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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틈으로 삼겹살 굽는 냄새가 스멀스멀 들어온다. 육식보다는 채식을 위주로 하여 최근 고기를 먹지 않았다. 그런 이유로 내가 명상에 들어가자마자 모자가 저녁으로 고기를 굽는가 보다.
잠시 후 딸이 퇴근하면서 "어! 아빠 배신감 느끼겠구만, 난 저녁 먹었어"라며 자기 방으로 들어간다. 그래도 딸의 말에 위로가 된다.
이렇게 나의 7일간 명상이 시작되었다.
첫날은 약간의 졸음으로 하루가 마무리되고, 둘째 날은 혼침으로 어떻게 보냈는지 기억이 없다.
3일째 새롭게 시작하는 마음으로 심기일전하여 돌입했으나, 웬걸 이번엔 다리 통증으로 정신이 없었다. 아무리 호흡에 집중해 보지만, 심각한 통증은 이 악물고 참는 방법밖엔 없었다.
몇 번의 다리를 풀고 싶은 욕구가 있었지만, 꾹 참고 4일째를 맞이한다.
늘 그렇듯 산 넘어 산... 통증은 더욱 심해지고 골반이 내려앉는 듯한 아픔이 정신을 혼미하게 하였다. 여기까지 와서 항복할 순 없지! 아무리 참고 참지만, 고통은 더욱 심해지고 거의 포기 상태에 이르러 몸에 힘이 빠진다. 바람 빠진 풍선처럼 몸이 축 처진 상태에서 마음을 살펴보니, 내가 통증의 늪에 빠져 허우적거렸음을 알게 되었다. 처음부터 다시 자세를 갖추고 힘을 뺀 상태에서 호흡에 관심을 가지니 집중이 되기 시작했고, 통증에 관심을 덜 뺏기고 있었다.
이렇게 서서히 통증의 늪에서 빠져나와 5일째는 환희의 하루를 시작하겠구나! 싶었다.
다음날, 나의 이 섣부른 판단에 죽 쒀서 개 줄 뻔한 사태가 일어났다. 통증이 그렇게 쉽게 가시진 않았다. 괜히 마음만 들뜨고, 오전 내내 통증에서 호흡으로 밀당을 했다. 그러다 서서히 호흡에 집중이 되면서 통증은 사라졌다.
이후 6일째 온갖 생각이 올라왔다. 자잘한 생각은 올라오면 알아차리고 잘 흘려보냈으나, 미세하고 깊은 생각은 알아차리지 못한 채 생각 속에 갇혀 이런저런 망상을 하고 있음을 뒤늦게 알아차렸다.
마음속 깊이 묻혀있던 아버지와의 관계, 가족과의 관계에서 차마 꺼내지 못했던 심정들이 하나둘 일어나고 있었다. '그랬구나! 그래서 그랬구나!'라면서 흘려보내니 그 안에 '나라고 고집하고 이래야 된다'라고 했던 나의 모습들이 투영되면서 사라졌다.
일주일간 '아침마다 들려오는 드라이 소리도, 식탁에서 도란도란 얘기하는 소리도, 저녁이면 텔레비전 소리와 왁자지껄한 웃음소리도 나의 명상을 지도하는 공부 거리였구나!'라고 생각하니 이번 명상은 몸도 마음도 한결 가볍고 편해지는 느낌이다.
일주일간 지도한 스승님... 그리고 뒤에서 도움 준 관계자분들 그리고 온, 오프로 함께한 도반들 수고하셨습니다. 고맙습니다.
막상 소감문을 작성하려니 이런저런 생각들이 납니다. 명상하는 과정은 힘들었지만, 소감문을 쓰는 지금은 감사함과 안도감 같은 편안함이 있습니다.
명상 시작부터 스님께서 '명상은 쉼이다'라고 했는데, 나는 큰일이라도 하는 듯한 느낌이었습니다. 누가 뭐라고 하지 않는데도 명상하는 동안 바짝 긴장해서 숨을 편안하게 쉴 수가 없었습니다. '왜 그럴까?'라고 생각하기보다는 안내하는 대로 다만 코끝에 집중해 보는 연습을 했습니다.
