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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스님은 오전에 텃밭 가꾸기와 산 위 밭을 둘러보고 농사 울력을 했습니다. 오후에는 손님들이 와서 함께 일정을 보냈습니다.

스님은 새벽 수행과 명상으로 하루를 시작했습니다. 간소하게 아침 식사를 한 후 울력복으로 갈아입고 오전 9시부터 농사 울력을 시작했습니다. 1년 만에 한국을 찾은 인도 JTS 사무국장 보광 법사님과 필리핀 JTS 향훈 법사님이 농사 울력에 함께 했습니다.

스님은 고수 텃밭부터 정리했습니다. 덥수룩한 고수잎을 가위로 쓱쓱 잘랐습니다. 스님은 고수 순을 정리하며 설명했습니다.
“밑으로 잎을 하나 두고 잘라주세요. 그 잎 사이에서 새순이 나와요.”

스님과 법사님들이 고수잎을 잘라서 담아보니 금방 한 바구니 가득 채워졌습니다. 오늘 점심 식사로 충분한 양이었습니다. 텃밭을 둘러보고, 정리를 한 후에는 산 위 밭으로 향했습니다. 산 위 밭은 햇볕이 잘 들어서 쑥이 잘 나는 곳입니다. 밭도 둘러보고 쑥도 캐기로 했습니다. 연장을 챙겨서 산 위 밭으로 향했습니다.
스님이 출입문을 나서면서 연둣빛 가득한 산을 보며 말했습니다.
“와~ 저 산을 좀 보세요. 연둣빛이 참 곱지요."

멀리 연둣빛이 가득한 산을 보며, 마을의 논과 밭을 지나서 산 위 밭으로 향했습니다. 가는 길은 경사가 있었습니다. 스님은 지팡이 두 개를 짚어가며 천천히 밭으로 이동했습니다. 산 위 밭에 가는 중에 스님은 봄나물이 많이 나는 곳들을 설명해 주었습니다.
“여기는 원추리가 많이 나는 곳이에요. 지난번에도 여기서 원추리를 뜯어서 푸짐하게 먹었어요”
조금 가다가 스님은 설명해 주었습니다.
“여기는 더덕이 많아요.”

산책 삼아서 천천히 올라가며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어느덧 산 위 밭에 도착했습니다.
“아이고, 여기 고사리를 심었는데, 다 죽었네요.”
스님은 몇 년 전에 심었던 작물과 나무들을 살펴봤습니다. 조금 더 올라가니 하얀색 목단꽃이 피어 있었습니다.

“이 꽃은 목단이에요. 2019년 북한 주민들이 굶주린다는 소식을 듣고 긴급하게 옥수수 2만 톤을 보낼 때, 목단 씨앗도 보냈어요. 그 씨앗의 일부를 실험 삼아 심었는데, 안 죽고 살아서 꽃봉오리가 활짝 피었네요”

연두색 잎 사이로 활짝 핀 하얀 목단꽃이 봄기운을 더했습니다.

스님은 몇 년 전에 과일나무를 심어놓은 곳도 살펴봤습니다. 매실, 복숭아, 자두나무 등을 심어놨는데 관리를 제대로 하지 못해 죽은 것들도 있고 상태가 좋지 않은 것들도 있었습니다. 살아 있는 과일나무는 가볍게 가지치기도 해주었습니다.

“아이고, 과일나무들이 많이 죽었네요. 내가 빨리 은퇴해서 나무들을 돌봐야지, 이대로 두어서는 안 되겠어요.”

스님은 밭을 둘러보며, 칡넝쿨들을 정리하기도 했습니다.

산 위 밭 여기저기에 햇볕이 잘 든 곳은 쑥이 많이 나 있었습니다. 스님과 법사님들은 쑥을 베기 시작했습니다. 함께 쑥을 캐니 금방 한 소쿠리 가득, 한 포대 가득 찼습니다.

“이쪽에 난 쑥들이 튼실하니 좋은 쑥이에요. 이쪽으로 와서 베세요.”

어느 정도 쑥을 캔 후에는 다 같이 그늘에 앉아서 쑥을 다듬었습니다. 방앗간에 보내서 쑥떡을 만들어 볼 계획입니다. 스님이 쑥 다듬는 방법을 설명해 주며 직접 시범을 보였습니다. 함께 이야기를 두런두런 나누다 보니 꽤 많은 양의 쑥을 다듬었습니다.

