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토행자의 하루

제주지회
'못살'에서 ‘보살’로의 변신
김문정 님 두 번째 이야기

10차 천일결사 시작할 즈음 제주도에 드디어 세 번째 법당이 이제 막 자리를 잡았습니다. 세 법당을 기반으로 지금의 제주지회가 탄생했습니다. 제주 도반들과 함께 어떤 사연을 가지고 지금의 제주지회를 일궈냈을지 궁금합니다. 언제까지라도 정토회의 큰 원과 함께 나아 가겠다는 전 제주지회장 김문정 님의 수행 사례담, 들어 보겠습니다.

희망리포터들과 한밤의 온라인 인터뷰_아래 김문정 님
▲ 희망리포터들과 한밤의 온라인 인터뷰_아래 김문정 님

문정아, 그렇게 안 해도 괜찮아!

저의 수행과제는 ‘불안함을 보기’입니다. 저는 늘 불안합니다. 잘해야 하니까 늘 불안하고 조마조마한 게 있습니다. 서원행자 교육받던 당시 집중과제로 ‘불안감’을 보며 300배 정진을 하던 중 일주일째 되던 날, 갑자기 평생 저를 쪼아가며 불안하게 살았던 제가 너무 안돼 보였습니다. 늘 칭찬받으려 하고, 인정받고 싶어하고, 잘하려고 하는 이런 것들이 저를 계속 종종거리게 한다는 것을 순간 깨달았습니다.

그때 눈물이 펑펑 나면서 ‘문정아 그렇게 안 해도 괜찮아!’ 그 마음이 올라오는데, 제 평생 처음으로 하는 저 자신과의 화해였습니다. 다른 도반들한테는 실수해도 괜찮다고 하면서 저 자신한테는 마음에서부터 안 괜찮아했습니다. 그런데 처음으로 제가 저한테 ‘괜찮아!’라고 말하는 순간, 진짜 괜찮아졌습니다.

“문정보살 진짜 편해졌네! "
"우리 지회장님 진짜 변했다.”

도반들이 옛날에는 일이 잘 안되면 제 미간이 찌푸려져서 눈치 보였는데, 그 뒤로는 제가 회의를 널널하게 진행해서 고맙다고 합니다. 제가 그때이후로 괜찮다는 것을 알고 나니 도반들에게 편하게 일을 맡길 수 있었습니다. “보살님 진짜 괜찮아요. 그만큼만 하시면 되어요!” 이 말이 진심이 되는 겁니다. 그래서 너무 편안해졌습니다.

제 불안을 해소하기 위해서 정진했고 저 자신과 화해했을 뿐인데, '나'를 믿고 편안해지는 순간 다른 도반들한테 소임을 못 나눴던 과제가 같이 해결되었습니다. 이것이 저한테는 굉장한 가르침이었고, 큰 성장의 시간이었습니다.

인도 성지순례
▲ 인도 성지순례

아침 정진 못 해 쏘아 올린, 전국 최초의 새벽 공동 정진

제가 아침 기도를 잘 못 해서 모둠장들에게 요청했습니다. “우리 랜선으로 만나서 같이 하면 어때요, 저 좀 도와주세요!”라고 해서 시작한 게 2020년 가을이었습니다. 나중에는 지회별로 의결 안건이 되어 전국으로 확산한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제주지회는 2021년 임시 기간 매주 정해진 시간에 온라인 사랑방(지금의 랜선 카페)을 열었습니다. 매일매일 특정한 시간에 지회장이 사랑방 지기가 되어 계속 미트 화상대화방을 열어놓는 겁니다. 마치 법당문 열고 들어오면 도반들을 만날 수 있듯이, 아무나 들어와 만날 수 있게 했습니다. 누구를 만날까 기대 반 설렘 반으로 들어와 서로 반갑게 웃음꽃을 피우던 도반들이 생각납니다. 그리고 지역에 실천활동지도 없고, 코로나 때문에 실천활동이 위축되던 시절 실천활동 사업 설명회를 열어 도반들 의견을 받고 지회 사업을 몇 개 안착시키기도 했습니다.

