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님의하루

2025.6.28. INEB 3일째, 봉암사 방문, 수련에 대한 토론
“사람들의 마음을 얻기 위해 스님은 어떻게 신뢰를 쌓아 오셨나요?”

안녕하세요. 오늘은 INEB(참여불교국제연대) 스터디 투어 3일째 날입니다. 스님은 INEB 방문단과 함께 문경으로 이동해 오전에는 봉암사를 방문하고, 오후 내내 문경 정토수련원에서 정토회의 수련 프로그램에 대해 대화를 나누었습니다.

이른 아침, 서울 정토사회문화회관에서 새벽 수행과 발우공양을 마친 INEB 정토회 방문단은 7시 20분에 서울을 출발하여 문경으로 향했습니다. 목적지는 한국 선불교의 중심 사찰인 봉암사입니다.

차로 2시간을 이동하여 9시 20분에 봉암사에 도착했습니다. 봉암사 주지 원근 스님이 반갑게 스님과 INEB 방문단을 환영해 주었습니다.

봉암사에서 정성껏 준비해 준 다과를 하며 담소를 나누었습니다. 먼저 주지 스님이 인사말을 해 주었습니다.

“각국에서 큰 수행자 분들이 저희 봉암사를 방문해 주신 것을 환영합니다. 봉암사는 간화선 수행을 하는 곳입니다. 많은 스님들이 이곳에서 동안거와 하안거를 하고, 그 사이에도 안거가 있어서 쉼 없이 선원이 운영되고 있습니다. 전 세계적인 현상이기도 하지만, 봉암사도 예전에는 120명씩 입재하여 참선을 했지만, 참여자가 점점 줄어서 현재는 60명 정도가 참선을 하고 있습니다.”

INEB 참가자 스님들은 간화선에 대해 많은 질문을 했습니다.

“간화선을 할 때는 화두를 들고 맑은 정신으로 스스로에게 질문을 한다고 하셨는데요. 그럴 때 내 마음에 집중하는 겁니까? 내 마음의 다른 요소들도 알아차려야 합니까?”

주지 스님이 대답했습니다.

“마음을 찾으려고 애를 쓰면 오히려 마음은 점점 더 멀어집니다. 수행을 방해하는 가장 큰 요소는 소유하려는 마음입니다. 한국의 스님들에게는 주머니가 수행의 큰 장애입니다. 법복에 주머니가 있어서 여기에 자꾸 돈을 집어 넣으려고 하다 보니까 그거 때문에 수행이 안 되는 겁니다. 그런데 남방에서 온 여러분들처럼 가사만 입고 다니면 돈 넣을 곳이 없잖아요. 아직도 여러분은 탁발을 해서 재가자들에게 존경을 받고 있는 걸로 압니다. 그것은 부처님의 근본 가르침인 무소유를 지켜 나가는 길이라고 생각합니다.”

주지 스님의 대답을 듣고 태국에서 온 콩신 스님이 웃으며 말했습니다.

“저희들도 가사 안에 주머니가 있습니다.” (웃음)

그리고 붉은색 가사를 뒤집어서 천을 덧대어 주머니를 만든 모습을 보여 주었습니다. 순식간에 웃음바다가 되었습니다.

주지 스님은 진정한 무소유가 무엇인지 이야기해 주었습니다.

“산속에 산다고 해서 무소유를 실현하는 것이 아닙니다. 많은 것을 소유할 수 있는데도 소유에 무심할 때 진짜 무소유가 되는 것입니다. 많은 돈을 가졌다 하더라도 그 돈을 가지고 많은 사람들의 고통을 없애 주는 일을 한다면 그것이 무소유의 삶입니다.”

대화를 나누다 보니 약속한 한 시간이 지났습니다. 스님은 바쁜 가운데 시간을 내어 준 주지 스님에게 감사의 마음을 전했습니다.

INEB 참가자 스님들은 대웅전을 참배했습니다. 이어서 스님이 직접 봉암사의 경내를 차례로 안내하며 선방과 고승들의 수행터에 담긴 이야기를 해주었습니다.


봉암사를 창건한 지증대사의 부도탑을 둘러본 후 스님이 설명했습니다.