점심 식사를 11시 30분에 하기로 했습니다. 시간을 확인하고 농사 울력을 마무리했습니다. 도구와 다듬은 쑥을 챙겨서 내려왔습니다.


점심 식사 시간을 맞춰서 내려오다 보니 다 다듬지 못한 쑥이 있었습니다. 한쪽에서는 쑥을 다듬고 다른 한쪽에서는 도구를 정리했습니다. 또 다른 한쪽에서는 방앗간에 맡길 쑥을 깨끗이 씻었습니다. 산에서 쑥을 캔 즉시 다듬어서 그런지 흙먼지 정도만 씻어내면 될 정도로 깨끗했습니다.
스님은 텃밭에서 키운 쌈 채소와 봄나물 가득한 점심 밥상으로 법사님들과 점심을 먹었습니다. 해외 생활을 오랫동안 했던 법사님들에게 쌈 채소와 봄나물이 가득한 밥상은 봄날 최고의 선물이었습니다. 식사하면서도 여러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스님은 점심 식사 후에 손님맞이 준비를 했습니다. 서울에서 길벗 대표 노희경 작가님 일행이 스님을 만나러 두북수련원까지 왔습니다. 늦은 오후부터 스님은 손님들과 일정을 함께 보냈습니다. 저녁에는 원고 교정과 업무 소통을 틈틈이 하였고, 밤에는 손님들과 경주의 야경도 함께 둘러보며 스님은 하루 일과를 마쳤습니다.
내일 오전은 엄나무 가지치기 농사 울력 이후에 손님들과 경주 일대 산책을 다녀올 예정입니다.
오늘은 법문이 없었으므로, 지난 4월 17일 부산 디자인진흥원에서 ‘행복한 대화’ 즉문즉설 강연의 한 사연을 소개하며 글을 마무리합니다.

