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님의하루

2025.8.19. 사단법인 둥지 자문위원회 모임, JTS 부탄 파견 활동가들과 회의
“인공지능은 개인의 행복을 확장할까요, 불평등을 심화시킬까요?”

안녕하세요. 오늘은 해외입양인 지원을 하는 NGO 단체 사단법인 '둥지'의 자문위원회 모임에 참석하기로 한 날입니다.

스님은 새벽 수행과 명상을 마친 후 오전에는 실내에서 업무를 보았습니다. 8월 말부터 10월 중순까지 이어지는 해외 일정을 점검한 후 점심 식사를 했습니다.

오후 1시에는 김홍진 신부님의 요청으로 사단법인 둥지 자문위원회 모임에 참석하기 위해 서울 중구 무교동으로 향했습니다.

사단법인 둥지는 2006년에 창립되어 한국 땅을 떠나 자라난 해외입양인들에게 한국어 교육, 문화 체험, 가족 찾기, 직장 알선 등을 지원하는 단체입니다. 김홍진 신부님이 이사장을 맡아 열심히 활동하고 있는 곳이라 모임에 참석해 조언을 해달라는 요청에 스님도 흔쾌히 수락했습니다.

약속한 시각보다 일찍 도착한 덕분에 먼저 도착해 계신 강우일 주교님과 차를 마시며 담소하였습니다. 강우일 주교님은 가톨릭대학교 총장과 천주교 제주 교구장을 지냈으며 김수환 추기경님을 오랫동안 보좌했었던 분입니다. 천주교에서 가장 존경받는 분 중에 한 분이시기에 스님도 사회원로들이 모이는 중요한 행사에 여러 번 초청했지만, 제주도에 머무는 관계로 참석을 못하셨습니다. 스님은 반갑게 인사를 나누고 강 주교님과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스님께서는 예전에 북한 동포 돕기 운동을 하실 때도 정말 바쁘셨는데, 지금도 바쁘게 지내시죠?”

“예. 1990년대 중반에 처음 북한 동포 돕기 운동을 할 때만 해도 3년만 지나면 해결이 될 거라고 생각하고 시작했는데, 이렇게 30년이 지나도록 해결되지 않을 것이라곤 상상도 못 했습니다. 당시에는 김수환 추기경님, 강원룡 목사님, 송월주 스님을 어른으로 모시고 김명혁 목사님, 오태순 신부님, 저 이렇게 세 사람이 실무를 맡았었죠. 그 이후에는 김홍진 신부님이 중심이 되어서 지금까지 계속 교류를 해오고 있습니다.”

“스님은 건강하시니까 지금도 많은 활동을 하시네요.”

“어릴 때 농사짓고 칡뿌리 캐 먹고 살았던 경험 덕분입니다. 소를 몰고 온 산을 뛰어다니고, 학교도 먼 길을 걸어서 다녔습니다. 가난해서 그럴 수밖에 없었는데 지나 놓고 보니 그게 복이었어요. 동남아에 가서 가난한 사람들을 도울 때도 시골에서 자란 경험이 큰 도움이 됩니다. 50년 전에 제가 경험한 것과 상황이 비슷하니까 제가 아는 대로 이야기해도 아무런 장애가 없이 소통됩니다. 오히려 통역하는 현지 청년이 저보다 마을의 사정을 더 몰라요.” (웃음)

안부를 주고받다 보니 모임을 시작할 시간이 되었습니다.

자문위원들이 모두 도착하고 오후 2시 정각에 둥지 자문위원회 모임을 시작했습니다. 이번 모임은 해외입양인들을 돕는 둥지가 앞으로 어떤 길을 걸어야 할지를 함께 고민하는 자리였습니다. 먼저 둥지의 이사장을 맡고 있는 김홍진 신부님께서 인사말을 해주었습니다.

“그동안 입양인들이 부모를 만나려면 자신을 보낸 입양 기관을 일일이 찾아야 했습니다. 과정에서 불공정하거나 불투명한 문제들이 많았지요. 그래서 국가가 나서서 모든 정보를 단일화하는 법을 만들었고, 9월 15일부터는 아동권리보장원이 창구 역할을 맡게 됩니다. 저희 둥지는 그 상봉을 주선하는 기관으로 지정되었습니다. 이런 큰 변화를 맞아, 둥지가 어떻게 외연을 넓히고 든든한 역할을 할 수 있을지 자문을 구하고자 오늘 이 자리를 마련했습니다.”

