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토행자의 하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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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보는 시간

코로나 이후 정토회가 온라인으로 변경되며 가장 많은 혜택을 받게 된 것이 명상이 아닌가 합니다. 매주 일요일 저녁, 매달 첫째 주 주말, 매 명절, 하안거, 동안거 기간에 명상이 진행되고 있습니다. 이와 동시에 정토행자들의 명상 수련 소감문도 차곡차곡 쌓여가고 있습니다. 오늘은 박정순 님, 소정길 님 두분의 명상 소감문을 소개드립니다.

시작부터 잘못됐습니다

대구경북지부 박정순 님

울력 중인 박정순 님
▲ 울력 중인 박정순 님

무언가 잘 못 되었다는 것을 4일 차 저녁 스님의 즉문즉설을 통해 알게 됐습니다. 왜 명상을 하는지도 모르고, 막연하게 '좋다~'는 생각으로 참여했습니다. '내 괴로움을 없앤다?' 생각하지 않았습니다. 지금의 저는 충분히 행복했기 때문입니다. 과거에 비하면 너무나 수행도 잘하고, 행복학교도 잘 운영하고, 가정적으로도 편안했습니다. 거기에 좋은 직장까지 있으니 남 부러울 것이 없었습니다.

가끔 일상에서 실망스럽거나 서운함이 올라오긴 했지만 그 정도야 감수할 만한 사소한 것들이었습니다. 괴롭지 않으니 행복한데 굳이 명상을 통해 무엇을 얻을 바가 없었습니다. 그래서 주어진 규칙, 묵언, 적게 먹기, 일정 따르기의 소중함을 알지 못했습니다.

스님이 적게 먹으라고 했지만 1일 2식은 이미 평소보다 적은 것이기에, 주어진 공양 2시간을 활용해 요리해서 맛나게 먹었습니다. 당연히 맛있게 많이 먹은 과보는 명상에 나타났습니다. 숨을 쉬지만, 숨 찾는데 씩씩 대느라 집중이 어려웠습니다. 

묵언. 당연히 지킨다고 했지만, 남편과의 카톡 소통은 간간이 이어졌습니다. 불교대학 현수막을 걸어 달라는 모둠장의 톡을 받고 남편에게 부탁했습니다. 부탁을 들어준 남편에게 고마워 맛있는 식사를 준비했습니다.

일정대로 움직이되 쉬는 시간, 아무것도 하지 않음을 얼마나 견디기 힘들어하는지 알았습니다. 늘 무언가를 해야 하는 업식의 발동으로 호흡 느끼기보다는 집안 구석구석 먼지를 닦았습니다. '호흡을 알아채도록 편안하게 천천히 동작에 깨어있습니다.' 스님의 말씀은 온데간데 없고 집 안 청소를 하며 얼마나 흐뭇해 했는지 모릅니다.

휴식을 많이 주는 명상이 정말 좋았습니다. 쉬라고 이렇게 배려해주다니 명상 프로그램에 자주 참가해야겠어. 공식적으로 휴식 시간을 주니 얼마나 푸근한가? 호흡을 느끼라고 준 휴식은 무색하게도 호흡과는 무관한 일들로 채워졌습니다.

남편과 함께, 박정순 님
▲ 남편과 함께, 박정순 님

그런데 스님의 즉문즉설을 듣고 된통 잘못됐음을 깨닫고 나서가 문제였습니다. 스님의 법문을 듣고 크게 느낀 바가 있으니 마지막 날 명상은 뭔가 달라도 잘 될 거야. 오늘은 기어코 앉는 순간부터 끝까지 미동도 않고 호흡을 느껴보겠어! 뜻대로 되지 않는다더니 습은 나를 가만히 내버려 두지 않았습니다. 망상의 습, 나는 호흡을 알아차리겠다는데 내 의지와는 상관없이 많은 각오와 생각들이 난무했습니다.

'아하, 이게 습의 작용이구나' 알았으니 천만다행입니다. 그거라도 알게 됐으니 이번 명상은 성공입니다. 척 했습니다. 늘 말이 앞섰습니다. 진심과 정성을 다하지 않았습니다. 진심과 정성을 다했는지 몰라도 모든 게 생색내기였습니다. 그동안의 수행으로 과거의 나보다 정말 행복해졌기에 방방 뛰었던 저를 참회합니다. 욕망과 성질과 분별하기에 대한 스님의 법문이 또렷이 남습니다. 무의식을 알아채고 끝없이 뻗어 나는 욕망을 알아채기 위해 일단 호흡에 집중하는 연습부터 해야 함을 알겠습니다. 

