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님의하루

2026.5.19. 한국 입국
"사실을 있는 그대로 본다는 것은 두 가지 의미가 있습니다."

안녕하세요. 오늘은 지난 7일간의 워싱턴 D.C. 방문 일정을 마무리하고 한국으로 입국하는 날입니다.

스님은 어제 워싱턴 덜레스 국제공항(Dulles International Airport)에서 인천공항행 비행기를 타고 15시간을 비행하여 한국으로 이동했습니다. 한국 시각으로 19일 저녁 5시 30분경, 인천국제공항에 도착했습니다.

스님은 비행기에서 내려 수하물을 찾기 위해 수하물 수취대로 갔습니다. 잠시 후 수하물 수취대의 컨베이어 벨트가 움직이고 짐들이 나오기 시작했습니다. 다른 승객이 여러 개의 이민 가방을 싣는 것을 보고, 스님은 나지막이 말씀하셨습니다.

“우리 예전에 저런 이민 가방에 짐을 많이 싣고 다녔어요. 한 번에 갈 때 2~3명이 가면 5~6개씩 들고 다녔지.”

이번 워싱턴 D.C. 방문길에는 캐리어에 스님의 책을 최대한 담아서 워싱턴 미주정토회관으로 가져갔습니다. 이 책들은 미팅에서 만나는 손님들께 선물용으로 전달되었고, 미주회관을 방문한 정토회원들도 스님의 여러 저서를 구입할 수 있었습니다.

수하물을 모두 챙기니 공항 카트 2대에 가득 찼습니다. 짐을 차량에 차곡차곡 싣고 정토사회문화회관으로 향했습니다.

스님은 차량에 탑승하자마자 긴급하게 업무 관련 소통을 했습니다. 한국에 도착하니 한강 변에는 가로수로 심어놓은 이팝나무에 하얀 꽃들이 활짝 피어 있었습니다.

저녁 7시 20분경, 정토사회문화회관에 도착하니 저녁 예불을 마친 공동체 성원들이 1층 마당에 나와 스님이 도착하자 열렬히 환호하며 맞이했습니다.

스님은 차량에서 내려 대중들에게 인사했습니다. 짐을 풀고 저녁 식사를 한 후 하루 일과를 마무리했습니다.

내일부터 한국에서 스님의 일상 일정이 시작됩니다. 내일 아침에는 한 달에 한 번 있는 '민족의 화해와 평화를 위한 종교인 모임'이 있고, 오전에는 설법전에서 수행법회에서 법문이 있을 예정입니다. 오후에는 평화재단에서 기획위원회 회의가 있으며, 저녁에는 설법전에서 수행법회가 있을 예정입니다.

오늘은 법문이 없었으므로, 지난 미주정토회관에서 정토회원들과의 만남의 시간에 진행된 즉문즉설의 내용을 소개하며 글을 마칩니다.

사실을 있는 그대로 본다는 것은 두 가지 의미가 있습니다.

“‘사실을 있는 그대로 보라’고 할 때, 제가 정말 있는 그대로 보고 있는지 어떻게 알 수 있을까요? 또 ‘사실’이라는 것이 단순히 눈앞에 드러나는 현상만을 말하는 건지, 아니면 그 이면까지 포함하는 건지도 궁금합니다. 그리고 ‘통합적으로 본다’라는 말은 사실을 있는 그대로 본다는 것과 어떻게 연결되는지도 궁금합니다.”

“사실을 있는 그대로 본다고 할 때는 크게 두 가지 의미가 있습니다. 예를 들어 ‘내가 이 컵을 본다’라고 하면, 하나는 컵 자체를 사실 그대로 본다는 뜻이고, 다른 하나는 이 컵을 보면서 내 안에서 일어나는 마음을 본다는 뜻입니다. 이를테면 누군가 ‘야, 이놈아!’라고 말했다면, 그 말을 있는 그대로 듣는 것이 하나이고, 그 말을 들으면서 내 안에서 어떤 마음이 일어나는지를 알아차리는 것이 또 하나의 사실이라는 뜻입니다.