이어서 새로운 제도의 시행과 함께 더 큰 책임을 맡게 된 둥지의 고충을 이야기한 후 법륜스님을 비롯한 자문위원들이 이에 대해 아낌없는 조언을 해주었습니다.

해외입양인의 친부모 상봉, 제도 변화와 새로운 과제

이안순 둥지 사무총장님은 최근 맡고 있는 친가족 상봉 주선 과정에서 느끼는 한계와 어려움을 솔직히 털어놓았습니다.

“최근에는 부모를 만난 입양인들에게 친부모가 금전적인 요구를 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저를 버린 사람이잖아요’라는 입양인의 울분 앞에서 저도 어떻게 대응해야 할지 몰라 심장이 떨릴 때가 있습니다. 두세 시간을 온전히 사연을 들어주다 보면 정말 기운이 빠져 몸이 후들거릴 정도예요. 이 일을 계속해야 하나, 어디까지 개입해야 하나 혼란스럽습니다.”

이 총장님의 고백에는 사람들의 아픔과 상처를 함께 짊어지는 무게가 담겨 있었습니다. 스님은 이러한 고민에 대해 한 걸음 물러나 바라볼 것을 당부했습니다.

“말이 부모 자식이지, 20년 내지 30년 만에 만난 사람들이 어떻게 하루아침에 소통이 되겠습니까? 그냥 만남 자체에 의미를 두면 됩니다. 한 번 만나고 별일 없으면 끝내도 괜찮고, 원한다면 이어가면 되지요.”

스님은 현장에서 느끼는 정서적 번아웃에 대해서도 조언을 해주었습니다.

“입양인의 슬픈 이야기를 듣다 보면 그 감정이 고스란히 옮겨와 내 눈에서도 눈물이 납니다. 그런데 상담자나 조력자가 거기에 빠져들면 이 일을 지속할 수 없어요. 도덕적으로 판단하지 말고, ‘이런 사람도 있구나’ 하는 마음으로 한발 물러서야 합니다.”

성가정입양원의 윤미숙 수녀님은 최근 바뀐 입양 제도의 혼란을 짚었습니다.

“새로운 시스템은 지자체 중심으로 운영되지만, 허점이 많습니다. 전국 아동시설은 출산율 저하로 아동 수가 급격히 줄어들고, 입양 절차는 복잡해졌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지금까지 쌓아온 경험과 자원을 바탕으로 아이들을 잘 돌보며 입양인들을 위한 새로운 지원 방안을 찾아야 합니다.”

백석대 경찰학부 이건수 교수님은 상봉 주선의 본질에 집중할 것을 강조했습니다.

“부모와 자식의 만남은 화려한 준비보다 그 자체로 소중합니다. 때와 장소만 마련해 주면 충분합니다. 모든 사실을 한 번에 다 알릴 필요는 없고, 필요한 만큼만 정보를 나누는 게 좋습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국가 차원에서 민관이 함께 운영하는 전문 센터가 필요합니다.”

이영미 수녀님은 해외입양인들을 위한 한국어 교육을 하면서 느낀 점을 나누었습니다.

“입양인들이 부모님을 만나도 언어 장벽 때문에 속마음을 전하지 못할 때 너무 답답해 합니다. 그래서 한국어를 배우려는 간절한 마음이 컸습니다. 언어는 단순한 공부가 아니라 부모와의 화해와 상처 치유로 가는 다리입니다.”

단순히 제도의 문제를 넘어 해외입양인 지원이 얼마나 복잡하고도 민감한 과제인지를 알 수 있었습니다. 이안순 사무총장님의 고백처럼 이 일은 때로 감당하기에 벅차지만, 스님의 말씀처럼 만남 자체에 의미를 두는 것만으로도 큰 가치가 있다는 사실에 모두가 공감을 표했습니다.

앞으로도 해외입양인들에게 따뜻하면서도 냉정한 조력자가 되기 위해 한 걸음 한 걸음 나아갈 것을 다짐하면서 다 함께 기념사진을 찍었습니다.

자문위원회 모임을 마친 후 스님은 다시 정토사회문화회관으로 돌아왔습니다.

오후 4시부터는 (사)국민총행복전환포럼 이사장을 맡고 있는 박진도 교수님이 스님을 찾아와 대화를 나누었습니다. 박 교수님은 부탄의 국민총행복지수(GNH) 개념을 한국 사회에 적용하기 위해 많은 노력을 해오고 계신 분인데, 작년에는 스님과 함께 부탄을 답사하면서 지속가능한 개발을 위한 조언도 많이 해주셨습니다.

