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토행자의 하루

수원지회
현수막 하나에 홀린 듯 찾아온 정토회

21년 봄경전대학 돕는이와 모둠장 그리고 회원그룹장까지 하며 열정적이고 재미있게 임하는 모습을 보여준 도반이 있습니다. 소임을 통해 아주 값진 경험을 했고 이를 거름삼아 정토회에서 잘 쓰이겠다는 수원지회 김지영 님. 너무 재미있게 해서 혹시 재미로만 하는 업식은 아닌가 돌이켜본다는 유쾌, 상쾌, 통쾌한 매력쟁이 김지영 님의 이야기 시작합니다.

지역사회실천 모둠활동 쓰레기 줍기(제일 오른쪽 김지영 님)
▲ 지역사회실천 모둠활동 쓰레기 줍기(제일 오른쪽 김지영 님)

현수막 하나에 홀린 듯 입학한 불교대학

제가 옳다고 생각하는데 남편과 아이가 따라주지 않고, 마음대로 되지 않으니 괴로워 집 근처 산을 부지런히 올랐습니다. 땀 흘리며 나무도 보고, 흙을 밟고, 바람을 느끼니 마음이 편해졌습니다. 이것이 마음공부라 생각했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늘 있었겠지만 보이지 않던 등산로 입구의 ‘정토불교대학’ 현수막이 눈에 들어왔습니다. 홀린 듯 바로 입학했습니다.

불교대학을 다니면서 고와 락이 반복되는 것이 윤회라는 것, 파란색 안경을 끼고서 흰 벽을 보고 파랗다고 주장한 것을 알았습니다. 머리에 깡통을 쓰고 부딪힌다고 남 탓하고, 보이지 않는 두려움에 떨었음을 아니 신기하고 놀라웠습니다. 매주 주어지는 수행과제를 하기 위해 무슨 말과 어떤 행동을 했으며, 마음은 어땠는지 돌아보는 시간이 아이들과 복닥거리던 일상에서 선물 같았습니다.

그렇게 아이 탓, 남편 탓하던 게 안으로 돌이켜지니 아이들과 남편이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좋다고 안고 뽀뽀하는 아이. 아이 키우느라 수고한다며 토닥여 주던 남편. 그런 모습은 보지 못하고 짜증 내고, 집안에 갇혀 육아와 살림만 하는 유모이자 가정부인 것 같아 괴로워 했구나 알게되었습니다. 지은 인연에 대한 과보는 반드시 받게 된다는 것을 알고부터는 과보를 받지 않으려고 아이와 남편에게 화나 짜증을 내지 않겠다고 결심했습니다. 그러나 법문을 듣고, 수행 연습을 하고 정진을 해도, 상황이 되면 어김없이 화가 울컥 올라왔습니다. 배우고 연습해도 안 되니 실망스럽고 진짜 될지 의구심도 들었습니다.

수업 나누기 중
▲ 수업 나누기 중

전기 충격기로 멈춘 나의 업식

'백일을 수행하면 자기 꼬락서니를 알 수 있고, 천일을 하면 남이 제 변화를 알아본다'는 말씀을 끈으로 잡고 정진하는데, 해도 해도 넘어지는 자신이 못마땅했습니다. 되든 안 되든 꾸준히 하라는 말씀도, 포기하는 것보다는 실망 하더라도 하는 게 낫다는 말씀도, 귀에 걸면 귀걸이 코에 걸면 코걸이 같아서 자꾸만 물러서는 마음이 들었습니다.

화내고 짜증 내는 업식만은 아이에게 물려주고 싶지 않아 화를 내면 벌로 108배를 했습니다. 그러나 그것도 하기 싫어 참회만 하고 넘어가기 일쑤였습니다. ‘이래선 안 되겠다. 까무러쳐 봐야 정신 차리겠다.’ 생각하며 전기 충격기를 구매할 요량으로 가격과 구입처를 구체적으로 알아봤습니다. 그렇게 전기 충격기를 사려고 마음을 먹으니 화를 내는 강도가 약해지고 빈도도 줄었습니다. 그동안 정진한 덕분인 듯 했습니다. 아이에게 화 나는 상황에도 잠깐 멈추고 말로 타일렀습니다. 아이가 한 시간 넘도록 얘기를 듣는 게 힘들었는지 “엄마, 차라리 예전처럼 화내고 야단쳐”라고 말했습니다. 아이도 화내는 엄마가 더 익숙했나 봅니다.

