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님의하루

2025.12.15. 제2-1차 천일결사 영어 회향식, 부탄 운영위원회 회의
“분노 없이 세상을 바꾸는 길”

안녕하세요. 오늘은 외국인 천일결사자들을 위해 영어 통역으로 제2차 만일결사 1차 천일결사 회향식을 하는 날입니다.

스님은 새벽 수행과 명상을 마친 후 두북수련원 방송실에서 오전 8시부터 외국인 천일결사자를 위한 제2-1차 천일결사 회향식에 참석했습니다.

어제는 한국어를 사용하는 전 세계의 정토행자들이 10차 백일기도와 2차 만일결사 중 1차 천일결사를 회향했고, 오늘은 영어를 사용하는 전 세계의 정토행자들이 백일기도와 천일결사를 마무리하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오늘 회향식에는 미국, 캐나다, 이탈리아, 인도네시아, 홍콩, 호주, 영국 등에서 천일결사 외국인 입재자 15명이 함께했습니다. 먼저 지난 100일 동안 열심히 수행해 온 분들의 소감을 들어 보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먼저 영상으로 라파엘 님의 소감을 들어보았습니다.

"I've been practicing with other Jungto practitioners since finishing Dharma School 2. In the beginning, the practice felt like a routine. But over time, something started to change. This combined practice—prostrations, meditation, and sutra study—has given me practical insight for daily life: how to handle frustration, communicate better, and understand my emotions and negative tendencies. It helps me reset and begin the day with a clearer mind.“

(저는 정토담마스쿨 2 과정을 마친 이후부터 다른 정토행자들과 함께 수행해 오고 있습니다. 처음에는 수행이 습관적인 일과처럼 느껴졌습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무언가 변화하기 시작했습니다. 절, 명상, 경전 공부가 통합된 수행은 일상생활에서 활용할 수 있는 실질적인 깨달음을 주었습니다: 좌절을 다루는 법, 더 나은 소통법, 그리고 제 감정과 부정적인 성향을 이해하는 법을요. 이는 제가 마음을 재정비하고 하루를 더 맑은 마음으로 시작할 수 있게 해 줍니다.)

이어서 현장에서 손을 들고 소감을 더 들어 보았습니다. 먼저 마티유 님이 봉사를 하며 느낀 소감을 나누어 주었습니다.

“From volunteering, I think I benefited more from it than Jungto did. I remember hearing other people say similar things at the beginning, but it wasn't until I went through it myself that I really understood. I helped proofread the book “Why Am I Anxious?”, and it was inspiring to see when the book finally came out. I helped generate some reflection questions. I hope it was a helpful contribution to Jungto as well.“

(자원봉사를 통해 제가 정토회에 도움을 줬다기보다 더 많은 것을 얻었다고 생각합니다. 예전에 다른 사람들도 비슷한 말을 하는 걸 들었지만, 직접 경험해 보기 전까지는 잘 이해하지 못했거든요. 저는 '왜 나는 불안할까?'라는 책의 교정 작업을 도왔는데, 그 책이 마침내 출간되는 모습을 보며 정말 감동적이었습니다. 저는 몇 가지 성찰하는 질문을 만드는 데에 도움을 드렸는데요. 제 봉사 활동이 정토회에도 도움이 되었기를 바랍니다.)

대니얼 님은 수행을 통해 달라진 점을 나누었습니다.

“I started this practice this year, but I joined Jungto last year as part of the ‘Introduction to Buddhism One’. Now, I'm taking the ‘Introduction to Buddhism II’ course. I've found a lot more peace and calm. I feel much more grounded when I start my day, and it's a nice reminder to be mindful throughout the day. I don't think I'll ever stop practicing. I don't see an endpoint for myself. I'm just going to carry it throughout my life because it's that valuable.”