박 교수님은 이번 22대 국회에서 국민총행복(GNH) 정책을 연구하는 국회의원 단체인 '국민총행복정책포럼'을 연구단체로 등록하고 20일에 공식 출범을 할 예정이라며 스님이 많은 관심을 가져줄 것과 강연을 요청했습니다. 이어서 JTS가 부탄에서 하고 있는 지속가능한 개발 사업이 어떻게 진행되고 있는지 공유하고 의견을 나눈 후 미팅을 마쳤습니다.

부탄으로 떠나는 JTS 활동가들과의 만남

오후 5시 30분에는 8월 말에 부탄에 파견을 가는 JTS 활동가들과 회의를 했습니다. 9월부터 부탄 지속가능한 개발 사업의 본 프로젝트를 시작하게 되는데, JTS 활동가들은 어떤 순서로 일을 해나가야 할지 초안을 마련해 와서 스님에게 조언을 구했습니다.

“9월부터 샘플하우스 제작팀과 답사팀, 이렇게 두 팀으로 나누어서 사업을 시작하는 걸로 계획을 세워보았습니다.”

샘플하우스 제작 계획과 답사 계획을 자세히 듣고 나서 스님이 의견을 이야기해 주었습니다.

“일단 숙소와 가까운 고싱 게옥부터 샘플하우스 만드는 일을 먼저 시작해 보세요. 초반에는 숙소에 모여서 같이 회의도 자주 해서 자리를 잡아야 하거든요. 어느 정도 안정이 되면 멀리 있는 마을까지 출장을 가면 됩니다. 9월과 10월은 답사를 많이 다녀야 할 것이고, 농사철이 끝나고 나서 11월은 되어야 본격적으로 주민들이 참여할 수 있을 겁니다. 제가 10월 말에 부탄을 방문하니까 그때 샘플하우스가 완공된 곳이 있으면 몇 곳은 준공식을 할게요. 너무 서두르지는 마세요. 부족한 것은 현장에서 보완해 나갑시다.”

스님은 열악한 조건에서 고생하게 될 JTS 활동가들을 격려한 후 미팅을 마쳤습니다.

“내일모레, 부탄 들어가기 전에 식사를 함께하며 더 이야기를 나눕시다. 너무 힘들게 생각하지 말고 가볍게 해 보세요.”

JTS 활동가들과 기념사진을 찍은 후 따뜻한 미소로 한 사람 한 사람에게 격려의 인사를 건네고 자리를 마무리했습니다.

곧바로 손님이 찾아와서 스님은 지하 공양간으로 향했습니다.

저녁 6시 30분부터 손님과 함께 저녁 식사를 하며 대화를 나누었습니다. 한반도 평화를 위해 북미 관계와 남북 관계를 어떻게 개선해 나가면 좋을지 두 시간 동안 많은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11월 초에 청년들 1만 명이 모이는 청년 페스타 행사를 정토사회문화회관에서 하기로 했습니다. 시간을 내셔서 청년들에게 남북 관계를 풀어 나가기 위한 지혜와 고민을 나누어 주시면 좋겠습니다.”

“네, 그렇게 하겠습니다.”

밤 9시가 되어 손님을 배웅한 후 오늘 일정을 마쳤습니다.

내일은 오전에 민족의 화해와 평화를 위한 종교인 모임을 한 후 주간반 수행법회 생방송을 하고, 오후에는 평화 연구 세미나에 참석한 후 평화재단 기획위원회 회의를 하고, 저녁에는 저녁반 수행법회 생방송을 할 예정입니다.

오늘은 법문이 없었기 때문에 지난 15일 선유동 정토연수원에서 열린 청춘 캠프에서 스님과 청년들이 대화한 내용을 소개하며 글을 마칩니다.

인공지능은 개인의 행복을 확장할까요, 불평등을 심화시킬까요?