무지를 깨우쳐주신 스승님. 고맙고 감사합니다

지금 마음 가볍습니다

부산울산지부 소정길 님

두번째 명상 소감문의 주인공 소정길 님
▲ 두번째 명상 소감문의 주인공 소정길 님

6박7일 명상수련을 마치는 지금 마음 가볍습니다. 6박7일 수련을 아무 일 없이 마쳐서도 가볍고 호흡이 집중이 됐든 안됐든 중간에 포기하지 않고 꾸준히 한 저 자신에게도 감사한 마음이라 가볍습니다. 이번 명상은 예전과 비해 졸음에 끄달리거나 다리 아픔이 크지 않았지만, 편안하고 한가하게도 되지 않고 끝없는 망상과 외부의 소음으로 집중도 안되고 힘들었습니다.

가족이 있는 집에서 하니 첫째, 둘째 날은 온갖 집안일에 참견을 하고 있었습니다. 호흡에 집중은 안 하고 지금 빨래 안 하면 수건이 없을 텐데, 지금 설겆이를 안 하면 그릇이 없을 텐데, 큰아이 학원가기 전 아침밥도 안 먹고 가니 신경 쓰이고 미안하고, 남편은 퇴근하고 바로 와서 살림을 좀 살아주면 좋은데 매일 늦게 들어오니, 내가 없는 상태인데도 일상의 변화가 없는 남편에게 짜증이 났습니다.

그런 데다가 이웃에 새로 이사를 들어 올 집이 인테리어를 공사를 시작해서 시끄러운 소음이 귀가 멍멍할 정도로 하루 종일 났습니다. 밖에서는 트럭에서 버섯 파는 사람, 복숭아 파는 사람들이 스피커로 한참을 떠들더니, 끝났나 싶으면 다시 돌아와서 방송을 틀었습니다. 어느새 그 리듬을 따라 하고 있는 제 모습을 봅니다.

"싱싱하고 맛있는 생 버섯이 왔습니다. 볶아 먹고 구워 먹고 맛도 좋고 영양에도 좋은 버섯이 왔습니다. 엄청나게 저렴하니 오셔서 구경하시고 사가세요." 어느덧 리듬까지 타가며 중간에 비는 부분까지 인지하고 익혀버렸습니다.

법당에서 봉사 중인 소정길 님(왼쪽)
▲ 법당에서 봉사 중인 소정길 님(왼쪽)

이렇게 이틀 동안은 호흡은 커녕 온갖 신경은 밖으로 향해 있었습니다. 사흘 째 되는 날은 이틀 동안 괜찮았던 다리 저림이 찾아왔습니다. 몸의 변화도 찾아와서 허리 통증도 있고 자세를 잡는 것이 힘이 들었습니다. 여전히 호흡은 알아차릴 듯 말듯 힘이 듭니다. 편안하게 한가하게 하라 말씀 하시지만 매번 약간의 긴장감이 늘 자리 잡고 있습니다.

나흘 째, 닷세 째 오전까지는 조각조각인 망상들로 스토리를 만들기 바빴습니다. '호흡, 호흡' 되뇌이지만 어느새 다시 망상으로 빠져들었습니다. 다섯 째날 오후 쯤 되어서야 망상도 좀 줄어들고 아직 긴장감은 있지만, 그 이전보다 편안해졌습니다. 이제 긴장감도 줄어들고 해볼 만하다 싶을 때 마치게 되었습니다.

이번 명상을 하며 내가 쌓은 업식으로, 내 시선이 얼마나 밖을 향해 있었는지 알게 되었습니다. 이 괴로움과 고통이 모두 내가 만든 것임을 알게 되고 이해하는 시간이 되었습니다.

지도해주신 스님, 지원을 아끼지 않으셨던 스텝분들, 함께 정진한 도반들께 감사한 마음입니다.

어제 가족들에게 물어보니 사람은 보이는데 말을 붙일 수가 없어서 많이 답답했다고 합니다. 일주일 동안 본인이 신청한 것도 아닌데 알게 모르게 함께 정진한 가족들에게도 감사한 마음입니다.

세상에 은혜에 보답하는 회향하는 삶을 살겠습니다. 고맙습니다.


글_박정순(대구경북지부), 소정길(부산울산지부)
편집_서지영(강원경기동부지부)

전체댓글 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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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병갑

언제고 저도 해봐야겠는데 아직 엄두가 나질 않는군요. 다들 훌륭 하십니다.

2021-09-22 11:10:59

박신영

잠깐의 아침명상에도 여러생각들이 올라오는데 5일의 멍상을 그것도 가족들이 있는곳에서 하기란 쉽지않을것 같아요 도반님들의 나누기에 한번 해볼까 생각하지만 일상의 습을 멀리하고 지켜볼 수 있을지 경험하고 싶습니다. 감사합니다






2021-09-20 05:46:43

이동렬

도반님들의 먼저 경험한 명상 소감문을 읽고, 나의 미래 명상감정도 예견 되면서 무엇이든 나눈다는 것은 좋은 것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이러한 댓글 또한 그러하리라 생각하며, 그냥 생각나는 바를 아무런 꺼리낌없이 적어 봅니다.
감사합니다.
덕분입니다.

2021-09-19 19:12: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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