(저는 작년에 정토담마스쿨을 시작했고, 수행은 올해 시작했습니다. 지금은 '불교 입문 2' 과정을 수강 중입니다. 수행을 통해 훨씬 더 많은 평화와 평온함을 찾았습니다. 하루를 시작할 때 훨씬 더 안정감을 느끼고, 하루 종일 마음 챙김을 하도록 상기시켜 주는 좋은 계기가 됩니다. 저는 수행을 멈추지 않고 계속할 생각입니다. 제게는 종착점이란 없을 것 같아요. 그만큼 소중하기 때문에, 평생 동안 계속해 나가겠습니다.)

이어서 지난 3년 동안 외국인 천일결사자들의 여정을 돌아보는 ‘천일의 발자취’를 영상으로 함께 보았습니다.

다음은 2023년 입재 이후 꾸준히 수행을 이어 오고 있는 국제지부 아시아태평양지회 크레이그 루이스 님의 수행 사례담을 영상으로 보았습니다.

이어서 다 함께 스님에게 삼배의 예로 법문을 청했습니다. 스님은 목과 어깨 통증이 심해 고개를 들지 못한다고 양해를 구한 후 외국인 정토행자들을 위해 수행자는 자신을 돌아보고 분노 없이 세상을 치유하는 관점을 가져야 한다고 이야기해 주었습니다.

“천일결사자 여러분. 정토회는 지난 3년, 천 일 동안 수행 정진을 이어 왔으며, 오늘로서 1차 천일결사를 회향하게 되었습니다. 앞으로 3개월 동안 다음 천 일을 준비하여 내년 3월 15일에 2차 천일결사 정진을 시작하게 됩니다. 그러면 앞으로 3개월 동안은 정진을 하지 않느냐 하면 그렇지 않습니다. 이 기간에도 개인적으로는 꾸준히 정진해 나가야 합니다. 다만 1차 천일결사의 수행을 마무리하고 그 성과를 평가하며 새로운 시작을 준비한다는 것입니다.

붓다의 방식, 분노 없이 세상을 바꾸는 길

불교에 대한 이미지는 여러 가지가 있습니다. 첫째, 종교로서의 불교입니다. ‘부처님께 복을 빌면 내 소원을 들어주고 죽어서 좋은 곳에 간다.’ 하는 종교적인 믿음입니다. 두 번째는 철학으로서의 불교입니다. 불교는 ‘제법(諸法)이 모두 공(空)하다.’라는 심오하고 깊은 철학을 가지고 있는데 매우 난해하지요. 그래서 일반인이 공부하기는 어렵고, 주로 엘리트 계층이나 지식 계층이 탐구하는 것이라는 이미지가 있습니다. 세 번째는 수행으로서의 불교인데, 깊은 산속이나 숲 속에 들어가 세상과 단절하고 오직 자기 자신을 탐구하며 검소하게 사는 수행자의 이미지입니다. 수행으로서의 불교는 좋은 점도 있지만, 이 세상 사람들의 여러 고통과 문제들을 외면한다는 문제점도 가지고 있습니다.

제가 처음 좋아하게 된 불교는 철학으로서의 불교였습니다. 그러다가 수행으로서의 불교를 좋아하게 되었지요. 그러나 제가 청년 시절을 보낸 한국 사회는 민주화와 경제 개발 과정에서 농촌 붕괴, 도시 빈민 발생, 열악한 노동 조건, 성차별 등 많은 사회 문제를 안고 있었습니다. 그 당시 종교로서의 불교는 자기 복을 빌기 위해 세상의 혼란을 외면했고, 수행으로서의 불교는 ‘이런 세상은 나와 관계없다.’ 며 외면하고 세상의 문제를 등지고 있었어요.

