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토행자의 하루

정토행자의 하루
타인의 아픔이 나의 아픔이 되기까지
불교대학 졸업 소감문

2022년 온라인 정토불교대학은 3월 27일에 입학해서 8월 20일에 졸업했습니다. 정토불교대학에 입학한 학생은 약 8400명이었고, 졸업생은 약 6500명입니다. 오늘은 미국 플로리다주에서 불교대학을 졸업한 문정수 님. 끊어지도록 아픈 허리를 부여잡고 매일 하루만 기도한 것이 어느덧 100일이 됐습니다. 선물같은 하루하루를 살고 있다는 문정수 님의 소감문, 지금 들어봅니다.

한국마트 게시판에 붙은 '정토불교대학'

아무런 계획과 준비도 없이 작년 8월 1일, 미국에 도착했습니다. 언어가 자유롭지 않아 문 밖 출입이 두려워 수개월 동안 집안에서만 지냈습니다. 유일하게 외출하는 날은 혼자 사시는 시어머님을 방문하는 일이었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한국 대통령 선거 투표하러 갔다가 한국마트 게시판에 붙은 정토불교대학 안내문을 보았습니다. 단지 무언가 배울 수 있지 않을까 하는 호기심에 사진을 찍어왔습니다. 그러나 집으로 돌아와서도 수일 동안 생각하고 망설였습니다. 온라인이 친숙하지 않았기에 시작이 어렵게만 느껴졌고 불교라는 점도 마음에 걸렸습니다. 평소 종교에 관심도 없었을 뿐만 아니라 종교라면 으레 거리감을 가졌기 때문입니다. 온라인을 통해 법륜스님의 즉문즉설을 가끔 들으면서도 사람들의 고민 이야기로만 받아들였지, 불교와 연관 지어 생각하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그때, 저는 남편이 직장을 구하지 못한 상태로 집에 같이 있으면서 갈등이 생겼습니다. 한국에서 누렸던 자유로움을 다 빼앗겨 버렸다는 괴로움이 컸습니다. 그 괴로움을 벗어나기 위해서라도 저는 집중할 곳이 필요했습니다. 불교대학 법문을 듣고, 수행 연습을 하면서 깨달은 바가 많았습니다. 실천적 불교사상과 부처님의 일생을 배우며 막연하게 알던 불교를 새롭게 경험했습니다.

왜 나만 책임을 져야 하나

매주 주어지는 수행 연습은 저 자신을 돌아보는 기회였습니다. 불교대학을 다니기 전에는 연로하신 어머님을 챙기는 일이 쉽지 않았습니다. ‘다른 형제들도 많은데 왜 나만 책임을 져야 하나’라는 마음에 불편하고 힘들었습니다. 그러나 불교대학을 다닌 지금은 어머님이 드실 먹거리를 만들고, 필요한 것을 여쭤보고 수시로 방문합니다. 때론 어머님께서 새벽에도 아프다 전화하시고, 또 온 집안을 용변으로 범벅 해 놓기도 하지만, 편안한 마음으로 수습합니다.

불교대학을 다니기 전이라면 이런 상황을 편안한 마음으로 받아들이지 못했을 것입니다. 2년 안에 한국으로 돌아가겠다는 마음으로 왔지만, 어머님이 사시는 동안 보살펴드리기로 했습니다. 어머님을 위해서가 아니라 어머님 돌아가신 후 저와 남편이 후회하지 않기 위해서 내린 결정이었습니다.

문정수 님이 살고 있는 동네
▲ 문정수 님이 살고 있는 동네

저는 원래 모든 것을 부정적으로 보는 경향이 있었습니다. 인간관계에서도 긍정적으로 볼 수 있는 것도 애써 부정적으로 본다는 것을 수행 연습을 하면서 깨달았습니다. 지금은 다름과 다양성을 인정하는 습관을 기르고 있습니다. 그러다 보니 가족들에게 화내고 짜증 낼 일이 훨씬 줄어 가족 구성원 모두가 편안하고 밝게 생활하고 있습니다. 이를 통해, 엄마의 마음가짐이 가정에 끼치는 영향이 얼마나 큰지 실감했습니다.

