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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오늘은 미국 워싱턴 D.C. 방문 3일 차로, 상원의원실, 국무부, 브루킹스 연구소, 홀리 시티 교회 등을 방문하여 여러 인사와 미팅을 했습니다.

스님은 새벽 5시 워싱턴 미주정토회관 법당에서 예불을 드리고, 새벽 정진과 명상으로 하루를 시작했습니다. 오전 6시 30분경 이른 아침 식사를 마친 뒤 오늘의 미팅을 위해 외출 준비를 했습니다.

오전 7시 40분, 워싱턴 미주정토회관을 출발해 워싱턴 D.C. 시내로 향했습니다. 차량으로 1시간 이동하여 약속 장소인 하트 상원빌딩(Hart Senate Office Building)에 도착했습니다.

보안 검색을 마친 후 건물 안으로 들어가, 오전 9시 메릴랜드 연방 상원의원이자 상원 외교위원회 소속인 크리스 반 홀렌(Chris Van Hollen) 의원실을 방문했습니다.

안보 및 국제관계 외교 전문 보좌관인 더스틴 디그랜드(Dustin DeGrande) 외교정책 자문관이 스님을 맞이했습니다. 반 홀렌 의원은 현재 매우 바빠 직접 나오지 못했으나, 본인이 내용을 잘 경청해 전달하겠다며 미·중 정상회담이 진행 중인 중요한 시기에 이곳을 찾아주어 감사하다고 전했습니다. 스님은 워싱턴 D.C.를 방문하여 여러 인사를 만나는 이유와 목적에 관해 설명했습니다.
“제가 이곳을 방문한 것은 북한과 미국의 관계 정상화를 위해 상원의원님께 북한의 실제 상황을 알리고자 왔습니다. 북한에 대한 경제 제재가 대량살상무기 개발을 막기 위한 것이었지만 현재 북한은 핵을 개발했고 러시아와 군사동맹을 맺었으며 재래식 군사 기술도 빠르게 발전시키고 있습니다. 미국이 의도한 대량 살상 무기 개발 제한을 위한 제재 효과가 실질적으로는 거의 나타나지 않는 셈입니다. 대신, 제재로 인한 고통은 북한 주민들에게 고스란히 돌아가고 있습니다. 북한산 물품의 수출이 금지되고 해외 취업마저 막히면서 주민들은 외환 수입원을 일절 잃었습니다. 이에 따라 북한 주민 생활은 매우 어려운 상황입니다. 생필품을 수입에 의존하는 구조였는데 수입원이 없으니 물품 조달이 어려워서 주민들의 생활은 곤궁하기 이를 데 없습니다. 올해 1월에서 5월 사이 환율이 두 배나 폭락하면서 물가는 두 배 이상 치솟았습니다.
북한은 미국과 대화할 의향이 있습니다. 그런데 현재 미 국무부 시스템상 북한을 전담할 전문 인력이 배정되어 있지 않아 어떻게 상호 접근해야 할지 통로를 찾기 매우 어려운 상황입니다. 북한 주민들을 위해서는 생필품 수입과 수출의 재개, 광물 자원의 수출 허용, 그리고 자동차 연료 수입 등 주민의 일상 생활과 관계되는 부분은 제재 해제가 필요합니다.”
안보 전문가인 더스틴 디그랜드 보좌관은 스님의 이야기를 노트에 적으며 경청했습니다. 북미 관계가 교착 상태인 가운데, 다음 주에는 2026년 4월 트럼프 2기 행정부의 주한 미국 대사로 지명된 미셸 박 스틸(Michelle Park Steel) 지명자의 청문회도 예정되어 있습니다. 보좌관은 이런 상황에서 새로운 기회를 만들 수 있는 모든 아이디어를 환영한다며, 청문회 준비에 필요한 몇 가지 질문도 덧붙였습니다.
스님은 디그랜드 보좌관에게 다시 한번 당부했습니다. 대북 제재가 실질적 효과 없이 2,500만 북한 주민들에게 고통만 주고 있다는 점과, 미국이 북한과 대화의 물꼬를 트는 과정에서 상대가 진정성을 느낄 수 있게 대화 제의를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습니다.

미팅을 마친 후에는 사인한 영어판 『행복』을 선물했습니다. 이어 앞으로 지속적인 교류를 약속하며 국무부로 향했습니다.

건물을 나오니 바람이 강하게 불었습니다. 차를 타고 국무부에 도착해 근처에 주차한 뒤 스님은 걸어서 이동했습니다.