“봉암사는 지금부터 약 1100여 년 전인 9세기에 지증국사께서 창건한 고찰입니다. 그런데 임진왜란 때 일본의 침략으로 대부분이 소실되었습니다. 최근에 와서 현재의 모습으로 복원이 되었습니다.

한국에서는 대부분의 사찰이 크게 세 번의 사건을 겪고 파괴가 되었습니다. 첫 번째는 13세기에 몽고의 침입으로 파괴가 되었습니다. 이때는 평지에 있는 절들이 파괴되었고, 대부분 복원이 되었습니다. 두 번째는 15세기에 일본의 침략으로 파괴가 되었습니다. 그때 산에 있는 절들이 대부분 불에 탔습니다. 왜냐하면 스님들이 일본의 침략에 저항하기 위해 승군을 조직하여 싸웠기 때문입니다. 당시는 불교를 탄압했던 조선 왕조였기 때문에 그 후에 복원이 제대로 되지 못했습니다. 국가와 백성들의 지원을 받지 못하고 스님들이 자립해서 절을 복원했습니다. 세 번째는 6.25 전쟁 때 폭격에 의해 많이 파괴가 되었습니다. 특히 북한에 있는 사찰은 대부분이 소실되었습니다. 게릴라 전을 하며 저항하던 사람들이 산속에 있었기 때문에 그들을 추격하면서 절을 파괴했습니다. 남한에 있는 사찰은 많이 복원이 되었지만 아직도 빈터로 남아있는 곳이 많습니다.”

이어서 봉암사를 중창한 역대 조사들을 모신 조사전을 참배했습니다. 서암 큰스님의 영정 앞에 서서 스님의 설명이 이어졌습니다.

“이 분이 저의 스승인 서암 큰스님입니다. 계를 주신 은사 스님은 불심 도문 큰스님이시고, 이 분은 저에게 참선을 가르쳐 주신 분입니다. 폐허가 되어 있던 봉암사를 지금의 모습으로 복원하신 분입니다. 선승이기 때문에 행정을 하지 않으셨는데, 종단이 어려움에 처하자 조계종 총무원장도 잠시 맡으시고, 원로회의 의장도 역임하시고, 종정도 하셨습니다.”

3층석탑을 둘러보고 대웅전 앞으로 향했습니다.

대웅전 앞에서 기념사진을 찍은 후 다 함께 점심 식사를 하기 위해 식당으로 이동했습니다.

봉암사에서 비빔밥을 정성껏 준비해 주었습니다. 테라밧다 식으로 감사 기도를 한 후 식사를 했습니다.

식사를 마치고 스님이 제안했습니다.

“여기서 잠깐 산책을 하고 정토수련원으로 갑시다.”

구불구불한 산길을 올라 서암 큰스님의 부도탑 앞에 도착했습니다.


서암 큰스님의 부도탑 앞에 서서 삼배를 드렸습니다.


이어서 INEB 정토회 방문단은 문경 정토수련원으로 이동했습니다. 잠시 정비 시간을 가진 뒤 오후 1시 30분부터 정념당에서 발표와 토론을 시작했습니다. 오늘 발표하고 토론할 주제는 ‘수련’입니다.

먼저 정토회 최지선 활동가가 한국 불교의 역사적 흐름과 함께 정토회의 수련 프로그램에 대해 설명했습니다. 삼국 시대 불교의 전래, 통일신라의 구산선문과 원효의 대중 불교 운동, 조선 시대의 숭유억불 정책으로 인한 쇠퇴, 일제 강점기 대처승 제도의 도입, 현대에 이르러서는 용성조사에 의한 불교 개혁 운동까지 짚으며, 오늘날 정토회의 수행법이 역사적 흐름 속에서 어떻게 형성되었는지를 설명했습니다.

이어서 정토회의 대표적인 수련 과정인 ‘깨달음의장’과 ‘나눔의장’, 그리고 집중 명상 프로그램인 ‘명상 수련’을 자세히 소개했습니다. 이 외에도 백일 출가와 행자대학원을 통해 지속적이고 실천적인 수행 공동체를 운영하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발표를 마치고 질문을 받았습니다. “왜 점점 불교를 믿지 않게 되었나요?”, “일제 강점기에 대처승 전파의 목적은 무엇이었나요?”, “외국 국적자들도 수련에 참가할 수 있나요?” 등 다양한 질문들이 이어졌습니다.