“저는 인공지능 기술에 대해 스님의 고견을 여쭙고 싶습니다. 인공지능이 고도로 발전된 미래 사회를 생각하면 세 가지가 염려됩니다. 첫째는 국가권력과 결합했을 때 개인에 대한 통제나 억압이 강화될 수 있다는 측면이고요. 둘째는 인공지능이 소비를 부추기는 경향이 있다는 점입니다. 특히 인공지능을 사용하는 것 자체가 막대한 에너지를 소비하기 때문에 정작 필요한 곳에 에너지가 가지 못하는 현상이 발생하게 됩니다. 셋째, 인공지능 자체가 개인의 불평등을 심화시키는 경향이 있다는 점입니다. 역사를 돌아보면 산업혁명 때 ‘기계를 때려 부수자(러다이트)’ 운동이 일어났던 것처럼 비슷한 운동이 일어날 것 같기도 합니다. 그렇다면 인공지능이 개인의 자유와 행복을 증진하고 불평등을 완화하도록 하기 위해서는 우리가 어떤 관점으로 인공지능을 사용해야 하는지 궁금합니다.”

“지금 질문자가 말한 우려가 그대로 나타날 거예요. 그러나 부작용과 동시에 여러 가지 편리한 점도 나타나겠죠. 핸드폰을 보세요. 지금 핸드폰이 없으면 여러분은 못살잖아요. 많은 편리함을 주었지만, 젊은 사람들의 핸드폰 중독 문제도 생겼습니다. 앞으로 뇌를 조사해 보면, 어릴 때부터 핸드폰 전파에 노출된 것이 어떤 부작용을 가져오는지 드러날 수도 있어요. 핸드폰이 나온 지 지금 20년 안 되었는데 이미 우리의 일상이 되었습니다. 인공지능도 제가 볼 땐 앞으로 10년 정도 지나면 일상이 될 거예요. 그러면 인공지능을 활용하는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 사이에 삶의 질에 차이가 많이 나겠죠. 마치 옛날에 글자를 아는 사람과 모르는 사람 사이에 차이가 났듯이, 인공지능을 쓰는 사람과 안 쓰는 사람 사이에도 많은 차이가 날 수밖에 없어요.

문명의 발전에는 두 가지 속도가 있는데, 새로운 것이 개발되는 속도와 그것이 전파되는 속도입니다. 개발 속도가 전파 속도보다 빠르면 문명에 격차가 생기고, 전파 속도가 개발 속도보다 빠르면 평준화가 이루어집니다. 지금은 개발도 전파도 모두 빠르지만 어쩌면 개발 속도가 전파 속도보다 더 빠르다고 볼 수 있습니다. 이렇게 되면 개발하는 쪽은 문명이 앞서가고, 전파되는 곳은 뒤처지는 문제가 발생합니다. 현재 인공지능학자들에 따르면, 인공지능 기술의 50% 이상을 미국이 가지고 있고, 그 뒤를 중국이 뒤따르고 있고, 일본이 일부 보유하고 있고, 한국도 조금 보유하고 있고, 유럽은 많이 뒤처져 있다고 합니다. 우리가 흔히 미국이 늙었다고 하지만 미국은 여전히 이렇게 창조성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래서 미국이 언젠가는 쇠퇴할 때가 온다고 하더라도 쉽게 몰락될 수가 없는 거예요. 만약 전체적으로 새로운 기술개발이 멈추고 기존 기술의 확산만 있다면 중국이 빠르게 따라올 수 있겠지요. 그런데 새로운 기술개발은 아직도 미국이 주도하고 있는 편이거든요. 그런 면에서 ‘미국의 시대가 이미 정점을 찍고 하락세로 들어섰다’라는 주장과 ‘아직은 조금 더 간다’라는 주장 사이에 견해 차이가 있습니다. 저도 30년간 미국을 다니면서 많은 부분에서 늙어가는 모습을 보았지만, 창조성이라는 측면에서는 아직도 미국을 따라올 나라가 없기 때문에 미국의 시대가 좀 더 가지 않을까 해요.