국무부 건물 앞에서는 노동·이민 정책에 대한 불만, 반전 메시지, 현 행정부의 대내외 정책에 항의하는 사람들의 시위가 벌어지고 있었습니다.
국무부 관계자들과의 미팅은 쉽지 않았습니다. 당초 제임스 드솜브레(James P. DeSombre) 아태 차관보와의 미팅을 요청했으나 미·중 정상회담 일정으로 조율이 어려웠고, 대부분의 고위 관리들이 중국으로 출장 중이었습니다. 결국 동아태 국장 대리인 브리짓 라인즈(Bridget Lines) 씨를 만났습니다. 브리짓 라인즈 씨는 스님의 이야기를 경청하며 스님의 제안을 윗선에 잘 전달하겠다고 답했습니다. 아울러 인도적 지원에 관해서도 대화를 나누었습니다. 스님은 영어책 『행복』을 선물하였습니다.

국무부에서 나오자마자 근처에서 오랜 지인인 국무부 직원 한 명을 별도로 만났습니다. 평일 근무 중임에도 점심시간에 스님과의 만남이 이루어졌습니다. 스님은 방문 목적을 이야기하고 협조를 당부했습니다.

조지 워싱턴 대학 근처 식당에서 오랜만에 점심 식사를 했습니다. 워싱턴 D.C. 일정 동안 이동 시간이 길고 미팅이 연이어 있어 빵과 과일로 끼니를 때우곤 했는데, 오늘은 다음 미팅 전까지 여유가 있어 제대로 된 식사를 할 수 있었습니다.

식사 후에는 브루킹스 연구소(Brookings Institution)로 이동하여 한국 석좌인 앤드류 여(Andrew Yeo) 박사를 만났습니다. 1916년에 설립된 브루킹스 연구소는 100년이 넘는 역사를 지닌 곳으로, 세계 싱크탱크 순위에서 늘 최상위권을 차지하는 권위 있는 기관입니다. 이곳은 방문객 관리가 매우 철저하여 사전 등록 확인과 현장 사진 촬영까지 거쳐야 했습니다.

회의실로 이동하자 여 박사가 스님을 매우 반갑게 맞이해 주었습니다. 두 사람은 여러 현안에 관해 대화를 나눴고, 오는 9월 평화재단 연구위원들과 함께할 행사에 대해서도 의견을 조율했습니다. 스님은 영어책 『행복』과 『Why am I anxious?』를 선물하고 기념 촬영을 하며 다음 만남을 기약했습니다.

70여 분간의 미팅을 마치고 곧바로 근처 리치 타펠(Rev. Rich Tafel) 목사가 운영하는 홀리 시티 교회(Church of the Holy City)로 이동했습니다. 오후 4시 20분에 도착하니 목사님이 통화 중이라 잠시 대기했습니다.

곧이어 나타난 목사님은 스님을 반갑게 맞이했고, 두 사람은 근황을 나누었습니다. 스님은 워싱턴 일정에 관해, 목사님은 내일 백악관에서 열릴 수련 프로그램에 관해 이야기했습니다. 다양성을 존중하는 이 프로그램은 트럼프 정부 들어와서 처음 선정된 것이라고 합니다. 목사님은 프로그램 진행 전 사전 검열 문제로 통화가 길어져 늦었다며 양해를 구했습니다.
“저도 내일 백악관 수련 프로그램에 따라갈까요? 트럼프 대통령을 만나야 하는데 방법이 없네요.”
스님의 농담에 모두가 웃음을 터뜨렸습니다. 대화 도중 다큐멘터리 감독이자 시민 활동가인 애나벨 박(Annabel Park) 씨가 도착했습니다.

목사님이 준비한 태국 음식을 함께 먹으며 다양한 주제로 이야기를 이어갔습니다.

식사 후에는 일반 가정집을 개조해 만든 교회를 둘러보았습니다. 세미나실, 명상 공간, 게스트룸 등을 살피며 곳곳에 걸린 그림과 장식품도 감상했습니다. 미팅이 마무리될 즈음 애나벨 박 씨가 스님께 ‘버섯 꿀’을 선물했습니다. 스님은 목사님께 영어책 『행복』을, 애나벨 님에게는 『Why am I anxious?』를 선물했습니다. 애나벨 님은 지금 자신에게 꼭 필요한 책이라며 감사의 뜻을 표했습니다. 또한 워싱턴 D.C.에서 미팅 장소가 필요할 때 언제든 이 공간을 사용하라며 배려해 주었습니다. 리치 목사님은 아직 한국을 방문해 보지 못했다고 했고, 스님은 한국에 오게 되면 정토사회문화회관에 꼭 들러달라는 인사를 끝으로 헤어졌습니다.
오전 7시 30분에 숙소를 나서 다섯 개의 미팅을 소화하고 미주회관으로 돌아오니 저녁 8시 30분이었습니다. 스님은 내일 미팅을 위한 준비를 마치고 하루 일과를 마무리했습니다.
내일은 현지 시각 새벽 6시 30분에 온라인 즉문즉설에 참여한 뒤, 곧바로 외부 미팅을 위해 외출할 예정입니다. 내일도 네 개의 미팅이 기다리고 있습니다.
오늘은 법문이 없었기에 지난 온라인 즉문즉설 강연 내용을 소개하며 글을 마칩니다.