지회장 소임은 참 귀중한 소임입니다. 도반들과 함께 지역 사업을 계획하고 현장에서 신나게 활동해 볼 수 있습니다. 만약 누군가에게 지회장 소임이 온다면 기꺼이 받아 한번 재미있게 해 보면 좋겠다는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신제주법당 불사 당시 도반들과 청소_맨 왼쪽 김문정님과 아들
▲ 신제주법당 불사 당시 도반들과 청소_맨 왼쪽 김문정님과 아들

나 하나 편안해지니

불교대학에 입학해서 처음에는 도반들과 나누기할 때마다 자주 울었습니다. 덜덜 떨면서 이야기할 정도로 마음이 아주 불안했습니다. 원인을 알 수 없는 습진 때문에 손에서 물집과 진물이 올라와 장갑을 끼고 다닐 정도로 몸과 마음 모두 힘든 시절이었습니다. 제가 한때는 전법도 잘 못 했습니다. 아쉬운 소리 하는 것이 싫어서 “여기 좀 다녀 보세요.”라는 말을 못 했습니다. 지금은 제가 직접 바뀌는 경험을 했기 때문에 당당하게 권할 수 있습니다.

제가 욕심도 많고 잘해야 하니까, 저를 들들 볶으면서 힘들게 사는 스타일입니다. 아마 그대로 달려갔으면 저도 망가지고 아이들도 망가졌을 겁니다. 2015년부터 제가 봉사를 일로 했든 욕구로 했든, 붙어 있어서 이 법 만난 결과를 돌아보면 진짜 감사한 마음입니다. 제가 아침 기도 나누기 때마다 ‘부처님을 진짜 찬탄하고 공경합니다!’라는 말을 꼭 쓸 수밖에 없습니다.

제가 100일 전법 발원문 ‘이 법 만나서 나 하나 편안해졌는데, 내 주변이 함께 편안해졌다.’를 읽을 때마다 울었습니다. 제가 진짜로 변했습니다. 제가 바뀌니 우리 아이도 변했고 남편도 편안해졌습니다. 저는 이것이 기적같습니다.

언제 법복 입고 법회 참석 되느냐고 묻는 김문정 님 아들
▲ 언제 법복 입고 법회 참석 되느냐고 묻는 김문정 님 아들

처음 법당 다니고 활동할 때 귀가 시간이 늦으면 아이들에게 미안하단 말을 많이 했습니다. 엄마가 “미안해” 그러면 아이들에게 엄마는 잘못한 사람이 됩니다. 제가 어느 순간, 이렇게 말할 일인가 싶어서 “누구야 엄청 고마워! 네가 종일 잘 있어 준 덕분에 엄마가 진짜 잘 보냈어, 네가 엄마를 도와준 거야!”라고 했습니다. 그 뒤로는 아이들의 태도가 “엄마 뭐 없어? 갔다 와!”로 바뀌었습니다. 제가 여러 소임을 겸직하느라 일주일에 19개 회의로 종일 앉아 있을 때도 아이들은 큰 불만 없이 잘 지냈습니다. 아이들이 긍정적으로 받아들이느냐 안 받아들이냐는 제 마음 자세에 달렸다는 걸 알았습니다. 그래서 저도 아이들에게 미안한 게 아니라 고맙습니다. 그 고마움이 또 아이들의 자긍심을 키웁니다.

남편도 처음에는 “좀 돈 벌고 해라! 그 능력 썩히기 아깝다.”라고 이야기했습니다. 그런데 옛날처럼 남편을 들들 볶지 않고 편하게 해주니까, 돈 안 벌고 살림 안 해도 아이들하고 잘 지내는 게 더 좋다고 합니다. 제가 돈 버는 것보다도 마음 편안하게 잘 지내는 게 더 좋다고 이해해 주는 남편이 진짜 수행자 같습니다.

남편한테 못 숙였는데 지금은 정말 고마우니까 완전히 엎드립니다. 남편이 저를 혼내면 다 맞는 말만 하니까 “맞아, 자기 말이 맞다” 합니다. 정말 제가 이 법 만나고 봉사하면서 두루두루 사람 됐습니다. 이 길을 열어준 부처님의 위대함을 나날이 느끼고 진심으로 귀히 여기는 마음이 생겼습니다. 지금 정말 행복하고 좋습니다.

신제주 법당 정리불사(철거!!) 도반들과 마지막 청소_맨 앞 김문정님
▲ 신제주 법당 정리불사(철거!!) 도반들과 마지막 청소_맨 앞 김문정님

문제해결의 지름길

저는 사회 문제에 원래 관심이 많은 편이었지만, 제 문제가 클 때는 스님이 사회 문제를 말씀해도 나와는 먼 이야기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지금은 세상일에 대해 고민하고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곧 내 문제를 해결하는 일임을 조금은 알았습니다.

