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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오늘은 방콕에서 비행기를 타고 부탄 파로에 도착한 뒤, 다시 차로 8시간을 이동해 트롱사에 도착했습니다.
오전 7시 30분, 방콕 수완나품 국제 공항을 출발해 현지 시각 11시에 부탄 파로 공항에 도착했습니다.
스님은 JTS 워크숍에 참가하는 부탄 공무원들에게 줄 선물을 정성껏 준비해 왔습니다. 짐이 제법 많았던 터라, 공항 직원이 직접 짐을 찾아 공항 밖까지 옮겨 주었습니다.
공항 밖으로 나오자, 부탄 내각실 공무원 이시 님이 스님에게 하얀 천을 걸어 주며 한국어로 인사를 건넸습니다. 약 넉 달 만의 재회입니다.
“안녕하세요, 스님.”
스님은 천을 다시 이시 님에게 걸어 주었습니다. 반갑게 인사를 나누고 오전 11시에 파로에서 트롱사로 출발했습니다.
한참을 달리던 중 운전기사가 브레이크에 이상이 있는 것 같다고 말했습니다. 운전기사는 두 달 전에 운전을 시작한 신입 기사로, 원래도 긴장한 상태였는데 더욱 긴장한 기색이 역력했습니다. 스님이 긴장을 풀어 주려는 듯 부드럽게 말했습니다.
“오늘 안에 도착하기만 하면 돼요. 서두를 필요는 없어요.”
근처 로베사에 차를 세우고 식당에서 간단히 부탄식으로 점심 식사를 하고, 운전기사가 정비소에 가서 차량을 점검하고 왔습니다. 기사는 오늘 기온이 30도를 넘고 햇살이 유난히 강해 차량이 열을 받은 것 같다며, 잠시 식힌 뒤 출발하면 문제없을 거라고 설명했습니다.
차의 열을 식힌 뒤 다시 트롱사를 향해 출발했습니다. 얼마 지나지 않아 비가 내리기 시작했습니다. 해발 3000미터를 넘어서자 시원한 바람이 불어 더위를 식혀 주었습니다. 차는 구불구불한 도로를 따라 쉼 없이 달렸습니다.
세 시간이 지나 스님이 말했습니다.
“운전기사가 너무 피곤하겠어요. 잠시 차도 마시고 쉬었다 갑시다.”
차를 마시며 잠깐 쉬었다가 오후 5시 20분에 다시 출발했습니다. 오후 6시 45분이 되어 1박 2일 동안 워크숍이 열릴 트롱사 텐델 리조트에 도착했습니다. 부탄에 파견되어 있는 공동체 실무자들이 삼배를 올리며 인사했습니다. 스님은 그동안 부탄에서 JTS 사업을 진행해 온 실무자들을 격려했습니다.
“수고했습니다.”
저녁 7시에 식사를 하고 업무를 보다가 부탄 실무자들과 내일 워크숍과 향후 일정에 대해 논의한 후 하루를 마무리했습니다.
내일은 트롱사에서 보청기 전달식을 하고 트롱사 소속 공무원들과 워크숍을 시작할 예정입니다.
오늘은 법문이 없었기 때문에 지난 15일 대전에서 열린 행복 시민 활동 큰 잔치에서 스님과 질문자가 나눈 대화 내용을 소개하며 글을 마칩니다.
“저는 결혼한 지 26년 되었고, 딸이 둘 있습니다. 지난 10년 동안 ‘이혼하고 싶다.’라는 마음과 ‘이혼 안 해서 다행이다.’라는 마음 사이를 오가며 살아왔습니다. 그러다 1년 전부터는 이혼하고 싶은 마음이 더 강해졌고, 지금은 별거를 앞두고 있습니다. 하지만 정말 이혼하는 게 좋을지 여전히 고민됩니다. 이혼하고 싶은 이유는 남편과 함께 있는 시간이 너무 불편하고 스트레스가 심해서입니다. 남편은 집에서 TV를 보거나 자기 방에 혼자 있는 시간이 많습니다. 남편이 즐겨보는 TV 프로그램도 대부분 제가 싫어하는 종류입니다. 그래서 남편과 함께할 거리도 없고, 남편도 제 눈치를 봅니다. 이런 상황이라면 차라리 이혼하고 각자 편하게 사는 게 나을 것 같습니다. 이혼할지 말지 계속 맴도는 고민에서 벗어나고 싶습니다. 조언을 부탁드립니다.”
“이혼은 본인의 자유입니다. 그런데 스님인 제게 이혼을 묻는 건 사실 물으나마나예요. 스님은 혼자 살잖아요? 그러니 누가 이혼한다고 하면 저는 오히려 환영이에요. (웃음) 결혼한다고 하면 반대고요. 그래도 지금 말한 내용만으로는 이혼 사유가 된다고 보기는 어렵습니다.”
“제가 어리석은 생각에 사로잡혀 있는 것일까요? 정말 무엇이 문제인지 잘 모르겠습니다.”