질의응답을 마치고 잠시 휴식한 후 INEB 참가자 스님들의 발표를 듣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캄보디아 프레아 시아누크 라자 불교대학교 바탐방 분교(Preah Sihanouk Raja Buddhist University - Battambang Branch)의 부총장인 폭판 스님(Ven. Pok Pan)이 자신의 학교에 대해 소개했습니다.

“저희 대학은 2008년에 설립되어 현재 1,756명의 학부생과 134명의 대학원생이 재학 중이며, 그중에는 180여 명의 출가자도 포함되어 있습니다. 학부 과정은 크메르 문학, 교육 행정학, 일반 경영학, 영어 문학, 법학, 철학 등 다양한 분야로 구성되어 있고, 대학원 과정은 교육 행정, 공공 행정, 법학, 철학, 문학 등으로 이어집니다. 대학의 비전으로 ‘교육’, ‘사회 참여’, ‘평화’를 핵심 가치로 삼고 있으며, 자비, 연민, 더불어 기뻐함, 평정심의 네 가지 무량심을 교육의 근간으로 실천하고 있습니다.”

특히 부족한 재정과 인프라, 저임금 등 운영상 어려움 속에서도 연대와 실천으로 대학을 유지하고 있다는 말에 모두가 공감과 격려의 박수를 보냈습니다.

발표가 끝나고 잠시 휴식을 가진 뒤 오후 3시부터는 법륜스님과의 질의응답 시간을 이어 나갔습니다.

스리랑카에서 온 담마난다 스님은 정토회의 수련 프로그램이 어떤 내용을 다루고 있는지 자세한 설명을 듣고 싶다고 요청했습니다. 스님이 답변했습니다.

정토회에서는 어떤 수련 프로그램을 진행하나요?

“저는 정토회의 수련 프로그램에 대해 질문하고 싶습니다. ‘깨달음의장’과 ‘나눔의장’에 관심이 많은데 그 내용이 궁금합니다. 저 역시 비슷한 프로그램을 개발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구체적인 내용을 배울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정토회 멤버가 되려면 먼저 불교를 바라보는 관점이 바뀌어야 합니다. 불교는 믿음을 중심으로 하는 종교로서의 불교와, 지식을 중심으로 하는 철학으로서의 불교, 그리고 경험을 중심으로 하는 수행으로서의 불교, 이렇게 세 가지로 나누어 비교해 볼 수 있습니다. 정토회에서는 깨달음을 얻는 수행을 중심에 둔 불교를 추구합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불교를 깨달음을 얻는 수행이 아닌 지식을 배우는 철학에 치우쳐서 접근합니다. 그런데 불교를 지식적으로 많이 아는 것은 깨달음으로 가는 데 오히려 장애가 됩니다. 왜냐하면 질문에 대해 스스로 탐구하지 않고 자기가 아는 지식을 통해 정답을 찾으려고 하기 때문입니다. 이러한 선입관은 잘못된 믿음입니다. 다른 말로 ‘무지’라고 할 수 있습니다. 선입관은 지혜로 가는 데 가장 큰 장애라고 할 수 있습니다. 자꾸 생각을 통해 해답을 찾으려고 하면, 지혜를 경험하기가 어렵습니다. 그래서 종교가 없는 사람은 적어도 잘못된 믿음은 없기 때문에 깨달음으로 가는 데 오히려 유리한 측면이 있습니다. ‘깨달음의장’을 진행해 보면 불교를 오랫동안 믿어온 사람이 종교가 없는 사람보다 오히려 깨닫기 어렵습니다.

