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님의하루

2026.4.7. 미팅, 병원 진료
“상처받을까 봐 최선을 다하지 않으니, 자괴감이 들어요. ”

안녕하세요. 오늘 스님은 하루 종일 여러 사람과 미팅하고 오후에는 병원 진료를 받았습니다.

스님은 오전 7시 30분에 윤여준 전 환경부 장관님과 조찬 미팅을 하였습니다. 최근 국제 정세의 변화와 국내 정치 상황에 대한 의견을 나누었습니다. 이후 7시 30분부터 오후 2시까지 6번의 미팅이 있었습니다. 신임 대사로 부임하는 분의 인사, 지자체장으로 나선 분의 조언 요청, 천룡사 복원 불사 현황, 그리고 12시부터는 오찬을 겸해서 김덕룡 전 장관과 최근 정치권에서 진행되고 있는 헌법개정에 대한 의견을 나누었습니다. 헌법개정만큼은 여야 합의로 이루어졌으면 좋겠다는 데 공감했습니다. 오후 2시에는 교육감 후보로 나선 분의 인사와 교육정책에 대한 의견을 나누었습니다.

오후 3시에는 병원 진료가 있어서 호흡기 내과를 내방하고, 진료를 마친 후 사무실로 돌아오는데 퇴근 시간이라서 시간이 오래 걸렸습니다.

저녁 7시가 되어 스님은 마지막 미팅을 했습니다. 최근 한반도 정세와 북일, 북미 관계 정상화에 대한 정책적 문제를 토의했습니다.
미팅을 마치니 9시가 넘었습니다. 이후 스님은 인도 출장 준비를 하며 하루 일과를 마쳤습니다.

내일 스님은 오전에 수행법회  법문을 하고 오후에는 인도 출장으로 출국할 예정입니다.

오늘은 법문이 없었으므로, 지난 즉문즉설의 내용을 소개하며 글을 마칩니다.

상처받을까 봐 최선을 다하지 않아요

“저는 최선을 다하는 것이 조금 힘들고 두렵습니다. 저는 연극과 뮤지컬을 하고 있고, 활동한 지는 20년 정도 되었습니다. 나이는 45살이고요. 아주 유명한 배우는 아니지만, 시간과 경험을 쌓아가며 예술 분야의 기술자로 나름 잘 살아가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나이가 들면서 맡을 수 있는 역할의 영역이 변하고, 환경이 달라지다 보니 슬럼프를 겪고 있습니다.

오디션이나 실제 현장에서 상처를 받는 일이 생기면서, 최선을 다하는 것이 너무 힘들어지고 있습니다. 마음을 많이 쏟고 최선을 다했는데도 결과가 잘 나오지 않거나 아쉬운 일이 생기면, 그것을 감당하기가 힘듭니다. 그래서 어느 순간부터는 제가 할 수 있는 만큼의 70~80% 정도만 하는 식으로 회피하게 됩니다.

예를 들어, 어떤 작품의 오디션에 합격했는데 함께 부부 역할을 맡게 된 선배님과 이미지가 맞지 않는다는 이유로 캐스팅이 취소된 적이 있습니다. 그런 일을 겪고 나니 다음 시즌 오디션에서는 준비를 다 해놓고도, 마치 최선을 다하지 않은 것처럼 거짓말을 한 적도 있습니다. 어차피 떨어질 것 같다는 생각 때문이었습니다. 결국 결과도 좋지 않았고요. 그렇게 일부러 20~30% 정도 덜 준비하거나, 스스로 핑계를 삼습니다. 그러면 바로 자괴감이 밀려오고, 이런 일이 반복되면서 우울증을 겪었습니다. 제가 이 상황을 어떻게 극복하고, 다시 즐겁게 일할 수 있을지 여쭤보고 싶습니다.”

“질문자는 ‘최선을 다했다’, ‘최선을 다하지 못했다’라고 표현하는데, 그 말을 심리적으로 분석해 보면 결과에 따라 그렇게 평가하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결과가 좋으면 ‘최선을 다했다’라고 하고, 결과가 뜻대로 나오지 않으면 ‘최선을 다하지 못했다’라고 판단하는 것이죠.

인연과에 따라

하지만, 이 문제는 ‘최선을 다했느냐, 아니냐’의 문제가 아닙니다. 원인은 내가 제공할 수 있지만, 결과는 내가 결정할 수 없습니다. 원인이 있어서 결과가 생기는 것은 맞지만, 그 원인은 다시 직접적 원인인 ‘인(因)’과 상황적 원인인 ‘연(緣)’으로 나눌 수 있습니다. 그래서 정확하게는 ‘인과(因果)’가 아니라 ‘인연과(因緣果)’라고 해야 합니다.

만약 내가 감자를 수확하고 싶다면 감자를 심어야 합니다. 양파를 심어놓고 감자를 기대해서는 안 되겠죠. 감자를 심는 것은 내가 할 수 있는 ‘인’이에요. 하지만 ‘연’은 다릅니다. 밭의 상태, 거름의 정도, 비의 양, 심지어 멧돼지 같은 산짐승이 와서 얼마나 먹느냐는 등 여러 조건이 ‘연’이에요. 이것 때문에 내가 감자를 심었지만, 결과가 많기도 적기도 한 것입니다. 내가 예측한 대로 결과가 나오지 않습니다. 결과에 영향을 미치는 돌발 변수, 불안정 요인이 있기 때문에 나만 열심히 한다고 다 되는 것이 아니에요.