그런데 사람들은 ‘사실을 있는 그대로 본다’라고 하면 자꾸 바깥 대상만 떠올립니다. 그러나 바깥을 보는 것보다 더 중요한 것은, 어떤 소리를 듣거나 무언가를 보거나 특정 상황에 놓였을 때 ‘지금 내 마음 상태가 어떠한가’를 알아차리는 것입니다. 이것이 사실을 있는 그대로 본다는 말의 핵심이에요. 밖을 보는 것보다 안을 보는 것이 훨씬 더 중요하기 때문입니다. 그런데도 우리는 ‘이 컵을 있는 그대로 본다’라고 할 때 바깥 대상에만 치우쳐 있고, 컵을 볼 때의 내 마음은 놓치고 있습니다.

다음으로, 우리가 이 컵을 볼 때도 보는 위치와 자세에 따라 컵의 모습은 달라집니다. 컵이 천장에 매달려 있어서 내가 아래에서 위로 올려다볼 때, 옆에서 볼 때, 위에서 내려다볼 때의 모습이 모두 다르겠죠. 그런데 우리는 보통 정면에서 본 모습만 떠올립니다. 그래서 컵의 모양을 그리라고 하면 대부분 정면만 그립니다. 결국 우리는 사물의 한쪽 면만 보는 경우가 많다는 겁니다. 이것은 컵에만 해당하는 이야기는 아니에요. 사람을 볼 때도 마찬가지예요. 예를 들어 어떤 사람을 떠올릴 때, 얼굴 생김새로 이미지를 만들기도 하고, 함께 일하면서 겪은 갈등 같은 특정 사건 하나로 판단하기도 합니다. 혹은 선물을 받은 경험 하나로 호의적으로 평가하기도 하죠. 사람은 누군가를 평가할 때 단순히 외모만 보는 것이 아니라, 특정한 경험이나 사건을 중심으로 이미지를 형성합니다. 그래서 같은 사람을 두고도 사람마다 전혀 다른 이미지를 갖게 됩니다. 열 명에게 한 사람을 설명해 보라고 하면 열 명이 모두 다르게 말할 거예요. 성격이 어떠냐고 물어도 마치 서로 다른 사람을 말하는 것처럼 각기 다른 대답이 나옵니다. 이것을 우리는 ‘편견’이라고 합니다.

결국 우리는 그 사람 자체를 보는 것이 아니라, 내 안에 형성된 그 사람의 이미지를 보고 있는 것입니다. ‘우리 남편은 이런 사람이에요.’라고 말할 때도 실제 남편을 말하는 것이 아니라 내가 가진 남편의 이미지를 말하고 있는 거예요. 그 이미지는 보는 사람마다 다 달라요. 그래서 어떤 사람이 진짜 그 사람인지는 쉽게 알 수 없습니다. 그럴 때는 가능하면 편견을 내려놓고, 하나의 이미지에 집착하지 않아야 합니다. 아내로서 본 남편, 아이들이 본 아버지, 직장동료가 본 사람, 부하 직원이 본 상사. 이와 같이 여러 관점에서 함께 보아야 합니다. 그렇게 종합적으로 볼 때 비로소 그 사람의 실제 모습에 조금 더 가까워질 수 있습니다. 이런 것을 ‘통합적으로 본다.’라고 하고, 한마디로 말하면 ‘통찰’이라고 합니다. 여러 측면에서 바라보는 것이 통찰이고, 그 통찰이 곧 지혜입니다. 지혜로 상대를 바라볼 때 우리는 그 사람을 가능한 한 사실에 가깝게 볼 수 있습니다. 물론 있는 그대로라는 것이 100퍼센트 완전하게 안다는 뜻은 아닙니다. 다만 통찰을 통해 사실에 더 가까워질 수 있다는 의미입니다.

