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토행자의 하루

대구경북지부
내가 독재자라니!
신혜정 님 두 번째 이야기

섬세하고 여리지만, 일을 할 때만은 '나를 따르라!' 외치는 장군같아 도반들이 '신장군!'이라 불러주었다는 신혜정 님의 10차 대구경북지부장 소임 두 번째 이야기입니다.

우째! 이런 일이?

특위로 활동하고 있는데 지부장으로 선출되어 부담스럽고 당황스러웠습니다. ‘나에게 우째! 이런 일이?’ 그러나 안 한다고 할 수도 없기에 ‘한 번 해보지 뭐’하며 받았습니다. 한 번은 이런 일이 있었습니다. 어느 지회에서 소임자를 대거 바꾸었습니다. 지부장인 저에게 사전 상의나 사후 보고를 하지 않았고, 한참을 지나 실무 라인을 통해 소임자 변경을 알게 되었습니다.

지회장에게 어떻게 이런 일이 일어났는지 물어보니, 지회 내 인력 사정을 반영한 결정이었고, 사전 상의나 보고는 본인이 놓쳤다고 죄송하다고 했습니다. 전후 사정을 들어보니 이해는 할 수 있었지만, '그래도 이건 아니지'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 상황은 공론화 과정을 통해 조직책임자로서 함께 성장할 좋은 기회인데, 제 마음 속에 그 도반이 잘못했다는 생각과, 제가 옳다는 생각을 고집하고 있어 가볍게 공론화할 수 없었습니다.

내가 독재자라니!

2021년 9월 불교대학 반별활동 중 봉사자들과(왼쪽 세 번째 신혜정 님)
▲ 2021년 9월 불교대학 반별활동 중 봉사자들과(왼쪽 세 번째 신혜정 님)

불교대학 홍보 기간에 한 도반이 제게 독재자라고 했습니다. 순간 화가 확 올라와 운전하는 차를 세웠습니다. 제가 평소 그 도반에게 말도 굉장히 조심히 했고 일에는 많은 권한을 주었습니다. 그런데 한창 밀어붙여야 할 홍보 막바지에 "그 동안 수고했습니다"며 파장 분위기를 만들어 버렸습니다. 회의에서 도반들에게 “여기서 멈추지 말고 끝까지 해보자.”라고 했더니, 그 도반이 ‘나에게 권한이 있는데 자꾸 간섭한다, 이럴 거 같으면 처음부터 일을 맡지 않았다. 무시하는 것 같다. 자기 멋대로 한다.’라고 느꼈나 봅니다. 결국은 밀어붙여 목표를 달성했습니다.

그러나 제 마음은 풀리지 않았습니다. 법사님께 상담받고, ‘내가 상대를 불러 놓고 내 입장을 설명하고, 원하는 대로 해결하고 싶은 마음이 있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세상일이 내가 원하는 대로 되지 않는다는 것을 머리로만 알았지, 마음은 그렇지 못했습니다. 제가 독재란 말에 발끈한 것은 '제 멋대로 한다'는 평가처럼 들렸기 때문입니다. 제대로 독재해보지도 못하고 그런 말을 들어서 당황스러웠습니다. 그 도반도 자기 생각이 있고 그런 말을 하는 데는 이유가 있을 텐데, 그것을 보지 못했던 것입니다. 이 사건을 통해 배운 것은 ‘그도 그의 입장이 있으니 이해하고, 저도 돌아봐야 겠다'는 것입니다.

불교대학 만인 전법 홍보 '노다지' 진행팀과 강사(맨 윗줄 오른쪽 끝 신혜정 님)
▲ 불교대학 만인 전법 홍보 '노다지' 진행팀과 강사(맨 윗줄 오른쪽 끝 신혜정 님)

지부장은 도반들의 말을 많이 듣고, 원칙은 견지하되 상대방 입장도 고려하는 중도적 입장에서, 여유를 가지면 좋겠습니다. 저는 그렇게 하지 못해 아쉽습니다. 저는 도반을 배려한다고 생각했지만, 일을 잘 완수하는 것이 역할을 잘하는 것이라 여겨 사람보다는 일을 우선으로 했습니다.

아담하고 단정한 한옥 공공

인터뷰한 공간 ‘공공’은 함께 꾸미는 공간이란 의미도 있고, 계획되어 있지 않고 무엇이든 할 수 있는 공간이란 뜻도 있습니다. 저의 아버지가 경북대병원에 자주 입원하셨는데, 저의 어머니가 아프신 아버지 병간호에 매우 극진했습니다. 이 근처에 공원이 있어 아버지가 운동하기도 좋고, 병원 다니기도 좋겠다고 여겨 지금의 ‘공공’인 이 집을 샀습니다. 그런데 아버지가 일찍 돌아가시는 바람에 계속 세를 줬습니다. 그런데 행복학교 공간으로 사용하면 좋겠다 싶어 엄마에게는 월세를 주고 사용하였습니다. 집이 너무 오래되어 이곳저곳 수리하느라 일 년 정도 걸렸습니다.

