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토행자의 하루

호주유럽지회
수행, 봉사에 때가 어디 있나요?

유럽에서 랜선으로 행복 바이러스를 전파하는 두 도반을 소개합니다. 경전대학에서 돕는이로 맹활약 중인 주인공들을 화상으로 만났습니다. 처음에는 컴퓨터 사용이 서툴렀지만 이제 화면 공유, 송출도 잘 합니다. 학생들을 물심양면 잘 챙겨주기도 하지요. 사연의 주인공은 국제지부 소속 조윤희(73) 님과 해외지부 소속 이혜경(69) 님입니다.

 운영을 맡은 최순진 님과 경전대학 학생들(오른쪽 두 번째 조윤희 님)
▲ 운영을 맡은 최순진 님과 경전대학 학생들(오른쪽 두 번째 조윤희 님)

온라인 정토회로 전환되면서 해외 정토회는 국제지부와 해외지부로 나뉘었습니다. 그중 국제지부는 현지인 전법을 위한 지부로 각 나라 현지어로 마음 나누기를 하고, 해외지부에서는 교민 중심으로 법회를 하고 있습니다. 유럽에 거주하는 돕는이로서, 각 소속 지회 새벽 5시 천일결사1 온라인 기도방에서 매일 빠지지 않고 공동 정진을 하고 있는 두 사람을 차례로 만나봅니다.

조윤희 님

대학을 졸업하고 호기심에 간 독일

경전대학 유럽반 3조 돕는이 소임으로 하루하루가 즐거운 조윤희 님은 대학을 졸업했던 1969년 독일 뒤셀도르프에 왔습니다.
“나는 호기심이 많아요. 독일도 호기심 때문에 왔어요. 여기 하늘은 어떨까 궁금했지요. 유럽이 날씨가 나쁘다고 들었지만 뒤셀도르프에 처음 도착했을 때는 잔디가 노랗게 탄 너무 뜨거운 여름이었어요. 유럽에서 자유롭게 살며 많은 문화를 접할 수 있고 자유롭게 여행할 수 있어서 좋았어요, 명절 때 한국에는 친척들이 모두 모였을 때 나는 여기서 혼자라며 외로움도 탔죠”

불교방송을 통해 정토회를 만나다

조윤희 님
▲ 조윤희 님

조윤희 님은 뒤셀도르프에 살면서 30년 넘게 한인교회에 다녔습니다. 불교에 대한 편견을 가지고 있었는데, 2014년 한국에서 불교방송을 접하고 불교에 대한 편견이 깨졌다고 합니다.
법륜스님의 즉문즉설도 불교방송을 통해 보았답니다. 그리고 곧장 문경 <깨달음의 장2>에 다녀왔습니다. 독일로 돌아와서는 뒤셀도르프 정토회에 찾아가 불교대학을 다니기 시작했습니다. 하지만 교회와 법당을 겸해 다니는 것은 녹록지 않았습니다. 오전에 교회에 갔다가 점심 먹고 불교대학 수업을 들을 때면 졸기 일쑤였답니다. 천일결사도 처음에 시작했다가 그만두기도 했습니다.

나누기를 하며 나를 돌아보다

조윤희 님은 자신을 ‘배우는 게 좀 느린 사람‘이라고 소개합니다.
“처음에는 교회와 정토회 중 한 쪽을 선택하는 게 쉽지 않았어요. 정토회로 마음을 정하는 데 3년 걸렸지요. 지금은 정토회를 선택하길 잘했다는 생각이 들어요. 정토회로 마음을 정하고 나니 오히려 교회 다니는 사람들을 더 너그럽게 보게 되었어요”라며 활짝 웃었습니다.
“1~2년 전부터 천일결사 밴드에서 나누기를 하면서 ‘나누기 지침’을 매일 마음속에 새기면서 나를 돌아보게 되었어요. 그때부터 다른 사람을 탓하기보다 내 안을 들여다보기 시작했죠. 이게 저에겐 큰 사건이었어요. 그러고 나니까 너무 고맙더라고요. 내가 받은 걸 회향도 하고 싶고, 나도 배우고 싶어서 경전대학 돕는이에 신청했어요”

9-9차 백일기도 입재식(맨 오른쪽 조윤희님)
▲ 9-9차 백일기도 입재식(맨 오른쪽 조윤희님)