저는 수행자이자 한 젊은이로서 세상의 여러 갈등과 모순을 외면하는 것이 과연 바람직한가 하는 깊은 의문을 갖게 됐습니다. 기독교인들은 사회의 민주화와 민중들의 고통 해결에 많은 참여를 하고 있었는데, 제가 접한 전통적인 불교에서는 사회 참여의 역사적 근거를 발견하기가 어려웠습니다. 많은 청년 불교인들이 불교보다는 사회 과학을 더 선호했고, 사회 참여를 사회 과학적 입장에서 많이 행하고 있었습니다. 그래서 저 역시 이런 불교 신앙을 계속 가져야 할지, 아니면 민중의 고통을 덜기 위해 사회 실천 활동에 더 집중해야 할지 고민하게 되었습니다. ‘내가 알고 있는 이것이 정말 불교인가?’ ‘원래 불교가 이랬나? 아니면 역사적으로 진행되어 오다가 변형된 것인가?’ 하는 의문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저는 불교의 철학이나 사상보다는 부처님의 일생, 즉 ‘부처님은 어떤 사람이었으며, 어떤 삶을 살았는가?’에 대해 다시 연구해 보기로 했습니다. 몇 년간 부처님의 일생에 대한 모든 자료들을 구해서 읽기 시작했습니다. 그때까지 제가 배운 불교 속 부처님은 그저 신과 같은 추상적인 존재였을 뿐, 저는 한 인간으로서의 부처의 삶에 대해서 많이 알지 못했습니다. 그러다가 불교 경전에서 인간으로서의 부처의 일생에 대한 많은 기록을 찾아볼 수 있었습니다.

부처님이 살았던 사회 역시 제가 사는 이 사회처럼 많은 갈등이 있었습니다. 그분도 젊은 시절에 세상의 많은 갈등을 보면서 고뇌했습니다. 기존의 믿음, 이념, 사회 제도나 교육 시스템으로는 사람들의 고통을 해결할 수 없다는 자각을 했던 것 같습니다. 그래서 그는 왕위를 버리고 출가하여 새로운 길을 찾았습니다. 많은 시행착오를 거듭하며 탐구한 결과, 부처님은 본인이 자유롭고 행복해지는 길을 찾았고, 그 길을 세상 사람에게 전파하기 위해 평생 동안 전법을 하는 삶을 사셨습니다.

부처님이 살아 있는 동안에도 세상은 전쟁과 굶주림, 갈등, 차별로 인한 고통이 심했습니다. 고통을 겪는 많은 사람들은 붓다에게 자신의 문제를 가지고 와서 호소했습니다. 부처님은 그런 문제들에 대해 하나하나 대화하면서 사람들이 고통과 번뇌, 의문에서 벗어나도록 도왔습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사회 문제나 갈등, 불의를 보게 되면 분노하며 참여하게 되지만, 붓다는 그런 문제들에 임하며 분노 없이 사회의 모순을 하나하나 지적하고 해결을 향해 나아갔습니다.

저는 바로 그곳에서 새로운 길을 찾았습니다. 내가 욕심이 없고, 내가 분노가 없고, 내가 어리석음이 없는, 그런 자세는 내 삶을 평화롭고 자유롭게 만듭니다. 그러나 그것에 안주하지 않고, 세상의 많은 모순들에 대해서 분노 없이 정의와 평화를 실현해 나가는 것이 붓다의 방식이었습니다. 저는 대학생 지도를 맡으면서 그런 관점에서 학생들을 지도했습니다.

‘너희들이 지향하는 사회적 정의를 실현하려고 하는 것은 바람직하다. 그러나 마음속에 분노를 가지고 해서는 안 된다. 그러니 그 분노를 내려놓는 수행을 하면서 사회적인 실천을 해라.’

우리가 분노를 가지고 정의를 실현하면, 어느 정도 정의가 실현될지는 몰라도 결국은 사회적 갈등을 유발하게 됩니다. 우리가 욕심으로 빈곤을 퇴치하기 위해 경제 개발을 하게 되면, 빈곤은 퇴치되고 부유함은 얻을지 몰라도 결국 자연환경을 파괴하고 빈부 격차의 폭을 넓히게 됩니다. 이것이 오늘날 한국 사회의 모습이기도 합니다. 경제가 발전하고 민주화를 이루었지만, 자연이 파괴되어 기후 위기를 초래하고 많은 사회적 갈등을 유발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사회적 갈등을 치유하려면, 더 이상 성장이나 투쟁이 아니라 바로 타인에 대해 이해하고 포용하며 함께하는 자세가 필요합니다.

