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토행자의 하루

정토행자의 하루
나의 해방 일지
정토행자의 하루팀 수행 후기 2

백일기도 시작할 때마다 '이번 백일은 꼭 지키고 과제도 이루겠다' 결심하지만, 백일이 끝나기 전에 무너지기도 하고 과제는 머릿속에만 머물게 됩니다. 그러나 꾸준히 해나가다 보면 어느 날 확연히 알아지기도 합니다. 도반들과 함께 기도하면서 머리로만 이해했던 남편의 마음을 온전히 이해하게 된 도반, 주인 된 삶이 이런 것이구나 알게 된 도반의 알아차림의 조각을 모아 모자이크 붓다를 만들어 봅니다.

신년정진 프로그램에 참석한 희망리포터와 편집자들
▲ 신년정진 프로그램에 참석한 희망리포터와 편집자들

더디게 온 저의 봄은 꽃샘추위도 달갑습니다 -양계홍-

숙이는 척

‘남편에게 네 하고 숙인다.’ 백일기도 입재마다 과제로 삼았지만, 마음은 숙어지지 않았습니다. 10-8차 백일을 시작하면서 이번에는 꼭 이루고 싶은 마음에 매일 300배 정진을 시작했습니다. 4시 40분에 일어나 시작한 정진. 주말이면 나태한 마음이 올라왔지만 두 눈 딱 감고 기도했습니다.

불교대학 시연(위 오른쪽 첫 번째)
▲ 불교대학 시연(위 오른쪽 첫 번째)

꾸준히 하다 보니 어릴 때 생긴 업식을 알아차릴 수 있었습니다. 어린 시절 자주 아픈 엄마가 잘못될까 봐 착한 척 참고 살았습니다. 남편에게도 모든 것을 참고 견디면 화목한 가정이 이뤄진다는 착각을 하고 있었습니다. 불법 만나 다 내가 일으킨 마음의 문제라는 것을 알았습니다. 그러나 머리로 이해하고 정작 남편에게 숙이지 않았습니다. 숙이는 척만 했지, 진정한 마음은 숙이기 싫은 것이 본심이었습니다. 아이들의 교육문제, 생활습관, 사유방식, 인생관, 다 제 생각과 다를 뿐인데 상대가 틀렸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말해봐야 '소귀에 경읽기'라는 생각에 대답만 '예'라고 할 뿐 무시하고 외면했습니다. 남편은 자기 생각이 아예 전달이 안 되니 답답해하다 터지곤 했습니다. 저는 남편의 거친 행동을 시비하고 원망하면서도 ‘화목’이라는 명목으로 억지로 참는 것이 되풀이됐습니다.

스스로 토닥토닥

‘아! 내가 모든 것을 짊어지고 이렇게 힘들어하고 있구나.’ 알아졌습니다. 기도하는 중 펑펑 울었습니다. 자신을 방치하고 돌보지 않았던 나의 서러움, 억울함. 힘들었던 마음을 스스로 토닥토닥 다독여주고 치유해 줬습니다. 진실을 보니 남편의 마음도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우울증, 강박증, 공황장애를 앓고 있는 남편. 아파서 저러는구나. 그런 몸으로 아이들 캐나다 유학 뒷바라지하느라 얼마나 힘들까! 코로나로 인해 가족도 만나지 못하고 혼자 중국에서 얼마나 외로울까! 남편이 화내고 욕할 때는 아내가 싫은 것이 아니라 급한 성격에 걱정하는 마음에서 나타나는 업식이었구나하고 알아차렸습니다. 1,000일을 기도하면 나를 바꿀 수 있다는 일념으로 꾸준히 정진했는데 그 동안은 기도한다는 형식에만 치우치고 수행의 근본 관점인 남편에게 숙이는 마음은 내지 못했음을 깨닫고 아쉬운 마음이었습니다.

남편에게 감사한 마음입니다

되돌아보면 내 수준은 거기까지였습니다. 8년 전 애들 유학을 위해 캐나다에 왔을 때도 남편으로부터 도망가고 싶은 마음이었고, 기도를 시작했을 때도 바가지 거꾸로 들고 있었습니다. 이번 기도를 통해 사실을 알았습니다. 남편이 그동안 얼마나 힘들었을까. 고집 세고 마음을 꼭 닫고 있는 아내와 살기가 얼마나 숨 막히고 힘들었을까 이해하는 마음도 올라왔습니다. 이제까지 입으로만 ‘예’하면서 마음은 남편을 무시하고, 참회하는 척 흉내 냈던 내 모습도 보았습니다. 진정 참회다운 참회를 하는 백일의 기도였습니다. 남편이 나에게 ‘쇼한다’라고 할 때 제일 화났는데 다 맞는 말이었습니다.

