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토행자의 하루

양천지회
사과도 할 줄 아는 엄마

자식에게 '사과'를 한다는 게 흔한 경험은 아닌 것 같습니다. 늘 시시비비를 가리기가 우선이었던 오늘의 주인공은 드디어 '사과도 할 줄 아는 엄마'가 되었다고 하네요. 정토불교대학을 다닌 덕분이랍니다.

오늘은 지난 2월, 불교대학을 졸업한 서울제주지부 양천지회 송옥희 님의 졸업 소감문을 소개합니다.

두 가지 괴로움

정토사회문화회관에서 송옥희 님
▲ 정토사회문화회관에서 송옥희 님

불교대학에 입학할 당시 저는 두 가지 괴로움을 안고 있었습니다. 한 가지는 딸과의 관계로, 유독 불편하고 힘들었습니다. 딸은 29세로 독립해서 직장에 다니고 있습니다. 성인이 된 후 사소한 일로 싸우면 몇 개월씩 서로 연락을 안 합니다. 고등학교 졸업 때까지 친구 같았던 딸이었기에 차가워진 딸의 반응은 제게 받아들이기 힘든 고통이었습니다.

두 번째는 저의 직업이 강사인데 일할 때 회원들과 생기는 갈등입니다. 석 달 전 회원을 응대하면서, 제 감정을 조절 못 하는 일이 생겼습니다. 그 회원이 제 진의를 오해하는 것 같아, 억울한 마음에 저도 모르게 맞대응을 세게 했습니다. 그런데 그것이 오히려 일을 크게 만들었습니다.

불교대학에서 체험한 아침기도를 하며 회원과의 갈등을 돌아보았습니다. 갈등을 일으켰다는 자책과 후회로 괴롭기도 했지만, 무엇보다 회원을 응대하면서 제 마음에 자비로움이 전혀 없었음을 깨달았습니다. 저는 제 잘못을 인정하고, 회원에게 사과했습니다. 그렇게 인정하고 사과할 수 있었던 것은 참회 기도를 하며 저를 돌아보았기 때문입니다.

사과도 할 줄 아는 엄마

불교대학 수행 연습 중에 ‘나에 관해 물어보기’가 있었습니다. 딸은 제 물음에 ‘요즘 엄마가 특별히 좋은 점도 없지만 나쁜 점도 없다’라고 문자를 보내왔습니다. 저는 나쁜 점이 없다는 말에 기뻤습니다. 딸은 늘 저에게 ‘집착한다, 강하다, 이기적이다’라고 불만을 말했기 때문입니다.

오늘의 주인공 송옥희 님
▲ 오늘의 주인공 송옥희 님

그러나 저는 딸에게 불만이 많았습니다. 제가 보기에 딸은 자기주장이 너무 강하고 자기밖에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런데 불교 공부를 하면서 제 모습이 딸과 똑같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이기적이고 자기주장이 강한 딸은 바로 제 모습이었습니다. 이제 더 이상 딸을 문제 삼지 않습니다.

얼마 전 저는 제 수행을 점검하는 일이 생겼습니다. 여행 가는 딸이 잠깐 집을 봐달라고 했습니다. 딸 집에 간 김에 저는 잘한다는 생각으로 청소하며 딸의 택배를 정리했는데 잘못 정리했습니다. 딸은 엄청 화를 냈습니다. 그 순간 저는 너무 당황스러웠고, 심장이 뛰었습니다. 짜증과 억울한 마음이 욱하고 올라와 얼굴도 붉어졌습니다.

하지만, 예전처럼 소리를 지르지는 않았습니다. 그리고 딸 처지에서 생각해 보았습니다. ‘묻지도 않고, 시키지도 않았는데, 자기 물건에 손댔으니 화낼 수도 있겠구나’라는 마음이 들었습니다. 딸에게 떨리는 목소리로 사과했습니다. 기억해보니 그동안 저는 시시비비를 가리기에 급급했지, 여태껏 딸에게 사과한 적이 없었습니다. 불교대학에 다니면서 비로소 사과도 할 줄 아는 엄마가 되었습니다.

사라진 두려움

딸은 저에게 “엄마가 변한 걸 보니 뭘 배우나 보다”라고 말했습니다. 제가 불교대학에 다니면서 가장 크게 변한 것은 마음이 많이 편안해진 것입니다. 전에는 ‘어떻게 하면 일이 잘 풀릴까? 어떻게 하면 내가 원하는 결과를 얻을 수 있을까?’에 집중했다면 지금은 ‘어떤 결과가 생기더라도 가볍게 받아들이자’라는 마음으로 바뀌었습니다. 그렇게 한 생각을 바꾸니 늘 마음에 깔려있던 두려움도 점점 사라졌습니다.

저는 앞으로도 아침 수행을 꾸준히 하려고 합니다. 무엇보다 아침기도는 ‘괴롭고 갈등이 생길 때 상대가 그렇게 생각할 수도 있겠구나’라는 마음을 연습하게 해 줍니다. 제가 부처님 법을 만나 조금씩 괴로움이 없는 삶으로 나아가듯, 저의 이 편한 마음이 가족에게도 전해지길 바랍니다. 앞으로 잘 쓰이는 수행자가 되겠습니다. 고맙습니다.

환한 미소의 송옥희 님
▲ 환한 미소의 송옥희 님

글_송옥희 (서울제주지부 양천지회)

전체댓글 19

0/200

이윤주

수행담 잘 읽었습니다.
감사합니다. 덕분입니다^^

2023-03-20 15:54:11

시냇물

와~~
저도 공부하고 부터는 사과를 잘 합니다
아까는 미안했어~라구요
늘 감사드립니다
정토불교대학 다닌 덕분입니다

2023-03-16 17:34:46

김령

날마다 저를 돌아봅니다 감사합니다

2023-03-15 21:28: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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