질문자가 하고 있는 연극도 마찬가지예요. 함께 연기하는 상대, 작품의 주제, 극단의 상황, 사회적 분위기 같은 여러 요소가 작용해 결과가 만들어집니다. 나만 열심히 한다고 결과가 좋아지지는 않습니다.
모든 사람은 자기 나름대로는 최선을 다하고 있습니다. ‘더 할 수 있었는데 왜 안 했느냐?’라는 것은 타인의 평가일 뿐, 본인은 자신이 할 수 있는 범위 내에서 최선을 다한 것입니다.

예를 들어 학생이 재수하며 공부를 할 때, 대학에 간 친구가 놀자고 하면 아무래도 같이 놀고 싶겠죠. 공부하면서 잠시 한눈을 팔 수 있습니다. 그러다가 시험에 또 떨어지면 ‘그때 내가 더 열심히 했으면 되었을 텐데’ 하고 후회합니다. 하지만 다음에 또 해보면 똑같아요. 사실 학생은 그런 모든 조건을 포함한 상황에서 최선을 다한 겁니다. 잠도 안 자고, 밥도 안 먹고, 놀지도 않고 최선을 다한다는 것은 이론적인 최선이지 현실에서는 불가능합니다. 그러므로 우리는 항상 자기 의지의 조건에서 최선을 다하고 사는 것입니다. 질문자가 ‘최선을 다하지 않았다’라고 하는 것은, 사실 자기가 의도한 만큼 결과가 나오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내가 좀 더 노력했더라면’ 하는 아쉬움 때문에 내가 최선을 다하지 않았다고 잘못 이해하고 있는 거예요. 질문자는 지금도 최선을 다하고 있습니다. 다만 그 결과가 질문자의 의도와 일치하지 않을 뿐입니다.

시험을 보고 나와서 ‘이번에 시험 잘 쳤다.’라고 하는 학생이 있습니까? 한 반에 50명이 있다면 그중에 한두 명도 없어요. 전부 시험을 못 쳤다고 생각합니다. 그 이유는 내 실력이 100이라면 시험 결과는 120이 되기를 원하기 때문이에요. 그런데 현실에서 시험 결과는 70~80이 나옵니다. 120을 원했는데, 70~80이 나오는 일은 예상의 절반 가까이 되니 모두 시험을 망쳤다고 생각하는 거예요. 그런데 통계적으로 보면 내 실력이 100일 때 시험장에서 70~80 정도 나오는 것은 정상입니다. 어쩌다 100이 나올 때도 있지만, 50 이하로 나오는 경우도 있기 때문에 평균적으로는 70~80 나오는 게 맞는 것이죠. 따라서 안정적으로 100의 결과를 원한다면, 내 실력을 150 정도까지 키워놔야 해요. 그래야 평균적으로 원하는 결과가 나오게 됩니다. 질문자가 말하는 ‘20~30%의 부족함’은 본인이 그만큼의 노력을 안 했다는 것이 아니라 결과가 그만큼 모자란다는 의미입니다. 그것을 원인으로 생각해서 ‘내가 노력을 덜 했다.’라고 해석하고 있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습니다. 질문자는 이미 최선을 다했고, 결과가 기대보다 항상 부족하게 나오는 것은 정상입니다. 이 사실을 받아들이고, ‘그 정도만 해도 많이 나왔네.’ 하고 생각해야 합니다.
100만 관객을 목표로 하고 영화를 만들었는데 70만이 보았으면, ‘그 정도만 해도 많이 왔다.’라고 평가해야 해요. 100만 관객을 예상했는데, 200만이 나오는 일은 어쩌다가 있는 일이에요. 500만을 예상했지만, 100만도 안 나오는 경우도 있지 않습니까. 비가 한꺼번에 많이 내리기도 하지만, 아예 안 내리는 경우도 어쩌다 있습니다. 대다수는 그냥 고만고만하게 내리지요. 이것이 자연의 이치이고 인생의 이치입니다.

자괴감보다는 현재 감사한 마음으로

질문자가 자괴감을 가질 필요는 전혀 없습니다. 제가 보기에 질문자의 상태는 정상이에요. 자기 능력에 그 정도만 해도 잘하고 있는 겁니다. 다만 더 잘 되고 싶은 욕망이 있다 보니 현재의 모습에 대해 왜곡된 평가를 하고, 그것이 결국 우울증의 원인이 되는 거예요.

나이 40이 넘어서도 아직 연극 무대에 설 수 있다는 사실에 감사하는 관점을 가져야 합니다. 유명해지는 데 기준을 두지 말고, 지금도 연극을 할 수 있고 무대에 선다는 것 자체를 소중하게 여기세요. 이런 관점을 가지면 질문자가 다시 즐겁게 그 일을 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감사합니다.”

전체댓글 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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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단우

예전부터 항상, 과거를 돌이켜보면 '그때 그 시점의 내가 할 수 있는 것을 그래도 했다' 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현재는 늘 아쉽지만 그래도 그래서 전 제가 좋습니다. 다시 한 번 상기시켜주셔서 감사합니다.

2026-04-10 07:58:02

최영관

고맙습니다...

2026-04-10 07:23:57

윤순애

최선을 다했다 못했다라고 하는 것이 결과를 보고 판단했다는 것이 크게 와닿습니다. 인과가 아닌 인여노가의 의미를 다시한번 되새기게 되고 최선을 다하면 결과에 상관없이 편안해야한다는 것을 알게되어 고마운 마음입니다

2026-04-10 07:12: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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