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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오늘은 일반 시민 누구나 참여할 수 있는 금요 즉문즉설 강연이 열리는 날입니다.

스님은 새벽 수행과 명상을 마친 후 평화재단으로 향했습니다. 접견실에서 오전 9시부터 불교 신문과 신년 특집 인터뷰를 진행했습니다.

‘청춘콘서트’ ‘청년페스타’ 등 청년 중심의 행사에 정토회가 유독 신경을 쓰는 이유, 청년 세대 불안의 본질은 무엇인지, 청년 세대에게 희망이 있다면 무엇인지, 청년 세대가 할 수 있는 일상 속 수행의 방편 등 다양한 주제에 대해 1시간 동안 대화를 나눈 후 인터뷰를 마쳤습니다.

이후에는 어깨와 팔 통증으로 휴식을 취하며 업무를 보았습니다.

해가 저물고 저녁 7시 30분부터는 지하 대강당에서 금요 즉문즉설 강연을 했습니다. 350여 명의 시민들이 자리하고, 유튜브 생중계에는 4500여 명이 접속한 가운데 스님이 인사말을 했습니다.

“오늘은 날씨가 많이 따뜻해졌습니다. 제주도는 기온이 20도까지 오른다고 합니다. 겨울에 웬 봄날이냐는 말이 나올 정도입니다. 내일은 아마 비가 올 것 같고, 비가 온 뒤에는 다시 추워진다고 하니 날씨 변화에 모두 건강 조심하시기 바랍니다.
저는 지난주에 필리핀 민다나오에 일주일 다녀왔습니다. 저희는 필리핀 민다나오 지역에서 교육 지원 활동을 하고 있는데, 크게 세 가지 일을 하고 있습니다. 첫째, 산간 오지에 있어 학교 교육을 받지 못하는 원주민 아이들을 위해 학교를 짓고 있습니다. 작은 학교는 교실 3칸으로 1·2학년, 3·4학년, 5·6학년이 함께 공부합니다. 큰 학교는 6칸까지 짓기도 합니다. 대부분은 3칸이나 4칸 규모의 학교입니다.

둘째, 장애 아동 특수 학교를 군마다 하나씩 짓고 있습니다. 그 지역에서는 군마다 읍내에 있는 학교를 ‘중앙초등학교’라고 부르는데, 이 중앙초등학교 안에 장애 아동 특수 학교를 짓습니다. 우리나라처럼 장애 아동 특수 학교를 따로 분리해서 짓는 것이 아니라, 학교 안의 가장 중심이 되는 곳에 장애 아동 특수 학교를 지어서 아이들이 자연스럽게 서로 어울릴 수 있도록 하는 것입니다.
가난한 나라에서는 일반 아이들도 교육받을 기회가 부족한데, 장애가 있는 아이들은 더더욱 교육의 기회가 없습니다. 그래서 대부분 집 안에, 방 안에 숨겨진 채 지내고 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장애 아동 특수 학교가 생기게 되면, 방 안에 있던 아이들이 조금씩 학교로 나오기 시작합니다. 처음에는 공무원 자녀나 비교적 여유 있는 집안의 아이들이 먼저 나오고, 점차 일반 가정의 아이들까지 나오게 됩니다.
원주민 아이들도 마찬가지입니다. 학교가 없을 때는 교육 자체가 불가능하지만, 학교가 생기면 아이들이 학교로 오게 됩니다. 그 지역은 대부분 화전을 하기 때문에 부모들이 학교 근처로 이사를 오기도 합니다. 그래서 학교가 생긴 마을은 점점 커지고 아이들도 많아지는 현상이 나타납니다.

셋째, 분쟁 지역에 학교를 짓고 있습니다. 반군 간의 갈등으로 치안이 유지되지 않아 학교 운영이 어려운 곳인데, 반군에게 교사의 신분을 보장하겠다는 약속을 받아 학교를 지었습니다. 그 결과 무슬림, 기독교인, 원주민 아이들이 함께 학교에 다니게 되었습니다.
올해는 원주민 학교 10개, 장애인 학교 5개, 총 15개의 학교를 지었습니다. 제가 이번에 방문했을 때는 4일 동안 하루에 두 개씩, 총 8개 학교의 준공식에 참석했습니다. 원주민 학교 3곳은 지난 8월에 이미 준공식을 했고, 아직 4곳이 남아 있는데 공사가 조금 미진해 내년 1월 중으로 마무리하여 준공할 예정입니다.
모든 학교를 다 보여드리면 좋겠지만, 오늘은 원주민 학교 한 곳을 중심으로 어떻게 답사를 하고, 어떻게 학교를 짓는지, 그리고 완공되었을 때 사람들이 얼마나 기뻐하는지를 함께 나누고자 합니다. 다른 학교들도 모두 이와 같은 과정을 거쳐 지어졌다고 이해하시면 되겠습니다.
학교 하나를 짓기 위해서는 저희 JTS활동가들이 적어도 열 번 이상 그 현장을 걸어서 답사하고 관리해야 합니다. JTS는 단순히 건설 회사에 맡기는 방식으로 하지 않기 때문에 학교를 짓는 일이 결코 쉽지 않습니다. 그런 과정을 영상으로 함께 본 후 이야기를 나누겠습니다.”