붓다의 길, 나를 바꾸고 세상을 치유하다

자연은 더 이상 우리가 정복해야 할 대상이 아니라, 우리가 지속적으로 살아가야 할 삶의 토대임을 자각해야 합니다. 우리는 나와 맞지 않는 상대를 적으로, 투쟁의 대상으로 삼습니다. 하지만 사실 그들은 우리가 함께할 좋은 이웃, 벗이 되어야 합니다. 내가 가진 재능은 나만의 이익을 추구하는 데에 쓰기보다 이웃들과 함께 나누는 데 사용해야 함을 자각해야 합니다.

옛날에는 왕족이나 귀족처럼 신분에 의해 많은 재산과 권력을 누리는 것이 정당화되었습니다. 오늘날 그런 신분은 폐지되었지만, 개인의 재능이 뛰어난 사람은 많은 권력과 부를 누려도 된다는 관념이 생겨나 새로운 형태의 신분을 만들고 있습니다. 신자유주의가 확대되면서 오늘날 미국을 비롯하여 세계에서 일어나는 보수화의 물결은 개인이 가진 재능으로 부를 마음껏 누리는 것이 정의처럼 여겨집니다.

이러한 시대에 부처님의 가르침은 단순히 하나의 종교를 넘어서서 세상에 빛과 소금이 되어 이 세상의 많은 갈등을 치유하는 새로운 희망이 되리라 생각합니다. 붓다의 가르침은 우리 정신 작용의 원리에 대해 과학적으로 접근하고 있습니다. 우리는 늘 자기 자신을 방어하려는 본능이 있습니다. 그래서 남의 잘못은 알기 쉽지만 자기의 잘못은 알기 어렵습니다. 그러므로 자기를 돌아보고 자기 자신을 알아가는 과정이 필요합니다. 수행을 시작하고 나서 적어도 100일은 정진해야 비로소 내가 ‘고집이 세구나.’, ‘화가 많구나.’ 하고 자기 자신을 조금씩 알아갈 수 있습니다. 그래서 우리가 수행을 시작하면 100일은 꾸준히 하라고 권유하는 것입니다.

그러나 내가 ‘문제가 있다.’, ‘고집이 세다.’, ‘화가 많다.’는 것을 알았다고 해서 문제가 개선되는 것은 아닙니다. 자신에 대해 자각하고, 개선하려고 꾸준히 노력하면 천일, 약 3년 정도 지났을 때 조금의 변화가 일어납니다. 이러한 카르마(업식)가 ‘운명이 아니구나.’, ‘정해진 게 아니구나.’, ‘노력하면 변화할 수 있구나.’ 하며 자각과 자신감을 갖게 됩니다. 그래서 1000일을 정진합니다.

이 변화는 개인의 차원에서 끝나지 않습니다. 우리 사회가 돌아가는 것을 두고 이것을 ‘하나님의 뜻’이나 ‘운명’이라 여기지 않고, 우리가 사회 정의를 위해 꾸준히 노력한다면 사회적 변화도 가져올 수 있습니다. 우리가 30년, 즉 10,000일 정도 꾸준히 사회 변화를 추구해 나간다면 이 사회를 좀 더 나은 방향으로 변화시킬 수 있습니다. 그래서 우리가 백일기도를 하고, 천일기도를 하고, 만일기도를 하는 것입니다. 제가 여러분께 오늘 이런 말씀을 드리는 것은 이것이 단순히 종교적인 믿음과 신념이 아니라, 나를 변화시키고 내가 사는 세상을 좀 더 아름답게 만들어 가기 위한 내 삶의 일부라는 점을 알려 드리고 싶어서입니다.