이는 바깥을 보는 측면의 이야기이고, 또 다른 측면에서는 순간순간 일어나는 내 마음 상태를 알아차리는 것이 수행에서 매우 중요합니다. 우리가 사물을 통합적으로 보지 못하기 때문에 화도 나고 미움도 생깁니다. 자기 이미지에 갇혀 보기 때문이에요. 예를 들어 내 남편이 다른 여자와 포옹했다면, 내 입장에서는 나쁜 놈이라고 할 수 있겠지만, 상대 여성의 입장에서는 꼭 그렇게 보이지 않을 수도 있죠. 또 아내나 남편이 절에 가서 큰돈을 시주했다면, 절에서는 좋은 일이라고 보겠지만 가족 입장에서는 ‘우리도 쓸 돈이 부족한데 왜 그러느냐’고 이해하지 못할 수도 있겠죠. 이처럼 어떤 행위를 종합적으로 보면 그것을 무조건 잘했다고도, 잘못했다고도 말하기 어렵습니다. 잘했다, 잘못했다는 것은 보는 사람의 관점에 따라 생겨나는 판단일 뿐이에요. 행위 자체에는 본래 옳고 그름이나 좋고 나쁨이 없어요. 그저 행위가 있을 뿐입니다. 그런데 우리는 그것을 어떤 관점에서 보느냐에 따라 ‘선행이다, 악행이다’, ‘맞다, 틀리다’ 하는 생각을 만들어 냅니다. 그 생각 때문에 칭찬도 하고 비난도 합니다. 하지만 통합적으로 보면 사실은 칭찬할 것도, 비난할 것도 없습니다. 이것을 공(空)이라고 합니다.”

“그렇다면 통합적으로 보지 못할 때 일어나는 마음은 결국 ‘사실을 있는 그대로 보지 못했다’라는 뜻으로 이해하면 될까요?”

“그렇습니다. 사실을 있는 그대로 보지 못하면 좋은 마음이든 나쁜 마음이든 어떤 마음이든 일어나게 됩니다. 마음이 일어나는 이유는 늘 비교하기 때문이에요. 다리가 하나 부러진 사건 자체는 좋은 일도 나쁜 일도 아니에요. 우리가 그것을 나쁜 일이라고 느끼는 건, 안 부러졌을 때와 비교하기 때문입니다. 반대로 ‘그나마 다행이다.’라고 느끼는 건 두 다리가 다 부러진 경우와 비교하기 때문이에요. 즉, 다리가 부러진 일 자체는 다행도 불행도 아니에요. 그저 하나의 사건일 뿐입니다. 그때 어떤 마음이 일어나느냐는 결국 내가 사물을 어떻게 인식하느냐의 문제예요. 보는 각도에 따라 다행이 되기도 하고 불행이 되기도 하는 거죠.

‘다행이다’, ‘불행이다’ 하는 순간 이미 마음이 일어난 상태입니다. 선에서는 이것을 ‘한 생각이 일어났다’고 말하죠. 그래서 한 생각이 일어나기 이전으로 돌아가라고 하는데, 그것이 바로 화두입니다. 한 생각이 일어나면 이미 다행과 불행이라는 두 갈래로 나뉘게 됩니다. 그럴 바에는 차라리 다행이라고 보는 게 낫습니다. 이것을 긍정적인 마인드라고 하고, 불행이라고 보는 것을 부정적인 마인드라고 하죠. 그런데 우리는 대부분 부정적으로 마음을 일으키기 때문에 삶이 불행해지는 거예요. 사실 여러분의 삶은 본래 불행도 아니고 다행도 아니에요. 토끼 나 개미가 살아가듯 그저 그렇게 살아가는 것뿐입니다. 그런데 마음을 일으킬 때마다 부정적으로 일으키니까 ‘내 인생은 불행하다’고 여기게 되는 거죠.