“어리석은 생각에 사로잡혀 있는 거예요. 남편이 어떤 행동을 해서 꼴 보기 싫다면, 그건 사실 내 문제입니다. 남편이 나를 못살게 구는 것과는 좀 다른 문제예요. 폭언이나 폭력을 행사한다든지, 술을 마시고 소란을 피운다든지, 바람을 피우거나 돈을 탕진한다면, 남편이 실제로 나를 괴롭히는 게 되겠죠. 그런데 남편이 혼자 TV를 보거나 자기 방에만 있다거나, 나와 대화를 잘 안 한다는 건 남편이 나를 괴롭히는 게 아니라 내가 원하는 방식대로 안 해 줘서 생기는 불만입니다. ‘남편과 대화하고 싶다.’, ‘같이 밥을 먹고 싶다.’ 하는 바람이 있는데, 남편이 안 해 준다는 거예요. 그러니 이 문제는 내 생각만 바꾸면 아무 문제가 없습니다.”
“그런데 그걸 몇 년간 노력해도 안 돼서요.”
“질문자가 안 되는 거 아니에요?”
“네, 그렇게 안 되는 걸 붙잡고 괴롭게 사느니 나부터 행복해야 한다는 스님의 말씀이 정말 와닿았거든요.”
“그럼 질문자도 그렇게 하면 돼요”
“그래서 저도 ‘남편이야 죽든지 말든지, 나부터 행복하자.’ 하는 생각이 듭니다. 이혼해야 그게 가능할 것 같고요.”
“그래요. 그런데 저는 ‘나부터 행복해야 한다.’라고 말했지, 애들하고 떨어져 살라는 말은 안 했어요. 남편은 그냥 두고 나부터 행복해야 한다는 겁니다.”
“그런데 남편과 함께 사니까, 제가 행복해지는 게 제 능력으로는 안 되는 것 같아요. 그 스트레스를 감당하기가 너무 버거워요.”
“남편이 자기 방에 앉아 조용히 TV를 보는데, 그게 질문자하고 무슨 관계가 있어요?”
“저는 같이 보드게임도 하고 싶은데, 제가 몇 번이나 ‘여보, 우리 보드게임도 하자.’라고 해도 안 한대요.”
“보드게임을 안 한다고 이혼까지 하나요?” (웃음)
“저는 진짜 남편과 같이 못 살겠어요. 남편도 제 눈치를 보고요.”
“이해는 돼요. 저도 그런 유형의 사람을 만나 상담을 한 적이 있습니다. 우리가 흔히 말하는 이혼 사유하고는 좀 성격이 달랐습니다. 제가 예전에 상담했던 이혼 사유 중에 이런 경우가 있었어요. 남편은 명문대를 졸업하고 좋은 직장에 다니는, 누가 봐도 결혼 잘 했다고 할 만한 사람이었어요. 그런데 아내는 이 남자하고는 못 살겠다는 거예요. 이유가 뭐냐면, 비 오는 날 호텔 커피숍에 가서 창밖을 보며 커피를 마시고 싶은데, 남편은 ‘비 오는데 뭣 하러 나가?’ 하는 사람이었습니다. 바닷가 산책을 하자고 해도 ‘바람 부는데 왜 가?’라는 반응이 돌아왔고요. 이런 게 도저히 자기 취향하고 안 맞다는 얘기였습니다. 또, 남편이 퇴근하면 늘 제시간에 들어왔다고 해요. ‘친구 좀 만나고 오지 그래?’ 해도 딱 맞춰서 들어오고요. 그래서 이혼하려니까 친정 식구들이 다 미쳤다고 반대했어요. ‘그렇게 착하고 능력 있는 사람과 왜 헤어지려 하냐?’면서요. 그래서 저한테 상담하러 왔길래, 저도 ‘그만한 일이 이혼 사유가 되나요? 혼자 가서 커피 마시면 되죠.’라고 대답했습니다. 그런데 결국 1년 후에 이혼했습니다.
그 후에 어떤 남자와 재혼했는데 열 살이나 나이가 더 많은 사람이었어요. 그런데 비 오는 날 같이 커피 마셔 줄 수 있는 사람이었다고 해요. 그 이후는 제가 듣지 못했지만 대충 짐작이 가죠? 자기 성향이 그런 거니까 저도 이해는 합니다. 질문자도 그와 비슷한 경우라고 생각해요. 그런데 남편을 그냥 놔두고, 나부터 행복해지는 연습을 한번 해 보는 건 어떨까요?”
“20년 넘게 주부로 살다 보니 지치기도 해서, 남편과 딸들만 살게 두고 저 혼자 나와서 1년 정도 살아 보기로 했어요. 쉬면서 나만의 시간을 가지면 제 마음도 좀 달라지지 않을까 싶어서요. 그런데도 여전히 ‘아예 이혼하는 게 낫지 않나.’ 하는 생각이 머릿속에서 떠나질 않습니다.”
“그럼, 제가 무슨 말을 해도 ‘스님이 나를 몰라서 저런 말씀하시네.’라는 말을 하겠죠?”
“아닙니다. 정말 믿고 듣겠습니다. 스님께서 저를 꿰뚫어 보시고, ‘너는 이혼할 위인이다.’ 혹은 ‘이혼할 위인이 못 된다.’라고 단호하게 말씀해 주시기를 바라거든요. 그냥 날카롭게 말씀해 주세요.”
