줄어들어 올해 초 문을 닫았고, 현재는 주 정부가 관리하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건물을 어떻게 활용할지 마땅한 방안을 찾지 못한 상황이라, 주지사님은 앞으로의 용도에 대해 고민 중이라고 했습니다.

스님과 주지사님은 폐교된 지잠(Jijam) 초등학교 건물을 둘러보았습니다. 교실과 교사 관사 등 여러 채의 건물이 있었고, 학교 앞으로는 큰 계곡이 흘러 경치도 매우 좋았습니다. 폐교된 지 얼마 되지 않아 시설이 낡지 않았고, 손을 크게 보지 않아도 곧바로 사용할 수 있을 것 같았습니다.

주지사님이 말했습니다.

"폐교이긴 하지만 아직은 깨끗한데, 이대로 두면 곧 다 망가질 것 같아 걱정입니다, 스님.”

스님은 웃으며 JTS 활동가들에게 말했습니다.

"여러분, 트롱사 타운에서 월세 내며 지내지 말고, 여기에 들어와 사는 건 어떻겠습니까?”

전혀 예상하지 못한 스님의 아이디어에 현장에 있던 모두 웃음바다가 되었습니다. 스님은 주지사님과 폐교 활용 방안에 대해 더 고민해 보기로 하고, 지-셈지 치옥의 울타리 준공식 장소로 이동했습니다.

지-셈지 게옥에 도착해서 마을 사람들이 만들어 둔 울타리를 살펴보니, 철조망이 느슨하게 쳐져 있고 말뚝도 제대로 고정되어 있지 않았습니다.

"철조망을 왜 이렇게 느슨하게 설치했어요? 스님이 방문한다는 소식에 급하게 마무리하느라 그랬나요? (웃음)“

"아닙니다. 울타리는 한 달 전에 설치했습니다. 마을 사람들이 구간을 나누어 설치했는데, 이쪽은 힘이 약한 할머니가 맡은 구간이라 느슨하게 된 것입니다. (웃음)”

전문가의 솜씨가 아니라 완성된 모습이 다소 부족하긴 했지만, 오히려 남녀노소 마을 사람들이 모두 함께 힘을 모아 만든 울타리라는 것이 확인되는 순간이었습니다. 스님은 마을 사람들의 수고에 감사 인사를 전하고, 울타리 완공을 축하하는 준공식을 진행했습니다.

"산신의 보살핌으로 이 마을에 더 이상 동물로 인한 피해가 없기를 바랍니다."

마을 사람들은 직접 농사지은 쌀을 스님께 공양으로 올렸습니다. 스님은 마을 사람들의 정성을 감사히 받고, 받은 쌀을 다시 마을 사람들에게 돌려주었습니다. 그리고 사람들이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부탄식으로 설명했습니다.

"스님이 축복한 쌀이니 드시면 건강할 거예요. 공양은 이미 제가 잘 받았습니다.”

오전 8시 30분, 스님은 세 번째 답사 장소인 신푸-다바(Simphu-Daba) 게옥으로 이동했습니다. 신푸-다바 게옥에 도착하니, 주민들이 직접 참여해 포장한 100미터 도로 위에서 스님을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스님은 주지사님, 주민들과 함께 먼저 준공식을 진행했습니다.

준공식 후에 도로를 둘러보았습니다.

"도로 5미터 구간마다 판자를 하나씩 넣고, 틈을 만들어 띄워야 해요. 그렇게 작업하지 않으면 여름 겨울을 지나고 시멘트가 늘어나고 줄어들면서 깨지기 쉽습니다. 그리고 기초 작업을 할 때에는 돌을 깔고 그 위에 듬성듬성 엮은 철사를 올린 후 시멘트를 덮으면, 시멘트가 잘 안 깨질 거예요. 도로 포장하느라 수고했어요. 잘했어요."

촉바가 말했습니다.

"스님, 아직 차가 다녀야 하는 구간이 더 있습니다. 도로 공사를 추가로 진행해도 될까요?”