양계홍님 (졸업수련 참석 워싱턴에서)
▲ 양계홍님 (졸업수련 참석 워싱턴에서)

남편은 내 것이라는 집착을 이제야 내려놓을 기미가 보입니다. 남편에게 의지하고 바라는 마음에서 끊임없이 내 생각을 요구하던 나로부터 해방될 것 같습니다. 남편의 어떤 행동도 그럴만한 이유가 있을 것입니다. 그동안 성인인 양 다 맞춰주려고 애쓰며 살았는데 싫을 때는 거절도 하고 의견이 맞지 않을 때 서로 의논하면서 맞추는 연습을 하겠습니다.

모든 것은 내가 스스로 선택해서 만든 괴로움임을 확연히 깨닫는 백일의 기도이고, 내 마음의 봄이 시작되는 백일의 기도였습니다. 오늘도 부처님과 도반들이 닦아 놓은 행복의 길을 나도 뚜벅뚜벅 따라갑니다.

부처님은 항상 제 옆에 있었습니다 -이재선-

부처님 법을 만나지 않았다면 모르고 지나갈 뻔한 일이 많았습니다. 같은 사람이 겪는 삶인데 받아들이는 마음에 따라 이렇게 다를 수 있을까? 알고 나니 이 공부가 신기하기만 합니다. 각오하고 애쓰고 노력하며 살아온 삶이 잘못되어서가 아니라 ‘그냥 하면 될 것을 욕심으로 했구나’ 알기 전에는 원이 이루어져도 만족할 줄 몰랐습니다.

이재선님
▲ 이재선님

대부분 며느리가 겪는 어려움인 명절 증후군, 명절에는 나만 혼자 도맡아 일하는 것 같아 버거운 마음이었습니다. 5년 전 갱년기 장애를 앓을 때도 마찬가지였습니다. 갱년기는 심한 불면증으로 이어졌고 우울증까지 왔습니다. 처음 가벼울 때 병원 처방을 받고 약을 먹으면 됐을 일을 수면제 먹으면 안되다는 잘못된 인식으로 버티다 우울증까지 왔습니다. 사태가 심각해지자 심리상담을 받고 병원에 가서 위험한 상태를 겨우 모면했습니다. 그때도 나만 왜 이런 고통이 오는지, 내 인생을 손해 보는 마음과 억울한 마음으로 병을 키웠습니다. 알고 보니 많은 사람이 나이 들면 겪는 고통이었습니다. 의사도 아닌 제가 혼자 판단하고 처방했던 것입니다.

주인 된 마음을 알았습니다

어리석은 제가 조금씩 달라지기 시작했던 것은 도반들의 나누기와 즉문즉설이었습니다. 명절에 친정집 한 번 가보지 못하고 시댁에서 보낸 도반이 20년이 지나고 나서 '이제는 시댁 식구들이 다 돌아가시고 시댁에 아무도 계시지 않아 아쉬운데, 그때는 쓸데없이 불편해 했구나' 하는 나누기에 저도 '그렇구나' 알아지는 마음이 있었습니다. 그동안 나의 수고가 헛됨이 아니라 가족들을 위해 하는 음식이 큰 보시구나. 내 아이들에게는 큰 추억 거리가 되겠구나. 내가 주인 되는 마음, 어른 되는 마음이 이런 거구나 알아차렸습니다. 도반이, 시댁이, 아이들이 제겐 모두 부처님이었습니다.

JTS 사각지대 발굴 오른쪽 두번째
▲ JTS 사각지대 발굴 오른쪽 두번째

불교대학 입학한 지 4년이 다가옵니다. 몸으로 마음으로 숙이면서 이제 겨우 말귀 알아듣는 정도입니다. 힘든 일이 반복되면서 아직 다가오지 않은 미래를 걱정과 불안으로 잠 못 이루는 날이 많았습니다. 몇 년간 불면증이 심해 약 없이는 하루도 살 수 없었습니다. 지금은 약 없이 지냅니다. 그리고 제 인생 후반이 풍성해졌습니다. 상처로 남아 있던 지난날이 산 경험이 되었기 때문입니다. 모든 게 체험하고 답습하면서 이치를 깨달아 가는 중입니다. 매사에 감사하는 마음으로 돌이킬 때마다 불평이 저절로 사라짐을 알았습니다.


글_양계홍(국제지부 북미동부지회), 이재선(대경지부 동대구지회)
편집_임명자(광주전라지부 서광주지회)

전체댓글 9

0/200

손익연

잘 들었습니다
감사함을 가지니 불평이 사라진다는 말씀이 공감이 됩니다 감사합니다

2022-06-27 08:06:22

언제나평온

감사히 잘 읽었습니다

2022-06-26 00:01:30

혜덕 정희도

이재선 보살님~~이렇게 정토행자의 하루에서 뵈어서 너무 반갑습니다!
함께 법당에서 그리고 온라인에서 마주하던 기억들도 떠오르네요.
그때도 진중한 나누기들이 감동으로 다가왔는데
상처가 자산이 되었단 말씀이 저를 다시 돌아보게 하네요!감사합니다~^^

2022-06-23 15:28: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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