우리가 지난 20년간 전 국민이 핸드폰을 사용했다고 해서 우리 사회가 근본적으로 많이 바뀌었나요? 크게 달라진 것은 없어요. 마찬가지로 여러분들이 인공지능을 다 쓴다고 해서 특별히 바뀔 것은 없을 거예요. 그래서 변화에 너무 놀랄 필요는 없습니다. 하지만 많은 부작용은 나타날 것입니다. 질문자가 예상하는 부작용도 실제로 드러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인류는 늘 이런 과정을 겪어왔어요. 문자가 발명되었을 때 문자를 아는 사람과 모르는 사람 사이에는 큰 차이가 있었습니다. 또 우리가 중국보다 청동기 문명이 훨씬 앞섰는데 청동기 문명에 안주하다 보니 철기 문명을 보편화시키는데 오히려 늦었습니다. 반대로 중국은 청동기 문명이 늦었기 때문에 오히려 철기 문명의 보편화를 더 빨리 이뤘어요. 요즘도 비슷합니다. 중국은 모바일 결제나 가상화폐를 활용하는 분야에서 우리보다 앞서 있어요. 또 고비사막 같은 곳에 가보면 천막마다 태양광 발전기를 설치해서 전기를 쓰거나 핸드폰 충전하고 텔레비전을 보는 모습을 쉽게 볼 수 있습니다. 태양열 전지 보급이 우리보다 빠른 것입니다. 이처럼 앞서간 쪽은 현재 기술을 이미 사용하고 있기 때문에 그것에 안주하게 되고, 뒤처진 쪽은 오히려 과거 단계를 건너뛰고 새로운 것을 개발하면서 앞서 가게 되는 거예요. 교통수단의 발전을 보면, 원래 자전거를 타다가 오토바이를 타고 그다음 자동차로 가야 하는데, 우리나라는 오토바이를 건너뛰고 바로 자동차로 넘어갔어요. 동남아처럼 오토바이 시대를 겪지 않았습니다.

결국 중요한 것은 우리가 인공지능을 어떻게 사용하느냐입니다. 변화가 실제로 어떻게 일어날지는 미리 자세하게 알 수가 없어요. 부작용이 나타나면 그에 대응하면서 개선해야지, 미리 대응하기는 어렵습니다. 코로나 팬데믹 시기에도 죽을 고생을 한 뒤에야 마스크를 끼고 조심했듯이, 부작용이 얼마나 나타날지는 겪어봐야 압니다. 엄청난 우려를 했는데 별 부작용이 없을 수도 있잖아요. 그렇기 때문에 너무 염려할 필요는 없습니다. 다만 기술을 사용하는 데 있어 격차가 생기면 효율이 굉장히 차이가 나잖아요, 그래서 개인이나 집단 차원에서 인공지능 기술을 사용하느냐 하지 않느냐에 따라 역량이 크게 벌어질 거예요.

정토회가 조그마한 셋방에서 시작했을 때 기존 사찰들은 큰 절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30년 만에 큰 절이 정토회보다 뒤처진 이유는 뭘까요? 정토회는 유튜브, 팟캐스트 같은 새로운 방식을 이용했습니다. 그런데 기존 사찰들은 문만 열면 많은 사람이 오고 연등 달고 보시도 많이 하니 굳이 노력할 필요를 못 느꼈던 거예요. 그런데 세월이 흐르면서 연세 많으신 신도분들이 다 돌아가시고 나니, 지금은 돈으로 기술은 도입할 수는 있지만 정작 중요한 콘텐츠를 못 채우는 겁니다. 정토회도 지금에 안주하면 새로운 도전을 하는 사람들이 새로운 방식을 가지고 정토회를 앞서갈 수 있습니다. 정토회는 SNS에만 안주하다가 뒤처질 수도 있어요.

너무 염려하지 마세요. 질문자가 말한 부작용이 다 일어날 겁니다. 그것은 늘 있었던 일이에요. 문자가 발명되었을 때도 겪었던 일이고, 철기 문명이 발견되었을 때도 겪었던 일이고, 사람과 가축의 힘을 대체한 동력 기관이 나왔을 때도 겪었던 일이고, 온라인 디지털화가 시작되었을 때도 겪었던 일입니다.

우리나라도 최근에 급격하게 앞서간 것도 같은 맥락인데, 김대중 정권 때 전국적으로 디지털화를 추진하고 광랜을 깔면서, 그 효과로 단계를 건너뛰고 세계 최고 수준에 먼저 온 거예요. 옛날에는 한국 사람들이 다른 나라에 가면 편리했는데 이제는 오히려 불편하다고 해요. 그래서 독일이나 미국에 사는 교민들이 그 사회에 대해 불평을 하면 ‘그건 선진국에서나 있는 일이지, 독일에서 그런 걸 바라느냐’라고 해요. 그 선진국은 바로 한국을 말하는 거예요. 이렇게 세상이 바뀐 겁니다. 그래서 조금 더 지켜보는 게 좋을 것 같아요.”

“네, 염려하지 않고 중립적으로 잘 생각하겠습니다.”