"도로, 전기, 식수 등 마을의 기반 시설을 만드는 일은 사실 정부가 해야 할 일입니다. 그런데 정부에서는 할 일이 많다 보니, 이렇게 작은 마을까지 지원하려면 시간이 오래 걸려요. 여러분 입장에서는 이곳이 마을 입구라 평소에 자주 다니는 길인데, 경사가 매우 가파른 흙길이라 차량이 오르내리기 쉽지 않았을 것입니다. 그래서 정부가 본격적으로 도로를 만들기 전에, 마을 환경을 개선하자는 취지에서 여러분이 힘을 모아 임시로 정비한 것이라고 이해하면 되겠습니다. JTS가 마을의 모든 도로 포장을 지원할 수는 없어요.”

스님이 마을 사람들을 향해 물었습니다.

"도로 만드느라 수고했어요. 힘들지는 않았나요?“

"네."

"촉바가 공사를 더 하겠다고 하는데, 힘들면 안 해도 돼요. 모두가 원하는 건가요?”

"네. 추가로 요청드리는 구간도 사실 개선이 필요한 곳입니다."

"정말 할 거예요? 여러분이 좋아서 하는 거예요? 억지로 하는 거예요?“

"좋아서 하는 겁니다. (웃음)”

스님은 마을 사람들과 간단한 대화 후, 준공식 선물로 주민들에게 단주를 하나씩 나누어 주고 축원해 주었습니다.

"이 도로를 이용하는 차량과 사람들에게 사고가 나지 않기를 바랍니다. 길을 만드느라 수고하신 모든 분들에게 큰 공덕이 있기를 바랍니다. 재앙도 없고 병도 없이 건강하게 사시길 바랍니다. 길 없는 곳에 길을 만드는 공덕은 아주 큽니다.”

다음으로 뱀지(Bemjee) 게옥으로 이동하여 도로 보수 구간을 살펴보았습니다.

마을 주민들이 공사를 진행하고 있었고, 스님은 공사 중인 주민들을 격려하며 단주를 하나씩 선물했습니다.

이어서 인근의 뱀지 초등학교로 이동했습니다.


뱀지 초등학교에는 114명의 학생들이 있는데, 곰이나 표범이 교내에 침입하는 일이 있어 창문 공사가 꼭 필요한 상황이었습니다. 마침 이번에 JTS 프로젝트에 신청할 수 있었고, 학교 안에 학생들이 다니는 보행로를 만들고 기숙사 창문을 보수했다고 합니다.

공사한 곳을 점검해 보니 보행로 공사가 미흡한 부분이 있었습니다. 스님은 교장 선생님, 부탄 활동가들과 이야기를 나누며 시멘트를 추가로 지원해서 보행로 공사를 마무리하도록 했습니다. 학교 측에서 스님 일행에게 차(tea)를 준비했지만, 오늘은 답사 일정을 마친 후 팀푸로 이동해야 해서 시간이 빠듯했습니다.

"준비해 주신 차를 마시지 못하고 가게 되어 미안합니다. 학교를 둘러보니 여자 기숙사 화장실 문이 썩어 있었습니다. JTS 프로젝트에 신청하셔서 수리하시기 바랍니다.”

스님은 선생님들에게 차담 시간을 갖지 못한 것에 미안함을 전하면서 마지막까지 수리가 필요한 작은 부분을 꼼꼼히 챙겼습니다.

이어서 스님은 이번 부탄 답사 일정의 마지막 현장인 탕십지 게옥으로 이동했습니다. 탕십지 게옥에 있는 탕십지 치옥의 농수로와 도로 보수 현장을 둘러보았습니다. 계단식 논에는 모가 심겨 있어 초록빛을 이루고 있었고, 새로 만든 농수로에는 물이 잘 흐르고 있었습니다.


농수로와 보행로 공사는 잘 마쳤지만, 도로 보수 작업은 아직 진행이 되지 않고 있었습니다. 스님은 직접 현장으로 가 보았습니다.

진흙으로 질척이긴 했지만 경사가 급하지 않아, 스님은 자갈을 깔아 마무리하는 것이 어떨지 물으며, 마을 사람들에게 이 길의 용도를 다시 확인했습니다.

"이 길은 여러분들이 절에 갈 때 사용하는 길입니까?”