‘깨달음의장’은 선불교의 전통을 바탕으로 그 가르침을 조금 더 생활에 밀접하게 다가오도록 만든 프로그램입니다. ‘나눔의장’은 테라밧다 전통인 위빠사나 수행법과 유사한 방식입니다. ‘깨달음의장’은 고정관념을 타파하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고, ‘나눔의장’은 자신의 마음에서 일어나는 상태를 알아차리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습니다. 선불교는 말이 나오기 이전, 즉 생각이 일어나기 이전인 ‘화두’를 탐구합니다. 화두는 말의 머리라는 뜻으로 말이 나오기 이전이라는 뜻입니다. 말이 나오기 이전이라는 것은 곧 생각이 일어나기 이전이라는 뜻이 됩니다. 이렇게 생각이 일어나기 이전 단계에 집중하는 것은 위빠사나에서 생각을 하지 않고 오직 느낌과 감각을 알아차리는 데 집중하는 것과 유사합니다. 바깥에서 어떤 소리가 들리든, 몸에서 어떤 감각이 일어나든, 오직 코끝의 호흡만 알아차리는 것과 같습니다. 즉, 화두를 탐구할 때에는 생각을 해서는 안 되는 것입니다. 생각은 그저 사색입니다. 그러나 우리는 대부분 앉아서 자꾸 생각을 합니다.

이러한 선불교의 원리에서 ‘깨달음의장’이 마련되었습니다. 선에서 화두로 다루는 것은 크게 두 가지입니다. 하나는 ‘무(無)’입니다. 즉 ‘없다’라는 것을 계속 탐구합니다. 또 다른 하나는 ‘이것이 무엇인고?’ 하는 것입니다.

그중에 ‘무(無)’라는 화두는 이렇게 시작됐습니다. 한 제자가 명상을 하고 있는데 옆에서 계속 무슨 소리가 났습니다. 명상을 할 때에는 소리가 나더라도 관심을 두지 않고 오직 화두에만 몰두해야 합니다. 그런데 계속 옆에서 소리가 나니까 마음이 끌려갔습니다. 소리가 나는 곳을 보니 개가 살점 하나 없는 뼈를 물었다가 뱉었다가 하고 있었습니다. 아무리 뼈다귀를 깨물어도 살점이 하나 없으니까 아무런 이익이 없잖아요. 한 마디로 개가 쓸데없는 짓을 하고 있었던 것입니다. 그때 마침 의문이 들었습니다. 대승 불교의 경전인 열반경에는 부처님께서 ‘모든 생명에는 부처가 될 성품인 불성이 있다.’라고 말씀하셨다고 쓰여 있습니다. 즉, 뼈다귀를 문 개에게도 불성이 있다는 뜻이 됩니다. 그런데 개가 하는 짓을 보면 도통 쓸데없는 짓이었습니다. 경전에 따른다면 결국 부처가 쓸데없는 일을 하는 게 됩니다. 제자가 경전을 배울 때에는 모든 생명에게는 불성이 있다고 하니 그냥 믿었습니다. 그런데 구체적으로 개가 하는 행동을 보니까 불성이 있다고 할 수 있느냐는 의문이 든 것입니다. 그래서 스승을 찾아가 물었습니다. ‘저 개에게도 불성이 있습니까?’ 그랬더니 스승이 ‘무’라고 답했습니다. 그 말을 듣고 제자의 가슴이 콱 막혀 버렸습니다. 눈이 멀고 귀가 먹었다고 표현하기도 합니다. 왜 그랬을까요?

우리라면 이렇게 생각할 수 있을 것입니다. 첫 번째로 ‘경전에는 모든 생명에 불성이 있다고 했는데 왜 스님은 없다고 합니까?’ 하고 물을 수 있습니다. 그런데 이것은 스승의 말을 믿지 않는 자세입니다. 선불교에서는 스승의 말을 믿지 않으면 깨닫지 못한다고 되어 있습니다. 두 번째는 스승의 말이 맞고 ‘경전이 잘못되었나?’라고 생각할 수도 있습니다. 이 경우는 부처님을 믿지 못하는 것이 됩니다. 그런데 부처님을 믿지 못하면 어떻게 깨달음을 얻겠습니까. 세 번째로 부처님과 스승 중 누구 말이 맞는지 탐구해 볼 수 있습니다. 이것은 둘 다 못 믿는다는 뜻입니다. 그런데 만약 부처님과 스승 둘 다 믿는다면 어떤 현상이 일어날까요? 경전의 말도 믿고 스승의 말도 믿는다면, 그럴 때 ‘무’를 ‘있다’ 또는 '없다’라고 할 때의 ‘없다’라는 개념이 아닌 게 됩니다. 스승이 ‘무’라고 한 말이 무슨 의미인가를 탐구해 보게 되는 것입니다. 여기에서 모든 생각이 딱 끊어져 버립니다. 지금까지 알고 있었던 어떤 지식도 필요가 없어집니다. 이렇게 오직 스스로 탐구해야 합니다. 이것이 자나 깨나 늘 ‘화두’를 탐구하는 자세입니다. 무언가를 스스로 궁금해 할 때 진정한 화두가 됩니다.