처음 정토회를 시작할 때는 비판도 많았습니다. 이를테면 ‘종교가 복을 구하지 않는다면 어떻게 성립되겠느냐? 그러니 실패할 것이다.’, ‘사회를 변화시키려면 분노와 비판을 통해야 힘이 나오는데, 분노 없이 어떻게 사회를 변화시키겠느냐? 그것도 실패할 것이다.’ 이런 식의 문제 제기였습니다. 그러나 한국 사회에서 소위 사회 변화를 추구하는 운동가라고 말하는 사람들은 사회적 민주화는 이루었지만, 정작 본인들은 분노로 인한 스트레스로 점점 지쳐 가고 있었습니다. 스트레스를 치유하는 관점에서 저희의 이야기를 듣고 많은 사람들이 참여했습니다. 이렇게 정토회의 초기 활동가들은 대부분 학생 운동권 출신이었습니다.

그러나 이제 세월이 많이 흘렀습니다. 오늘날 한국 사회의 20대, 30대 젊은이들은 사회 정의에 대한 원(願)이나 발원(發願)이 없습니다. 그들은 좌절을 겪고 심리적으로 많이 위축되어 있습니다. 그들의 심리적인 위축을 어떻게 극복할 것인가가 현재 우리의 과제입니다. 사회적 실천을 담보하는 참여 불교만으로는 청년 세대의 참여를 이끌어낼 수 없었고, 새로운 접근이 필요하다고 느꼈습니다. 우리는 2차 만일결사에 들어오면서, 부처님의 법을 청년 세대들의 심리적 치료에 적극적으로 적용하는 것에 좀 더 집중하기로 했습니다. 그 결과 정토회에서는 청년 세대의 불교대학 입학률이 10%에서 20%로 늘어났습니다.

우리의 경험을 세계와 함께 나누는 것이 필요합니다. 경제 성장과 민주화가 이미 이루어진 선진국에도 한국과 같은 문제가 있고, 개발도상국에도 앞으로 이런 문제가 발생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특히 기후 위기는 전 세계적으로 동시에 도래하고 있고, 인공지능의 발달도 선진국, 후진국 할 것 없이 동시에 다가오고 있습니다. 기후 위기를 극복하려면 적게 소비하고도 행복하게 살 수 있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는 큰 과제가 나타났습니다. 인공지능이 자리 잡은 자동화 시대에는 일하지 않고도 어떻게 인간이 정말 행복하게 살 수 있느냐 하는 새로운 과제가 나타날 것입니다. 생산은 대부분 자동화로 이루어질 것이고, 인간에게는 대부분 소비의 역할만 남게 될 것입니다. 소비라는 것은 중독성을 갖고 있기 때문에 이 중독성으로부터 어떻게 하면 자유로울 수 있을지 문제를 풀어야 합니다.

이러한 과제를 해결하는 데 우리는 붓다의 가르침과 삶에서 새로운 힌트, 아이디어를 많이 얻을 수 있습니다. 부처님의 가르침을 불교라고 하는 종교의 영역에서 벗어나서, 모든 인류에게 희망을 주고 누구나 보편적으로 받아들일 수 있는 가르침으로 바꾸어야 합니다. 2차 만일결사를 시작하면서 ‘세계인들에게도 부처님의 바른 법을 배울 기회를 제공하자.’고 해서 이렇게 여러분을 만나게 되었습니다. 우리는 이미 발견된 길을 따라가는 것이 아니라, 앞으로 새로운 길을 찾아 나가야 합니다. 과거에 붓다가 나아갔던 길을 나침반 삼아 끊임없이 새로운 길을 열어 나가야 합니다.