어차피 마음을 일으킬 바에는 긍정적으로 일으키라는 거예요. 그러면 ‘다리가 부러진 건 나쁜 일인데 억지로 좋은 일이라고 해야 합니까? 그건 사실이 아니지 않습니까?’ 이렇게 묻습니다. 하지만 사실은 불행도 아니고 다행도 아닌, 공(空)이에요. 그러니 어차피 한 생각을 일으킬 바에는 긍정적으로 일으키는 것이 낫다는 겁니다. 만약 남편이 죽었다면, 부정적으로 보면 ‘내가 전생에 죄를 많이 지었나’라고 볼 수도 있겠죠. 긍정적으로 보면 ‘혼자 살아보고 싶었는데 기회가 생겼다.’라고도 볼 수 있습니다, 죽음이 잘 됐다는 뜻이 아니라 그것도 괜찮다고 보는 겁니다. ‘같이도 살아보고 또 혼자 살아보는 것도 괜찮다.’ 이렇게 긍정적으로 보는 거예요. 같이 살다 보면 혼자 있고 싶을 때도 많잖아요. 그런데 내가 먼저 이혼하자고 하면 비난을 받을 수 있죠. 그런데 상대가 떠나버리면 혼자 살 기회가 생긴 겁니다. 평소에 남편이 나에게 잘해주면 좋은 결혼생활이라고 느끼잖아요. 그런 남편이 떠나면 더 큰 불행으로 느껴집니다. 좋은 남편이기 때문에 더 불행해지는 거예요. 반대로 돈도 안 벌고 술만 마시고 힘들게 하던 남편이 떠나면 어떨까요? 다행이라고 느낄 수도 있겠죠.

이처럼 본래는 다행도 불행도 아닌데, 어떤 각도에서 보느냐에 따라 달라집니다. 그런데 우리는 불행 쪽에 집착하고 사로잡혀서 괴로워합니다. 사실은 다행인 요소도 함께 들어있는데 말이에요. 정확히 말하면 다행과 불행의 요소가 함께 있는 것이 아니라, 본래는 둘 다 아닙니다. 우리가 한 생각을 일으킬 때 그것이 다행이 되기도 하고 불행이 되기도 하는 겁니다. 그런데 우리는 주로 불행 쪽으로 생각을 일으키기 때문에 삶이 괴로워지는 거예요. 다행인 쪽으로 마음을 일으키면 자기 삶 자체가 바뀌는 것은 아니지만, 마음이 편안해집니다. 그래서 ‘나는 행복합니다.’라고 말할 수 있게 되는 거예요. 공의 상태는 불행도 다행도 아닙니다.

늙어서 몸이 예전 같지 않다고 느끼는 것은 부정적으로 마음을 일으킨 것입니다. 옛날 같으면 85세에 움직이기도 어려웠습니다. 그런데 요즘에 80세가 넘어도 이렇게 활동할 수 있잖아요. 그렇다면 ‘이 나이에 이 정도로 움직일 수 있으니 다행이다.’라고 볼 수도 있는 겁니다. 그런데 우리는 늘 젊었을 때와 비교합니다. 그래서 ‘늙으니 서럽다’라고 하는 거죠. 또 더 나이가 들어 병상에 누워 지내는 상황과 비교하면 지금 상태는 훨씬 좋은 편이에요. 그러니 ‘지금의 삶도 충분히 괜찮다’고 볼 수 있습니다. 그런데도 우리는 늘 불행한 쪽으로 생각을 더 많이 일으킵니다. 젊었을 때와 비교하고, 돈 많이 벌던 때와 비교하고, 인기 있던 시절과 비교하면서 현재를 부정적으로 봅니다. 이렇게 우리는 어떤 상황이든 늘 비교를 통해 부정적으로 해석하는 데 익숙해져 있습니다.

본래 사실은 긍정도 아니고 부정도 아니에요. 그러나 우리는 늘 마음을 일으키며 살기 때문에, 그럴 바에는 긍정적으로 일으키라는 겁니다. 지금 여러분의 나이, 건강, 재산, 인간관계, 이 모든 것은 그저 공일 뿐입니다. 개미 몇 마리가 어떻게 움직이든 우리에게는 별로 중요하지 않잖아요. 그러나 개미들에게는 그것이 굉장히 큰일이겠죠. 그런 것처럼 본래는 공인데, 우리는 과거의 좋았던 때와 비교하며 계속 불평합니다. 그래서 지금이 좋다는 말은, 결국 긍정적으로 마음을 일으키라는 의미입니다.”

전체댓글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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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우니

사물을 긍정적으로 보겠습니다
이아침 감사드립니다

2026-05-22 06:33:44

선우태일

지금이 좋습니다
이왕이면 긍정적 마인드로…
스님 감사합니다

2026-05-22 06:21:03

오정숙

스님 명쾌하신 말씀 고맙습니다.

2026-05-22 06:1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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