“저는 두 달 전에 제왕절개로 아기를 낳았습니다. 원래 자연 분만을 원했는데 다니던 병원이 제왕절개를 위주로 하는 곳이라는 사실을 뒤늦게 알았습니다. 병원을 옮기려는데 담당 의사가 자연 분만을 도와주겠다는 식으로 말해서 그대로 다니게 됐습니다. 출산 예정일을 앞두고 병원에서는 자연 진통이 오지 않을 것 같다며, 우선 수술 동의서를 쓰고 일정을 잡아놓은 뒤 자연 분만을 다시 생각해 보라고 했습니다. 내키지 않았지만, 의사의 권유를 거절하기 어려워 일단 동의했습니다. 그런데 바로 다음 날 자연 진통이 와서 새벽에 병원에 갔더니, 간호사가 제 진료 기록을 보고 수술 일정이 잡혀있다며 ‘자연 분만은 시간이 오래 걸리니 하지 말자’라고 했습니다. 그러고는 진통 중인 저를 몇 시간 동안 사실상 방치하다시피 하며 아무 처치도 해주지 않았습니다. 진통이 점점 심해져서 무통 주사를 요청했더니 ‘그럼 수술을 앞당겨서 하겠다’라며 어영부영하는 사이에 수술실로 옮겨졌습니다. 수술 시간이 임박해서야 의사가 왔고, 그때는 이미 자궁 경부가 약 5cm까지 열린 상태였습니다. 아기가 많이 내려와 있어 자연 분만 과정에서 나타날 수 있는 두혈종까지 있는 상황이었습니다.
이 일을 겪고 설상가상으로 수술 후유증까지 겹쳐 지금 신체적인 고통에 시달리고 있습니다. 앞으로 임신에도 영향이 있을 것 같다고 합니다. 당직 의사에게 왜 수술을 하게 되었는지 경위를 물었더니, 간호사가 수술하라고 해서 한 것인데 무슨 문제가 있느냐며 자기가 보기에 아무 문제 없어 보이니 알아서 하라며 오히려 화를 냈습니다. 이렇게 제 분만 선택권이 한순간에 박탈되는 납득하기 어려운 일을 겪고 나니 병원 선택에 대한 후회가 밀려옵니다. 지금 저는 신체적·정신적 고통 속에 있습니다. 병원에서 겪은 일로 인한 배신감과 억울한 분노를 어떻게 다스려야 할지 모르겠습니다.”
“이미 지나간 일입니다. 그리고 질문자가 사인을 안 한 것도 아니고 병원에서 불법 행위를 한 것도 아니잖아요.”
“처음 동의서를 쓸 때의 수술 일정과는 맞지 않아서 당일 수술은 절차상 문제가 되는 상황이었습니다. 그래서 따로 동의서를 다시 작성하지는 않았어요.”
“그렇다면 해결의 길은 먼저, 이미 지나간 일이기 때문에 감정적으로 접근하지 않아야 합니다. 울분을 쏟아낸다고 해결될 일은 아니에요. 수술이 잘못됐다면 의료 사고로 보고 변호사와 의논해서 적절한 보상을 청구할 수 있습니다. 질문자가 자연 분만을 원했는데도 의사나 간호사가 환자의 의사를 무시하고 수술을 강행했다면, 그 역시 법적으로 문제를 제기해서 보상받는 방법밖에는 없습니다. 이미 지나가 버린 일은 보상 외에는 다른 길이 없습니다.
과거에 누군가 내 머리를 한 대 때렸다고 해서, 지난 일을 끌어와 지금 상대의 머리를 한 대 때릴 수는 없다는 거예요. 그 일이 일어났을 당시라면 즉각 대응해서 나도 상대방 머리를 한 대 때리면 어쩌면 정당방위가 될 수는 있어요. 하지만 그 순간이 지나면 남는 건 법에 따라 보상받는 길뿐이에요. 지금 우리 사회에서는 달리 어떤 다른 방법이 없는데, 자꾸 그 일을 떠올리는 것은 결국 나를 괴롭히는 일입니다.
지금에 와서 돌이켜보면 기분이 좋지 않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법률적으로 검토했을 때 질문자가 이미 동의한 부분이 있고, 여러 사정을 따져보니 ‘나에게도 일부 책임이 있어서 승소하기 어렵겠다.’라는 판단이 든다면 지나간 일은 내려놓는 방법밖에 없어요. 계속 얘기해 봐야 얻는 것은 없고 자신만 괴로워질 뿐이에요.