내가 머무는 곳이 법당, 도반들의 나누기가 법문

정토회 체제가 오프라인에서 온라인으로 바뀌면서 어떤 마음인지 여쭸습니다. “물론 법당 다닐 때도 정말 좋았어요. 식구들과 같은 도반과 만나서 반갑고 행복했고요. 그런데도 온라인이 더 좋아요. 더 다양한 사람들을 만날 수 있잖아요. ‘내가 머무는 곳이 법당’이라는 정토회 모토가 참 좋아요”

온라인 경전대학 돕는이를 하면 좋은 점을 여쭸습니다. “나도 같이 배우며 수행할 수 있어요. 경전 법문도 반복해서 들을 수 있죠. 그리고 도반들의 나누기가 법문이에요.” 돕는이를 하면서 스스로 변한 점을 조윤희 님은 이렇게 꼽았습니다. “내가 더 똑똑해졌어요. 그리고 젊은이에게서 많은 에너지를 받고 있죠.”

뒤셀도르프법당 2020년 시무식에서(왼쪽에서 두 번째)
▲ 뒤셀도르프법당 2020년 시무식에서(왼쪽에서 두 번째)

이혜경 님

큰언니처럼 푸근해요

이혜경 님은 경전대학 유럽반 1조 돕는이입니다. 항상 밝게 웃는 모습으로 진행자와 학생에게 힘을 줍니다. 유럽반 1조 진행자 윤경숙 님은 “우리 돕는이는 큰언니처럼 푸근해요. 나누기할 때 인생을 살아오면서 겪었던 이런저런 경험, 풍부하게 깨달았던 이야기를 하면서 우리에게 도움을 줍니다. 그 자체로 우리에게 힘이 됩니다. 학생들도 우리 돕는이의 이야기를 듣는 것을 좋아합니다. 컴퓨터 사용법도 열심히 계속 배우고요”

코로나 덕택에 경전대학을 졸업한 여행가

열혈 여행가인 혜경 님(오른쪽)
▲ 열혈 여행가인 혜경 님(오른쪽)

스위스 취리히에 사는 이혜경 님은 열혈 여행가입니다. 간호대학 동창들이 세계 곳곳에 살고, 딸이 페루에 살고 있어서 은퇴 후 미국, 캐나다, 페루, 칠레를 여행했습니다. 그래서 경전대학 다니기가 어려웠습니다. 그런데 이번 코로나 덕택에 온라인으로 경전대학을 졸업했습니다.
“나는 원래 컴퓨터나 핸드폰 같은 기기는 멀리하는 성격이에요. 작년 가을 경전대학 수업을 들으려고 컴퓨터를 장만했습니다. 나는 필요치 않은 것은 안 배우거든요. 처음에 컴퓨터 작동법을 잘 몰랐지만 ‘그냥 어떻게 되겠지’ 하고 시작했습니다. 내가 그런 배짱이 있어요. 그런데 해보니까 재미있어요. 몇 년 동안 정토회에 다니면서 받았던 것보다 이번 경전대학 돕는이 소임을 하면서 더 큰 혜택을 받고 있어요."

젊은이들 이야기를 들으며 내 젊은 시절을 돌이키다

"50여 년 동안 외국생활을 하면서 한국말을 이렇게 많이 해 본 건 처음인 것 같아요. 나는 스위스 현지인들과 교류가 더 많거든요.” 이혜경님은 별 어려움 없이 평탄하고 행복한 인생을 살았지만 2012년 남편을 갑자기 잃게 되면서 마음에 위기가 찾아왔었습니다. 그때 <깨달음의장>에 다녀오면서 정토회와 인연을 맺었습니다.

▶(눌러보기) 2019년 정토행자의 하루, 이혜경 님의 수행담

“새로운 젊은 사람들을 만날 수 있어서 나한테는 굉장한 이익입니다. 내 세계가 넓어진 거죠. 원래 나는 1973년 이후에 나온 한국말은 잘 못 알아듣고 한국 노래도 전혀 모르니까요. 지금도 수업하면서 이해하기 어려운 말도 있지만 많이 배웁니다. 젊은 사람들 이야기를 들으며 내 젊은 시절을 돌이키며 참회합니다. ‘저 사람들은 벌써 저런 고민을 하며 다른 사람들을 배려하는 마음을 내고 있는데 나는 나만 생각하고 살았구나’ 하면서 참회하는 마음이 듭니다."