정토회는 교육의 측면에서는 행복학교와 정토불교대학, 경전대학 등 세 가지가 있고, 수련의 측면에서는 깨달음의장, 나눔의장, 명상 수련 이렇게 세 가지가 있습니다. 향후 세상 문제를 어떻게 바라볼 것인가를 탐구하는 불교사회대학이 교육에 추가될 예정입니다. 여러분들도 정토회에서 수련을 해보겠다고 하면 5일 정도 시간을 내서 해 보세요. 그런데 쉬운 일은 아닙니다. 내가 승려이고, 불교를 알고 있다는 사실이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기 때문입니다.”

스님의 설명을 듣고 태국에서 온 콩신 스님이 웃으며 말했습니다.

“그렇다면 먼저 종교를 없앤 다음에 참가해 봐야 될 것 같습니다.” (모두 웃음)

계속해서 질문들이 이어졌습니다. 수련에 대해 다양한 질문을 받고 대화를 나누다 보니 저녁 식사 시간이 되었습니다.

저녁 식사는 요구르트와 주스로 간단하게 요기만 한 후 스리랑카에서 온 담마난다 스님의 선창으로 테라밧다 방식으로 저녁 예불을 했습니다.


해가 저물자 무더운 열기가 식고 선선한 바람이 불기 시작했습니다.

저녁 7시부터는 JTS가 부탄에서 진행 중인 지속 가능한 개발 사업을 소개한 후 스님이 부탄을 여러 차례 답사한 모습을 영상으로 보았습니다.

스님의 헌신적인 활동 모습에 모두가 크게 감동을 받고 박수를 보냈습니다.

저녁에는 자유롭게 토론해 보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태국에서 온 콩신 스님은 요즘 아이들을 교육하는 데에 어려움이 있다며 자신의 고민을 이야기했습니다.

“저는 어릴 때 스승님한테 맞는 게 무서워서 열심히 했습니다. 그런데 요즘 아이들은 그렇지 않습니다. 걷기 명상을 할 때 조금만 멀리 가도 힘들다고 저항을 합니다. 교육법을 어떻게 바꿔야 하나요? 아이들을 정토회로 보내서 며칠 살게 하면 도움이 될까요? 게임과 SNS에 빠져 있는 아이들을 보는 게 답답합니다.”

스님은 부모가 바뀌어야 아이들이 바뀔 수 있다고 강조하면서 젊은 시절에 청소년들을 지도했던 경험을 들려 주었습니다.

이어서 캄보디아에서 온 소비치아 스님이 부탄과 시리아 등 전 세계에서 펼치는 스님의 활동을 언급하며 어떤 방법으로 사람들과 신뢰를 형성해 나갈 수 있었는지 질문했습니다.

사람들의 마음을 얻기 위해 스님은 어떻게 신뢰를 쌓아 오셨나요?

“스님께서 부탄과 시리아, 캄보디아 등 여러 나라에서 하신 일들에 감사드립니다. 제가 생각할 때 스님이 하시는 일은 그 방식이 다른 단체와 굉장히 다르다고 생각합니다. 스님은 타인을 위해서 자기를 돌보지 않고 많은 시간을 보냅니다. 많은 사람들이 배워야 할 롤모델이라고 생각합니다. 저희 캄보디아에서는 스님처럼 활동하고 싶지만 그렇게 하지 못합니다. 왜냐하면 승려들이 크메르 루즈 정권 시기에 권력에 굴복하거나 정치에 이용되면서 국민들로부터 신뢰를 많이 잃었기 때문입니다. 물론 승려들이 신뢰를 회복하기 위해 앞으로 열심히 활동해야 하겠지만, 승려들이 사회를 위해서 뭔가 하려고 해도 크메르 루즈 정권 시기에 일어났던 일들을 바로잡기는 정말 어렵습니다.