이어서 스님이 지난주에 필리핀 오지 빵아라이아얀 마을을 방문하여 원주민 학교 준공식을 하고 온 모습을 2년 전 답사 모습과 함께 보았습니다.
영상이 끝나고 다시 스님이 말을 이었습니다.

“잘 보셨습니까?”
“네.”

“여러분이 내주신 작은 보시금이 모여 저 아이들에게는 교육의 기회가 되고, 마을 사람들에게는 새로운 희망이 됩니다. 원주민 추장을 ‘다투’라고 부르는데, 그분들이 자기 마을에 학교가 세워지는 것은 평생의 꿈이었다며, 그 꿈을 이루었다고 기뻐하며 연설하는 모습도 볼 수 있었습니다.
이렇게 해서 올해 15개의 학교를 지었습니다. JTS는 여러분이 보시해 주신 금액을 사무 경비나 활동가의 월급으로 사용하지 않습니다. 약 97퍼센트가 실제로 도움이 필요한 사람들에게 직접 지원됩니다. 모든 활동가는 자원봉사로 활동하기 때문에 인건비가 들지 않고, 사무실 또한 정토회 건물을 무료로 사용하고 있어 별도의 운영비가 거의 들지 않습니다. JTS는 필리핀 민다나오뿐만 아니라 전 세계, 특히 아시아 지역을 중심으로 동남아시아, 남아시아, 서아시아, 그리고 시리아와 같은 지역까지 긴급 지원과 필요한 지원을 꾸준히 이어가고 있습니다.”
이어서 한 시간 반 동안 여덟 명이 스님에게 질문을 했습니다. 그중 첫 번째 질문자는 이혼한 뒤에도 전남편과의 인연을 완전히 끊지 못한 채 계속 마음이 쓰이는 자신이 혹시 제정신이 아닌 것은 아닌지 고민하고 있다며 스님에게 조언을 구했습니다.

“저는 고등학교 때 연애했던 남자친구와 주변의 반대를 무릅쓰고 너무 좋아서 결혼했습니다. 평소 어린 시절 일반적인 가정에서 자라지 못한 남편을 보며 보듬어 주고 싶었고, 옆에서 든든한 버팀목이 되어 주고 싶다는 마음으로 결혼했습니다. 그러나 중학교 때부터 유흥을 즐기고 고등학교도 마치지 못한 그와 결혼해 아이까지 낳고 나니, ‘현실’이라는 말이 가슴 깊이 와닿았습니다. 참고 또 참다가 결국 이혼하게 되었습니다.
이혼 후에도 그 사람과의 연락은 계속 이어졌습니다. 그는 무슨 일이 생길 때마다 저를 본인의 보호자라고 부르며 경찰서에서, 또 사고로 병원에 실려 갔을 때도 줄곧 저에게 연락을 해왔습니다. 알코올 문제로 무전취식을 하거나, 같이 어울리는 사람들과의 폭행 사건으로 경찰서를 몇 차례 오갔을 때도 항상 제게 연락이 왔습니다.
이런 일이 몇 년 동안 반복되다 보니 매몰차게 연락을 끊어 보기도 하고, 다시 받아 주기도 하다가, 지금은 차단해 둔 상태입니다. 차단을 해두었지만 한 번씩 그가 잘 살고 있는지 종종 궁금해지기도 하고 마음이 쓰이기도 합니다. 이런 일들로 인해 혹시 제가 정신적으로 문제가 있는 것은 아닌지 스스로 의심이 들어 심리 상담도 여러 차례 받아 왔습니다. 그럼에도 같은 과정이 반복되는 것이 저를 너무 힘들게 합니다. 제가 제정신이 아닌 것인지, 요즘은 정신적으로 아픈 사람이 많다는 스님의 말씀을 듣고 병원을 가야 하는 것인지 혼란스럽습니다. 그리고 요즘 108배를 하고 있는데, 어떤 마음으로 절을 하며 제 업장을 소멸시켜야 할지 스님의 고견을 듣고 싶습니다.”