"아닙니다. 절로 가는 길이기도 하지만 논으로 갈 때도 사용하는 길이라, 포장해 두면 경운기를 이용할 수 있습니다.”


"그러면 돌만 깔아서는 안 되겠네요. 돌도 깔고 시멘트도 붓고, 일이 힘들 텐데 할 수 있겠어요?"


"네! 할 수 있습니다.”


"그러면 동네 안에 있는 길이니, 보행로를 겸해서 도로를 포장하면 되겠어요.”

탕십지 치옥을 마지막으로 트롱사 주의 현장 방문을 모두 마쳤습니다. 스님은 여러 프로젝트를 동시에 진행하느라 현장에서 수고하고 있는 트롱사 주 정부 기획관에게 선물을 전달했습니다.

스님은 지난 6월 2일 부탄에 도착한 이후 11일 동안, JTS 프로젝트가 진행된 108개의 현장 점검을 모두 마쳤습니다. 스님은 다음 일정을 위해 부탄 활동가들과 함께 트롱사를 출발해 팀푸로 향했습니다.

팀푸로 이동하는 길에 트롱사 주지사님과 함께 점심 식사를 했습니다. 식사 자리에서 스님은 주지사님께 JTS 활동가들을 소개하는 시간도 가졌습니다.

트롱사 주지사님이 말했습니다.

"늘 오가면서 만나기는 했지만, 누가 어떤 역할을 맡고 있는지는 오늘 처음 알게 되었네요. (웃음) 트롱사에 JTS 프로젝트를 진행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스님은 오전에 답사한 폐교 지잠 초등학교의 새로운 활용 방안에 대해서도 주지사님과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생산자 조합 같은 것을 만들어 주민을 위해 쓰거나, 주 정부에서 공무원들의 연수 공간으로 활용할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또 다른 생각은 젬강-트롱사 이동 중 쉬어 갈 수 있는 휴게소로 꾸며서, 젬강-트롱사의 공예품이나 차(tea) 등을 전시하는 거예요. 관광객들이 화장실도 들르고 쉬어 가면서 전시품 구경도 하고 차도 마실 수 있는 공간이면 좋겠습니다.”

"스님 제안도 좋은 말씀입니다. 그런데 트롱사 인근에 비슷한 공간이 현재 두세 개 정도 있습니다. 제 생각은 JTS 활동가들이 트롱사에서 활동할 때 거점으로 사용하면서, 지역 주민들도 함께 이용하는 센터 형식은 어떨까 싶습니다. 주민들이 이용할 때는 직접 생산한 농산물을 가공하는 공간으로 쓰거나, 비닐하우스 같은 새로운 농법을 배우는 장소, 또는 목공 등 기술을 배우는 장소로 활용하는 방법도 있을 것 같습니다.”

스님은 주지사님과 대화를 이어 가며 지잠 초등학교 인근 게옥의 특산품과 가공품 생산 가능성에 대해서도 함께 논의했습니다. 대화를 마친 후 스님은 트롱사 주지사님, 부탄 활동가들과 함께 다시 팀푸로 향했습니다.

오후 4시, 해발 3,000미터 고지인 도출라에 도착했습니다.

오랜 시간 차를 타고 이동한 터라 화장실도 들르고 차도 마시며 잠시 휴식을 취했습니다.

오후 5시, 팀푸에 도착했습니다. 비구니재단의 사무총장인 타시 님이 스님을 맞이하러 나와 있었습니다. 스님은 오랜만에 만난 타시 님과 반갑게 인사를 나누었습니다.

타시 님은 팀푸에 새로 집을 마련했다며 스님 일행에게 하루 묵어 가시길 청했습니다. 스님은 감사히 초대를 받아들였고, 숙소에 짐을 푼 후 다음 약속 장소인 다쇼 파상도지 님 댁으로 이동했습니다.

오후 5시 50분, 파상도지 님 댁에 도착했습니다. 파상도지 님은 2년 전 스님이 인도에서 성지순례를 할 때 만나서 인연을 맺은 분입니다. 전 국회의장 출신 정치인이며 지금은 자녀가 큰 자재상을 운영하고 있어서, 각 마을의 울타리를 만들 때 철조망을 저렴하게 구매할 수 있도록 도움을 주었습니다.