그런데 승려들이 뭔가 하기는 해야 합니다. 그래서 불교대학교에서 제가 할 수 있는 일을 최대한 하려고 노력합니다. 신뢰를 회복하기 위해서 스님한테 아이디어를 좀 얻고 싶습니다. 스님은 사람들이 참여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어떻게 신뢰를 형성했나요? 저희 학교는 돈이 부족해서 사람들로부터 모금도 해야 하는 상황입니다.”

“물론 남을 돕는 활동을 하기 위해서는 재정이 필요합니다. 그런데 돈이 앞서면 오래가지 못합니다. 사람들과 함께한다는 관점을 가져야 합니다.


신뢰란 처음부터 형성되지 않고 시간이 많이 걸립니다. JTS는 필리핀에서 20년째 구호 활동을 하고 있는데 신뢰가 점점 쌓이니까 마을 사람들과 지역 정부가 학교를 지어 달라고 요청하게 되었습니다. 그들이 도움을 요청하면 그때부터는 JTS에서 원칙을 얘기하기가 굉장히 쉽습니다. 반대로 JTS가 뭘 해 주겠다고 할 때는 그들이 원하는 대로 해 주어야 합니다. 그러나 JTS는 주민들이 원하는 것을 주민들이 직접 나서서 하겠다고 할 때 도움을 줍니다. 그래서 항상 이렇게 주민들에게 묻습니다.

‘정말 이 일이 필요한가요? 여러분이 직접 할 수 있나요?’

이것을 반드시 확인하고 나서 JTS는 주민들을 돕습니다. 몇 가지 프로젝트가 성공하게 되면 다른 사람들에게 소문이 나니까 그 모습을 보고 점점 더 신뢰가 쌓이게 됩니다. 그래서 신뢰를 얻는 방법은 특별하게 무슨 뾰족한 수가 없습니다. 많은 시간이 필요합니다."

“스님은 보통 모금을 할 때 특정한 목적을 가지고 하나요? 사람들에게 이런 목적으로 모금을 한다고 알리고 하는지 궁금합니다.”

“제가 모금을 해 본 것은 북한 동포 돕기 운동을 할 때밖에 없습니다. 당시 북한에서 많은 사람이 굶어 죽었기 때문에 그걸 막으려면 식량을 지원하기 위해 많은 돈이 필요했습니다. 그때는 길거리에 나가서까지 모금을 했습니다. 그리고 사람들에게도 ‘사람이 굶어 죽으니까 돈을 좀 내라!’ 하고 직접적으로 말하기까지 했습니다. 그러나 그 외에는 어떤 일을 한다고 돈을 내라고는 하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민다나오 사업이든, 부탄 사업이든, 사업의 결과를 사람들에게 알리면 그걸 보고 사람들이 후원을 합니다.”

“어떤 식으로 사람들에게 사업의 결과를 알리나요?”

“현재는 특별히 따로 알리는 방법이 없습니다. 스님의 하루가 매일 정토회 홈페이지에 올라가고 있고, 즉문즉설 강연을 한 내용이 유튜브에 올라가고 있습니다. 이렇게 매일 스님의 활동을 공유하는 SNS 채널이 있기 때문에 주로 그걸 통해서 사람들이 사업의 내용을 접하고 후원을 해줍니다. 이것은 고정 독자층이 있으니까 가능한 일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다음은 인도 성지 순례를 해마다 가는 이유와 방식, 참가 자격에 대한 질문이 이어졌습니다. 작년에 인도 성지 순례를 다녀온 안챌리 님이 경험담을 들려 주었습니다.

“저는 법륜스님이 안내하는 인도 성지 순례가 부처님의 가르침과 굉장히 연결되어 있다고 느꼈습니다. 물론 열흘 동안 샤워를 못했습니다. 다섯 시간 동안 걷기도 했습니다. 침낭을 들고 다니며 순례자 숙소에서 자고, 전기밥솥으로 직접 밥도 해 먹고, 아주 힘든 여행이었습니다. 하지만 평생 잊지 못할 경험이었습니다. 여러분께 꼭 가보라고 추천드립니다.”