나 때문에 힘들었을 사람들

"내가 평생 힘들게 했던 사람은 어머니와 남편 그리고 큰 아이인 것 같습니다. 아이가 학교 다닐 때 여섯 과목에서 낙제했어요. 남편은 한 해 더 공부하면 된다고 했지만 나는 용납할 수 없었어요. 점수를 올리든지 그냥 졸업 못하면 16살부터 돈을 벌라고 압력을 줬죠. 그랬더니 억지로 공부해서 딴 졸업장을 갖다 주며 ‘엄마가 원하던 거 여기 있다’고 했을 정도였으니까요. 그래도 여자가 직업이 없으면 안 된다며 강권했는데 지금은 그 아이가 ‘이 자격증 덕분에 내가 살고 있다.’고 말하고 있어요. 사람 일이란 잘했다 잘못했다고 할 수 없는 것 같아요."

다보스 근방을 산행 중인 혜경님
▲ 다보스 근방을 산행 중인 혜경님

아직도 '나 잘났다'며 화내고 살았겠죠

정토회가 온라인으로 바뀌면서 어떤 마음인지 질문했습니다. “물론 법당이 있을 때도 좋았습니다. 2주에 한번 만나서 같이 밥 먹고 정을 나누는 재미가 굉장했어요. 2주 만에 만나도 몇 년 안 만난 사람들처럼 반갑고 재미있었죠. 정토회가 온라인으로 바뀌면서 많은 회원들이 떨어져 나갔지만, 나는 원래 한국 사람들과 그렇게 많은 접촉이 없었다 보니, 아쉬움이 그렇게 크지는 않았던 것 같아요”

불법 만나서 어떤 점이 변하였는지 물었습니다. “인생을 살면서 일어나는 일을 살펴보면 우연인 것 같지만 자세히 살펴보면 필연이라는 생각이 들어요. 잘하고 잘못하는 게 없고 모든 게 연기되어 있다는 것을 깨달았어요. 내가 정토회에 다니면서 불교 공부를 안 했다면 아직도 나 잘났다고 하면서 살았겠죠. 그런데 요즘은 모든 건 ‘그럴 수도 있겠다’고 생각하니까 만사가 해결됩니다. 그러니까 화가 날 일이 없어요. 화가 올라오면 ‘내가 화를 내고 있지’하고 머리가 굉장히 빨리 돌아가요. 옛날엔 누가 나를 모욕했다는 생각을 하면 거기에 멈춰 있었어요. 지금은 ‘고맙다’고 하면서 사니까 사는 게 참 좋아요”라고 이야기를 맺었습니다.

다보스 근방
▲ 다보스 근방


경전대학 운영자 유럽반 김선희 님은 연장자 돕는이에 대해 뿌듯한 마음을 감추지 않았습니다. “지역 특성상 활동가가 많지 않아서 조를 꾸리는 것이 쉽지 않았어요. 도반들이 열의는 있는데 컴퓨터를 잘 다루지 못할 것 같아 돕는이 배치에 대해 고민하고 있을 때 저희 진행자 중 누군가가 '우리가 컴퓨터 잘하려고 모인 건 아니지 않느냐'고 해서 큰 감동을 받았어요. 오늘 주인공인 두 돕는이의 봉사에 대한 열정과 자세에서 우리가 배울 게 많아요.”

글_한주연(국제지부 유럽지회 프랑크푸르트 모둠장)
편집_이정선(경남지부 진주지회)


  1. 천일결사 정토회는 개인의 행복과 정토세상 실현을 위해 1993년 3월 만일결사를 시작. 3년을 정진하면 개인의 의식 흐름이 바뀌고, 30년(만일)을 정진하면 한 사회가 바뀔 수 있다는 믿음으로 3년(천일) 단위로 천일결사 정진을 이어오고 있음.  

  2. 깨달음의 장 4박 5일 기간의 정토회 수련 프로그램. 평생에 한 번만 참여할 수 있음. 

전체댓글 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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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미숙

오늘 우연히 정토행자의 하루를 읽게 되었는데 몇년전 바라지장에서 만났던 보살님이심을 알고 무척 반가웠습니다.
연세도 있으신데 경전대돕는이를 하셨다는 두분의 열정에 큰박수를 보냅니다. 긍정적인 마인드에 항상 웃으시면서 무엇이든 "예"하고 하시는 보살님 아직도 기억이 생생합니다. 보고 싶습니다. 그리고 감사합니다.

2021-08-20 17:38:31

박신영

열정에 박수를 보냅니다 ~~

2021-08-10 05:56:59

혜당

정토행자가 되기까지 3년이 걸렸다는말씀에서 위로를 받습니다..
두분 말씀 잘 읽고,배우고 갑니다.
감사합니다 ~~*

2021-08-06 08:21: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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