“조숙해서 탈이 났네요. 학생 때 공부는 안 하고 연애를 하느라 일을 저질러서, 고생을 사서 하고 있군요. 자기가 저지른 일이니 자기가 책임을 져야겠죠.
꼭 남편이라고 생각하지 말고, 초등학교 친구라고 생각해 보세요. 친구라면 도와줄 일이 생기잖아요. 친구가 알코올 중독이 되어도 도와줄 수 있고, 감옥에 가면 면회도 갈 수 있고요. 자꾸 전남편이라고 생각하니까 부담이 되는 겁니다. 그냥 고향 초등학교 친구라고만 생각하세요. 어릴 때 그 친구 좋아했잖아요.
혼자 살면서 아이를 낳으려면 정자은행에서 돈 주고 정자를 구입해야 하잖아요. 그런데 한때 좋아했던 사람의 정자로 아이를 낳았으니, 아이가 예쁘잖아요. 그 정도로만 좋아하면 되지 않을까요? 일반적인 결혼, 남편, 아기 아빠로 생각하니 굉장히 어려운 문제인데, 그런 생각은 다 내려놓고, 초등학교 때 좋아했던 친구가 지금 이런저런 어려움이 있다면 보호자가 되어줄 수도 있죠. 경찰서에 가있으면 면회를 갈 수도 있고, 병원에 입원하면 보호자 사인을 해 줄 수도 있고요. 꼭 남편이라고 생각하니 기분이 나쁜 겁니다. 초등학교 친구라고 생각하면 되지 않을까요? 그러면 굳이 차단할 필요도 없습니다. 친구니까 모든 걸 다 해줄 수는 없잖아요. 해줄 수 있는 건 해 주고, 못 해 주는 건 못 해주면 됩니다. 가볍게 받아들이면 어떨까요?
초등학교 때, 중학교 때, 고등학교 때, 그때 좋아하던 사람과 한번 살아 보는 것은 많은 사람들이 꿈꾸는 삶입니다. 사람들은 대부분 그런 꿈을 가지고 있지만, 그것을 실현한 사람은 아주 드물어요. 질문자는 용감하게 실현해 봤네요.

어릴 때는 상대가 공부를 잘하나 못하나, 재물이 있느냐 없느냐를 따지지 않잖아요. 순수한 마음으로만 좋아합니다. 그런데 커서 보니 성격, 돈, 지위 같은 걸 따지게 되어 결혼이 어려워지는 겁니다. 잘난 사람은 나를 안 쳐다보고, 못난 사람은 내가 친구로는 받아들여도 결혼 상대로는 생각하지 않게 되죠. 그래서 어릴 때 좋아하던 친구와 연애하거나 결혼하기가 쉽지 않은 겁니다. 그런데 질문자는 어릴 때 좋아하던 친구와 연애도 해 봤고, 결혼도 해 봤고, 아이도 낳아 봤어요. 결혼만 놓고 보면 좋은 남편은 아니지만, 어릴 때 가졌던 꿈을 한번 실현해 봤다는 점에서 저는 매우 성공적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러니 감사하게 생각하고, 그냥 친구를 돕는 정도로 가볍게 받아들이면 어떨까요? 잘해 줘야 한다고 생각하지도 말고, 차단해야 한다고 생각하지도 말고요. 친구니까 해줄 수 있는 건 해 주고, 못 해 주는 건 못 해주면 됩니다. 그렇게 가볍게 받아들이면 정신 건강 의학과 병원까지 가지 않아도 됩니다. 전남편이라는 생각으로 무겁게 받아들이면, 혼자 감당하기 어려우니 병원의 도움을 얻어야 하는 상황이 되는 겁니다. 병원까지 갈 생각을 하니까 아직은 안 가도 돼요. 제정신이 있다는 뜻이니까요.”
“네, 잘 알았습니다.”

“결혼해서 경제적으로 여유 있게 사는 사람들 중에도 어릴 때 자기가 좋아했던 사람을 한번 만나 보고 싶어서 일생 동안 ‘어떻게 지내나?’ 궁금해하며 살아가는 사람이 매우 많습니다. 그런 면에서 보면 질문자는 그런 꿈을 이룬 사람에 속합니다. 그러나 대가는 항상 지불해야 해요. 돈을 빌리면 이자를 쳐서 갚듯이, 어릴 때 연애했다면 그만한 대가를 지불해야 하는 거예요. 그 정도 대가를 지불할 만한 가치가 있었다고 생각해 보면 어떨까요?
혼자 살아도 괜찮으면 혼자 살고, 재혼해야겠다는 생각이 들면 재혼하면 됩니다. 친구니까요. ‘나 결혼했어.’ 이렇게 이야기하면 됩니다. 차단한다는 것은 무겁게 받아들인다는 뜻입니다. 다 해 줘야 한다고 생각하는 것도 무겁게 받아들이는 거예요. 친구는 해줄 수 있으면 해 주고, 시간이 되면 만나고, 안 되면 못 만나는 겁니다. 그렇게 가볍게 받아들이면 어떨까 싶습니다.”
“감사합니다.”

계속해서 질문이 이어졌습니다. 모든 질문에 답변을 하고 나니 밤 9시가 넘었습니다.


더 질문하고 싶은 분들이 있었지만 다음 시간을 기약하며 강연을 마쳤습니다.

내일은 오전에 평화재단 통일의병 정기 총회에 참석하여 대화의 시간을 갖고, 오후에는 정토회 서원행자 수계식에 참석해 법문을 할 예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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