의사나 간호사로부터 ‘아이고, 산모님 죄송합니다.’라는 말을 듣는다고 해서 무슨 일이 해결되겠어요? 명백한 법률적 귀책이 있어서 보상받을 수 있다면 나의 권리니까 그렇게 하면 됩니다. 하지만 이런저런 검토를 해 보니 승소하기는 조금 어렵기도 하고, 시간과 비용이 많이 든다면 깨끗이 포기하는 게 오히려 나을 수도 있어요.
사람이 살다 보면 누구나 실수할 수 있습니다. 저도 그렇고 여러분도 그렇지요. ‘아, 내가 그때 조금 더 판단을 잘했어야 했구나.’ 하고 돌아볼 수는 있습니다. 의사가 잘했다는 뜻은 아니지만 나의 선택도 일부 영향을 미쳤다면 다음에는 더 신중히 판단하면 됩니다. 그렇지만 다음에 자연 분만을 원하더라도 몸 상태에 따라 수술을 해야 할 수도 있습니다. 만약 첫 수술로 인해 이후 임신에 문제가 생긴다면, 그것은 다시 확인해 보고 필요하다면 의료 사고 여부를 따져야 합니다. 이 경우에는 의료 전문 변호사와 상담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제가 이렇게 말씀드리면 ‘왜 법적인 얘기만 하느냐’고 생각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런 문제는 법적인 해결 외에는 달리 방법이 없어요. 질문자가 화내봐야 해결은 안 되고, 옛날 생각 자꾸 해봐야 자책만 합니다. 상대를 미워한다고 해서 그 사람이 괴로운 것이 아니라 나 자신이 괴로운 것입니다.
주식 투자를 하다가 손해를 봤다면, 그 주식을 권유한 은행 직원이나 증권회사 직원을 찾아가 따져본다고 해서 해결되는 것은 아니잖아요. 그냥 툭툭 털고 ‘다음에는 조심해야겠다.’ 하는 길밖에 없다는 것이죠. 다만 상대가 명백하게 법을 어겨서 손해가 발생했다면, 그때는 법적으로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것이 나의 권리입니다. 그게 아니라면 우리는 털고 내려놓는 길밖에 없습니다.”
“제가 변호사 상담을 여러 군데 받아 봤는데요. 제왕절개 수술은 분만 방법의 하나이기 때문에 그 자체로는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합니다. 동의서 작성과 관련한 의료법 위반만 일부 인정되더라도 보상은 변호사 선임 비용만큼밖에 안 되더라고요. 금전적인 이익도 없고 시간만 오래 걸린다고 가족들은 소송을 말리는 상황입니다. 다만 저는 한 번 수술했기 때문에 앞으로의 분만도 수술을 해야 한다고 합니다. 게다가 위험성도 높아진다고 해서 걱정이 큽니다”
“다음에도 필요하면 수술하면 됩니다. 첫 번째도 수술로 출산했는데 두 번째라고 못 할 이유는 없습니다. 자연 분만이 가능하면 좋지만, 상황이 안 되면 수술할 수밖에 없죠. 현실적으로 안 되는데 자연 분만을 고집하면 마음만 괴로워집니다. 질문자에게 남는 게 무엇인지 한번 생각해 보세요. 만약 이익이 없더라도 의사의 책임을 묻고 싶다면 소송할 수는 있습니다. 내가 큰 비용을 들이는 한이 있더라도 징벌적으로 의사에게 책임을 묻겠다는 마음이라면 그렇게 하는 것이죠. 그런데 수행적 관점에서 보면 감정 때문에 그렇게까지 할 필요가 있는지 돌이켜 볼 필요가 있습니다. 물론 현실에서는 ‘내가 손해를 보더라도 저 사람은 감옥에 넣어야겠다.’라는 선택을 하기도 합니다. 의사의 행위가 괘씸하다고 느껴진다면, 손해를 감수하고라도 문제를 제기하는 길을 택할 수도 있어요.
변호사 말을 들어보면 이겨도 보상은 크지 않고, 그마저도 승소 가능성이 확실한 것도 아니에요. 병원은 수익도 많고 그만큼 자원이 많기 때문에 의료 전문 변호사를 선임해서 대응합니다. 그런데 내가 선임한 변호사는 그만큼 고액을 지급한 변호사는 아니잖아요. 그렇게까지 치밀하게 연구해서 대응하지 않을 가능성이 있어요. 일반적으로 변호사가 ‘승산이 있습니다.’라고 할 때는, 대개 내 이야기만 듣고 하는 말이에요. 실제 재판에서는 상대의 주장까지 더해지기 때문에 결과가 달라질 수 있습니다.