최근에 있었던 일인데 저희 지회는 평화 통일 정진을 합니다. 한 달에 한 번 발원문을 읽고 300배를 하는데 저는 발원문과 관계없이 '내 마음의 평화가 세상의 평화다, 나부터 돌이킨다'라는 생각으로 개인 정진을 많이 했습니다. 그런데 우리 지회 법사님이 우크라이나 전쟁에 처한 사람들을 위해 기도했다는 나누기를 들었습니다. 그날따라 '그런 큰 원으로 기도하면 이 자잘한 번뇌들이 아무것도 아닐 거'라는 생각이 딱 들었습니다. 그 뒤로는 먼 나라 이야기 같았던 사홍서원이 읽을 때마다 감동으로 다가옵니다.

담당 불교대 학생과 JTS 캠페인_오른쪽 김문정 님
▲ 담당 불교대 학생과 JTS 캠페인_오른쪽 김문정 님

지금은 대승보살의 원이랄까 이런 것들이 제 문제를 해결하는 지름길이라는 생각을 많이 합니다. ‘내가 사홍서원을 가지고 기도할 때 내 문제가 저절로 해결되겠다, 세상을 위해서 활동하고 기도할 때 관점만 잘 잡으면 이게 곧 내 문제겠다.' 이런 마음이 듭니다. 실제로도 제 문제를 많이 해결했습니다. 스님의 원이 어떤 의미인지 조금은 알 것 같습니다.

스님이 발품 팔아가며 평화를 외치고, 환경을 이야기하는 것이 다 연결되었기 때문에 그렇구나를, 깨닫습니다. 스승의 원으로 그려진 정토행자의 서원과 정토회 설립 목적이 이제 조금 제 목적과 만나고 있습니다. 저도 정토행자의 서원처럼 그렇게 살고 싶은 마음입니다. 그 방향으로 가는 과정에서 제일 먼저는 수행자로서의 관점을 놓치지 않는 것임을 잘 알고 있습니다. 그래서 어떤 일을 하든 성과가 좀 안 나도 ‘내 마음이 편안한가? 나는 지금 갈등이 없고 고민이 없는가?’를 항상 놓치지 않으려 합니다.

신제주 법당 개원법회_왼쪽 뒷줄 두 번째 김문정 님
▲ 신제주 법당 개원법회_왼쪽 뒷줄 두 번째 김문정 님


정토행자의 하루 첫 인터뷰 소임을 마쳤습니다. 인터뷰하며 느꼈던 감동을 글로써 다 표현할 수 없어 아쉽습니다. 많은 도반이 온라인 공간에서라도 이 감동을 함께 나누면 좋겠습니다. 그러면, 이 좋은 법이 좀 더 에너지 넘치고, 단단해지지 않을까? 기대합니다. 귀한 시간에 기꺼이 후배 도반들을 위해 인터뷰해준 김문정 님에게 고맙습니다. 우리는 모자이크 붓다입니다. 언제나 이 법과 함께 하며, 수행 정진하기를 기원합니다. 감사합니다.

글_김경호 희망리포터(광주전라지부 전주지회)
편집_박은영(대전충청지부 천안지회)

전체댓글 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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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은주

김문정보살님 저는 해외에서 김문정보살님을 이런저런 행사나 회의에서 두어번 뵀는데 보살님의 표정과 몇마디 말씀에서 뭔가 바뀌어 굉장히 편해져있다는것을 너무나 잘 알수 있었습니다. 한줄 한줄 읽으면서 눈물이 나네요. 부처님의 길을 따라 잘 가주셔서 감사하고 저희에게 경험을 나누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아이들이 어릴때 이렇게 편안해지셔서 참 부럽습니다.

2023-04-29 16:29:25

이하림

김문정보살님~ 읽으면서 넘 감동이었습니다. 나누어주셔서 감사해요.
저는 늘 한켠에 보살님께 감사한마음 가지고 있어요.
덕분에 이자리까지 올수있었고 전법활동가로 잘 하고 있습니다.
아이들이 넘 예쁘고 멋지네요^^ 기적이라 얘기하신것 처럼 저도 그렇게 닮아가고 싶습니다 감사합니다💕

2023-04-27 11:29:39

이옥희

자기 변한 이야기를 하는데 이렇게 감동인 것은
나도 그럴 수 있겠다는 공감이 되기 때문이겠지요?!
괜찮다. 감사하다 가 진심이 될 때 내가 얼마나 편안한지 알 것 같습니다
귀한 체험 나누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2023-04-26 12:43: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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