JTS 영상 속 모습은 나의 어릴적 그대로

또, 수행 연습 나누기와 환경 활동을 하면서 제가 누리고 사는 많은 것들이 부끄럽게 느껴졌습니다. JTS 영상 속 모습은 어릴 적, 제가 겪었던 모습, 그대로였습니다. 전깃불도 없던 시골 마을, 병원은 상상도 못했으며 우물에 가서 물을 떠다가 먹던 시절이 생각나 한참을 울었습니다. 그때부터 저는 머리에 염색할 수도 없고 그 흔한 옷을 살 수도 없었습니다. 사용하기 편하다는 이유로 자주 쓰던 페이퍼 타올 대신 행주로 대체하고, 미리 사재기하던 물건들도 꼭 필요할 때 샀습니다. 그렇게 얻은 여유로 주위에 홀로 계신 어르신들과 지인들에게 김치와 밑반찬을 나누며 말동무를 해드렸습니다. 그런 나눔이 제 가슴을 벅차게 하고, 행복하게 만들었습니다.

어르신들에게 음식 나눔
▲ 어르신들에게 음식 나눔
어르신들에게 드릴 김치.
▲ 어르신들에게 드릴 김치.

불교대학을 다니던 중에 천일결사에 입재했습니다. 천일결사에 입재한 날부터 빠지지 않고 108배를 하면서 기도하고 있습니다. 저는 허리와 무릎이 아파 오랫동안 휠체어를 타며 치료한 경험이 있습니다. 지금도 약간의 통증이 있어 저에겐 천일은 고사하고, 백일도 무겁고 길게 느껴져 부담스러웠습니다.

오늘 하루만 기도하자

하지만 아침에 일어나면 ‘오늘 하루만 정성을 다해 기도하자’라는 마음으로 수행하다 보니 어느덧 100일을 앞두고 있습니다. 108배를 처음 하던 날 통증이 너무 심해서 눈물 반, 콧물 반, 의자를 옆에 두고 엉거주춤 1시간 30분에 걸쳐 기도했습니다. ‘내가 무엇을 위해서 이러고 있지?’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저 자신과의 약속이기에 해내고 싶었고, 그렇게 시간이 흐른 지금은 30분이면 기도를 마칠 수 있으며 꽤 오랜 시간 걸을 수도 있습니다. 저에게 108배와 기도는 마음을 붙잡아 주는 역할을 합니다. 어제를 돌아보고 오늘을 어떻게 살 것인가, 길잡이가 되어줍니다.

저는 긴 세월 사는 동안 저 스스로가 어떤 사람인지 잘 몰랐습니다. 부부싸움도, 아이들과의 갈등도, 모두 저의 어리석음 때문이라는 것을 기도하면서 알았습니다. 내가 원하는 대로 되지 않으면 화내고 짜증 냈던 일들이 많았습니다. 서운한 일이 있으면 언젠가는 똑같이 느끼게 해주고 싶은 분노심을 곱씹으며 살았습니다. 하지만 불교대학을 다니며 돌이켜보니, 이해 못 할 일이 없었으며 모든 것이 별 일 아니었습니다. 그 이치를 안 지금, 저는 선물 같은 하루하루를 살고 있습니다.

내 인생 처음으로 생각한 통일

또, 이 땅에 살면서 한 번도 통일에 관한 생각을 해보지 못했습니다. 불교대학을 다니면서 처음으로 통일을 생각했고, 작은 실천이라도 해야겠다고, 마음먹었습니다. 어떻게 실천할까 고민 끝에, JTS 북한 돕기에 참여하고, 지인들에게 통일 관련 법문들을 공유했습니다. 한 사람이라도 더 통일에 관심을 가졌으면 하는 바람이었습니다.

저는 이제 타인의 아픔을 나의 아픔으로 느낄 수 있습니다. 모든 것을 긍정적인 시선으로 바라보는 마음도 생겼습니다. 칭찬에 인색하지 않으며, 위로할 줄도 압니다. 이렇게 조금씩 조금씩 더 세상에 잘 쓰이기를 발원합니다. 그동안 불교대학을 진행해준 봉사자와 도반들에게 고마움을 전합니다. 고맙습니다.

정토 불교대학 입학 모집
▲ 정토 불교대학 입학 모집


글_문정수(미국 플로리다)

전체댓글 39

0/200

묘향

긍정으로 보게 되셨군요

2024-09-13 13:45:29

강경애

행복할 권리를 찾으시기 바랍니다^^

2024-09-10 09:05:06

김우인숙

너무 큰 변화네요

2024-09-03 12:16: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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