여러분께 마지막으로 말씀드리고 싶은 것은, 나 자신의 자유와 행복을 위해서, 그리고 세상의 희망을 위해서 우리가 함께해 나가자는 것입니다. 자기 자신을 위해서는 날마다 수행 정진하고, 우리 모두를 위해서는 콘텐츠를 개발하거나 이 좋은 법을 이웃에 전파하는 데에 함께 노력해야 합니다. 그 길을 함께 갑시다. 감사합니다.”

법문 후에 질의응답 시간이 예정되어 있었지만 스님의 어깨 통증이 심해서 부득이하게 취소했습니다.

사홍서원을 끝으로 회향식을 마무리하고 스님은 곧바로 경주에 있는 정형외과로 출발했습니다.

10시 30분쯤 병원에 도착하자, 대기실은 이미 환자들로 붐비고 있었습니다. 한참 기다린 끝에 MRI 촬영을 하고 통증 주사를 맞았습니다. 검사가 끝나자마자 부산 치과로 이동했습니다. 시간이 없어 점심은 차 안에서 김밥으로 간단히 해결했습니다.

오후 3시, 치과에 도착해 뿌리가 썩은 어금니를 발치하고 오후 5시가 넘어 두북수련원에 도착했습니다.

잠시 휴식을 취한 뒤, 저녁 6시 30분부터는 두북수련원 방송실에서 온라인으로 열린 부탄 지속 가능한 개발을 위한 운영위원회 회의에 참석했습니다.

회의에는 부탄에 파견된 정토회 실무자들과 부탄 왕실 부비서실장, 내각 비서실장, 트롱사 주지사, 젬강 주지사, 그리고 각 주의 기획관과 회계 담당관 등 주요 관계자들이 참석했습니다. 스님은 환하게 웃으며 인사를 건넸습니다.

“여러분을 만나 뵙게 되어 반갑습니다. 왕실 부비서실장님, 내각 비서실장님, 트롱사 주지사님, 그리고 젬강 주지사님, 모두 잘 지내셨습니까?”

“네, 잘 지냈습니다. 스님.”

“제가 먼저 양해를 좀 구하겠습니다. 지금 목 디스크로 인한 통증이 심해서, 이렇게 고개를 숙이면 괜찮지만, 고개를 들고 여러분의 얼굴을 바라보면 통증이 심해집니다. 혹시 회의 중에 제가 고개를 조금 숙이고 있더라도 너그러이 양해해 주시기 바랍니다.”

부탄식으로 기도를 한 후 스님에게 여는 말씀을 청했습니다. 스님은 지난 11월에 부탄에서 열린 국가적 차원의 평화 기도에 대한 감사를 전하며 회의를 열었습니다.

“여러분 모두 부탄에서 국가적인 차원으로 평화를 위한 기도를 하시느라 수고가 많으셨습니다. 국왕을 비롯하여 국왕 가족, 린포체, 많은 라마, 그리고 여러분이 이렇게 기도를 함으로써 부탄뿐만 아니라 전 세계가 좀 더 평화로워질 것이라고 믿습니다. 저도 이번 기도에 참석해서 좋았고, 특히 4대 국왕과 만나 인사하고 대화를 나눌 수 있어서 더욱 뜻깊었습니다.

그런데 우리의 지속 가능한 개발 프로젝트는 관계자들이 모두 바쁘신 관계로 회의가 늦어져서 시작이 조금 지연될 것 같습니다. 또한 준비도 아직 조금 덜 된 것 같습니다. 트롱사는 게옥 수가 적어서 그런지 준비가 끝나 오늘 안건으로 올라온 것 같고요. 젬강은 대부분 준비는 되었지만, 아직 최종적으로 주지사님의 서명이 되지 않은 상태입니다. 그래서 오늘 이 안건을 다루지 못한다면, 빠른 시일 내에 다음 회의를 소집해서 다루었으면 좋겠습니다.