“기술이라는 것은 본래 가치도 없고 선악도 없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기술은 반드시 효율성과 부작용을 동시에 가져옵니다. 총은 무기로서는 좋지만, 사람을 많이 죽이고, 칼은 날카로워서 좋지만, 손을 베기도 해요. 기술도 반드시 양쪽이 함께 나타나요. 중요한 것은 사용하는 사람이 부작용을 줄이고 긍정적인 면을 어떻게 키우느냐입니다. 부작용을 완전히 없앨 수는 없어요. 긍정성을 높이는 것은 기계가 아니라 사람이 하는 일이고, 우리가 선택하고 실천하면서 만들어 가는 것입니다. 여러분 중에 내비게이션 나오고 지도에 대해 바보가 된 사람들 많죠? 내비게이션이 거꾸로 알려주면 거꾸로 갈 사람들이 많을 겁니다. 스스로 지형을 보는 눈이 사라졌기 때문입니다. 검색도 마찬가지인데 엉터리 검색 결과를 그대로 믿으면 엉뚱한 소리를 하게 되는 거예요. 챗GPT에 물었을 때 오답을 말해주면 오답을 쓰게 됩니다.

그런데도 전체적으로 보면 효율성이 높아지고 있어요. 문제는, 우리가 여유가 좀 있어야 하는데 갈수록 더 바빠진다는 겁니다. 원시시대가 제일 여유가 있었고, 농경시대도 지금보다 여유로웠어요. 예전에는 시골에서 약속을 어떻게 잡았는지 알아요? 친척이 집에 놀러 왔다가 ‘다음에 언제 볼래?’라고 물을 때 ‘내년에 보자’, ‘내년 봄에 올게’ 이렇게 대답해도 다 알아들었어요. 세월이 흘러 ‘다음 달에 보자’ 이러다가, 요즘은 날짜와 시간까지 정해서 만나잖아요. 갈수록 속도에 쪼들려서 살아가다 보니 삶은 편리해졌지만, 여유는 사라졌어요. 편리해진다고 해서 여유로워지는 건 아니니까요. 우리는 사실 안 해도 되는 일을 많이 하며 살고 있습니다. 손톱을 다듬고 칠하는 것, 귀걸이와 목걸이를 하는 것, 옷 디자인을 신경 쓰는 것, 이런 행동은 사실 다 안 해도 되는 행동이에요. 그런데 지금은 생활의 80퍼센트 이상을 그런 일에 쓰잖아요. 향신료를 고르고 속눈썹에 신경을 쓰면서 돈을 그런 곳에 쓰고 있으니 아무리 돈과 시간이 많아도 늘 부족하고 바쁠 수밖에 없습니다. 그런 것들을 좀 놓아버리면 여유가 생겨요. 사실 밥만 먹고살려면 하루에 두 시간만 일해도 충분합니다. 그런데 사람이 그렇게 살 순 없다 보니 우리가 계속 바빠지는 것입니다.

그래서 수행적 관점이 필요합니다. 수행적 관점을 안 가지면 죽을 때까지 헐떡거리는 거예요. 겉으로 보기에는 옛날 사람들보다 좋아진 것 같지만 결코 그렇지 않아요. 더 얽매여 있고 더 바쁘고 더 열등의식을 갖고 살아갑니다. 옛날에 신분제 사회에서는 하인들이 ‘나는 하녀다’하고 체념하며 웃으며 살았습니다. 그런데 지금은 평등하다고 배우면서도 현실은 불평등해요. 누구를 부모로 두었느냐, 어떤 환경에서 태어났느냐에 따라 삶이 크게 달라집니다. 그러니 고뇌가 커질 수밖에 없어요. 처음부터 불평등하다고 알고 살면 괜찮은데, 평등하다고 배웠는데 현실이 불평등하니 불만이 더 커지는 것입니다. 그래서 수행을 통하지 않고는 인간이 여유 있게 사는 것은 결코 쉽지 않습니다.”


2025 9월 정토불교대학

전체댓글 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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곰곰이

소비하며 살아가는 길.
생산적인 일을 하며,적절히 소비하며 살아야겠지요.
고맙습니다.

2025-08-22 10:54:04

leejiwon

현재 흐름을 잘 설명해주셔서 감사합니다.

2025-08-22 10:36:32

여름날

네 정말 맞는 말씀 지혜로운 말씀 늘 간직하여 생각해보겠습니다
스님의 가르침에 늘 감탄하고 감사합니다

2025-08-22 09:44: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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