“알겠습니다. 날카롭게 말씀드리겠습니다. 내일 당장 병원에 가 보세요.”
“병원에 다녀왔어요.”
“신경 정신과에 다녀왔어요?”
“3주 전에 갔고, 의사가 약을 먹으라고 해서 2주 정도 먹었어요. 그전에는 더 힘들었는데 약 먹은 후로 잠도 좀 자고 마음도 편해졌습니다. 그래서 의사와 상의해 약을 끊었어요.”
“아니에요. 정신과를 한 군데만 가 보지 말고 필요하다면 옮겨 보세요. 약도 2주 먹고 끝낼 게 아니라, 약을 바꿔 가면서 서너 번은 조율해야 자기한테 맞는 약을 찾을 수 있습니다.”
“한 번 약을 바꿨는데 너무 잠을 못 자서 그만뒀어요.”
“그러면 다시 다른 약으로 바꿔야죠. 지금 병원이 안 맞는다면 한번쯤 다른 병원도 가 보세요. 여러 군데를 옮겨 다니는 건 좋지 않지만, 지금은 한 번 더 시도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지금은 이혼이 문제가 아니라, 질문자가 자기 감정을 감당하지 못하는 상태가 된 것이 더 큰 문제입니다. 정말 이혼하고 싶다면, 남편과 함께 살아도 아무 문제가 없을 정도로 자신이 안정되었을 때, 그때 이혼해도 늦지 않아요. 지금 상태는 함께 살 수 없어서 이혼하려는 거잖아요. 그건 나중에 후회할 가능성이 큽니다. 사실은 남편과 함께 살아도 아무 문제가 없을 정도가 되어야, 헤어지고 나서도 혼자 잘 살아갈 수 있어요.
같이 못 살겠다는 이유가 남편이 때리거나 폭언을 한다든지, 어떤 폭력적인 상황이라면 당연히 보호받아야 합니다. 그런데 지금의 문제는 그런 외적인 상황이 아니라 질문자의 심리 불안 때문에 못 견디는 거예요. 그리고 머릿속에서 계속 이혼 생각이 떠나지 않는다는 건 정신 질환입니다. 어떤 생각이 떠올랐는데 그게 머릿속에서 떠나지 않고 계속 작용한다면 정신 질환에 속해요. 그러니 남편이 문제가 아니라 질문자가 정신 질환을 앓고 있는 상태입니다. 먼저 치료한 다음에 그때 가서 이혼해도 늦지 않아요. 지금은 자기 판단이 객관적이지 못한 상태입니다.”
“네, 그럼 지금 별거를 하기로 했는데, 제가 그냥 혼자 살아 보는 건 괜찮을까요?”
“그럴 때는 남편에게 ‘당신이 싫어서 별거하겠다.’라고 하지 마세요. 별거라는 표현 자체도 피하는 것이 좋습니다. 지금은 남편도 심리적으로 예민한 상태라 누군가에게 자꾸 자극받으면 더 힘들 수 있으니까요. ‘여보, 내가 병원 치료를 받고 있는데, 잠시 혼자 있으면서 지내 봤으면 해요.’ 이렇게 말하면 좋습니다. 별거하겠다고 선언하고 나가면 자기 결정을 합리화하려는 심리가 작동합니다. ‘남편과 헤어지는 게 좋다.’ 하는 내 판단이 옳았다는 것을 증명하려는 심리가 생기게 되는 거예요. 그래서 생각이 머릿속에서 계속 반복되는 겁니다. 결국 끝까지 밀고 나가야 일관된 선택처럼 보이니까 그냥 이혼까지 가게 되는 겁니다. 혼자 나갔다가 시간이 지나 ‘여보, 집에 다시 왔어요.’ 하면 이전 판단이 틀렸다는 것을 인정하는 꼴이 되잖아요. 사람은 보통 그걸 피하려고 합니다. 그래서 자기도 모르게 억지를 부리게 되는 거예요. 첫 단추를 잘못 끼우면 두 번째, 세 번째 단추도 계속 어긋나는 것처럼 그런 심리가 작용하는 겁니다.
그러니 처음부터 ‘별거하겠다.’라고 선언하지 마세요. 남편이나 아이들과 대화가 가능하다면 이렇게 솔직하고 부드럽게 말해 보는 것이 좋습니다.
‘내가 지금 정신과 약을 먹고 있고, 심리 상태가 좀 불안한 편이야. 자꾸 불만이 생겨서 의사와 상담해 보니, 누구의 잘못이 아니라 내 심리 불안 증세 때문이라고 해. 이럴 때는 자극을 덜 받으면 좋다고 하니, 잠시 혼자 있어 보고 괜찮아지면 다시 집으로 돌아올게. 조금 비용이 들더라도 이렇게 해 보는 게 좋겠어.’
이렇게 말하면 남편이나 아들 입장에서도 수용을 하기가 쉽습니다.”
“네, 지금 그렇게 얘기를 해 놨거든요. 스님 말씀대로 한번 해 보겠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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