스님이 웃으며 말했습니다.

“다녀왔기 때문에 저렇게 말하는 거예요. 실제로 다닐 때는 힘들다고 아우성이었습니다.” (웃음)

한바탕 웃고 다시 대화를 이어 나갔습니다.

라오스에서 온 사야데지 스님(Ven. Sayadej)이 명상에 대해 질문했습니다.

아무것도 몰라도 된다는 명상 가르침을 어떻게 이해해야 할까요?

“명상 수련에 관해 질문을 드리겠습니다. 태국과 라오스에서는 스승 중에서 ‘아무것도 몰라도 된다.’라고 말씀하시는 분들이 있습니다. 어떤 분은 제자들에게 ‘경전을 다 버려라, 머리를 비워라.’라고 얘기합니다. 라오스에도 제가 아는 스님이 있어 명상하러 간 일이 있습니다. 그때 스님은 저에게 환속할 것을 권했습니다. 제가 그 스님보다 출가한 지 더 오래됐기 때문에 저한테 옷을 벗고 다시 출가해서 그 스님의 제자가 되라고 했습니다. 그래서 저는 배움을 위해 그 말씀을 따랐습니다. 그 스님이 앞줄에 앉아 계셨고 제가 그 스님을 뒤에서 따라갔습니다. 그렇게 하기 위해 저는 어쨌든 자신에 대한 집착을 놓아야 했습니다. 저는 사실 경전에 대한 지식이 많지는 않습니다. 그래서인지 제가 호흡에 집중할 때 제 머릿속에 경전이나 관련된 지식이 떠오르지 않습니다. 그냥 그 자리에 깨어 있을 뿐이었습니다. 만약에 어떤 스승이 기존에 배운 것을 버리라고 할 때, 이 가르침은 배운 사람과 안 배운 사람 모두에게 적용될 수 있는 걸까요?”

“배운 것을 버리라는 말의 핵심은 생각으로 명상을 하지 말라는 거예요. 우리가 살아가는 데에는 많은 지식이 필요하지만, 번뇌를 없애고 깨달음을 얻으려고 할 때는 생각이 장애가 됩니다. 아무것도 몰라도 깨달음을 얻을 수가 있고, 번뇌를 없앨 수 있습니다. 그러나 지식이 하나도 없다면 세상에서 아무 일도 할 수 없습니다. 세상에서 어떤 일을 하려면 아는 게 있어야 하니까요.

붓다는 깨달음으로 니르바나를 이루었지, 지식으로 니르바나를 이룬 것은 아닙니다. 니르바나란 괴로움이 없는 상태에 이른 것이며, 지식이 많든 적든 누구나 이를 수 있습니다. 그러나 붓다가 45년 동안 사람들을 교화할 때는 많은 지식이 필요했습니다. 우리가 붓다처럼 니르바나의 경지에 이르렀다 하더라도 교화 활동을 할 때는 여러 가지 지식이 필요하며, 아는 만큼 교화의 폭을 넓힐 수도 있습니다.

제가 과학적 지식이 있으니까 과학자들과 대화를 할 수 있는 것입니다. 제가 수많은 전문가와 대화를 나눌 수 있는 것도 그에 대한 지식이 있기 때문입니다. 전문가들은 지식은 있지만 번뇌가 많습니다. 저는 지식도 있지만 번뇌가 없기 때문에 대화가 가능한 것입니다. 만약 저에게 번뇌가 없다 하더라도 지식이 없다면 그들과 대화할 수가 없습니다. 왜냐하면 대화란 서로 아는 것을 주고받으며 이루어지기 때문입니다. 붓다도 왕자로서 교육을 받아 세상에 대해 아는 것이 많았기에, 깨달음을 얻은 뒤에 수많은 왕들과 세상 사람들을 교화할 수 있었던 것입니다. 그러니 경전을 읽을 필요가 없다고 오해하시면 안 됩니다.