파상도지 님은 집 앞에 직접 나와 스님을 반갑게 맞이했습니다.

스님은 프로젝트를 도와주고 있는 파상도지 님께 답사 현장에서 확인한 울타리 제작 현황을 자세히 전했습니다.

"이번에 점검해 보니, 철망을 총 50톤 구입했다고 합니다. 그중 트롱사는 마을에서 이미 주문해 둔 물량이 있었기 때문에 11톤을 배정했고, 나머지는 젬강으로 보냈습니다. 이번에 파상도지 님이 도움을 주셔서 자재를 싸게 살 수 있었습니다. 감사합니다. 프로젝트는 계속 진행되고 있기 때문에 올해도 새로 주문할 예정입니다.”

"스님께서 하시는 일이 부탄을 위한 일인데 제가 돕지 않을 이유가 없습니다. 부탄을 위해 이렇게 고생하고 계시는데 언제든 돕겠습니다. 필요하신 게 있으면 무엇이든 말씀해 주십시오.”

"사실, 현장에서 지붕 재료가 많이 쓰이고 있습니다. 그런데 소개해 주신 회사는 고급 자재만 취급하고 있어서 재료 구매에 어려움이 있습니다. 일반적인 수준의 지붕 재료를 대량으로, 또 저렴하게 구해야 하는데 알아봐 주실 수 있겠습니까?”

"네, 제가 이 분야를 워낙 잘 알고 있어서 어디에서 어떻게 조달해야 할지 잘 압니다. 스님께 납품하는 자재들은 모두 원가로 제공하고 있어서 보시하는 것이나 다름없습니다. (웃음)”

부탄 활동가가 말을 이었습니다.

"스님, 실제로 이번에 고유가 문제로 운송비가 가장 많이 올랐는데, 자재 가격은 물론이고 운송비까지 저렴하게 해 주시면서 JTS 사업을 지원해 주셨습니다.”

스님은 활동가의 이야기를 듣고 말했습니다.

"운송비도 싸게 해 주셨다고요? 그런데 보시가 되려면 이익을 안 남기는 선에서 하는 게 아니라, 오히려 약간 마이너스가 되도록 해야 해요. (웃음)”

스님이야기를 들은 파상도지 님은 세금도 내고 직원 월급도 줘야해서 손해 보는 것은 어렵지만 자재를 원가로 제공하겠다고 말을 이어갔고, 스님은 '남자가 두말하면 안 된다'는 농담을 건네면서 현장에 있던 모두가 다시 한번 웃음바다가 되었습니다. 파상도지 님은 저녁 식사를 대접하고 싶어 하셨지만, 스님은 다음 일정이 있어 정중히 사양했습니다. 선물을 전달하고 기념 촬영을 마친 후, 오후 6시 45분에 파상도지 님 댁을 나왔습니다.

스님은 저녁 식사를 하기 위해 한국 음식점인 산마루 식당으로 향했습니다. 최근 부탄에 한국인들이 많이 있다는 소식을 듣고, 스님은 팀푸에 거주하는 한국 교민들을 저녁식사에 초대했습니다.

저녁 7시, 산마루 식당에는 스님이 초대한 부탄 손님들과 한국 교민들이 함께 자리했습니다. 부탄 손님으로는 트롱사 주지사님과 정부 내각실에서 JTS 실무를 담당하고 있는 분들이 있었고, 한국 손님으로는 코이카 봉사단원 다섯 명, 부탄 축구 국가대표 감독님, 부탄 축구 리그에서 선수 생활을 하고 있는 네 명의 축구 선수가 있었습니다.

스님은 모두에게 한국 음식을 대접했습니다. 산마루 식당 사장님도 코로나19 이후 처음으로 교민들이 많이 모였다며 기쁘게 식사를 준비해 주었습니다.