여전히 숨은 잘 쉬어지지 않고, 가슴은 답답했고, 마음은 조급했고, 눈치 보는 느낌이 끝없이 올라왔습니다. 그 와중에 밖이 아닌 나를 돌아보는 계기가 있었습니다.
저는 본채와 떨어진 황토로 만든 방에서 명상했습니다. 그 방에 명상에 필요한 물건들을 가져다 놓고 본채와는 완전히 별개의 공간에서 명상했습니다. 농촌의 주택이다 보니, 황토방 앞의 툇마루에 얼마 되지 않는 고추를 남편이 가져다 놓았던가 봅니다.
이 고추로 인해 부모님의 싸움이 시작되었습니다. 어머니는 "고추 말리는 기계에 넣지. 왜 여기 두냐?"라고 하고 아버지는 "이 정도의 양으로는 고추 말리는 기계에 넣을 수 없다"라고 합니다. 또 어머니는 "전기요금 내라고 안 한다. 기계에 넣어라. 그냥 버리기는 아깝다." 아버지는 "저 큰 기계에 요거 넣어서는 안 된다. 썩어도 별수 없다"라고 합니다.
그 싸움 소리에 나는 '전기 요금은 내가 내는데, 엄마는 자기가 내는 것처럼 얘기하네'라면서 기분 나쁜 마음이 들기도 했지만, 조마조마한 마음이 더 컸던 것 같습니다.
언제부터인지는 모르지만, 명상이 끝날 무렵엔 밖의 싸움에 나도 합류해서 함께 싸우고 있었습니다. 두 번 정도의 명상은 거친 호흡과 오르락내리락하는 마음으로 명상을 마쳤습니다. 잠깐의 휴식 시간까지 부모님의 싸움을 생각하고 있었는데, 갑자기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맞아! 저 정도의 양으로는 건조기에 넣기에는 너무 낭비 같으니 아버지 말씀도 맞네', '그렇지만 아까운 수확물을 그냥 버리기는 너무 아깝다. 그러니 어머니 말씀도 맞네', '내가 전기 요금 내는 것도 사실이네', '그럼 누가 옳고 누가 그르단 말일까?', '옳고 그름이 없네. 누구 하나 틀린 사람이 없구나!'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래! 서로 다르구나. 생각이 다르고 입장이 다르구나'라고 다름을 알아차렸습니다.
거기에 스님 법문도 떠올랐습니다. "부모가 싸우면 자식이 안절부절못한다"라는 말씀에 '성인이 된 나는 아직도 부모로부터 독립하지 못했구나' 싶었습니다.
웃음이 났습니다. 내가 얼마나 착각 속에 살고 있었는지 알았습니다. 내가 부모님의 싸움에도 관여하고 싶어 하고, 얼마나 '내가 옳다'라고 하면서 살고 있었는지도 알게 되는 시간이었습니다. 내가 어떤 사람인지 알고 나니, 저절로 마음이 숙어졌습니다.
이번 명상을 통해 남편이 "당신 고집 세다"라고 하면 "웃기는 소리 하지 말라"라고 했던 저를 확실하게 보았습니다. 밖이 아닌 안으로 돌이키는 연습, 자각의 시간, 자각만이 나를 변화시킬 수 있다는 법문을 체험한 시간이었습니다.
이런 시간을 지도해 준 스승님, 감사합니다. 나도 행복하고 남도 행복한 이 길을 꾸준하게 나아가겠습니다. 고맙습니다.
명상 수련! 할 때는 너무 힘들지만, 하고 나면 몸과 마음을 깨끗하게 씻어 햇빛에 잘 말린 듯 정화된 개운함과 성취감이 좋았습니다. 고기 굽는 냄새를 이겨내고, 명상하면서 부모님과의 싸움에 합류한, 두 분의 솔직한 수련 이야기가 미소 짓게 합니다. 현실의 그 어떤 소리와 방해물에도 통증을 이겨내고 자신을 살펴볼 수 있어서 다행입니다. 문경수련원이 그립지만, 수련원이 아닌 제가 처한 현실에서도 호흡을 알아차리고 깨어있고자 합니다.
글_김창희(행복본부 광주전라), 구영희(행복본부 해외)
편집_김윤희(강원경기동부지부 용인지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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