사건이 아무리 나에게 유리하게 흘러간다고 해도 얻는 것이 변호사 비용과 맞먹는 수준이라면 가족들 말처럼 소송하지 않는 편이 나을 수 있어요. 그런데 그 일을 계속 괘씸하게 여기고 붙잡고 있으면 질문자만 손해입니다. 자연 분만을 원했는데 수술을 하게 됐고, 그로 인해 몸도 힘든 상황입니다. 게다가 앞으로도 계속 수술을 해야 한다고 생각하면 마음만 더 괴로워지죠. 그렇게 미워하고 괴로워한다고 해서 의사나 병원이 손해를 보는 것도 아니잖아요. 질문자 본인만 더 힘들어질 뿐이에요.
사회적 정의를 위해 ‘책임을 묻겠다’라는 기준에서라면 한 번 제기해 볼 수는 있어요. 질문자의 말을 들어보면 정의를 위해 한 번 싸워볼 만한 요소가 없는 건 아니에요. 하지만 승산이 크지 않고 이겨봐야 별 실익도 없다면, 사회적 정의를 위한 목적이 아닌 이상 더 이상 생각하지 않는 것이 좋습니다. ‘아이가 안 다쳐서 다행이다.’, ‘수술 후유증이 있지만 큰 문제는 아니라서 다행이다.’ 이렇게 받아들이고 다음에는 자연 분만을 더 적극적으로 돕는 병원을 미리 알아보는 편이 현실적인 선택입니다.
병원을 옮긴다고 해서 반드시 더 좋은 결과가 보장되는 것은 아니에요. 자연 분만을 적극적으로 권하는 병원도 물론 있지만 그렇지 않은 곳도 있습니다. 자연 분만을 유도하면 시간이 오래 걸리고 병원 수가는 낮지만, 제왕절개 수술은 비교적 짧은 시간에 끝나고 수가도 더 높아요. 일하는 사람으로서는 수술을 선호할 수도 있는 겁니다. 질문자도 이런 현실을 어느 정도는 이해할 필요가 있습니다. 처음부터 자연 분만을 원했다면 그에 맞는 병원을 미리 알아보고 선택하는 것이 좋았을 수 있습니다. 수술을 주로 하는 병원에서 자연 분만을 요구하면 의료진 입장에서는 부담스럽게 느낄 수도 있어요. 물론 나의 권리이긴 하지만 현실에서는 이런 점도 작용합니다.
팔을 다치거나 종기가 생겨서 서울 강남에서 병원을 찾아보면, 갈만한 병원이 없거나 가더라도 환영을 못 받는 경우가 있어요. 성형 수술이나 고액 시술을 중심으로 하는 병원에 그런 환자가 가면 어떻겠어요? 치료해도 수가는 적고 시간만 드는 것이죠. 아픈 사람을 치료하는 의사로서 그런 태도는 바람직하지 않지만, 우리도 이런 현실을 어느 정도는 이해하고 다소 불친절하게 느껴지더라도 고려할 필요가 있습니다. 인도에서 병원에 가보면 병이 낫는 게 아니라 오히려 병이 옮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 만큼 위생 상태가 안 좋은 곳도 있어요. 그런데 막상 다리가 부러지거나 종기가 생겨서 가보면 한국보다 훨씬 간단하게 금방 치료가 이루어지기도 해요. 조금 어설퍼 보일 수는 있어도 결과는 괜찮은 경우가 많아요. 그런 환자가 워낙 많아서 늘 하는 일이다 보니 그렇습니다.
우리가 수행을 한다는 것은, 어떤 기준으로 옳고 그름을 따지기보다 이런 세상의 모습을 이해하면서 살아가는 것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다만 상대가 명백하게 법을 어겼다면 내게 이익이 없더라도 사회의 정의를 위해 문제를 제기할 수 있습니다. 이렇게 자신의 입장을 분명하게 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개인적인 실익이 크지 않더라도 사회적 정의를 위한 것이라면 시간과 노력이 들더라도 소송을 고려해 볼 수 있습니다.”
“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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