코이카 봉사단원들은 식당에 오기 전까지 SBS에서 방영 중인 '스님과 손님' 프로그램을 보고 있었다고 했습니다. 모두들 화면에서 보던 스님이 눈앞에 앉아 계신다며 신기해했고, 그중 한 분은 '스님의 하루'를 읽으며 스님의 부탄 현장 점검 모습을 잘 보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교민들은 각자 근황을 나누었습니다. 코이카 단원들은 현재 부탄에서 한국어 교육과 미디어 교육 등 여러 분야에서 봉사 활동을 하고 있다고 했고, 부탄 국가대표팀에서 활동하는 감독님은 남아시아 축구 경기에서 3위를 했다는 소식을 전했습니다. 스님도 교민들에게 부탄 사업을 시작하게 된 과정과 이번 일정을 통해 느낀 소감 등을 이야기해 주었습니다.

대화는 자연스럽게 교민들과의 즉문즉설 시간으로 이어졌습니다. 교민들은 부탄 프로젝트를 진행할 때 지역 주민들과의 갈등은 없는지, AI 시대에 삶의 의미는 무엇인지, 행복하지 않은 주변 사람들을 위해 내가 무엇을 할 수 있는지 등 각자의 고민을 질문했습니다.

저녁 식사와 이야기를 마친 후, 스님은 손님들과 기념 촬영을 끝으로 오늘 하루 일과를 마쳤습니다.

스님은 숙소로 돌아와 정비를 하고 원고 교정을 한 후 휴식을 취했습니다. 내일은 부탄 팀푸에서의 마지막 일정으로 두 건의 미팅을 하고 출국할 예정입니다.

오늘은 교민들과 나눈 즉문즉설 대화 중 한 편을 소개하며 글을 마치겠습니다.

우리도 여러 번 배우고 경험해서 여기까지 온 것입니다.

“스님께서는 저희가 여기서 이렇게 살아가는 삶이 중요하다고 말씀하셨는데, 저도 이런 삶이 정말 중요하다고 생각하고 또 스스로도 너무 행복합니다. 그런데 한국에서 사는 사람들은 그렇지 못한 경우가 많은 것 같습니다. 사실 제 또래들과 얘기해 보면 마치 무슨 벽이라도 있는 것처럼 일단 나오는 것을 무서워하는 것 같습니다. 이런 이들에게 저는 어떤 말을 해주면 좋을까요?”

“그건 말로 해서 될 일은 아닙니다. 그냥 둘 수밖에 없어요. 어떤 기회가 생기면 ‘깨달음의 장’ 같은 수련 프로그램을 알려준다거나, 청년을 대상으로 하는 ‘선재 수련’ 같은 프로그램을 소개해 주면 좋습니다. 이런 프로그램에 참여해 보면 마음이 조금 달라질 수 있어요. 또는 인도의 시골 같은 해외 오지 여행을 해보는 것도 도움이 됩니다. 최근에 방영을 시작한 ‘스님과 손님’이라는 프로그램도 사실은 기성 예능 프로그램에서 다루던 내용이 아닙니다. 예능이라는 형식을 빌려왔을 뿐, 교양 프로그램이라고 할 수 있어요. (웃음) 예능에서 그런 내용을 다루면 시청자들이 지루해할 수도 있거든요. 제가 거기서 쉬운 말로 해서 그렇지, 자세히 들어보면 사실은 무거울 수 있는 주제들이거든요.”

“저는 그 프로그램을 보면서 스스로 돌아볼 수 있는 말씀을 많이 해주셔서 좋았습니다.”

“네. 새로운 방법을 끊임없이 만들어야 해요. 창조력을 발휘해서 실험을 계속 이어가야 합니다. 지금 부탄 사업도 단순히 일반적인 해외 원조 사업처럼 어려운 사람을 돕는다는 관점에서 하는 게 아닙니다. 단순히 부유한 나라가 가난한 나라를 돕는 일이 아니에요. ‘대한민국 같은 나라가 부탄과 같은 나라와 어떻게 관계를 맺어 나갈 것인가?’ 하는 관점이 제일 중요합니다. 어떻게 보면 부탄 사업은 대한민국 사람들을 치유하는 또 하나의 방식이 될 수도 있어요.