공공
▲ 공공

2020년 2월에 새 단장을 마쳤는데 때마침 코로나가 터졌습니다. 온라인 체제로 바뀌기 전에는 행복학교 모임, 통일의병 활동 장소로 사용했는데, 코로나가 터지자 저희 부부 사무실처럼 사용했습니다. 그러다 코로나가 조금씩 잠잠해지자 연화회 보살님들이 매달 한 번 수행 법회를 하고, 불교대학 모임도 합니다. 이 공간이 봉사나 활동과 연계해서 많이 활용하면 좋겠습니다. 수련이나 쉬는 공간으로 사용해도 좋을 것 같습니다. 앞으로 좀 더 고민하고 연구하여 많은 사람의 의견을 들어 이곳이 더 좋은 공간으로 활용되길 바랍니다.

세 번째 인도성지순례

저는 관계 지향적인 사람입니다. 성지순례를 하는 동안에도 안으로 집중해 내면을 살피기보다 사람들과의 관계 속에서 내가 어떻게 행동해야 할지에 집중하는 저를 발견했습니다. 세 번째 순례이니 이제는 그 성지가 쭉 연결되면서 부처님이 인간으로서의 한계를 뛰어넘은 존재로 여겨져 더욱 위대하게 느껴졌습니다. 부처님은 당시 혼자서 깨달음을 위해 정진하셨지만, 지금의 저에겐 부처님이 전하신 가르침과 법륜스님과 함께하는 도반들도 있습니다. 참 고마운 일입니다.

32차 인도성지순례 중 함께 한 조원들과
▲ 32차 인도성지순례 중 함께 한 조원들과

불구부정이지만 전 아직도 깨끗하고 더러움을 구별하는 분별심이 있습니다. 불편하거나 싫은 상황은 거부합니다. 그런데 세 번의 성지순례를 통해 감정과 표현의 괴리가 줄어들어 나를 대하는 나의 마음이 많이 편안해졌습니다. 여전히 제 기준에 맞지 않는 문제에 부딪히면 다른 사람을 통해 부드럽게 해결하기보다 내가 먼저 나서서 해결하려고 합니다. 이 문제는 앞으로도 계속해서 살피고 알아차려야 할 과제입니다. 저를 객관적 입장에서 바라보고 본질에 집중하여 상황을 살펴 해답을 찾아가도록 하겠습니다.

너무 애쓰지 않기! 겸손하되, 당당하게

활동하면서 가장 서운한 마음이 들었을 때는 상대가 제 생각대로 잘 안 따라주거나, 저는 잘한다고 했는데 좋지 않은 평가를 받을 때였습니다. 그러나 그들의 평가가 저의 전부가 아니고, 그 평가가 다 옳다고 할 수도 없으므로 평가에 좌지우지되지 말아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부처님도 욕을 먹었는데 제가 뭐 그리 잘나서 좋은 말만 듣겠습니까? 좋은 말 들으려고 애쓰며 비굴하게 살지 않고, 겸손하되 당당하게 살겠습니다. 그동안 99를 가지고 모자란 1을 채우고자 안간힘을 쓰며 살았는데, 이대로도 괜찮은 사람임을 알고 인정하는 것이 더 중요한 것 같습니다.

평가에 덜 예민하고 너무 애쓰지 않겠습니다. 싫은 소리 할 수도, 들을 수도 있습니다. 저는 싫은 소리를 아주 안 하는 것도 아니지만, 좋은 평가 받고 싶은 사람에게는 싫은 말을 잘 못합니다. 참는 거지요. 그러나 이제는 저에게 집중하며 솔직하고 여유롭게 살아가겠습니다. 지금 행복하고, 지금이 최상입니다. 어제보다 오늘이 훨씬 편안하고 자유롭기 때문입니다. 앞으로도 엎어지는 일들이 있겠지만, 오뚝이처럼 또 일어나는 이 마음은 계속 유지될 거라 확신합니다.


세 시간 가까이 자신의 경험을 나누어준 신혜정 님 고맙습니다. 함께 활동해서 서로를 알기에 글의 내용이 더욱 풍성해졌습니다. 2차 만일에는 어떤 활동을 할지 사뭇 기대됩니다. 자신을 챙기며 도반과 함께...

글_도경화(대구경북지부 동대구지회)
편집_김윤희(강원경기동부지부 용인지회)

전체댓글 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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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진여심

제가 신장군 독재자 같아 앞으로 나의 모습이 기대된다라는 마음으로 글 잘 보았습니다.
이제 시작하는 초심자입니다. 앞서 가신 길 잘 따라가보겠습니다.

2023-03-28 03:08:27

묘향심

한옥 공공 가보고 싶네요. 잘 읽었습니다.

2023-03-24 06:56:29

사공엽

응원합니다!

2023-03-23 16:52: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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