명상을 할 때는 생각을 쉬어야 합니다. 그러나 끊임없이 생각이 일어납니다. 이것은 자연스러운 것입니다. 예를 들어, 커피 생각이 났다면, 다음으로 친구 생각이 나고, 이것이 또 다음 생각으로 옮겨 갑니다. 처음에 커피 생각이 나는 것은 자연스러운 거예요. 그러나 그 생각을 이어서 친구 생각으로 따라가면 이것은 망상이 되는 것입니다. 그때는 마음이 이미 다른 쪽으로 갔기 때문에 알아차림을 놓친 거예요. 이렇게 스토리를 만들면 번뇌가 되는 것입니다. 그러나 수많은 생각이 일어나고 사라지는 것 자체에는 아무 문제가 없습니다. 바깥에서 들리는 소리를 내버려 두고 명상하듯이, 생각이 일어나는 것에 의미를 부여하지 않고 다만 알아차림만 유지하면 됩니다.

명상을 할 때 대부분이 앉아서 많은 생각을 합니다. 그래서 피곤해지는 거예요. 편안한 가운데 알아차림만 있으면 피곤할 일이 없습니다. 그런데 많은 사람들이 용을 써서 명상을 하기 때문에 굉장히 피곤한 거예요. 그래서 5일간 명상하면 하루는 쉬는 시간이 필요한 것입니다. 사실은 명상하는 5일이 쉬는 것인데 말이죠. 그러나 초심자들은 명상을 통해 쉬는 것이 잘 안 됩니다. 잘하려고 긴장을 하기 때문입니다. 일을 잘하듯이 명상도 잘하려고 하는 것이 문제예요.

선불교에서는 선사들을 ‘할 일이 없는 사람’이라고 부릅니다. 아무 할 일이 없으므로 움직일 것도 없고 생각할 것도 없다는 것입니다. 우리가 생각한다는 것은 뭔가 할 일이 있다는 뜻입니다. 생각을 놓으라는 뜻이지 몰라야 한다는 뜻은 아닙니다. 선불교에서도 생각을 놓으라는 의미에서 ‘경을 읽지 마라!’, ‘문자를 세우지 마라!’ 하는 전통적 가르침을 강조하곤 합니다. 이것을 잘못 이해하면 배우지 않아서 무식하게 될 수가 있습니다. 그것은 잘못된 것입니다.”

대화가 점점 깊어가는 가운데 밤 9시가 넘었습니다.

“오늘은 여기까지 합시다. 내일 또 이어서 대화를 나눕시다.”

INEB 정토회 방문단은 오늘 하루를 정리하며 짧은 마음 나누기를 했습니다. 피곤함이 몰려왔지만 모두 진지하게 오늘 느낀 소감을 이야기했습니다.

“오늘 대화를 나누며 계속 스스로에게 질문을 하고 있습니다. 법륜스님은 시리아, 부탄 등 여러 나라에서 이렇게 많은 일들을 어떻게 할 수 있을까. 과연 나도 할 수 있을까. 고국으로 돌아가면 나도 최선을 다해 보겠다는 다짐을 해봅니다.”

“돌아가면 저도 교사들의 질을 향상하고 싶습니다. 아이들을 좀 더 잘 이해해야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교사들에게 명상을 가르쳐야 하나 고민도 됩니다. 행복학교 프로그램을 우리 학교에 적용해 보고 싶습니다.”

“법륜스님이 ‘무’ 화두에 대해 설명해 준 내용을 듣고 가슴이 벅찼습니다. 선불교는 저에게 신선한 충격으로 다가왔습니다.”

마음 나누기를 마친 후 모두 선유동 정토연수원으로 이동하여 잠자리에 들었습니다.

내일은 INEB 스터디 투어 4일째 날입니다. 문경 정토수련원 대웅전에서 새벽 예불을 하며 하루를 시작하여 아침 일찍 외국인을 위한 영어 즉문즉설 생방송을 하고, 오전에는 정토회의 조직과 운영에 대해 발표한 후 참가자들의 활동 소개를 듣고, 오후에는 ‘수행’과 ‘조직 운영’을 주제로 집중 토론 시간을 가질 예정입니다.

전체댓글 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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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로화

정토회원임이 자랑스럽습니다.
천천히 가르침 따라 가겠습니다.

2025-07-01 11:57:04

길상화

감사합니다

2025-07-01 11:15:52

차덕환

명상은 생각도 쉬는 것임을 알겠습니다.

2025-07-01 10:32: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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