“제 고민은 진로 선택에 관한 것입니다. 저는 30대 중반 여성으로 직업 군인입니다. 20대 때부터 스님 강연과 책을 통해 고민이 있을 때마다 많은 도움을 받아왔습니다.
최근 2년 전 발목을 다쳐 수술과 치료를 받는 과정에서 무릎 아래 신경이 손상되어 보행에 문제가 생겼습니다. 당시에는 수술한 의사에 대한 원망도 깊었고, 같은 해 진급을 했음에도 불구하고 계급이 주는 책임감과 부담감이 컸습니다. 더욱이 재활을 꾸준히 해야 하는데 재활할 수 있는 여건이 충분치 않은 환경 때문에 몸도 마음도 많이 힘들었습니다.
그때 스님 강연 중에 들었던 ‘뜨거우면 내려놓아라.’라는 말씀이 계속 떠올랐습니다. 그래서 전역 지원서를 내고 현재 직무 보조 기간 재활에 집중한 뒤 다시 복귀를 시도해 보면 어떨지 생각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현실적인 고민이 큽니다. 운동선수들도 부상을 당하면 은퇴를 선택하기도 하는데, 저 역시 전역하는 것이 나을지, 아니면 재활을 병행하면서 끝까지 해봐야 할지 갈림길에 서 있습니다. 스님의 고견을 부탁드립니다.”
“첫째, 얼마나 다쳤는지 부상 정도가 가장 중요합니다.
예를 들어 운동선수가 다쳤다고 해봅시다. 원래 1부 리그에서 뛰던 선수인데, 부상으로 인해 1부 리그에서는 더 이상 뛰기 어렵지만 2부 리그에서는 뛸 수 있는 정도라면, 은퇴할지 2부 리그라도 계속 뛸지를 결정해야 합니다.
1부 리그에서 2부 리그로 내려가면 소득은 줄어들고, 기분도 좋지 않을 수 있습니다. 그러나 다른 직장을 구하는 것보다 2부 리그에서 뛰는 것이 여전히 더 나은 조건일 수 있습니다. 그럴 때 예전에 비해 못하다는 이유로 은퇴를 선택하면 오히려 자기 손해입니다. 사실에 입각해 보면 2부 리그라도 계속 뛰는 것이 더 지혜로운 선택일 수 있습니다.
물론 치료를 통해 재활해서 다시 1부 리그에서 뛸 수 있게 된다면 고민할 필요가 없습니다. 하지만 그 정도까지 회복이 어렵다면 2부 리그라도 선택하는 것이 현실적인 판단입니다. 반대로 부상이 너무 커서 선수 생활 자체가 불가능하다면 그때는 그만두어야겠지요.
교통사고로 목숨을 잃는 경우도 있습니다. 목숨을 잃는 경우와 비교한다면, 발목을 다친 것은 그리 큰일이라고만 볼 수는 없습니다. 그런데 우리는 과거에 가졌던 기대나 야망을 기준으로 현재를 바라보면서 좌절과 절망에 빠지게 됩니다.
많은 사람들이 회사에 다니며 직장 생활을 합니다. 그런 것처럼 질문자도 군대에서 은퇴해서 일반 회사에 다니면 됩니다. 사회 초년생 시절 처음부터 일반 회사에 다니는 것과 군대 생활을 하다가 일반 회사에 다니는 것 중에 어느 것이 더 나을까요?
무엇이든 한 번 경험해 보는 것이 아예 해 보지 않은 것보다 낫습니다.
처음부터 아예 경험해 보지 않은 사람은 괴로워하지 않지만, 더 나은 조건을 경험했던 사람은 현재의 상황을 계속 괴로워합니다. 왜 그럴까요? 과거에 대한 집착을 버리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이것은 발을 다쳐서 생긴 문제가 아니라, 과거에 대한 집착에서 비롯된 문제입니다.
아이돌 가수나 배우처럼 어린 나이에 큰 명성을 얻은 경우를 보면, 그 인기가 평생 지속될 확률은 높지 않습니다. 마음이 단단해지기 전, 인기가 급상승했다가 갑자기 떨어지면 큰 좌절을 겪게 됩니다. 그리고 이러한 좌절과 시련의 경험은 인생을 매우 불행하게 만듭니다. 그래서 인기가 조금 오르면 너무 들뜨고, 조금 떨어지면 크게 좌절에 빠져 삶이 무너지는 경험을 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래서 너무 급하게 올라가려 하지 말고 천천히 가는 것이 좋습니다. 저도 나이가 들수록 건강은 조금씩 나빠지지만, 다른 것은 오히려 더 좋아지고 있습니다. 천천히 가기 때문입니다.
사람은 과거에 집착하기 쉽습니다. 예를 들어 100억 원을 가지고 있다가 실패해서 10억 원이 된 사람과 1억 원에서 시작해 10억 원을 만든 사람이 있다고 해 봅시다. 객관적으로 보면 둘 다 10억을 가지고 있지만, 누가 더 행복할까요? 새로 10억 원을 번 사람이 더 행복하게 삽니다. 반대로 100억 원을 가졌다가 10억 원이 된 사람은 늘 ‘그때만 제대로 했어도….’라고 생각하면서 우울감과 실패감 속에서 살아가게 됩니다.

지금 질문자도 마찬가지입니다. 발목을 다친 것 외에는 아무 문제가 없습니다.
첫째, 재활을 통해 원래 자리로 복귀하는 방법이 있습니다. 둘째, 복귀가 어렵다면 군대 내부에서 직무를 변경하여 근무할 수 있습니다. 요즘은 인권과 직업 보장 차원에서 신체 조건에 맞는 업무로 조정해 주는 경우가 많습니다. 외근이 어렵다면 내근으로 조정 신청을 하거나 몸을 쓰는 일이 어렵다면 행정 업무로 바꿀 수 있습니다. 셋째, 군 조직에서 신체 조건 때문에 업무 수행이 어렵다면 그때는 전역해서 다른 길을 선택하면 됩니다. 상황에 따라 장애 등급을 받고 사회에서 새로운 일을 할 수도 있고, 장애인 지원 제도를 활용하며 살아갈 수도 있습니다. 두려워할 이유는 없습니다.
대한민국은 지금 사회보장제도가 잘 되어 있어서 최소한의 삶은 유지할 수 있습니다. 예전처럼 생계 자체가 막막한 상황은 아닙니다. 그래서 너무 불안해할 필요는 없습니다.”
“네, 잘 알겠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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