지금이 농한기이므로, 프로젝트를 빨리 승인해 줘야 농민들이 일을 시작할 수 있습니다. 여러분 모두 바쁘시겠지만, 이번 회의를 마친 후 빠른 시일 내에 다시 한 번 승인 회의를 했으면 좋겠습니다. 부탄 정부의 지속적인 협력이 있어야 이 일이 가능합니다. 주지사님과 기획관님, 그리고 비서실장님 등 관계자 모든 분들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이어진 회의에서는 JTS가 진행 중인 파일럿 프로젝트의 경과보고와 회계 처리, 그리고 트롱사 메인 프로젝트 제안서 검토가 주요 안건이었습니다.

또 누비 게옥, 탕십지 게옥, 콜푸 게옥, 드락텐 게옥, 랑텔 게옥 등 각 지역의 주요 사업을 검토하고 전원 승인 또는 조건부 승인을 했습니다.

다음으로 박시현 활동가가 지금까지 부탄에 파견된 봉사자 현황을 보고했습니다.

스님은 봉사자 운영과 관련해서 직접 사업의 필요성을 설명하며, 왕실 비서실에 비자 발급 협조를 요청했습니다.

“지역 주민들이 스스로 집을 고칠 수 있도록 공구를 지원하고, 한국에서 약간의 경험이 있는 봉사자를 파견해 부엌 구조나 선반 설치 같은 기본 작업을 도와주고자 합니다. 전문 목수까지는 아니어도, 경험이 있는 사람이 와서 샘플을 제작해 보여주는 것이 중요합니다. 부탄에서는 개인 집에 공구가 없어 무언가를 고치려면 전문가를 불러야 하고, 그러려면 돈이 드니 대부분 손을 못 대고 살아갑니다. 간단한 공구를 이용하여 자기 손으로 집을 고칠 수 있다면 삶의 질이 훨씬 나아질 겁니다.”

스님은 왕실 비서실에 유쾌한 어조로 다시 한 번 비자 발급을 요청했습니다.

“제가 자원봉사자들에게 이렇게 말합니다. 부탄에 가려면 하루 관광비가 100달러나 되는데, 놀면 안 된다고요. 놀 거면 하루에 100달러씩 물어야 한다고 농담을 합니다.(웃음) 그러니 자원봉사자들이 일할 수 있도록 비자를 잘 부탁드립니다.”

마지막으로 부탄 공무원들의 한국 방문 일정 초안을 공유하고 이에 대한 참석자들의 의견도 받았습니다.

회의는 꼬박 2시간 동안 이어졌습니다. 12월 29일에 다음 회의를 하기로 한 후 마무리했습니다.

운영위원회 회의를 마친 뒤, 스님은 곧바로 부탄 파견 실무자들과 간단히 실무 회의를 진행했습니다. 밤 9시가 되어서야 모든 일정이 끝났습니다. 극심한 어깨 통증과 함께 발치한 부위에서 피가 계속 나는 상황이었지만, 스님은 묵묵히 모든 일정을 소화했습니다.

내일은 구미 도리사와 아도모례원을 방문하고 서울로 이동해 정토회 산하 단체장들이 모두 온라인으로 모인 가운데 2026년 일정 회의를 할 예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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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태식

”내가 욕심이 없고, 내가 분노가 없고, 내가 어리석음이 없는, 그런 자세는 내 삶을 평화롭고 자유롭게 만듭니다.
그러나 그것에 안주하지 않고, 세상의 많은 모순들에 대해서 분노 없이 정의와 평화를 실현해 나가는 것이 붓다의 방식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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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노 없는 정의 실현이 매우 어려운 과제이지만 꾸준한 수행으로 해결이 된다고 믿습니다.

2025-12-18 07:10:13

조윤서

스님의 건강이 걱정되는 요즘입니다. 몇 주라도 쉬시면서 건강 챙기시면 좋겠습니다. 스님 고맙습니다.

2025-12-18 07:08:20

차덕환

분노없이 세상을 변화시키는 일을 하겠습니다.

2025-12-18 06:5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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