마약 중독자를 설득해서 끊게 하기는 참 어렵습니다. 중독된 사람은 마약을 하지 않는 삶보다 할 수 있는 삶이 더 좋다고 받아들이거든요. 하지만 사회 전체로 보면 아무리 좋은 마약도 마약을 먹지 않는 것보다 좋을 수는 없습니다. 또 아무리 좋은 담배라도 안 피우는 것보다 건강에 좋을 수는 없지요. 그런데 흡연자들끼리는 어떤 담배가 좋다며 이야기를 합니다. 차(茶)를 좋아하는 분들에게 들어보니 한 판에 3천만 원씩 하는 차도 있다고 하더군요. 외국에 나가서 직접 구해오기도 하고, 찻집에 모여서 같이 즐기기도 한답니다. 술이나 커피를 좋아하는 분들도 마찬가지예요. 어떤 분은 무슨 고양이가 먹고 배설한 원두로 만든 커피라며 자랑했습니다. 자전거를 좋아하는 분들은 한 대에 몇천만 원씩 하는 자전거 이야기를 하고요. 이런 게 다 어딘가에 미쳐있는 상태라고 할 수 있습니다. 수행 용어로 말씀드리면 ‘집착’ 또는 ‘사로잡힘’이라고 할 수 있겠죠. 무엇인가에 빠져 있으면 그 가치관을 벗어나 판단하기가 어렵습니다. 명품이나 귀금속에 빠진 사람들도 마찬가지예요. 집착을 놓고 관념을 버리면 어떤 것도 특별한 것은 없습니다. 그런데 중독된 사람에게는 어떤 말도 잘 들리지 않죠. 잠꼬대하는 사람 옆에서 아무리 꿈에서 깨라고 말해도 들리지 않는 것과 같습니다. 지구가 둥근지 평평한지는 지구 밖에 나가 보면 단번에 알 수 있습니다. 그러나 지구 밖으로 나가 보지 못한 사람에게는 아무리 과학적으로 증명해도 지식으로만 들릴 뿐, 마음으로 받아들이기는 어렵습니다. 과학적으로 지구가 태양 주변을 돌고 있다는 사실이 증명되었어도 오랫동안 인류가 그 사실을 받아들이기 어려웠던 역사를 보아도 알 수 있습니다. 지식으로 이해하더라도 기존의 관념이나 습관을 버리기는 어려운 일입니다.

우리가 부탄 사업을 하면서도 ‘잘사는 우리가 부족한 현지인들을 돕는다’는 관점으로 접근하면 안 됩니다. 이들이 쌓아 온 지식이나 경험은 우리가 가진 기술이나 경험과 다를 뿐입니다. 단지 그들은 우리가 가져온 기술에 관한 지식이나 경험이 부족할 뿐이에요. 우리보다 시멘트를 다루어 본 경험이 부족할 뿐이지, 우리보다 열등한 존재가 아닙니다. 그래서 현지인들이 일을 잘 못 한다고 화를 내거나 짜증을 내면 안 됩니다.

예를 들어 시멘트와 돌덩이로 축대를 쌓을 때는 돌을 놓고 그 위에 시멘트를 바른 다음 다시 돌을 쌓아야 튼튼하고 오래 갑니다. 그런데 이번에 돌아보니 대부분 시멘트를 옆에만 슬쩍 발라놓았더라고요. 그렇게 하면 나중에 금방 무너집니다. 그 방식이 어렵다면 옆에 판을 대고 작업이라도 해야 하는데, 그들은 평생 흙으로만 집을 지어 왔지 시멘트를 만져 본 적이 없거든요. 그러니 도로를 시멘트로 포장하면서도 그런 문제들이 여기저기 생긴 것입니다. 제가 현장을 다녀보면 그런 사례가 한둘이 아닙니다. 싱크대나 변기에 시멘트를 묻혀 놓아서 원래의 하얀색이 보이지 않을 정도인 경우도 있어요. 그런데 작업자들은 아무 문제의식이 없습니다. 작업할 때 잘 덮어서 시멘트가 안 묻게 하거나, 묻었으면 닦아서 깨끗하게 해야 하는데 그런 개념 자체가 없어요. 잘못한 게 아닙니다. 그래서 ‘자, 이것은 이렇게 하는 거예요’ 하고 알려주었습니다. 싱크대도 평생 안 써봤으니까 여자 키는 작은데 너무 높게 달아 놓아서 손에 잘 안 닿는 거예요. ‘자, 한번 틀어보세요’ 하면서 80센티미터로 맞추게 했습니다. 계속 실험이지요.