아직도 화장실 바닥에 떨어져 있는 수건, 매일 사소한 것으로 다투는 아이들, 휴일이면 침대와 한 몸이 되어 전화기만 들여다보는 남편을 보면 욱하고 올라옵니다. 그러나 예전처럼 버럭 화내지 않고, 상황을 한탄하지 않습니다. 마음에 여유가 생기고, 자신에게 너그러워졌기 때문입니다. 엄마라고 부르며 자기 의견을 뚜렷이 표현하는 자식이 있어서, 눈치 없고 엉덩이 무거운 남편이지만 살아있어서 고맙습니다.

정토사회문화회관에서 봉사하는 모습
▲ 정토사회문화회관에서 봉사하는 모습

원망이 고마움으로 바뀌다

사춘기 딸아이의 짜증내는 모습에서 예전의 나의 모습을 봅니다. 말하지 않고 속으로 병드는 것보다 짜증으로라도 표현하니 다행입니다. 인연과보로 받아들이고 아이에게 참회 기도를 합니다. 법문 듣고 수행한 덕분에 이래도 좋고 저래도 좋음을 알았고, 좋지 않은 상황에도 긍정적으로 생각하는 힘을 길렀습니다. 잘하려는 마음이 욕심임을 알고 내려 놓으니 무엇이든 가볍게 할 수 있습니다. 모르면 배우고 잘못하면 뉘우치면 되니 못할 게 없습니다.

경전대를 졸업하면서 전법활동가가 되었습니다. 모둠장으로 선출되어 뭘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 막막했습니다. 수행으로 하는 봉사로 인해 정작 엄마와 아내 역할을 잘하지 못해 힘들었습니다. 법회 참석, 학사 돕는이로 리허설과 수업 참여, 모둠장으로 각종 회의 참석 등 일주일 내내 일정이 있습니다. 당장 해야 하는 정토회 일을 우선하고 집안일은 미루다 보니, 자신이 실망스럽고 가족한테 미안했습니다.

그러나 여러 소임을 하며 모르는 것을 알아가는 재미가 있습니다. 법회나 회의를 진행하며 도반들이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즐거워하니 보람을 느낍니다. 소임 덕분에 정토사회문화회관에서 봉사하고, 선배 도반에게 배울 수 있어 좋습니다. 아무것도 모르는 새내기를 모둠장으로 뽑았다고 원망했는데, 많은 경험을 할 수 있어 오히려 고맙습니다.

주위에 정토회를 모르는 사람이 많아 전법의 금밭입니다. 감고 있던 눈을 떠 괴로움 없이 살 수 있고, 환경 복지 통일 등 사회 문제에 관심을 가지고 사회구성원으로서 꼭 알아야 할 것과 실천방법을 배우는 곳인데, 기존의 종교로서의 '불교'라는 선입견으로 마음을 내지 않으니 안타까운 마음이 들었습니다. 현수막의 인연으로 지금의 제가 한결 가벼운 삶을 살고 있듯이 많은 분들이 불법과 인연되어 행복해지시길 기원합니다.

불교대 홍보(가운데 김지영 님)
▲ 불교대 홍보(가운데 김지영 님)


코로나 시대라 직접 만나 인터뷰를 하진 못했지만, 볼 때마다 느껴지던 열정이 글에서도 고스란히 전해졌습니다. 모든 일에 열심인 주인공의 긍정의 힘을 배울 수 있는 고마운 시간이었습니다. 주인공의 절절한 마음이 모두에게 잘 전달되기를 소망합니다.

글_이서후 희망리포터(강원경기동부지부 수원지회)
편집_도경화(대구경북지부 구미지회)

전체댓글 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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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경례

말하지않고 속으로 병드는 것보다 짜증이라도 내서 말하는 딸이 더 낫다는 수행담이 와 닿습니다.한 생각 바꾸니 관점이 달라지는군요~나눠주셔서 감사합니다~

2024-08-29 18:54:43

하안이

잘 읽었습니다 감사합니다 🌷

2024-02-29 14:44:52

이영숙

수행담 잘들었습니다. 두 말이 필요 없습니다.
한마디로 표현 하자면 너무 너무 멋지십니다 지영님!!👏👏👏👍

2024-02-29 08:48: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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