제가 108곳을 열흘 만에 다녔으니까 많이 다닐 때는 하루에 여덟 군데씩 다니는데, 가는 집마다 똑같은 얘기를 합니다. 원래는 나무 기둥을 세우고 판자를 걸쳐 놓고 살았으니까 습기 같은 것은 생각해 본 적이 없어요. 그런데 시멘트로 집을 지을 때 땅을 이렇게 절단해서 지으면 비가 올 때 위에서도 물이 떨어지고 절단한 면에서도 습기가 올라옵니다. 작업자들은 경험이 없으니까 그런 것을 생각할 수가 없어요. 그래서 ‘이렇게 절단하지 말고 기술자가 기둥을 세워서 수평을 맞춰야 합니다’라고 이야기합니다. 그런데 말해도 잘 안 됩니다. 그렇게 해 놓은 집도 있고 안 해 놓은 집도 있어요. 또 얘기해 주면 다음에 고치는 사람도 있고 못 고치는 사람도 있어요. 그러면 또 한 번 더 가서 말하는 것입니다. 이런 것을 하려고 제가 현장 점검을 다니는 것이지요. 이 사람들이 모두 잘하면 여기 올 필요가 없습니다. 못하니까 오는 것이지요. 그런데 화낼 일이 있을까요?”

“답답하진 않으신지요?”

“제 생각으로만 하면 좀 답답할 때도 있습니다. ‘왜 저럴까?’ 싶기도 하지만, 만일 부처님이 저를 보시면 ‘아이고, 이 중생아!’ 하시겠지요. (웃음)

그래서 적어도 화낼 일은 아닙니다. 두 번, 세 번 얘기한다고 되는 것도 아니에요. 모르는 것은 두 번, 세 번 한다고 금방 되는 게 아니잖아요. 우리도 여러 번 배우고 경험해서 여기까지 온 것이지 처음부터 이렇게 한 것은 아니었잖아요. ‘스님은 어떻게 딱 보면 철조망이고 시멘트고 온갖 것을 다 아세요?’ 하고 묻기도 합니다. 우리 세대는 그런 일을 하면서 살았기 때문입니다. 중학교 때부터 철조망도 치고, 새마을 운동할 때 동네 부역에 나가 시멘트 일도 해보고, 안 해본 게 없습니다. 어떻게 보면 가난한 집에 태어나 젊은 시절에 고생했다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지금 생각하면 어릴 때 엄청난 학습을 한 것이지요. 어렸을 때부터 종합적인 학습을 한 거니까, 부탄의 시골 동네 가면 다 알지요. 농수로를 어떻게 놓는지, 철망을 어떻게 치는지, 상수도를 어떻게 놓는지 하는 것은 제가 학교에 가서 배운 게 아닙니다.

우리 사회가 지금처럼 변하는 과정에서 어릴 때부터 보고 들은 것입니다. 복이지요. 전생에 복을 많이 지어서 이생에 가난한 집에 태어나 조기 학습을 잘 받아서 이렇게 된 것입니다. (웃음) 이게 좋은 것입니다. 우리가 흔히 전생에 복을 많이 지으면 부유하게 태어나고, 죄를 지으면 여자로 태어난다거나 하는 것은 잘못된 가치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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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로화

108곳을 둘러보시면서 늘 처음 가는 곳 처럼 세세히 살피시는 모습을 보며 놀랬습니다.
모든 일을 정성껏 하겠습니다.🤗

2026-06-15 07:39:35

정태식

“전생에 복을 많이 지어서 이생에 가난한 집에 태어나 조기 학습을 잘 받아서 이렇게 된 것입니다. (웃음) 이게 좋은 것입니다.
우리가 흔히 전생에 복을 많이 지으면 부유하게 태어나고, 죄를 지으면 여자로 태어난다거나 하는 것은 잘못된 가치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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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요 보다는 궁핍이, 기쁨 보다는 아픔이 우리의 삶을 진상(眞相)에 맞세워 준다고 합니다.

2026-06-15 07:08:33

이수정

고맙습니다.

2026-06-15 06:57: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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